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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136화 (136/195)

136화

퍼억-!

사에지마의 안면에 주먹만 한 돌멩이가 날아와 꽂혔다. 돌멩이는 사에지마의 치아와 코뼈를 다 부숴버렸다. 사에지마는 그대로 쓰러져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미츠하시의 시선이 히로에게로 옮겨졌다. 미츠하시는 눈썹을 잔뜩 찡그리며 소리쳤다.

“이런 비겁한 놈-!”

미츠하시는 곧장 히로에게로 달려들었다.

후웅-.

쿠라마가 미츠하시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미츠하시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뒤로 빼며 쿠라마의 주먹을 피해냈다.

쾅-!

미츠하시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바닥에 발을 굴렀다. 미츠하시가 발을 구른 자리는 완전히 부서져있었다. 미츠하시는 크게 소리쳤다.

“이 비겁한 놈들아-! 이게 너희들의 방식이냐?”

히로가 양손을 양옆으로 들어올렸다. 수백 개의 돌멩이들이 공중에 떠올랐다. 히로의 전신에도, 돌멩이에도 보라색 빛이 둘러졌다.

강우는 팔짱을 낀 채 방관하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좋은 구경하겠구만….”

강우의 옆에 있던 오카미 역시 히로가 준비시간이 길었던 만큼, 강력한 공격을 퍼부을 것이라, 시위대를 쓸어버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절호의 기회였다. 쿠라마와 미츠하시의 격돌 덕분에 시위대와 시위진압대의 거리가 벌어져있었고, 이 사태는 시위대가 먼저 벌인 일, 명분은 충분했다.

후우우우우우우우웅-!

수백 개의 돌멩이들이 시위대를 향해 날아들었다.

치이잉-!

돌멩이들 앞으로, 붉은색의 커다란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퀴유우우우우우웅, 퍼어어어엉-!

붉은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타원형으로 기다랗게 생겨난 붉은빛은 히로가 날려 보낸 돌멩이들을 모두 가루로 만들었다. 붉은빛의 폭발은 타원형으로 발생한 뒤, 점점 납작해져 기다란 빛의 선이 됐고, 금세 가로로도 줄어들며 사라졌다.

강우는 "이건 또 의외네……."라고 중얼거렸다. 강우는 여전히 여유가 가득했다.

붉은빛의 폭발이 사라진 자리에는 몬스터보호협회 일본지부 서열 2위, 다케우치가 서있었다. 3m 가까이 되는 키에 어깨 넓이도 1m를 훌쩍 넘고 있었다. 다만, 그 커다란 덩치는 본인의 몸이 아닌, 증폭형 나노슈트 중갑형 덕분이었다.

미츠하시는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형님……!”

오카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저놈이…. 서열 2위인 다케우치입니다. 증폭형 나노슈트를 입지 않은 모습은 아무도 본 적이 없습니다.”

다케우치의 나노슈트는 기본적으로 붉은색 바탕에 주황색과 노란색이 섞여있었다. 양팔과 양다리는 웬만한 사람의 몸통보다도 굵었다. 성인남자 두 명이 팔로 감싸도 다 둘러지지 않을 정도로 굵은 몸통은 탱크의 일부분을 옮겨놓은 듯 튼튼해보였다. 전체적인 겉모습만큼이나 얼굴을 감싼 헬멧 역시 로봇의 것처럼 보였는데, 얼굴 전체는 검은색 마스크로 가려져있었고, 두 눈은 노란색으로 빛났으며, 머리에는 붉은색 투구를 쓴 것처럼 보였다.

쿠라마는 눈앞에 있는, 불과 10m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다케우치를 향해 주먹을 꽉 쥐며 소리쳤다.

“이야아아-!”

화르륵!

쿠라마의 등 뒤로 뻗은 날개 중 하나가 오른팔로 옮겨가 휘감겼다.

화룡의 권.

쿠라마의 팔을 휘감은 화염이 용의 모습처럼 변했다.

쿠쿵!

화염이 더욱 굵어지는 순간, 쿠라마가 다케우치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사에지마가 만들어냈던 킹코브라보다도 커다란 화룡이 다케우치를 향해 날아갔다.

다케우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받아내야 했다. 다케우치가 피한다면, 뒤에 있는 시위대들이 화룡에 집어삼켜질 게 분명했다.

터텅!

다케우치의 앞으로 미츠하시가 튀어나왔다. 미츠하시는 악마의 오른손으로 화룡을 향해 뻗었다.

도깨비.

짙은 보라색 피부를 가진 커다란 도깨비가 미츠하시의 앞에 나타났다. 도깨비는 화룡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퍼어어어어엉-!

또다시 큰 폭발이 일어났다. 붉은빛과 보랏빛이 뒤섞인 폭발이 사라진 뒤, 주변에는 작은 불씨 몇 개만이 남아있었다.

미츠하시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이런 비겁한……! 아까부터 그런 식으로……!”

쿠라마가 눈썹을 잔뜩 찡그리며 말했다.

“뭐? 대체 빈틈을 노리는 게 왜 비겁하다는 거야?”

“맞아, 모두 전략이지.”

히로의 목소리였다. 히로는 양손을 위로 든 채 공중에 떠있었다. 히로는 미츠하시와 다케우치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받아라!”

쿠우우우우우우.

인근의 비어있던 2층짜리 건물이었다. 히로는 염력으로 건물을 통째로 들어 올려 던졌다. 히로의 능력이 감싸진 건물은 당연히, 더 무겁고, 맞부딪치는 자체로 큰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다케우치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무르군.”

미츠하시와 쿠라마는 다케우치의 미소가 이해가지 않는 듯 쳐다봤다. 그때 날아가던 건물이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커다란 그림자가 시위진압대의 위로 드리웠다. 사람들은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모두의 시선은 히로에게로 향했다. 히로의 오른손은 자신의 가슴팍에 대고 있었다. 히로의 가슴 위로는 노란빛의 화살이 튀어나와있었다. 등 뒤에서부터 꿰뚫은 노란빛의 화살.

퍼퍼퍼퍽!

노란빛의 화살이 날아와 히로의 몸을 꿰뚫었다. 화살들은 히로의 어깨, 가슴, 복부, 허벅지를 뒤에서부터 꿰뚫어 앞으로 튀어나왔다.

히로는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노란빛의 화살이 히로의 이마에 적중했다.

파캉-!

노란빛의 화살은 헬멧을 꿰뚫지 못했지만, 박살냈다.

히로는 고개가 완전히 뒤로 젖혀지며 바닥으로 떨어졌고, 노란빛의 화살이 사라졌다. 헬멧이 부서진 히로의 이마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리고 히로의 왼쪽 눈은 초점이 없었다. 히로가 잠시 고통 때문에 눈을 질끈 감아도, 오른쪽 눈만 감길 뿐, 왼쪽 눈은 그대로 허공을 쳐다봤다.

실명된 것이었다. 눈뿐만이 아니었다.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이 미묘하게 달랐다. 대부분의 사람은 얼굴이 비대칭이었지만, 히로는 그보다 좀 더 이질감이 들었다.

이전 후지산 속에서 게미누스와 전투를 벌일 때, 그때 입었던 부상이었다. 당시 히로는 사경을 헤맬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왼쪽 얼굴뼈가 으스러지고, 왼쪽 눈이 실명했던 것이다. 히로는 왼쪽 눈을 잃었지만, 가까스로 재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자란 힘, 방어력을 위해 증폭형 나노슈트 경갑형을 입은 것이었다. 그마저도 깨져버렸지만.

바닥에 쓰러져있는 히로는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었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수많은 사람들이 뛰어오는 속도였다. 뒤에서, 시위진압대의 뒤에서 또 다른 시위대들이 뛰어오고 있었다. 그 숫자는 대략 2,000여명.

그리고 히로에게 화살을 쏜 사람은 몬스터보호협회 일본지부 서열 1위, 아오이였다. 아오이가 시위대를 이끌고 도쿄에서 온 것이다.

아오이는 기다란 머리를 하나로 모아 뒤로 묶고 있었고, 일자로 자른 앞머리가 이마를 가렸다. 복장은 궁도복을 입고 있었는데, 이 역시 증폭형 나노슈트 의복형이었다. 생김새는 아직 앳됨이 남아있는, 여고생이라 착각할 정도로 동안에 작은 체구, 그리고 순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강우를 포함한 시위진압대는 순식간에 둘러싸였다.

쿠라마는 미츠하시는 노려보며,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은 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누가 비겁하다고……?”

미츠하시는 당황한 듯 말했다.

“아냐. 이건…….”

미츠하시도 이 상황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미츠하시는 다케우치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형님! 말씀 좀…….”

다케우치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건 애들 싸움이 아니다…. 이겨야 되는, 투쟁이다.”

“하지만…….”

오카미가 쿠라마에게 소리쳤다.

“쿠라마 씨! 우선 이쪽으로 오세요-!”

화르르르르르륵, 퓻.

쿠라마는 뒤로 멀리 뛰어 오카미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바닥에 착지할 땐 잠시 불의 날개를 접었다.

강우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말했다.

“이거…. 위기인가?”

시위진압대는 둘러싸인 채 서로의 등을 맞대고 사방을 경계했다. 독안에 든 쥐, 지금 상황을 위해 있는 말이었다.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보였다. 전력 차이는 너무나 심했다. 기본적인 숫자에서도 밀렸지만, 시위진압대는 주요전력인 히로도 잃은 상황이었다. 반면에 시위대 쪽은 몬스터보호협회 일본지부의 서열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모여 있었다.

절망적인 상황.

오카미가 목소리를 낮춘 채 입을 열었다.

“제가…. 우리 쪽 전원의 주위로 높게 벽을 세울 겁니다. 동시에 땅을 파고들어갈 거고요. 제 온힘을 쏟아 부을 겁니다. 그러면 곧바로 지하를 통해 도망치는 겁니다. 사상자는 분명히 있을 테지만……. 전부 죽는 것보다는 낫겠죠. 주위에도 이 사실을 알려주세요.”

오카미가 말을 마치자마자 사람들은 의견을 전달했다. 쿠라마는 분한 듯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제길……. 이런 식으로…….”

“커헉! 크…….”

히로가 피를 토해냈다. 히로가 숨을 쉴 때마다 삐이이, 바람 새는 소리가 났다. 폐에 피가 차오른 것이다. 몇몇 사람들이 히로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

강우는 히로를 보며 생각했다.

‘살긴 글렀군.’

강우는 미츠하시와 다케우치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 녀석들을 상대로 도망쳐야 되나?’

미츠하시는 다케우치와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형님! 이런 얘기는 없었잖습니까!”

다케우치는 위협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끄럽다. 그만하라고 했다.”

“하지만…. 하지만 이건 너무 비겁하지 않습니까!”

“비겁? 이건 전략이란 거다.”

콰앙-!

미츠하시가 발을 땅에 굴렀다.

“그냥 맞붙어도 이길 수 있단 말입니다!”

“그렇겠지.”

“그런데 왜! 왜 이런 식으로…….”

다케우치가 미츠하시 쪽으로 완전히 몸을 돌렸다.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 최대한 줄여야 되는 거 아니겠느냐…. 너는 강하니까, 괜찮겠지. 다른 우리 동료들은? 그들이 피를 흘리는 건 괜찮단 말이냐? 벌써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너는 아무렇지도 않단 말이냐?”

미츠하시는 양 주먹을 꽉 쥔 채 시선을 회피했다.

“그, 그건…….”

“알아들었으면 됐다.”

다케우치는 시위진압대 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 어쩔 테냐? 너희들은 완전히 포위됐다. 얌전히 포로가 될 것이냐…. 아니면, 끝까지 발악하다 죽을 것이냐….”

강우가 소리쳤다.

“우린 포로가 되기도 싫고, 죽기도 싫다-!”

다케우치가 강우를 노려봤다.

다케우치의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었다. 뭐가 무서운지 모자에 마스크에 선글라스에, 웃기지도 않은 꼴로 모습을 감춘 남자의 도발.

듣도 보도 못한 남자의 도발에 열이 받기보다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다케우치가 나지막이 말했다.

“쓸데없는 말장난은 집어치워라. 이건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결정할 시간, 30초…. 주겠다.”

시위진압대는 오카미를 에워싸고 있었다. 오카미가 최대한의 힘을 내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시위대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오카미가 모든 준비를 끝냈을 때, 사람들이 에워싼 틈에서 아주 작은 빛이,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새어나갔다.

그것을 본 사람이 두 명 있었다.

하나는 미츠하시였다. 미츠하시는 빛을 보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상황이 마음에 안 들었다. 미츠하시는 올곧은 청년이었다. 조금은 바보 같을 정도로, 직선적인 남자였다.

‘이건…. 비겁하다.’

미츠하시는 오카미의 빛을 보고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빠른 호흡으로 재밌는 소설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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