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오카미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오카미가 양손을 옆구리에 붙인 채 전신에서 남색 빛을 뿜어냈다.
“으아아-!”
오카미가 소리를 지르며 양손을 전방으로 뻗었다.
쿠쿠쿠쿠쿠쿠쿠쿠-!
시위대가 달려오는 길에 땅이 솟아나 두꺼운 벽을 만들었다. 10m 이상 솟아오른 벽에 걸려 시위대 몇몇이 넘어졌다.
콰아앙-!
벽 중앙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미츠하시가 주먹으로 부숴버린 것이다. 미츠하시는 구멍 앞에서 “가자!”라고 소리쳤다.
오카미는 기다렸다는 듯 양손을 움직였다. 오카미의 손짓에 따라 땅이 들썩거렸다. 오카미가 오른손을 전방을 향해 뻗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
거인의 손.
지면에서 손의 크기만 5m가 넘는 팔이 튀어나왔다. 타일, 벽돌, 아스팔트, 흙 등으로 이뤄진 거대한 손이 시위대를 향해 뻗어나갔다.
쿠우웅-!
거대한 손은 마치 벌레를 때려잡듯 시위대를 내리쳤다.
“아아아아아악-!”
몇몇 시위대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몇몇은 손에 완전히 깔려버렸고, 몇몇은 몸 혹은 다리가 깔려있었다.
쿠쿠쿠쿠쿠.
오카미가 만들어낸 거인의 손이 들렸다. 아래 깔린 시위대는 피를 잔뜩 머금은 채 죽은 모기처럼 붉은 핏덩어리로 터져있었다.
콰아앙-!
거인의 손은 시위대를 다시 덮쳤지만, 이번에는 단 한 명도 잡아내지 못했다. 미츠하시가 낸 벽의 구멍을 통과해 거인의 손을 지나쳐온 시위대가 뛰어왔다.
시위진압대 금일 대표인 남자가 소리쳤다.
“돌격-!”
쿠라마를 포함한 시위진압대가 전부 앞으로 튀어나갔다.
전면전.
퍼퍼퍼퍼퍼퍼퍼퍼펑-!
시위대들 중 몇몇이 높이 뛰어올라 시위진압대를 향해 각자의 빛을 품은 에너지파를 쐈다. 오카미는 거인의 손을 허물어버리고, 서둘러 벽을 만들어내 에너지파를 막았다. 하지만 날아든 에너지파는 수십 개.
오카미 혼자서 막아내는 것은 무리였다. 벽이 무너지고, 에너지파가 시위진압대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앙-! 콰콰쾅! 쾅-! 퍼펑-! 펑-!
대부분의 시위진압대는 에너지파를 피해내거나 막아냈다. 하지만 몇몇은 팔이나 다리가 잘려나가는 등 큰 부상을 입었다.
전방에서 미츠하시가 뛰어왔다.
“으랴-!”
터어어어엉-!
미츠하시는 자신을 향해 뛰어드는 시위진압대를 향해 프론트킥을 했다. 일반적인 시위진압대가 맞았더라면, 몸이 터질 수도 있는 충격.
하지만 그것을 막아낸 것은 쿠라마였다. 쿠라마는 미츠하시가 앞으로 차는 발을 뒤돌려차기로 맞부딪쳤다. 둘의 발이 맞부딪치며 일어난 충격은 주변의 지면이 깎여나갈 정도였다.
미츠하시는 눈썹을 찡그린 채,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계집년이 제법이야…….”
쿠라마가 나지막이 말했다.
“여유부릴 때가 아닐 텐데?”
“뭐?”
쿠오오오오오오오.
시위진압대 금일 대표로 나선 남자가 공중에 떠있었다. 남자의 주변에는 주먹만 한 돌멩이들이 잔뜩 떠올라있었다.
“하앗-!”
남자가 미츠하시를 향해 손을 뻗자 수십 개가 동시에 날아갔다. 미츠하시는 발을 맞대고 있던 쿠라마의 발을 발판삼아 뒤로 멀리 물러났다.
쉬이이이이익-.
미츠하시를 향해 날아가던 돌멩이들은 궤도를 바꿔 쫓아갔다.
강우는 돌멩이를 띄워 날려보낸 남자의 기술을 보고 확신했다.
‘히로……. 그때 이후로 처음이네. 다시 예거로 활동하고 있는 건가…….“
미츠하시는 유도미사일처럼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돌멩이들을 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게 무슨……. 으랴! 으랴! 으랴! 으랴! 으랴! 으랴! 으랴! 으랴!”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턱, 후웅-, 쿵-!
미츠하시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돌멩이를 모조리 주먹으로 맞받아쳐 부쉈다. 마지막 돌멩이는 손으로 잡아 히로를 향해 던졌다. 히로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돌멩이의 궤도를 바꿔 땅에 처박히게 했다.
미츠하시가 크게 소리쳤다.
“이대일이라니! 비겁하다! 남자란 놈이…….”
파팡-!
쿠라마가 미츠하시에게로 튀어나가 왼쪽 잽과 오른쪽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미츠하시는 뒤로 물러나며 쿠라마의 공격을 막아냈다.
텅, 타탁, 팡, 파팡, 터텅!
쿠라마는 계속해서 미츠하시를 쫓아가며 공격했다.
“비겁……? 놈? 나는……!”
쿠라마의 왼손 잽이 미츠하시의 오른쪽 눈을 노렸다. 미츠하시는 오른손을 쳐올려 막아냈다. 쿠라마는 곧바로 오른쪽 무릎차기를 시도했지만, 미츠하시는 왼쪽 손바닥으로 막아냈다. 쿠라마는 양쪽 주먹으로 3연타를 빠르게 날렸지만, 미츠하시는 모두 팔을 들어 막았다. 쿠라마는 오른발을 앞으로 쭉 뻗어 전진하며 10c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오른쪽 주먹으로 복부를 노렸다. 미츠하시는 양쪽 손바닥으로 막아냈지만, 두 발이 공중에 뜰 정도의 충격이었다. 쿠라마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여자라고-!”
쿠라마는 그대로 미츠하시의 양손 위로 뒤차기를 꽂아 넣었다. 미츠하시의 두 발이 공중에 뜨며 뒤로 멀리 날아갔다.
콰콰콰쾅-!
미츠하시는 뒤에 있는 시위대들 위를 덮쳤다. 미츠하시는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뒤에 있던 시위대들을 확인했다. 모두 중상. 더 이상 전투는 불가능했다. 미츠하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용서 못한다-!”라고 소리쳤다.
쿠라마는 이미 자신에게 달려든 시위대들과 맞붙고 있었다. 미츠하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어나자마자 시위진압대가 달려들었다.
강우는 오카미의 보조를 하고 있었다. 오카미는 멀리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시위대를 진압했다. 강우는 오카미가 미처 막아내지 못한, 시위진압대가 잡아내지 못한 시위대들을 때려눕혔다.
지루할 정도였다. 강우가 하는 일이라곤 이따금씩 달려드는 시위대를 때려눕히는 것이 전부였다. 전부 삼성 중급 이상을 못 넘겼다. 나중에 강우는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았다. 엄지를 튕겨 쏘는 압축된 공기만으로도 쓰러트릴 수 있었으니까. 이에 오카미는 강우의 능력이 공기를 압축해 공격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실은 강우의 순수 힘으로 하는, 그저 풍압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얼핏 보면 전투는 비등해보였다. 하지만 미츠하시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시위진압대들을 상대하느라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쿠라마 역시 사위대와 붙느라 정신이 없어보였지만, 상황이 달랐다. 강우의 공기 압축, 히로의 염력으로 인한 돌멩이 세례, 오카미의 거인의 손까지. 원격에서 시위대를 빠른 속도로 숫자를 줄여나갔다.
어느새 시위대에서 전투가 가능한 인원은 500명 남짓, 시위진압대는 700명 이상이었다.
시위대 측에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몬스터보호협회 일본지부, 오사카, 과격단체의 수장, 전체 서열 4위, 사에지마, 그가 전신에서 푸른빛을 뿜어냈다.
“으아아아아아-!”
사에지마의 전신에서 뿜어지던 푸른빛이 굵게 하늘로 치솟았다. 사에지마가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최대의 공격.
보랏빛의 킹코브라.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몸 굵기의 지름만 2m 이상, 몸길이는 100m 이상 늘릴 수 있는 거대한 킹코브라가 형상화됐다. 꼬리 끝은 사에지마에게로 이어져있었고, 몸통은 완전히 형상화돼 보랏빛이 베이스일 뿐, 마치 몬스터를 소환한 것처럼 보였다.
사에지마가 만들어낸 킹코브라가 빠르게 주변을 휘저었다. 킹코브라의 몸통에 부딪친 사람들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
콰득!
킹코브라가 한 남자의 몸통을 물어뜯었다. 남자는 몸에서 피를 질질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 킹코브라가 남자를 팽개치고 다른 시위진압대를 노렸다.
퍼엉-!
한 여자가 양손에서 파란빛의 에너지파를 쏴 킹코브라의 안면에 적중시켰다. 하지만 킹코브라에겐 아무런 데미지도 없었다.
쉬익!
킹코브라가 날카로운 바람소리를 냈다. 킹코브라의 입에서 보랏빛의 점성이 강한 액체가 튀어나갔다. 보랏빛 액체는 파란빛의 에너지파를 쐈던 여자를 뒤덮었다.
“아아…! 아아아아악-!”
여자는 보라색 액체를 뒤집어쓴 채 양팔을 허공에 저으며 고통스러워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여자는 무릎을 꿇고, 앞으로 쓰러졌다.
시위대의 얼굴에는 미소가 드리웠고, 시위진압대는 경계하며 뒤로 물러섰다.
쉬익-! 콰쾅, 콰콰쾅-!
킹코브라가 몸으로 시위진압대를 휩쓸고 다녔다. 시위대는 이틈을 놓치지 않고, 더욱 거세게 밀어붙였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오카미가 킹코브라의 앞으로 높게 벽을 세웠다.
쿠우웅-!
킹코브라는 너무도 쉽게 오카미의 벽을 꿰뚫었다. 오카미는 팔을 접었다가 킹코브라를 향해 손을 강하게 뻗었다. 바닥에서 거인의 손이 솟아나 킹코브라의 몸통을 움켜쥐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
휘리리리리릭!
킹코브라는 거인의 팔뚝을 몸통으로 휘감았다.
쿠드드득-!
킹코브라가 몸으로 조였고, 거인의 팔뚝이 부서져 내렸다.
오카미는 두 눈을 번뜩 뜨며 소리쳤다.
“끝이 아니다!”
오카미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골렘.
오카미가 골렘을 만들어냈다. 남색 빛을 품은 골렘은 10m 가까이 되는 큰 키를 가지고 있었다. 골렘은 땅에서 솟아나자마자 킹코브라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쿠웅-!
킹코브라가 밀려나며 주변의 시위대도 함께 쓰러졌다. 킹코브라는 골렘의 몸을 휘감았고, 골렘은 우악스러운 손으로 킹코브라의 몸통을 후려치고, 뜯어내려 했다.
강우는 무표정하게 엄지를 튕겨 가까이 다가오는 시위대들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쉽게 정리가 되겠는데?’
시위대에서도, 시위진압대에서도 모두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했다. 각양각색의 에너지파가 오가고, 빛을 형상화한 것들이 맞붙었다.
퀴유우우웅-!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중앙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이 일어난 곳은 골렘과 킹코브라가 맞붙고 있던 지점이었다.
쿠라마와 미츠하시의 힘 대결이었다. 쿠라마의 오른쪽 주먹과 미츠하시의 오른쪽 주먹이 골렘과 킹코브라 사이에서 맞부딪쳤다. 그 충격으로 인한 폭발은 골렘과 킹코브라를 통째로 날려버릴 정도였다.
화륵, 화르르륵.
쿠라마의 등 뒤에는 커다란 불의 날개가 솟아있었다. 예전 쿠라마의 불타는 날개보다도 훨씬 커다랬다.
미츠하시의 전신에서 보라색 빛이 일렁거렸다. 미츠하시의 오른쪽 주먹은 커져있었다. 마치 야수의 혹은 악마의 손처럼 짙은 보라색 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강우는 미츠하시를 흥미롭다는 듯 쳐다봤다.
‘저건 내가 검은색 힘을 쓰는 방법과 약간 비슷한데?’
쿠라마와 미츠하시의 격돌로 모두 멈춰있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힘만으로도 여기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을 쓸어버릴 수 있었다.
퍼어엉-! 화르르르륵-!
쿠라마의 등 뒤쪽에서 불의 날개가 두 개 더 솟아났다. 이전보다 훨씬 큰 날개가 두 배로.
미츠하시도 이에 대비하듯 손을 쫙 폈다. 미츠하시의 오른팔 전체가 짙은 보라색 빛으로 둘러싸였다. 미츠하시의 오른팔은 자신의 다리보다도 굵고 커져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악마에게서 오른팔을 빌려온 것 같았다.
미츠하시와 쿠라마는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눈을 마주쳤다. 일촉즉발의 상황, 분위기를 깨는 사람이 있었다.
“너 때문에 내 킹코브라가 터져버렸잖아-!”
사에지마는 씩씩거리며 미츠하시는 노려봤다. 미츠하시는 눈썹을 찡그린 채 사에지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봐…. 네가 서열 3위로 올라오고 싶은 것 때문에 나를 싫어하는 것쯤은 알고 있어.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지 않겠어?”
“시끄러워-! 네놈은 사사건건 방해만 돼! 지금도…….”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이전에 많은 의견들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인터넷 문제도 신경 써주시고... 친절하신 독자님들... ㅠㅠ 감동입니다.
인터넷은 모뎀이 원인이었네요.
새로 교체한 모뎀은 랜선을 꽂을 수 있는 네 군데나 돼서 공유기 연결도 편리하고, 아주 좋네요. 만족스럽습니다.
인터넷 선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니... 아마도 직접일 것 같습니다.
덕분에 창문이 닫히지 않아 항상 춥네요. 열심히 이것저것 붙여서 가려보긴 했는데...
얼마 전에 텐트 구입했습니다. 집이 비좁아서 애로사항이 있긴 하지만, 전기장판 저온만 켜놓고 자도 따뜻하고 좋네요.
방한텐트 추천합니다. ㅎㅎㅎ
그리고 한 독자님께서 저의 예거와 마스터피스가 아닌 다른 글에 관한 문의를 주셨는데요.
저의 다른 글 하나는 제 블로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연재하던 글들도 몇 개 있었는데요.
아마 요정전설(or 레전드 오브 페어리)이란 제목으로 잠시 연재했던 글인데, 초반 호흡이 굉장히 느린 편인지라, 많은 독자님들에게 흥미를 드리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소재 자체는 나쁘지 않았기에 언젠간 리메이크를 거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은 현재 연재하는 글들을 끝내야겠죠.
설문 결과에 따른 글 역시 준비를 하고 싶은데, 지금 당장은 시간이 여의치 않네요.
예거를 연재한 이후로 후기가 가장 길었던 것 같습니다.
요약드리겠습니다.
언제나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