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33화 (133/195)

133화

강우는 무너진 벽에 묻힌 팀장을 보며 말했다.

“네 무덤치곤 과분하지?”

강우는 몬스터가드들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몬스터가드들은 잔뜩 겁먹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사자 앞에 선 새끼임팔라처럼 몸이 완전히 굳어버려 움직여지지 않았다. 몇몇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기도 했다.

강우는 무엇을 먼저 잡아먹을지 고민하는 사자처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 여자 몬스터가드가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들 정신차려! 아직 지부장님이 계셔! 지부장님만 오시면 저런 놈쯤은…….”

텅, 타탁, 턱.

강우가 순식간에 목소리를 높였던 여자 앞으로 다가갔다. 강우는 여자의 팔뚝을 잡으며 씩 웃었다.

“1번 당첨.”

후웅- 콰아앙-!

강우는 손에 잡은 몬스터가드를 몬스터보호협회 건물로 집어던졌다. 굉음과 함께 건물의 일부분이 부서졌다.

쾅, 쾅, 콰앙, 쾅, 쾅, 콰아앙-!

강우는 빠르게 움직이며 몬스터가드들을 하나씩 건물을 향해 집어던졌다. 몇몇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강우는 손가락을 튕겨 공기를 압축해 쏴서 쓰러트렸다. 그리고는 쓰러진 사람의 다리나 머리채를 잡고 던져버렸다.

그 광경을 본 몬스터가드들은 주저앉았다. 도망갈 수도 없고, 도망치려 한다면 고통이 한 번 더 기다릴 뿐이었다. 차라리 단 한 번만 던져진다면, 운이 좋다면, 방어에 최대한 치중한다면, 살아남을 수도 있었으니까.

강우가 집어던지는 순간, 몬스터가드들은 각자 고유의 빛을 강하게 뿜어내며 최대한 부상을 줄이기 위해 집중했다. 강우는 사람들을 건물을 향해 집어던지며 “불꽃놀이 같구만.”이라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 무렵, 몬스터보호협회 한국지부장은 뒷문을 통해 도망치고 있었다.

‘저 새끼 같은 사성 하급 맞아? 어디서 저런 괴물이 튀어나온 거야……. 씨발…….’

한국지부장은 해외로 도피를 준비했다. 그의 탁월한 선택은 일본을 택하지 않은 것이었다. 한국지부장은 자신들의 측근과 함께 중국으로 향했다.

현 상황, 국내는 여전히 예부터 자연재해에는 타 국가들에 비해 적었던 만큼, 몬스터로부터도 그래왔고, 여전히 적었다.

때문에 대변혁이 이루어진 뒤에도 국내에 삼성급 이상의 능력자들이 남아있는 경우는 적었다. 사성 하급의 능력자는 강우가 유일했다. 예거 파티 측은 내부에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면서 만일의 사태를 위한 오성급 예거들이 교대근무를 했다.

몬스터보호협회 측도 마찬가지였다. 강한 몬스터가드들은 국내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때문에 일반인이 증폭형 나노슈트를 걸치기만 했을 뿐인데도 팀장, 부팀장이란 직함을 달 수 있었다. 그것은 한국지부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른바 바지사장과 같은 존재들.

강우가 모든 몬스터가드들을 건물을 향해 집어던졌을 때, 몬스터보호협회 건물은 폭격이라도 맞은 듯한 모양이었다. 강우는 건물부지 내에 있는 가로등과 가로수마저 모두 뽑아서 던지려 했지만, 건물이 무너질 것 같아 그만뒀다.

‘건물이 무너지면 일반인한테도 피해가 가니…. 그래서는 나한테 득이 될 게 없지.’

실제로 그랬다. 현재 강우가 벌인 일은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올라가 네티즌들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블랙마켓 사이트는 물론, 일반 인터넷 사이트에도 널리 퍼졌고, 예거 파티 측에서도 주목했다.

강우가 전 세계에, 수없이 많은 적과 아군을 동시에 만드는 순간이었다.

일을 마친 강우는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강우가 돌아오자 핫도그는 여느 때처럼 반겼다. 강우는 핫도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함께 푸짐한 저녁식사를 했다.

그날 밤, 강우는 채비를 했다. 짐은 별로 없었다. 여벌의 속옷과 그저 움직이기 편하고, 근래 나온 나노슈트보다 우수한 점이라곤 잘 망가지지 않는다는 점이 전부인, 그 외의 이점은 하나도 없는 검은색 트레이닝용 나노슈트 여벌, 일상복 몇 벌, 그 외 기본적인 생활용품과 휴대폰이 전부였다. 스위스은행 전용계좌는 휴대폰으로 언제든 거래가 가능했다. 휴대폰이 없더라도 전 세계 어디서든 손목 혈관 스캔으로 이용이 가능했다.

강우는 짐을 모두 정리한 뒤, 일찍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새벽이었다. 강우는 핫도그와 함께 부산으로 향했다. 더 이상 국내에서 강우를 건드릴 사람은 없었다. 예거 파티 측에서나 국내에 잠깐 들른 블랙마켓 능력자들 중 사성급 이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예거 파티 측에서는 강우를 좀 더 두고 보자는 식이었다. 눈에 가시거리인 몬스터보호협회와 전쟁을 벌이고 있으니,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격이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차후에 예거 파티로 끌어들일 수도 있고, 문제가 된다면 그때 해결해도 된다는 입장이었다. 강우의 현재 평가는 사성 하급, 그 정도의 예거들은 차고 넘쳤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예거 파티에서는 강우가 조만간 몬스터보호협회 측에 의해 암살당할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국내에 있는 예거 클랜이나 블랙마켓에 속한 능력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예거 파티와의 차이점이라면 몇몇은 강우에게 아주 우호적이거나 혹은 아주 적대적이었다.

강우는 핫도그와 함께 부산에 다다랐다. 한소영이 보내준 좌표대로 이동했고, 곧바로 배에 오를 수 있었다.

배는 넓고, 사람도 없었다. 능력자들로 보이는 몇몇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서로 눈길도 주지 않았다.

강우는 핫도그와 편안히 일본으로 갈 수 있었다.

시모노세키에 다다른 강우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한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마른 체구의 남자는 20대 후반 정도로 보였고, 후드티에 트레이닝 바지, 운동화까지 편안한 차림새였다. 남자는 강우를 보자마자 고개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예거 파티에서 나온 오카미입니다.”

오카미가 지나칠 정도로 정중하게 대했고, 강우도 덩달아 고개를 꾸벅였다.

“아, 네. 안녕하십니까.”

오카미는 씩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꼭 뵙고 싶었습니다. 어제 몬스터보호협회 한국지부에서 있었던 일은 동영상으로 잘 봤습니다.”

강우는 악수를 하며 대답했다.

“아, 그러셨나요.”

오카미는 양손으로 강우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네,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이제 막 삼성 상급 랭커에 다다른지라, 실력이 한참 부족합니다. 현재 일본 내의 몬스터가드들은 증폭형 나노슈트를 통해 강한 힘을 얻은 자들도 있고요.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네.”

오카미는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 녀석이……. 이야……. 실제로 보니까 더 굉장한데요?”

“그런가요?”

오카미는 핫도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네, 정말로요. 다른 헬하운드와 용모도 다르군요. 좀 만져봐도……?”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핫도그를 한 번 쳐다봤다. 핫도그는 알아들었다는 듯 오카미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오카미는 양손으로 핫도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강우는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예거 파티 측이신데 몬스터를 상당히 좋아하시네요?”

오카미는 핫도그의 얼굴에서 양손을 떼지 않은 채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오카미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했다.

“모든 몬스터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 이렇게 사람에게 온순한 몬스터는 미워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다만, 그 외의 몬스터들은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하죠. 그리고 전 개를 좋아하거든요.”

오카미는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중얼거렸다.

“뭐…. 개랑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생김새는 그럭저럭 비슷하잖아요?”

“그렇죠, 뭐.”

오카미는 핫도그의 코에 손끝을 가져다 대보며 물었다.

“그런데 얘는 코가 말라있네요? 몸이 안 좋나?”

“헬하운드는 원래 코가 축축하지 않아요. 개가 아니니까.”

오카미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아, 맞다. 그랬죠. 개랑은 다르죠. 그거 아쉽네요. 저는 개의 촉촉한 코에 뽀뽀하는 걸 좋아하는데.”

강우는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별 미친놈 다 보겠네. 개새끼 코는 왜 빨아? 핫도그 코가 촉촉했더라도 너한테 빨리게 놔뒀겠냐……?’

오카미는 핫도그에게서 손을 떼며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멀리까지 가야 되니, 이제 출발하시죠.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셔서 좀 더 쉬게 해드려야 되는데.”

“괜찮습니다. 배 안에서 충분히 쉬었으니까요.”

“오사카까지 가야 되니 조금 뛰셔야 됩니다.”

“문제없습니다.”

오카미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제가 달리기가 빠른 편이 아니라…. 그래도 잘 따라와 주세요.”

“그래요. 가시죠.”

강우 일행은 오사카를 향해 이동했다.

오카미는 자신이 말한 대로 특별히 빠르지는 않았다. 삼성 상급 랭커에 속한 것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느린 편이었다. 강우와 핫도그는 오카미를 여유 있게 뒤따랐다.

시위는 오사카 덴포잔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고, 현수막까지 내걸리는 등 강우가 이전에 한국에서 봤던 시위보다 규모가 더욱 컸다. 멀리서도 그 광경이 훤히 보일 정도였으니까.

오카미는 시위대를 보며 중얼거렸다.

“당연한 거지만…. 아까보다 더 많아졌네…….”

오카미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강우 일행은 속도를 줄여 천천히 걸어서 이동했다. 오카미는 시간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아마 본격적인 시위는 앞으로 30분 정도 뒤부터 시작될 겁니다. 몬스터보호협회 중에서도 워낙 과격한 몬스터가드들만 모인지라, 조심하셔야 됩니다. 일본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유입돼있으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오카미가 강우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뭐요?”

“핫도그는 안전한 곳에 두고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네?”

오카미는 계속해서 조심스럽게 얘기를 이어나갔다.

“아무래도…. 이번 시위대는 몬스터보호협회입니다. 그것도 과격단체요. 과격단체라고는 해도 항상 마찰이 있고, 트러블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어제 일 때문에 저쪽에서는 집행자 씨를 보면 분명히 흥분할 겁니다. 당신은 현재 몬스터보호협회 측의 적이니까요.”

오카미는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몬스터보호협회는 분명히 당신의 헬하운드를 노릴 것입니다.”

강우는 여유롭게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강우는 핫도그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녀석은 제가 지켜낼 거니까. 무엇보다 이 녀석은 그리 약하지도 않고…….”

오카미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제가 걱정하는 건 당신과 헬하운드가 아닙니다.”

오카미는 아차, 싶은 듯 손을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오해는 하지 마세요. 진짜로 당신하고 헬하운드의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강우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요.”

“아, 네. 여튼…. 저는 당신의 강함을 알기에 그런 부분을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당신과 헬하운드가 시위를 막는 곳에 투입된다면, 일어나지 않을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강우는 팔짱을 낀 채 잠시 바닥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오카미와 눈을 마주쳤다.

“그럼 내가 애초에 여기 투입되면 안 되는 거 아니었나……?”

“어제까지만 해도 당신이 몬스터보호협회 한국지부를 부수고 올 줄은 몰랐으니까요.”

“흠……. 그럼 어떻게 하죠?”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한 명이라도 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능력자가 필요해요. 당신은 사성 하급이니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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