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현재 예거 등록이 된 능력자들 중, 십성급은 총 아홉 명. 그 중 주황빛, 노란빛, 초록빛, 푸른빛, 남색 빛, 보랏빛의 능력자 여섯 명은 예거 파티에 속해있었다.
붉은빛의 십성급 예거는 전 세계 예거 클랜협회장이었다. 그는 주로 예거 파티와 예거 클랜 사이에서 조율자 역할을 했다.
또 다른 예거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해 어떤 빛을 가졌는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크게 밝혀진 바가 없었다.
하얀 늑대의 경우 예거 파티 측에 속해 있다가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었다.
예거 등록이 안 된, 블랙마켓 쪽에 속하는 능력자들 중 십성급과 견줄 수 있는 사람은 다섯 명에서 열 명 사이로 추정되고 있었다.
쿠라마가 입을 열었다.
“조만간 전면전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어.”
미츠하시가 말했다.
“전면전은 이미 벌어진 거 아닌가요?”
강우가 말했다.
“아마 이번에 일어난 일과는 다르게…. 서로 최대 전력을 모아서 정면으로 맞부딪치겠지.”
미츠하시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어느 쪽이든 서로 예고 없이 먼저 급습을 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왜 굳이 상대방에게 시간을 주는 거죠?”
쿠라마가 말했다.
“어느 쪽이든 일반인이 휘말리길 원하는 건 아니잖아. 너도 몬스터보호협회에 있었으니까 알 거 아니야? 목적이 무슨 세계정복도 아니고…….”
미츠하시는 쿠라마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미츠하시는 턱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그러면 저희는요? 저희도 선전포고를 해야 됩니까?”
강우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럴 리가 있냐…. 우린 그냥 몬스터보호협회를 싹 쓸어버리는 게 목적이야. 이에 있어서 아무런 정치적인 의도나 세력 다툼 따위는 없지. 순수하게 그냥 쓸어버리는 것…….”
강우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게 우리 목적이야.”
쿠라마가 말했다.
“우린 겨우 세 명이야. 그럴 필요도, 의미도 없지.”
쿠라마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그나저나 그게 문제야. 우린 세 명뿐인데,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야?”
강우는 팔짱을 낀 채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쿠라마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뭐? 아무 대책도 없는 거야?”
“상관없잖아? 난 원래 혼자서 하려고 했던 거니까.”
강우는 미츠하시와 쿠라마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세 명이니, 세 배로 늘어났네.”
쿠라마가 미간을 잔뜩 찡그렸다.
“대책 없네……. 그럼 중국 몬스터보호협회를 진짜 우리 셋이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거야?”
“그럼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왔는데?”
“여기에 모아둔 사람들이 있다거나, 뭐…. 그럴 줄 알았지.”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실망시켜서 미안하지만, 우리 셋뿐이야.”
쿠라마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중국에 있는 몬스터가드들 중에 사성급 이상만 수천 명이야. 그걸 어떻게 전부…….”
“그래서 이러는 거야.”
“뭐?”
강우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스트레칭을 하며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러니까 숫자만 불려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도움이 되려면 최소 사성급 이상이어야 되지. 그런데 내가 가진 돈으로 그런 능력자들을 많이 데려오는 건 불가능하지. 게다가 예거 파티에 가담하는 것도 아니고, 독자적으로 몬스터보호협회 중국지부와 부딪친다? 남들은 다 정신 나갔다고 할 걸.”
강우는 미츠하시와 쿠라마를 보며 씩 웃었다.
“뭐, 너희들이야 논외지만.”
강우는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일본도 셋이서 수천 명을 전부 제압했잖아? 그거보다 조금 센 게 전부야. 어차피 대가리 몇 빼면 별 거 없어.”
미츠하시와 쿠라마는 강우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우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말했다.
“얼른 와. 그리고 이제 난 클랜장이잖아? 너희들은 나름대로 이유도 있겠지만, 날 믿어서 따라온 거라고 생각해. 맞지? 적어도 죽게 내버려두진 않는다.”
강우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걸음을 옮겼다. 핫도그는 움직이지 않은 채 미츠하시와 쿠라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츠하시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며 강우의 뒤를 따라갔다. 쿠라마도 걸음을 옮겼다. 그제야 핫도그도 함께 움직였다.
클랜 엑시큐션(집행), 강우 일행이 향하는 곳은 광저우 짝퉁 시장으로 향했다. 걸음을 옮기던 중 미츠하시가 물었다.
“짝퉁 시장은 왜 가는 거예요?”
쿠라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짝퉁이라도 사려나 보지.”
“쇼핑하려는 겁니까? 돈도 많은데 왜 짝퉁을…….”
쿠라마가 미츠하시의 팔뚝을 탁, 소리가 울리도록 쳤다.
“멍청아, 그럴 리가 있겠냐? 이쪽에 뭐가 있겠지.”
강우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앞장서서 걷고 있었다. 강우는 휴대폰을 주머니로 넣은 뒤, 조금 떨어진 곳에, 시장의 뒤편, 허름한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기 조져야 된다.”
미츠하시가 물었다.
“저기에 뭐가 있는데요?”
“몬스터가드.”
강우는 성큼성큼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건물은 총 15층이었고, 가로의 길이가 세로보다 길었다. 창문조차 제대로 붙어있는 곳이 없었고, 원래는 흰색 혹은 베이지색이었을 벽면은 숯칠을 해놓은 듯 여기저기 시커멨다.
강우 일행이 건물에 다가서자 험악하게 생긴 한 남자가 건물에서 걸어 나왔다. 키는 170cm 정도에 마른 몸매였다. 문어대가리처럼 완전히 민머리였고, 두 눈은 새우의 것처럼 쭉 째져 작았다. 얼굴은 옆에서 보면 납작하게 보일 정도로 콧대가 없었고, 입술은 선만 그어놓은 듯 얇았다. 화려한 패턴의 반팔 남방 안쪽으로 가스가 가득 찬 듯한 툭 튀어나온 배가 드러나 있었는데, 서로를 등지고 있는 검은 뱀 두 마리의 구부러진 꼬리가 보였다. 용문신은 가슴팍을 타고 올라가 목까지 번진 뒤, 어깨부터 팔을 타고 쭉 내려가 손목에 대가리가 있었다.
남자는 강우 일행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희들 뭐야?”
강우는 남자를 신경도 쓰지 않으며 건물에 손을 가져다 댔다.
“흠…….”
강우는 중지와 검지를 구부려 수박을 확인하듯 건물을 톡톡 건드렸다. 남자가 강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소리쳤다.
“너 뭐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이 새끼…….”
우두둑, 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아아아아아악-!”
강우는 자신의 어깨에 얹어진 남자의 손목을 비틀어 부러트렸다. 남자의 손목은 자신의 팔꿈치 방향으로 꺾인 채 덜렁거렸다. 남자는 손목이 부러지는 순간, 그제야 강우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이 새끼, 집행자다!’
남자가 있는 대로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집행자다! 집행자가 찾아왔…….”
콰아아아아아아앙-!
남자가 말을 끝마치기 전이었다. 강우가 건물의 벽에 오른쪽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굉음과 함께 건물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구멍은 백 명은 한꺼번에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컸다. 후둑, 후두둑, 하고 파편들이 떨어졌다.
남자는 강우가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충격에 튕겨나가 뒤로 나자빠졌다.
강우는 건물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몇 방 더 날려야겠네.”
미츠하시가 강우에게로 다가와 물었다.
“형님, 갑자기 이 건물은 왜…….”
미츠하시가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앙-! 터텅, 쾅-! 텅!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강우는 이동하며 벽 여기저기를 주먹으로 때려 부쉈다. 강우가 주먹질을 할 때마다 건물에 커다란 구멍이 났고, 전체에 모터가 달린 듯 진동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하모니를 이뤘다.
순식간에 건물 1층의 전면은 커다란 구멍들이 숭숭 뚫려있었다. 강우가 건물의 옆쪽으로 걸음을 옮겼을 때였다.
“뭐야! 뭐야?”
“저 새끼 잡아!”
“집행자다!”
“죽여!”
“너희들은 또 뭐야?”
“헬하운드다!”
강우에게 손목이 부러진 남자의 동료들로 보이는 남자들 수십 명이 건물에 생긴 구멍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몸에 문신이 있고, 상의를 제대로 걸친 경우가 없었다.
강우는 씩 웃으며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강우가 건물 옆면에 크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저 주먹으로만 주는 충격뿐만이 아니었다. 주먹질과 함께 날아간 풍압까지.
그 순간 건물이 앞으로 기울었다.
건물에서 나온 남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자리를 피하려 했다.
쿠라마와 미츠하시, 핫도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츠하시가 소리쳤다.
“피해요!”
쿠라마는 미간을 찌푸리며 강우를 노려봤다.
“저게 진짜…….”
쿠라마와 미츠하시, 핫도그는 건물이 무너지는 범위 밖으로 피했다.
건물에서 나온 남자들의 대부분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건물에 그대로 깔렸다. 강우의 얼굴에는 미소가 크게 드리워있었다.
강우가 부순 건물은 삼합회이자 몬스터보호협회와 연관된 건물이었다. 이들이 있는 곳은 인터넷 검색 몇 번으로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언제든 몬스터보호협회에 가담할 사람들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너지는 건물 밖으로 몸을 피하거나, 건물에 깔리고도 무사할 수 있는 내구력을 가진 남자들이 강우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남자들은 어깨를 돌리고, 목을 까딱이며 몸을 풀었다.
강우는 미츠하시와 쿠라마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쉬고 있어.”
강우는 남자들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검지를 세웠다.
“딱……. 한 놈. 선착순으로 한 놈만 몇 가지 물어보고 풀어준다.”
강우의 말은 남자들의 신경을 긁기에 충분했다.
“죽여-!”
열한 명의 남자들이 각양각색의 빛을 뿜으며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남색 빛의 남자가 가장 먼저 강우의 앞으로 튀어왔다. 강우는 씩 웃으며 받아칠 준비를 했다. 남자 역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치이익, 남자가 갑자기 멈춰서며 강우에게 양손을 뻗었다.
리볼버.
남자의 양손에 남색 빛의 리볼버가 쥐어져있었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기관총 이상의 연사력이었다. 남색 빛의 탄환들이 강우를 향해 쏟아졌다.
후웅, 하고 바람소리와 함께 강우가 남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치익, 하고 남자의 오른쪽에 미끄러지는 소리가 났다. 남자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눈앞이 번쩍하며 고개가 뒤로 젖혀졌고, 덜컥, 하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남자의 턱이 빠지는 소리였다.
강우의 오른쪽 스트레이트가 남자의 턱 옆에 꽂혔다. 남자는 그대로 정신을 잃으며 쓰러졌다.
다른 남자들이 강우를 향해 달려왔다. 네 남자가 강우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네 남자의 전신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마저 싸늘한 얼음줄기들이 강우를 향해 뻗어나갔다. 빠직, 빠지지직, 하고 강우가 꽁꽁 얼어버렸다.
미츠하시가 꽁꽁 얼어버린 강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도와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쿠라마는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쉬고 있으라잖아. 가만히 있어."
쿠라마의 양손은 자신의 팔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쿠라마는 눈썹을 찡그리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설마……. 아니겠지. 고작 저런 놈들한테…….'
쿠라마는 말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했지만, 강우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눈 한 번 깜빡이지도 않은 채 아랫입술에서 비릿한 피 맛이 나면서도.
다른 두 남자가 강우에게 달려왔다. 한 남자의 오른손은 보랏빛이 형상화돼 팔과 이어 붙어진 커다란 해머처럼 변했고, 다른 남자의 왼손은 남색 빛이 형상화돼 곡괭이처럼 변해있었다. 두 남자가 꽁꽁 얼어붙은 강우의 앞에 멈춰서며 해머로 변한, 곡괭이로 변한 양팔을 치켜들었다. 두 남자의 공격이 강우에게 적중하기 직전이었다.
나머지 네 남자들은 모두 전신에서 붉은빛을 뿜어냈다. 네 남자가 손바닥을 쫙 편 채, 한 곳으로 손을 모았다. 남자들의 손 사이에서 농구공보다 딱 두 배 커다란 화염구가 생겨나 활활 타올랐다.
열 남자의 연계기.
남자들의 연계기는 그랬다. 1단계는 처음 강우에게 맞고 쓰러진 남자가 탄환으로 교란시킨 뒤, 2단계로 네 남자가 얼음으로 얼린다. 3단계로 두 남자가 얼음을 깨부수고, 마지막 단계로 네 남자가 완전히 폭발 및 연소시켜버린다.
열한 명의 남자들은 몬스터보호협회 중국지부, 광저우 지방에서 가장 강한 이들이었다. 하나하나의 힘은 삼성 상급에서 사성 하급 사이였지만, 강력한 연계기로 힘을 합치면 사성 중급들도 힘을 못 썼다.
파창!
두 남자의 각각 해머와 곡괭이로 변한 팔이 얼음을 때려 부쉈다. 파자자작, 크고 작은 얼음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턱.
강우가 양손으로 두 남자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얼음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강우는 이미 얼어있는 상태에서도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준비하고 있었다.
퍼엉!
손아귀의 압력이었다. 그저 으스러트리는 것이 아니었다. 강우는 손아귀의 힘만으로 두 남자의 손목 부분을 터트려버렸다. 해머와 곡괭이로 변했던 팔은 바닥에 떨어지고, 빛이 사라지며 원래 손으로 돌아갔다. 두 남자의 손목이 터져 나간 부분에선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 작품 후기 ============================
늦었습니다.
아마 내일부터는 웬만해선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