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34화 (134/195)

134화

강우는 핫도그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럼 이 녀석은 어떡하죠?”

“시위장소 바로 근처에 빌딩 하나가 있는데, 그쪽에서 기다리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소리만 질러도 바로 들릴 거리이니,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강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강우는 자기 자신을 검지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나는 어떡하죠? 몬스터보호협회 놈들은 나만 봐도 이를 갈 텐데.”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금 불편하시겠지만, 위에 옷을 걸치고, 마스크와 모자를 좀 착용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선글라스까지 드릴 겁니다. 손도 장갑을 끼셔야 할 거고요. 여기까지 오시기 전에 미리 고지해드려야 되는 부분인데, 지금 와서 말씀드리는 점, 죄송합니다.”

“뭐…. 괜찮습니다. 그거야 그렇게 하도록 하죠.”

오카미는 얼굴에 화색을 띠며 90도 인사를 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카미는 시간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군요. 바로 움직이시죠.”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우와 핫도그는 오카미의 안내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인근 빌딩 1층 주차장, 버스와 승합차들이 들어서있었다. 오카미는 주차된 차량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실 오늘 시위를 막을 능력자들 중 차가 필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죠. 하지만 일부러 많은 사람들이 차량으로 이동했습니다. 처음부터 당신의 헬하운드는 일이 끝날 때까지 숨어있는 곳으로 결정했었거든요. 당신까지 변장하는 일이 생길 줄은 몰랐지만요.”

강우는 핫도그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럼 이 녀석은 어디에…?”

커다란 버스 두 대가 주차돼있었고, 전면은 높은 벽으로 막혀있었다. 버스 두 대 사이는 차가 주차돼있지 않았다. 오카미는 빈 공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녀석이 먹을 음식과 물도 준비해놨어요.”

“좋군요.”

오카미는 차량 하나의 트렁크를 열어 가방을 꺼내들었다. 오카미는 가방을 강우에게로 건네며 말했다.

“가방 안에 전부 들었습니다.”

강우는 가방을 열어 안을 들여다봤다. 가방 안에는 빨간색 야구모자와 검은색 선글라스, 검은색 마스크, 검은색 가죽 장갑, 넉넉한 크기의 화려한 패턴의 야구잠바와 청바지가 들어있었다.

“신발은 그대로 신고 계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강우는 오카미가 건넨 복장을 착용했다. 오카미가 말했다.

“얼른 움직여야 될 것 같습니다. 곧 시작이네요.”

시위가 벌어지는 광장은 이미 시끌벅적해져있었다. 수백 미터 떨어진 빌딩의 주차장에서도 그 소리가 전해져왔다.

강우는 핫도그의 뺨을 만지며 말했다.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헬하운드는 “컹.”하고 작게 짖었다.

강우와 오카미는 광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핫도그는 강우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강우가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도, 그 방향으로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쫓았다. 강우가 광장에 다다르고 나서도 계속, 버스를 쳐다보며 강우의 냄새를 쫓았다.

강우와 오카미는 금세 광장에 다다랐다. 시위대의 숫자는 어림잡아 1,000명에 다다랐다. 그것도 과격단체로만 모인 1,000명이었다. 대부분은 일본인이었고, 군데군데 백인들과 흑인들도 보였다.

시위대에 맞서는 일본 예거 파티와 클랜 쪽에서 나온 사람의 숫자는 800여 명이었다. 강우는 오카미와 함께 최전방에 서게 됐다.

강우는 시위대를 둘러보며 말했다.

“많군요….”

오카미가 말했다.

“걱정 마십쇼. 제 능력은 이런 시위진압에 특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몇 번 소규모 시위들을 진압한 적이 있거든요.”

“그래요?”

오카미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제 능력을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말이죠…….”

오카미가 시위대의 가장 선봉에 서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저 남자가 이번 오사카 시위대의 부대장, 미츠하시입니다. 몬스터보호협회 일본지부에서 서열 3위입니다.”

남자는 예거 파티와 클랜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마치 60년 전에서 시간여행을 하고 온 듯, 촌스러운 모습이었다. 1980년대 폭주족과 같은 리젠트 머리에 밝은 갈색 선글라스, 결정적으로 금색과 검은색 자수가 어우러진 흰색 특공복을 입고 있었다. 두 눈썹 끝은 위로 치솟게, 날카롭게 다듬어 인상이 더욱 사나워보였다.

강우는 미츠하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시간여행자인가……. 세상에 저런 사람도 있네…….’

오카미는 슬쩍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좀 특이하죠? 생긴 것도 멀쩡해가지고……. 그나저나 만일의 경우, 시위대와 전투가 벌어질 경우 저 남자는 조심해야 됩니다. 남자가 걸치고 있는 것은 증폭형 나노슈트 의복형입니다. 사성 하급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니 우습게 볼 남자는 아닙니다.”

강우가 물었다.

“또 다른 주요인물은요?”

오카미는 까치발을 들어 시위대 뒤쪽을 보려 애썼다. 오카미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여기서는 안 보이네요. 아마 가장 뒤에 있을 겁니다. 다케우치란 남자인데, 몬스터보호협회 일본지부 서열 2위입니다. 다케우치는 알아보기 쉬우실 겁니다. 덩치 때문에 눈에 띄거든요.”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서열 1위는 여기 없습니까?”

“몬스터보호협회 일본지부장은 아직까지 시위에 직접 참여한다거나, 그런 적은 없습니다. 주로 머무르는 곳도 도쿄고요.”

“예거 파티 일본지부에서는 몬스터보호협회 쪽의 행동을 항상 주시하고 있습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유럽, 중동 쪽은 거의 그렇습니다. 과격단체들 때문에 말이죠. 아마 지금은 한국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오카미는 강우의 눈치를 슬쩍 봤다. 강우가 오카미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오카미는 얼른 눈을 피했다. 오카미는 선글라스 뒤에 가려진 두 눈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강우는 마스크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씩 웃으며 말했다.

“어제 제가 벌인 일 때문에 말입니까?”

오카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강우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생각보다 일이 크게 됐네요. 난 그냥 하나하나 조지려고 했던 것뿐인데…….”

오카미가 되물었다.

“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들으셨으면서 뭘 그러십니까. 못 들은 척하시기는…….”

한 사람이 오카미의 옆에 섰다. 오카미는 곧바로 몸을 틀어 활짝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오카미는 귀족을 맞이한 평민처럼 굽신거렸다.

“오셨습니까.”

강우는 오카미와 인사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여자였다. 여자는 오카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강우는 여자를 보고 굳었다.

쿠라마였다. 머리는 빨갛게 염색을 했지만, 올려 묶은 머리에 비녀를 꽂은 것은 여전했다. 비녀는 빨간 것에서 새까만 것으로 바뀌어있었다. 새하얀 얼굴, 늘씬한 체형은 모두 그대로였다. 바뀐 것이 없었다. 옷차림은 누가 봐도 나노슈트임을 알 수 있었다. 쿠라마가 입고 있는 것은 증폭형 나노슈트 일반형이었고, 얼핏 봐서는 가죽 재킷에 딱 달라붙는 가죽바지처럼 보였다. 신발 역시 증폭형 나노슈트와 한 세트였는데, 굽이 있고 발목을 조금 넘게 올라오는 검은색 부츠였다.

오카미는 쿠라마와 인사를 나누고, 자신의 뒤에 서있는 강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인사하세요. 이쪽은 오늘 시위진압을 도와주실 집행…….”

쿠라마는 단번에 알아봤다. 전신을 가리고 있지만, 단번에 강우임을 알 수 있었다. 이론적으로 설명은 불가능하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강우와 쿠라마는 눈을 마주치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오카미는 두 사람 사이에서 눈치를 살폈다.

“어라……? 아는 사이……? 십니까?”

그때 시위대 쪽에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리를 억압하는 예거 파티와 예거 클랜은 물러나라-!”

동시에 외친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쿠라마는 시위대 쪽으로 몸을 돌리고, 곁눈질로 강우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일이 끝나고……. 나랑 얘기 좀 하지.”

“그래.”

오카미는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다가 시위대를 보며 경계했다.

한국에서 있던 시위처럼, 대표자가 나와 마이크에 대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에서 있던 시위와 다른 점이라면, 지부장 혹은 그에 상응하는, 서열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몇몇 몬스터가드들이 돌아가며 목소리를 높인다는 점이었다.

“우린 그저 생명을 보호하려는 것뿐이다! 그것이 뭐가 문제가 된다는 말이냐!”

“저들은 생명을 존중할 줄 모릅니다! 생명을 경시하는 사람들이! 생명을 존중하는 우리를 억압하는 게

“몬스터보호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예거 파티와 예거 클랜은 물러가라!”

“생명을 위협하는 예거 파티와 예거 클랜들은 물러가라!”

“우리는 맞서 싸워야 합니다!”

“여러분! 이제는 움직일 때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목소리를 높였고, 예거 파티와 클랜 측은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강우는 “저 녀석들의 헛소리는 여러 번 들어봤지만……. 도무지 적응이 안 돼. 개소리만 지껄여대니…….”라고 중얼거렸다.

또 다른 몬스터가드가 마이크를 잡으려 할 때였다. 미츠하시가 걸어 나왔다. 그 순간 예거 파티와 클랜 측의 모든 사람들이 긴장했다. 강우, 단 한 사람만 빼놓고.

미츠하시는 마이크를 집어 들며 시위대를 향해 말했다.

“어이, 너희들. 언제까지 계집애처럼 수다만 떨 거냐? 아, 여기 있는 여자들을 욕하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고. 하여튼…. 이제 보여줘야 될 때 아니겠냐?”

시위대는 동시에 환호했다.

미츠하시는 눈을 감고, 주먹을 입가로 가져가 흠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미츠하시가 두 눈을 번쩍 뜨고, 몸을 돌려 예거 파티와 클랜 측을 가리킨 채 소리쳤다.

“오늘! 지금 이 순간! 몬스터보호협회의 힘을 보여주는 거다! 그리고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더 이상 놈들의 뜻대로! 마음대로! 우릴 억압하게 놔둘 수 없다! 우리의 힘을 알리면! 뜻을 함께 하는 이들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보여주자! 가자!”

미츠하시의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위대가 동시에 예거 파티 측과 클랜 측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다수는 위로 뛰어올라 각자 고유의 빛을 뿜어냈다.

예거 파티와 클랜 측의 금일 대표자가 앞으로 나섰다.

남자는 보라색과 노란색이 뒤섞인 증폭형 나노슈트 경갑형을 두르고 있었다. 전신은 딱정벌레의 껍질과 같았으며, 얼굴은 머리 쪽은 보라색, 얼굴 쪽은 노란색인 헬멧을 쓰고 있었다.

금일 대표자인 남자의 경갑형 나노슈트에서 눈에 띄는 점이라면, 양 팔꿈치와 무릎 부위에 손바닥 길이의 노란색 뿔이 솟아있었다. 그리고 헬멧 이마 부위에도 전방을 향하는 각도로 황금색 뿔이 솟아있었다. 그리고 보라색으로 빛나는 눈은 오른쪽에만 표시돼있었다.

강우는 남자의 증폭형 나노슈트 경갑형의 디자인을 보고, 이전에 일본에 왔던 것이 떠올랐다. 후지산 안쪽에서 잡았던 게미누스의 모습과 일부분 닮아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전방을 향해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진압!”

동시에 시위진압대도 움직였다. 시위진압대는 앞으로 튀어나가지 않고, 일렬로 각자 전투 준비를 했다.

강우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시선을 옮겼다. 강우는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설마…….’

남자는 나노슈트 경갑형을 두르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오카미가 씁쓸한 듯이 말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몬스터보호협회와 예거 파티, 클랜 쪽이 마찰을 빚은 적은 꽤 있지만……. 오늘이 역사상 가장 큰…….”

오카미가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쿠라마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그 역사의 중심에 우리가 있다. 역사에 뭐라고 남겨져야겠어? 시위진압을 해야겠지?”

오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오늘 갑자기 인터넷이 고장났습니다.

요즘 이상하게 자주 끊기더니... 짜증이 솟구치네요.

지금은 휴대폰 테더링(3G...)으로 글을 업로드합니다.

내일 모레나 기사가 방문할 수 있다고 하는데, 오전에 전화해서 독촉 좀 해야겠습니다...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인터넷을 고치는 대로 약속드렸던 분량, 더 올리겠습니다.

마스터피스도 업로드 예정입니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 힘차게 맞이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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