132화
두 남자가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주변에 있는 몬스터가드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팀장님! 부팀장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남자가 강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넌 이제 끝났다! 모든 책임을 져야 될 거야!”
부팀장으로 불리는 남자는 중갑형 나노슈트를 입고 있었다. 전체 색깔은 파란색이었고, 딱 보기에도 묵직한 갑옷 형태였다. 몸통은 드럼통처럼 두꺼웠으며, 가슴 부분은 장갑차의 전면처럼 갑옷이 덧대져있었다. 사지 역시 모두 두꺼웠는데, 특히 눈에 띄는 것들은 양 어깨와 오른손이었다. 커다란 양 어깨의 전면에는 이음새가 있었고, 오른손은 헝거맨의 장갑처럼 구(毬) 형태로 오로지 타격을 위한 것이었다.
팀장으로 불리는 남자는 경갑형 나노슈트를 입고 있었다. 전신의 색깔은 붉은색이었고, 마치 온몸의 근육이 드러난 듯한 모양이었다.
팀장과 부팀장 모두 얼굴은 드러나 있었다. 부팀장은 40대 중후반으로 보였고, 머리가 훌러덩 벗겨지고, 후덕했다. 팀장은 그와 반대로 광대가 드러날 정도로 볼이 쏙 들어갔는데, 두 눈은 커다래 멸치대가리를 연상케 했다.
강우는 건물 위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유리창은 너희들이 깬 거다?”
부팀장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건 제해주지. 그래도 네가 모든 걸 잃게 될 거란 사실은 잊지 마라. 네 목숨까지 말이지.”
팀장이 강우를 노려봤다.
치이잉, 철컹. 치이잉, 철컹.
슈트에서 헬멧이 입혀지는 소리였다. 팀장과 부팀장의 얼굴이 가려졌다. 팀장은 양옆에서 얼굴을 감싸는 마스크 형태였다. 마스크 역시 붉은색이었고, 두 눈 부위만 노란색으로 빛났다. 부팀장은 뚜껑처럼 머리를 완전히 덮는 형태였다. 부팀장의 헬멧 역시 두 눈만이 표시돼있었는데 주황색으로 빛났다.
팀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전원 물러나라. 목표, 집행자, 사성 하급. 너희들이 싸우기엔 무리다. 이 녀석은 부팀장과 내가 맡는다.”
쿵, 쿵, 쿵, 쿵, 쿵, 쿵.
부팀장이 강우에게로 뛰어들며 소리쳤다.
“팀장님이 나설 것까지 있겠습니까? 저로도 충분합니다!”
후웅-.
부팀장이 구 형태로 된 오른손을 휘둘렀다. 강우는 가볍게 백스텝을 밟으며 피해냈다.
“생긴 것처럼 느리구만.”
부팀장의 오른손이 강우를 향한 채 멈췄다.
투쿵-!
부팀장의 오른손, 철구(鐵球)가 날아들었다.
떠엉-!
강우는 황급히 양팔을 들어 막아냈지만, 뒤로 멀리 튕겨나갔다.
콰콰콰콰콰콰콰콰.
강우는 양발을 바닥에 박고 난 다음에도 뒤로 밀려났다.
촤르르르르륵.
철구 끝에는 쇠사슬이 달려있었다. 철컥, 부팀장은 오른손을 다시 회수하며 중얼거렸다.
“그걸 버텨? 사성 하급이라 이건가?”
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부팀장! 내 명령을 무시하는 건가?”
“저 정도는 저도…….”
“녀석은 사성 하급이다! 자네보다……. 앞에!”
터엉-!
강우가 한 걸음에 부팀장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강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카가가각-!
후웅-
강우의 오른쪽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주먹의 풍압에 뒤에서 구경을 하던 몬스터가드 두 명이 뒤로 밀려나 넘어졌다.
강우는 오른쪽으로 순식간에 피해낸 부팀장에게로 시선이 고정돼있었다.
모든 나노슈트는 사용자에 맞게 맞춤제작이 된다. 면으로 된 옷처럼 만들어진 의복형, 바이크 슈트와 같은 일반형, 몸에 딱 맞는 갑옷과 같은 경갑형, 육중한 갑옷 혹은 로봇을 탑승한 것과 흡사한 중갑형으로 나뉜다.
여기서 의복형과 일반형은 사용자의 능력을 증폭시키는데 더욱 중점이 맞춰졌다면, 경갑형과 중갑형은 슈트 자체의 기능이 더 많다. 다양한 옵션이 부과가 가능한 것이다.
이에 증폭형 나노슈트 5000이라도 실제로는 증폭형 나노슈트 10000보다 가격이 비싸질 수도 있었다. 실제로 전체 능력자들 중 증폭형 나노슈트 10000에 무지막지한 옵션을 붙여 제작, 실제 가격은 10조 겔드를 상회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팀장의 중갑형 나노슈트 역시 다양한 옵션을 붙인 모델이었다.
부팀장이 강우의 주먹을 피할 수 있던 것은 양 발바닥에 360도 방향전환이 가능한 수십 개의 바퀴가 달려있어서였다. 부팀장은 강우의 주먹이 날아올 때, 순간적으로 바퀴들은 일제히 오른쪽으로, 그리고 추진력을 가한 것이었다.
부팀장이 입은 중갑형 나노슈트의 최대시속은 80km, 속도만으로 따지면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대시속을 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0.3초도 걸리지 않았다.
부팀장은 강우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사성 하급도 별거 아니구만! 난 사성 중급은 되겠어!”
팀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사성 하급이다….”
“아, 죄송합니다, 팀장님. 그런 뜻은…….”
팀장은 강우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저 녀석이 아직 멀쩡하지 않은가. 얼른 처리하지.”
“네!”
강우는 두 남자를 보며 소리쳤다.
“누가 누굴 처리한다는 거냐!”
강우가 팀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츄츄츄츙, 퍼퍼퍼퍼-엉!
팀장이 양손을 강우가 달려오는 길을 향해 휘둘렀다. 손바닥 크기의 둥그렇고 납작한 검은색 폭탄들이 바닥에 뿌려졌다. 붉은빛이 번쩍하며 폭발했다.
강우는 폭발을 몸으로 받아내고, 그대로 돌진했다. 당황한 팀장은 방어 자세를 취했다.
“이런….”
터어엉-!
강우의 오른쪽 주먹이 팀장의 가슴 중앙에 그대로 꽂혔다. 팀장은 뒤로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쿠우웅-!
“먹어라-!”
강우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부팀장의 양 어깨의 이음새가 벌어져있었다. 그 틈으로는 355ml들이 캔과 비슷한 크기의 소형 개틀링건(Gatling gun)이 튀어나와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강우는 양팔을 들어 전신으로 탄환들을 받아냈다. 미간에 꽂힌다면 코끼리라도 한 방에 쓰러트릴 위력, 강우는 그것을 전신으로 받아내고, 피부가 뚫리지도 않았다.
투쿵-!
부팀장이 오른손을 강우를 향해 뻗었다. 철구가 강우를 향해 날아갔다. 강우는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똑같은 걸 두 번이나 당할 거 같냐?”
떠엉-!
강우는 날아온 철구를 그대로 받아쳤다. 철구는 찌그러지며 부팀장에게로 되돌아갔다.
“안 돼-!”
콰쾅-!
부팀장은 되돌아온 철구에 맞으며 뒤로 멀리 날아갔다.
터텅!
강우가 높이 뛰어올랐다. 부팀장은 철구가 몸 위에 얹어진 채 쓰러져있었다.
쿠우웅-!
강우는 부팀장 위로 얹어진 철구 위를 내리찍었다.
쩌적, 쩌저저적.
철구가 깨져버리고, 부팀장 등 뒤의 땅 주변이 모두 부서졌다. 강우는 양손으로 부팀장의 뚜껑 같은 헬멧을 손으로 잡아뜯어내 뒤로 던졌다.
텅, 터텅.
부팀장은 눈이 반쯤 감겨있었다.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리고, 금방이라도 기절해버릴 듯 “끄으으….”하고 짧은 신음만을 내뱉었다.
강우는 씩 웃으며 부팀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럴 줄 알았지…. 돈으로 완장질 하고 다녔던 거구만?”
강우는 주변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지켜보고만 있는 몬스터가드들을 슬쩍 쳐다본 뒤, 다시 부팀장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저기 겁쟁이들 중 아무한테 입혔어도 너보다는 나았을 텐데 말이야….”
부팀장은 몬스터가드 등급 중 삼성 상급이었다. 부팀장은 완전한 일반인이었다. 아니, 평균보다 못했다. 그저 돈이 많고, 완장질을 좋아하며, 몬스터를 보호하겠다는 이념을 가진 사람이었다. 단지 돈이 있어서, 증폭형 나노슈트를 입을 수 있었고, 그 힘으로 부팀장이라는 완장을 차고 있었다.
강우는 이때까지 몰랐다. 일반인이 나노슈트를 입은 것을 무시하고 있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일반인’ 기준.
세상이 대변혁을 맞이하기 전, 이렇게까지 발전한 나노슈트가 나오기도 전, 그때도 아무런 능력 없이 예거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대변혁을 맞이하고 더욱 강해졌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듯이, 증폭형 나노슈트와 궁합이 잘 맞는 사람들도 있듯이, 증폭형 나노슈트와 최상의 싱크로율을 보이며, 능력자 못지않은 전투력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지금 강우가 알고 있을 리는 없었지만.
물론, 현재 강우의 뒤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던, 증폭형 나노슈트 5000 경갑형을 입은 팀장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텅, 텅, 텅, 텅, 텅텅텅텅텅.
팀장이 강우를 향해 뛰어왔다.
쉬익, 강우가 바람처럼 날아가 순식간의 팀장의 앞으로 다가섰다. 팀장은 갑작스레 다가선 강우에게 대비하지 못했다. 팀장은 급한 대로 주먹을 치켜들었다.
터어어엉-!
강우의 오른쪽 주먹이 복부에 꽂혔고, 팀장의 등이 새우처럼 굽어졌다.
콰아아아아앙-!
벽에 처박혔다가 나온 팀장은 다시 처박혀야 했다. 강우는 팀장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팀장은 움직이지 못했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슈트만 믿고 까불다가 그렇게 되는 거야.”
팀장의 몬스터가드로서 등급은 사성 하급.
몬스터가드에게 붙는 등급도 예거로서의 등급, 블랙마켓에서 능력자들에게 매기는 등급과 다를 바 없었다.
즉, 팀장과 강우는 같은 사성 하급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팀장의 체력이었다. 슈트는 원격으로 조종하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직접 입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팀장의 체력은 일반인보다도 수준이 떨어졌다. 물론, 슈트를 입으면 맨몸으로 움직일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체력이 보존됐다. 100m만 뛰어도 숨이 턱까지 차오를 사람도, 수트를 걸친다면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뛰고도 멀쩡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생사를 건 전투, 그 긴장감, 체력을 갉아먹는 수준이 달랐다. 또한 부딪치는 힘 또한 크기에 체력이 팍팍 떨어졌다.
그리고 팀장은 사성 하급으로 분류됐지만, 최하위 중에서도 최하위. 어느 등급이나 그러하듯 사성 하급도 그 차이가 컸다. 최하위와 최상위의 차이는 달팽이와 바퀴벌레의 달리기 경주, 쥐와 황소의 힘겨루기나 다름없었다.
두 번째는 경험의 차이. 강우는 능력자로서 활동한 기간은 짧았다. 하지만 예거 등록을 하기 전부터, 모두 한 방에 터트려버리긴 했지만, 덤벼드는 몬스터들을 상대해본 적이 많았고, 활동을 시작한 뒤로는 그 누구보다 많은 사냥과 전투를 치러왔다.
세 번째는 등급을 받게 된 경위, 이는 경험과도 연결되는 것이었다. 강우의 경우 수많은 전투를 치르고, 그마저도 전부 반영되지 않은 등급이었다. 하지만 팀장의 경우 순수하게, 나노슈트를 입고 낼 수 있는 순간적인 힘과 민첩성, 내구력 등으로 평가 받은 등급이었다. 강우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강우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었다. 순간적이나마 팀장의 내구력은 최하위라도 사성 하급은 사성 하급이라는 것이었다.
팀장은 벽에 처박힌 채 강우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응?”
퀴유우우웅, 퍼어어어어엉-!
팀장의 양쪽 손바닥에서 붉은빛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붉은빛은 강우의 상반신을 집어삼키며 폭발했다.
팀장은 능력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붉은 빛으로, 에너지파와 같은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이것 역시 나노슈트 덕분이었다. 정확히는 팀장이 나노슈트에 추가한 옵션이었다.
나노슈트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단순히 사람의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햇빛, 달빛, 별빛, 바람, 전기, 불, 물, 기름 등 모든 에너지원을 표면으로 충전, 에너지로 전환했다. 가장 적은 에너지로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결점이라면, 반드시 사람이 착용한 상태에서만 이러한 충전 또한 가능했다. 그리고 이 원리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밝혀낼 수 없었다. 개발자인 타미 스타크만이 알고 있었다.
능력자의 경우에는 따로 다른 방법을 이용할 필요는 없었다. 자신이 내뿜는 빛이 가장 효과적인 충전 방법이었다. 일반인의 경우는 가능하면 따로 태양열이나 전기 등을 이용해서 충전하는 편이 좋았다.
그리고 팀장은 충전해둔 에너지에 자신의 에너지, 힘과 체력을 전부 쏟아 부은 공격을 강우에게 한 것이다.
팀장은 고개를 숙인 채 슈트가 들썩거릴 정도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강렬한 붉은빛을 뿜어낸 양팔은 그 반동으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고, 축 쳐졌다.
‘끝났다.’
팀장이 천천히 벽에서 몸을 빼려고 할 때였다.
“이제 다 끝났냐?”
검은색 그림자가 팀장의 위로 드리웠다. 팀장이 고개를 들었다. 강우가 오른쪽 주먹을 치켜든 채 서있었다. 검은색 힘으로 만들어낸 복면의 문제가 아니었다. 상처가 보이지 않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아무런 데미지가 없다는 것은 누가 봐도 자명한 사실이었다. 팀장은 강우를 올려다보며 “아…….”하고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콰아아아아앙-!
강우가 팀장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강우의 주먹은 깊이 박혔다. 팀장의 얼굴을 덮고 있던 헬멧은 완전히 짜부라져 움푹 들어갔고, 전체에 금이 갔다. 팀장의 부서진 헬멧 틈새 사이로는 피가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튀어 뒤의 하얀 벽에 흩뿌려졌다.
피를 잔뜩 머금은 붉은 헬멧, 틈새 사이로 굵게 선을 그으며 하얀 벽 위로 튄 핏줄기까지, 팀장의 머리를 중심으로 벽에 욱일기(旭日旗)가 그려진 것 같았다.
강우는 팀장의 안면에서 주먹을 뽑아내며 중얼거렸다.
“이제 일본 쪽 조지러 가야겠구만…….”
강우는 벽에 자신의 주먹으로, 팀장의 머리와 피로 그려낸 욱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시 한 번 팀장의 안면을 후려쳤고,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려 팀장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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