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41화 (141/195)

141화

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다. 강우가 아니꼬운 표정으로 미츠하시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미츠하시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강우는 미츠하시의 특공복을 보며 말했다.

“그건 꼭 입고 다녀야 되나? 나노슈트지? 아무래도 힘 때문에 입어야겠지?”

미츠하시는 자신의 특공복을 보며 말했다.

“아, 이거요…….”

미츠하시는 곧바로 특공복을 벗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이제 안 입을 생각이었습니다.”

쿠라마가 말했다.

“나노슈트를 벗으면 넌 아무 쓸모도 없잖아. 힘이 훨씬 약해질 텐데.”

강우가 말했다.

“그래도 이건 너무 촌스럽잖아.”

쿠라마가 눈썹을 찡그린 채 강우를 훑어보며 말했다.

“네 모습도 그리 멋있진 않거든? 나노슈트 트레이닝복에 이상한 가면은 뒤집어써가지고…….”

강우는 쿠라마의 말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미츠하시를 쳐다봤다. 미츠하시는 특공복을 벗어서 그대로 바닥에 버렸다. 안쪽에는 제법 사이즈가 넉넉한 티셔츠에 진한 청바지, 발목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고 있었다.

강우가 물었다.

“괜찮겠어?”

“네, 그럼요. 형님이 말 안 했어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쿠라마가 말했다.

“그럼 이 녀석이랑 함께 할 이유가 없잖아. 도움은커녕, 짐만 될 거라고.”

강우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

강우는 미츠하시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네 앞가림 정도는 알아서 하겠지?”

“물론입니다.”

“그런데 저 옷은 왜 원래 벗으려고 한 거야? 나노슈트잖아.”

미츠하시는 바닥에 버린 특공복을 한 번 쳐다본 뒤 대답했다.

“이것도 다케우치…. 그 녀석이 줬던 거니까요.”

강우는 팡, 소리가 울리도록 미츠하시의 등을 한 대 치며 말했다.

“뭐, 너무 씁쓸해할 것은 없어.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는 거니까. 그리고 그 옷은 인간적으로 너무 촌스러웠으니까. 난 네가 한 5,60년대 일본 폭주족이었으니까.”

미츠하시가 마침 떠올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아, 맞다. 형님은 한국 사람이죠? 저도 한국계입니다. 저희 할아버지가 재일동포였거든요.”

“그래?”

“네, 그래서 한국음식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갑자기 배가 고파지네요.”

쿠라마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계속 그렇게 수다만 떨 거야? 빨리 움직이자.”

미츠하시가 말했다.

“아, 그런데 지금 저희 어디로 가는 겁니까?”

강우가 잠시 허공에 시선을 둔 채 생각하다가 한소영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뭐, 일단……. 중국으로 갈 방법을 생각해야지. 난 주거래 블랙마켓업자한테 연락해서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려 했지.”

“아, 그렇군요. 그럼 얼른 가시죠.”

강우가 블랙마켓용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쿠라마가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꼭 한국에 들러야 되는 이유라도 있어?”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중국에 가려면…….”

쿠라마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럼 이쪽으로 가자.”

“어디로 가는데?”

쿠라마는 걸음을 옮기며 고개만 살짝 틀었다.

“일단 와봐.”

강우 일행은 쿠라마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다.

쿠라마가 향한 곳은 도쿄 공항이었다.

강우가 말했다.

“전세기가 아니면 안 돼.”

강우는 핫도그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녀석도 타야 되니까.”

쿠라마는 강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두 눈은 약간 졸린 듯 게슴츠레, 입가에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미소가 머금어져있었다. 쿠라마의 눈빛은 ‘대체 날 뭘로 보고…….’란 의미가 담겨있는 듯했다.

쿠라마가 말했다.

“내가 그 정도도 생각 안 했을 거 같아?”

쿠라마는 다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쿠라마는 걸음을 옮기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강우와 미츠하시, 핫도그는 쿠라마의 뒤를 따라갔다.

쿠라마가 한 항공기 앞에 멈춰 섰다.

“타자.”

강우가 물었다.

“이런 건 언제 준비해놨어?”

“준비는 무슨, 내 거야.”

“네 거라고?”

쿠라마는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이 말했다.

“이래 봬도 무투 클랜 일본지부를 책임지던, 클랜장이었다고. 이 정도는 당연하지.”

쿠라마의 전용기는 110개의 좌석을 가진 것과 같은 크기였다. 다만, 편의성을 위해 안쪽은 좀 더 편한 비행을 위해 좌석을 넓게 배치했다. 때문에 총 좌석 수는 40개였고, 침실도 따로 구비, 화장실, 욕실까지 있었다. 또한 취사는 불가능하지만, 전자레인지와 뜨거운 물, 냉장고가 구비된 주방도 있었다. 이 공간들을 모두 빼더라도 충분히 넉넉하고 넓은 공간이 있었다.

쿠라마가 웃으며 말했다.

“나보다 전에 이 비행기를 이용하던 사람이 무슨 락스타였더라고. 남는 공간에서는 파티를 벌이기도 하고, 침실에서 여자랑 뒹굴고 그랬나봐.”

미츠하시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누님! 다시 봤습니다! 전용기가 있으시다니! 굉장하십니다! 존경합니다!”

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 원래 따르는 사람 자주 바뀌지?”

“아, 아닙니다.”

“확실해?”

미츠하시가 눈썹을 찡그리며 툴툴거렸다.

“아, 진짜라니까요?”

강우가 입술을 실룩거렸다.

“이 새끼 막 나가네 이거.”

쿠라마가 팔짱을 낀 채,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너희들……. 싸우려면 나가서 싸워. 여기서 싸우면 둘 다 죽여버린다.”

미츠하시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제가 형님이랑 싸우다니요. 말도 안 되죠. 그럴 일 절대로 없습니다.”

쿠라마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난 너희가 싸우든 말든 상관 안 해. 그런데 내 전용기에 조금이라도 흠이 가면…. 새로 사낼 생각하고 싸워.”

경고이지만, 벌써 제법 친해진 것처럼, 장난기 섞인 분위기 속에서 비행기가 이륙했다. 강우 일행이 탄 비행기는 중국으로 향했다.

강우 일행은 잠시 눈을 붙였다.

한 마리만 빼고.

핫도그는 바닥에 뒹굴거리며 지루해 했다. 핫도그가 뒹굴거리며 내는 소리에 쿠라마가 미간을 찌푸리며 잠에서 깼다. 핫도그는 완전히 등을 바닥에 대고 눕기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철푸덕, 하고 소리가 울리게 몸을 비틀기도 했다.

헬하운드는 누군가에게, 지금 이 순간에도 위험한 몬스터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착하진 않듯이, 나쁘진 않듯이, 성향이 같지 않듯이, 핫도그 역시 그랬다.

특대사이즈의 개목걸이까지 찬 채로, 바닥을 뒹굴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개와 같았다. 덩치만 컸지, 하는 짓은 강아지 같았다.

쿠라마는 순간 인상을 확 찡그렸다.

‘그래도 몬스터는 몬스터…….’

옆으로 누워있던 핫도그와 쿠라마의 두 눈이 마주쳤다. 핫도그는 옆으로 누운 채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 모습에 쿠라마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었다. 이내 쿠라마는 다시 정색하며 핫도그와 눈을 마주쳤다.

쿠라마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시끄러워서 잠도 못 자겠네…….”

쿠라마는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방에는 조난을 당해도 몇 달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음식들이 저장돼있었다. 쿠라마는 무심한 것처럼, 투덜대듯, 귀찮다는 듯, 다소 신경질적으로 무언가를 챙겼다.

쿠라마는 핫도그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핫도그는 여전히 옆으로 누워있었다. 쿠라마가 다시 시야에 들어오자 꼬리를 살랑거렸다.

쿠라마가 핫도그의 앞으로 다가섰다. 핫도그는 순간적으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깜짝 놀란 쿠라마는 순간적으로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리고 소리까지 지를 뻔했다.

핫도그는 앉은 자세에서 꼬리를 거세게 흔들며 쿠라마를 바라봤다. 핫도그는 입을 살짝 벌린 채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며, 마치 웃고 있는 듯 입꼬리가 길게 올라가있었다.

쿠라마가 핫도그에게 내민 것은 굵은 뼈가 붙어있는 고깃덩어리였다. 핫도그는 코를 벌름거리며 쿠라마와 고기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쿠라마는 핫도그에게 말을 거는 것이 어색한 듯 다소 뻘쭘하게 말했다.

“머, 먹어. 임마.”

그제야 핫도그는 조심스럽게, 천천히 주둥이를 쿠라마의 손에 들린 고기로 가져갔다. 핫도그는 자신의 입이 쿠라마에게 닿지 않도록, 고기를 살며시 물어서 가져갔다.

핫도그는 고기를 자신의 앞에 내려놓고, 고맙다는 듯 쿠라마를 보며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쿠라마는 몸을 천천히 돌리며 말했다.

“나 쳐다보지 말고, 먹으라고…….”

핫도그는 쩝쩝거리며 고기를 맛있게 먹어댔다. 쿠라마는 다시 좌석으로 돌아가면서도 몇 번이나 핫도그를 뒤돌아봤다. 몬스터라면 질색이지만, 동물은 좋아하는 쿠라마였다.

핫도그는 아주 똑똑하고 커다란 개와 같은 모습을 한, 그것도 세상에서 하나뿐인, 멋있는, 그런 몬스터라고 하기 어려운 몬스터였다.

쿠라마는 고기를 신나게 뜯어먹는 핫도그를 보며 중얼거렸다.

“날고기인데……. 괜찮나? 다음엔 구운 걸로 줘야겠다……. 귀찮게……. 참, 손 많이 가는 몬……. 짐승이네.”

쿠라마는 다시 자기 자리에 앉았다. 쿠라마는 자리에 앉아서도 몇 번이나 핫도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핫도그는 쿠라마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꼬리를 흔들었다. 쿠라마는 핫도그의 눈을 피해 다시 고개를 돌리고, 잠을 청했다.

좌석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강우의 입가에는 커다란 미소가 드리워있었다.

비행기는 광저우 바이윈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강우 일행은 비행기를 주차하고, 걸음을 옮겼다.

쿠라마가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이륙, 착륙, 주차비는 너희가 내.”

미츠하시가 대답했다.

“주차비 정도야 뭐, 제가 내겠습니다.”

쿠라마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오, 그래? 몬스터보호협회 쪽에 있던 녀석이라 돈도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거기서 제법 많이 챙겼나봐?”

“뭐, 그런 건 아닌데, 그깟 주차비 얼마나 한다고……. 제가 내겠습니다.”

“일박에 한 3,000만 겔드는 나올 걸?”

미츠하시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 얼마요?”

“3,000만 겔드.”

미츠하시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미츠하시의 두 눈에는 애절함이 담겨있었다.

“형님……. 반씩 내시죠…….”

강우는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

“네가 낸다며? 그, 깟, 주, 차, 비, 얼마 안 한다며?”

“아, 이러시깁니까?”

“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하면 쓰나…….”

강우 일행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공항을 빠져나갔다. 강우 일행에게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몬스터보호협회 일본지부를 무너트린 강우와 쿠라마, 미츠하시는 이미 화제가 되고 있었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두 명뿐인, 삼성급 이상의 몬스터를 키우는 사람 강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츠하시가 물었다.

“아, 그런데 인터넷들은 보셨습니까?”

강우가 되물었다.

“인터넷은 왜?”

미츠하시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강우와 쿠라마의 시선이 휴대폰을 쏠렸다. 미츠하시는 휴대폰 화면에 블랙마켓 사이트를 띄워 놨다.

블랙마켓 사이트에서, 인터넷 전체에서는 난리가 나있었다. 몬스터보호협회와 예거 파티의 전면전 때문이었다. 예거 클랜들과 블랙마켓 측 능력자들은 저마다의 선택을 하거나,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에 종말론자들이 모인 에스카 측에서는 ‘종말의 징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우 일행의 관심은 자신들에 관한 기사에 쏠려있었다. 강우는 몬스터보호협회 한국지부를 혼자서 무너트린 뒤, 겨우 두 명을 더해서, 셋이서 몬스터보호협회 일본지부를 무너트렸다.

하지만 몬스터보호협회 한국지부와 일본지부는 세력이 약한 편이었기에 생각만큼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인터넷상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금일 올라온 예거 파티 측의 말이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현재 예거 파티에 소속된 십성급 능력자는 여섯 명. 몬스터보호협회 따위는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두고 보고 있지만은 않겠다. 전력을 다해 몬스터보호협회의 해산을 이뤄내겠다.”

============================ 작품 후기 ============================

늦었습니다.

140회 뒷부분에 약간의 수정이 있었습니다.

큰 내용은 아니고요.

클랜 이름에 관한 것과 약간의 대사인데, 고민을 하다가 결국 집행(엑시큐션, execution)으로 결정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저의 다른 글 마스터피스(Masterpiece)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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