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강우의 무릎차기를 맞은 다케우치의 가슴팍 부분이 크게 찌그러져있었다. 다케우치는 찌그러진 가슴팍 부분에 손을 얹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케우치가 날아갈 때 부딪치거나 깔린 시위대 중 절반 이상은 더 이상 전투가 불가했다.
‘이놈…. 강하다.’
다케우치가 크게 소리쳤다.
“집행자는 내가 처리한다! 너희들은 배신자 미츠하시를 잡아둬…….”
다케우치가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터텅!
강우가 다케우치에게로 날아들었다. 강우의 오른발이 다케우치의 안면을 노렸다. 다케우치는 황급히 양손을 들어 방어했다.
투쾅-!
다케우치의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다케우치는 양손을 얼굴 앞에서 치우며 소리쳤다.
“이 비겁한……!”
강우는 이미 또다시 다케우치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강우가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며 말했다.
“수천 명이나 끌고 온 새끼가 할 말이냐?”
콰앙-!
강우의 오른쪽 주먹이 다케우치의 안면에 꽂혔다. 다케우치는 머리에 모든 무게중심이 쏠린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
강우보다 몇 배나 더 큰 몸집이 멀리 날아가 몇 바퀴나 데굴데굴 구르고 나서야 멈췄다. 시위대들의 시선은 다케우치에게로 집중돼있었다. 시위대의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다케우치가 집행자에게 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미츠하시가 시위대를 향해 걸어가며 나지막이 말했다.
“너희들은 내가 놀아주마…. 옛정을 봐서 죽이진 않을 테니…….”
미츠하시가 두 눈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모두 한꺼번에 덤벼봐라-!”
시위대는 섣불리 미츠하시에게 달려들지 못했다.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미츠하시 하나에게 압도된 것이다.
시위대 중 한 남자가 소리쳤다.
“우리는 2,000명이 넘어! 겨우 한 명한테 쫄 거 없다!”
시위대가 미츠하시를 향해 달려들었다. 미츠하시는 오른쪽 주먹을 꽉 쥐며 맞받아칠 준비를 했다.
다케우치가 강우에게 날아들었다. 다케우치의 나노슈트는 중갑형 중에서도 큰 편이었지만, 많은 기능을 포함한 모델은 아니었다. 대신 본래 파워형 타입이 아닌 다케우치의 완력과 내구력을 훨씬 높여주는 기능을 하고 있었다.
터엉-!
다케우치가 오른쪽 주먹을 휘둘렀지만, 강우는 왼팔을 들어 막아냈다. 강우의 양발은 바닥에 푹 박혀있었다. 강우는 씩 웃었다.
‘이것 봐라?’
다케우치가 왼쪽 주먹을 아래서부터 크게 휘둘렀다.
후웅-.
강우는 고개를 뒤로 젖혀 피한 다음 다케우치의 복부를 걷어찼다.
터어엉-! 치이이이이이이이익.
다케우치의 몸이 뒤로 멀리 밀려났다.
“이 자식…….”
다케우치가 고개를 들었을 때, 강우가 시야에서 사라져있었다.
‘뭐지? 어디 간 거지?’
터텅!
강우가 다케우치의 양 어깨에 착지했다. 다케우치는 고개를 위로들며 손을 뻗었다.
“이 놈이…….”
터엉-!
강우의 오른쪽 주먹이 다케우치의 안면에 꽂혔다. 다케우치의 몸 균형이 무너지며 왼쪽 무릎이 땅에 닿았다. 다케우치는 강우의 발목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강우는 이미 바닥으로 내려와 거리를 벌렸다.
다케우치는 약이 오른 듯 강우를 향해 양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죽여주마!”
퀴유우우우우웅, 퍼어어어어어어어엉-!
붉은빛의 에너지파가 강우를 향해 날아갔다. 그 크기는 지름만 10m 이상으로 삼성급 몬스터라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말 그대로 지워버릴 수 있을 위력이었다.
강우는 오른쪽 주먹을 뒤로 크게 당겼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풍압이었다.
강우가 내지른 주먹의 풍압이 다케우치가 쏜 붉은빛의 에너지파의 중앙을 뚫었다. 풍압은 다케우치에게까지 닿아 몸통을 감싸고 있는 나노슈트 전면을 완전히 찌그러트리며 뒤로 날려버렸다. 중앙이 뚫린 붉은빛의 에너지파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다케우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우는 다케우치에게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튼튼하네. 죽었을까 싶었는데.’
다케우치는 분을 못 이겨 “으아아아아아-!”하고 소리를 질렀다.
탁, 탁, 탁, 탁탁탁탁탁탁 터텅!
쿵, 쿵, 쿵, 쿵, 쿵쿵쿵쿵쿵 쿠쿵!
강우와 다케우치가 서로를 향해 뛰어갔다.
콰아아아아아-!
다케우치가 오른손으로 붉은빛의 에너지파를 강우를 향해 뿜어냈다. 강우는 물살을 가르듯 붉은빛의 에너지파를 그대로 뚫으며 돌진했다.
턱, 강우가 에너지파를 뿜어내던 다케우치의 오른손을 맞잡았다. 콰드득, 다케우치의 손이 으스러졌다. 다케우치의 손가락 하나하나가 불에 구워진 마른오징어처럼 제멋대로 뒤틀렸다.
강우는 으스러진 다케우치의 손을 잡은 채 확 잡아당겼다. 쿠드득, 부러진 손가락들이 펴졌고, 더욱 어긋났다.
다케우치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다. 다케우치는 왼쪽 주먹을 강우의 안면을 향해 휘둘렀다. 강우는 고개를 숙여 주먹을 피해내고, 다케우치의 오른팔을 뒤로 꺾었다.
콰지직, 강우가 다케우치의 팔을 완전히 꺾어 부숴버렸다. 강우는 다케우치의 팔을 양팔로 감싼 채, 등을 오른발로 걷어찼다.
콰앙, 쿠드드득.
다케우치의 오른팔이 부서지며 뽑혀버렸다. 그때까지도 다케우치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다. 강우는 손에 들린 다케우치의 오른팔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다케우치의 오른팔은 슈트가 입혀진 팔이 아니라, 완전히 기계로 이뤄져있었다. 강우는 손에 들고 있는 팔을 멀리 던져버렸다.
조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다케우치의 슈트는 너무나 커다랬다. 그 크기에 꽉 차는 사람이 존재할 수 없었다.
다케우치의 오른팔이 뽑힌 부분에선 굵은 와이어와 코팅이 된 케이블다발이 튀어나와있었다. 다케우치는 왼손을 강우에게로 뻗었다.
퀴유우웅, 하고 여태까지 쏜 에너지파보다 현저히 가느다란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강우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틀어 붉은빛을 피해냈다.
붉은빛의 끝은 마치 검처럼 뾰족하고 예리했다. 다케우치는 붉은빛을 압축시켜 꿰뚫을 목적으로 쏜 것이었다. 하지만 그마저 빗나가버렸다.
강우는 곧바로 다케우치에게 다가섰다. 강우는 높이 치켜든 오른손 손날로 다케우치의 왼쪽 어깨를 내리쳤다. 콰지지직, 하고 기계가 부서지는 소리와 동시에 다케우치의 왼팔도 떨어져 나갔다.
강우는 곧바로 다케우치의 오른쪽 무릎을 발바닥으로 걷어찼다. 쿠직, 하고 다케우치의 무릎이 반대로 꺾이며 몸이 기울어졌다.
강우는 그대로 오른발을 뒤로 들었다. 강우는 축구공을 차듯, 다케우치의 왼쪽 다리 안쪽을 힘껏 걷어찼다. 콰앙, 하고 다케우치의 다리가 옆으로 확 찢어졌다.
다케우치의 사지는 전부 분리되고, 몸통과 머리만이 남아 바닥에 오뚝이처럼 남아있었다. 강우의 오른쪽 주먹이 다케우치의 안면으로 향했다.
콰아앙-!
강우는 다케우치의 안면을 밀어 쳤다. 다케우치의 뒤통수가 바닥에 닿았다. 강우의 주먹은 다케우치의 안면을 꿰뚫고, 바닥에 닿았다.
강우는 주먹을 뽑아내며 다케우치를 내려다봤다. 다케우치의 머리 또한 그저 기계일 뿐이었다. 다케우치는 몸통만 남아있었다. 강우는 양손을 다케우치의 몸통에 가져갔다. 강우는 다케우치의 몸통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끼긱, 끼기긱, 하고 이음새가 벌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강우가 나노슈트 앞판을 뜯어내 던져버렸다. 터엉-! 텅, 터텅, 하고 나노슈트 앞판이 바닥을 굴렀다. 나노슈트 안쪽에는 마르고 왜소한 체격의 한 남자가 강우를 향해 양손을 뻗고 있었다.
퍼엉!
여태까지 다케우치가 날린 공격들이 수류탄이었다면, 지금의 공격은 불꽃놀이 정도, 아니 그 이하였다. 강우는 피식 웃으며 다케우치의 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다케우치는 양손으로 강우의 손목을 붙잡은 채 버둥거렸다.
다케우치는 결코 약한 능력자는 아니었다. 나노슈트를 입었을 땐 사성 중급, 맨몸이더라도 몬스터가드로서 본래 등급은 이성 상급에서 최상위는 됐다. 단지 그에 비해 강우가 너무 강했을 뿐이었다.
강우는 다케우치의 목을 잡은 채 딱지를 치듯 바닥에 집어던졌다.
콰아아앙-!
“커허어억-!”
굉음과 함께 다케우치의 몸이 바닥을 1m 이상 부수며 처박혔다. 다케우치는 눈이 뒤집힌 채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으아아아악!”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강우는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수많은 시위대들이 미츠하시를 둘러싸고 있었다. 인원이 너무 많았기에 미츠하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미츠하시는 제법 고전하고 있었다. 미츠하시를 둘러싼 이들은 대부분 이성 상급 이하였지만, 삼성 상급에 다다르는 능력자들도 200명 가까이 됐다.
게다가 미츠하시가 현재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 살인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미츠하시가 불살(不殺)주의인 것은 아니었다.
미츠하시는 “제길…….”이라고 중얼거리며 시위대들에게 둘러싸인 채 전투를 벌였다. 시위대 남자들 중 하나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넌 여기서 끝이야. 배신하고 무사할 줄 알았…….”
남자가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강우의 오른쪽 스트레이트, 그로 인한 풍압이었다. 그 풍압은 가장 바깥쪽에 있는 시위대부터 미츠하시의 앞에서 이죽거리던 남자에게까지 닿았다.
마치 성경의, 모세의 기적마냥, 바닷물을 가른 것마냥, 시위대를 갈랐다. 시위대들의 시선이 강우에게로 쏠렸다.
시위대는 워낙 많은 숫자인지라, 다케우치가 강우에게 처참히 패배한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개중에 그 광경을 본 시위대들은 이미 도망간 상태였다.
시위대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강우를 쳐다봤다.
강우는 시위대들 사이로 유유히 걸음을 옮겨 미츠하시에게로 다가갔다. 미츠하시는 거친 숨을 헐떡거리며 강우를 쳐다봤다.
강우는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고작 이 정도냐?”
“아니다. 나는 더 강하다.”
“그치? 그럴 것 같았어. 그런데 왜 이러고 있는 거야?”
강우는 시위대들을 둘러봤다. 시위대 중 크게 부상을 입은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특히 여자들은 전투를 벌인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하나 같이 상태가 깨끗했다.
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 뭐한 거냐?”
“무엇을 말이냐?”
“봐주느라 그런 거야? 죽이면 금방 끝났겟구만…….”
미츠하시는 두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죽이지 않는다.”
“왜?”
“내가 목숨을 빼앗지 않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강우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뭐?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그 말 한마디 했다고, 목숨 걸고 이러고 있는 거야?”
“그렇다. 난 내가 한 말은 반드시 지킨다. 그리고! 여자는 때리지 않는다.”
강우는 팔짱을 낀 채 물었다.
“왜 너네 편이랑 싸우고 있는 거지?”
“알고 있지 않은가? 비겁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내 편이 아니다.”
미츠하시가 바닥에 발을 굴렀고, 쾅, 하며 바닥이 부서졌다. 미츠하시는 두 눈을 번뜩이며, 보랏빛을 머금은 악마의 오른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텅, 하는 소리가 울릴 정도로 세게 후려치며 말했다.
“남자는! 정정당당해야 한다!”
강우는 입가에는 미소를 잔뜩 머금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참……. 세상은 넓고, 별난 놈들도 많구나.”
미츠하시는 눈썹을 잔뜩 찡그리며 말했다.
“그래서 불만이냐?”
“아니, 싫진 않다.”
미츠하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방금은 고마웠다.”
미츠하시의 시선은 쓰러진 수십 명의 시위대들에게 향해있었다. 사람들은 부상은 입었지만,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미츠하시는 다른 시위대들을 노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렇다면 싸움을 계속 해야겠지.”
강우는 여유롭게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시위대들의 두 눈에는 공포가 서려있었다. 시위대는 자신들이 한꺼번에 덤벼도 강우와 미츠하시, 두 사람에게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강우는 한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저쪽 싸움만 끝나면 되겠어.”
강우가 시선을 옮긴 곳에는 쿠라마와 아오이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조금 늦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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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