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피와 함께 두 남자의 입에선 비명이 터져 나왔다.
터턱.
강우가 양손을 뻗어 두 남자의 안면을 잡았다.
“시끄러워…….”
강우가 두 남자를 위로 높이 던져 올렸다. 두 남자는 봉제인형처럼 흐느적거리며 공중에 붕 떴다. 그 높이만 10미터 이상이었다.
터, 텅.
두 남자는 강우가 서있는 곳보다 조금 뒤에 떨어져 바닥에 굴렀다. 그저 손목이 터져나간 것에 대한 고통을 호소했다. 두 남자는 울부짖으려다가도 끅끅거리며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한 번만 더 소리를 냈다간 강우에게 더 험한 꼴을 당할 것 같았기에.
쿠아아아아아아아-!
네 남자가 모은 화염구가 강우를 향해 날아왔다.
‘어차피 피해도 따라오겠지.’
강우는 화염구를 피하지 않았다.
퍼어어어어어어엉-!
강우가 화염구를 주먹으로 맞받아쳤다. 주먹의 풍압으로 인해 화염구가 폭발하며 불길이 치솟았다.
화염구를 쏜 네 남자는 승리를 확신했다. 강우는 이제 막 사성 상급을 달았기에 분명 끝은 아니더라도, 치명상을 입혔을 거라 생각했다.
화르륵!
강우가 오른손을 크게 휘저었고, 불길이 걷혔다. 네 남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강우를 쳐다봤다. 네 남자가 다시 화염구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터엉!
강우가 네 남자를 향해 튀어나갔다.
콰드드드드드드득!
다른 네 남자가 강우를 향해 얼음줄기를 쐈다. 강우는 씩 웃으며 화염구를 만들던 남자들의 뒷덜미 옷을 한 손에 두 명씩 잡았다.
강우는 그대로 손에 잡고 있는 남자들을 얼음줄기로 던져버렸다. 던져진 남자들의 몸이 절반 이상 얼어붙었다.
얼어붙은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푸푸푸푹.
지면에서도 솟아온 얼음으로 된 송곳들이 남자들의 몸을 꿰뚫고 말았다. 푸른빛을 가진 남자들은 서둘러 얼음을 없앴다. 하지만 남자들의 부상은 치명적이었고,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얼음줄기를 쏜 남자들은 다시 손을 모아 푸른빛을 발산했다. 네 남자가 강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얼음 주먹.
남자들의 손끝에서 강우의 키보다도 큰 얼음 주먹이 튀어나왔다. 강우는 피식 웃으며 얼음 주먹을 발로 걷어찼다.
콰아아아앙!
얼음 주먹은 산산조각이 났다. 얼음 조각들 역시 남자들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남자들은 서둘러 손을 뻗어 얼음 조각들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얼음 조각들은 남자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순수한 힘의 차이였다.
남자들은 강우가 걷어차 깨진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터텅!
강우가 순식간에 남자들에게 접근했다. 남자들은 곧바로 강우와 자신들 사이에 얼음으로 된 벽을 세웠다.
콰앙!
강우의 오른쪽 주먹이 얼음으로 된 벽을 뚫고, 뒤에 있는 남자의 안면을 강타했다.
콰콰콰콰, 콰앙-!
강우는 그대로 팔을 끌어당겨 얼음으로 된 벽을 가로로 그어 부숴버리며 남자들의 안면을 후려쳤다. 걸치듯 맞은 주먹에도 남자들은 12라운드 내내 얻어맞은 복서마냥 맥을 못 췄다.
얼음으로 된 벽은 반짝반짝 빛나는 가루가 되며 무너져 내렸다.
열한 명의 남자, 아니, 건물 내부에 있던 숫자까지 모두 합치면 백여 명이 강우 한 명에게 압도적으로 당했다.
건물에 깔려있는 남자들 중 몇몇은 정신을 차리고서도 가만히 있었다. 강우와 붙는 것보다 수백, 수천 킬로그램의 콘크리트에 깔려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였다. 몇몇은 곧바로 압사해버렸지만.
강우와 전투를 벌인 열한 명의 남자들 중 정신이 붙어있는 것은 손목이 터져서 떨어져나간 두 남자뿐이었다. 미츠하시와 쿠라마, 핫도그는 강우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드러누워 고통을 호소하는 두 남자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걸음을 옮기며 무언가를 주워서 챙겼다.
강우는 두 남자를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잘 들어. 너희들에게 기회를 줄 거야.”
두 남자는 엎드린 채 일그러진 표정으로 강우를 올려다봤다. 강우는 씩 웃으며 무언가를 들어 보였다. 강우의 양손에는 떨어져나간 두 남자의 손목이 들려있었다.
“지금이라면…. 아직 다시 붙일 수 있을 거 같은데. 그치?”
두 남자는 자신들의 손목을 보자마자 소리치려 했다. 하지만 강우가 두 남자가 소리치기 전 말했다.
“쉿, 조용히 해. 소리 지르면 이거 두 개 전부 터트려버릴 거니까.”
두 남자는 합죽이가 된 듯 입을 꾹 다물고 강우를 올려다봤다. 두 남자의 시선은 자꾸만 자신들의 손목으로 향했다.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눈가에는 경련이 오며, 입술도 파르르 떨렸다.
강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제부터 내 질문에 잘 대답하면…….”
강우는 양손에 들린 두 손목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이것들을 갖고 병원에 가서 다시 붙일 수 있을 거야. 알았지?”
두 남자는 고개를 빠르게 끄덕거렸다. 어찌나 격하게 반응하는지, 덜덜 떠는 것과 비슷했다.
강우가 말했다.
“몬스터보호협회 중국지부에서 가장 큰…….”
강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해머를 만들어냈던 남자가 다급히 말했다.
“지금 상해! 상해에 가면 돼! 베이징에 있는 녀석들까지 상해로 모였어!”
강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베이징과 상해에 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뭐, 그래도 상해에 모여 있다는 사실까진 몰랐는데…. 잘했어. 하지만 한 번만 더 내 말을 끊으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 알아들었어?”
두 남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강우는 씩 웃으며 두 남자의 앞에 쪼그려 앉아 물었다.
“그래, 상해에 놈들이 있는 것까진 알았어. 그럼 중국지부장부터 시작해서…. 영향력이 강한 건 서열 몇 위까지지?”
곡괭이를 만들어냈던 남자가 대답했다.
“10위, 10위까지입니다. 그 아래로도 엄청나게 강한 사람들이 많지만, 10위부터는 격이 다릅니다. 제일 등급이 낮은 사람이 오성 하급이니까요.”
강우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강우가 두 남자를 보며 말했다.
“그럼 녀석들이 있는 곳은 정확하게 어디지? 그 열 명이 있는 곳 말이야. 최대한 자세하게, 좌표를 말해.”
두 남자는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내가 셋을 셀 때, 동시에 대답해. 하나, 둘, 셋.”
두 남자는 좌표를 내뱉었다. 두 남자가 말한 장소는 각각 달랐다. 강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상하네? 왜 둘의 말이 틀릴까?”
강우는 두 남자의 손목을 바닥에 내려놓은 채 말했다.
“마지막 기회다. 둘이 동시에 대답해. 하나, 둘, 셋.”
두 남자가 동시에 대답했다. 두 남자는 방금 전에 서로가 말했던 좌표를 바꿔서 말했다. 강우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거 참……. 이번엔 바꿔서 말하네? 한 번 더 기회를 주면 입 맞춰서 말할 수 있으려나?”
두 남자는 강우의 눈치를 살피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강우가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며 나지막이 말했다.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냐?”
강우가 내려놓았던 손목 두 개를 집어 들었다.
“우선 이것들은 영원히 안녕이다.”
강우가 손목을 공중에 던져버리며 소리쳤다.
“핫도그!”
화르륵!
핫도그가 던져진 두 손목을 향해 화염을 뿜었다. 불길에 삼켜진 두 손목은 시커먼 재가 돼버렸다.
두 남자는 재가 돼버린 자신의 손목을 보며 무너졌다. 마치 나라를 잃은 독립운동가처럼,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이었다.
해머를 만들어냈던 남자가 전신에서 보랏빛을 뿜으며 “개새끼야아아아아-!”하고 소리쳤다. 남자는 왼손을 보랏빛 해머로 만들어 강우에게 튀어나갔다.
턱.
강우는 여전히 쪼그려 앉은 채, 너무도 간단하게, 소파에 누운 채 바지 속에 손을 넣고 다리 사이를 벅벅 긁는 일상처럼, 달려드는 남자의 머리에 손을 얹어 동작을 멈추게 했다.
콰아아아앙-!
강우가 남자의 안면을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남자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경련을 일으켰다. 강우는 손목이 잘려나간 남자의 오른쪽 팔뚝을 움켜쥐었다.
곡괭이를 만들었던 남자는 공포에 질린 채 지켜보고만 있었다. 강우가 지켜보고 있는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 아니야? 너도 책임이 있어.”
강우는 남자의 손목이 없는 왼팔을 움켜쥐었다.
쿠득, 쿠드드득, 푸직!
“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그마아아아안-! 제발-! 그만-!”
강우는 두 남자의 팔이 잘려나간 부분을 이어 붙이듯 짓이겼다. 강우는 사이즈가 안 맞는다며, 잘 끼우면 될 것 같다며, 더욱 힘을 줘 두 남자의 팔을 붙여버렸다. 뼈가 으스러지고, 살이 터지고, 뭉개지며 두 팔이 붙었다.
망치를 만들었던 남자는 안면이 바닥에 찍히고, 팔이 으스러지며 쇼크로 인해 정신을 잃었다. 곡괭이를 만든 남자는 어느새 안면과 전신에 고통으로 인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강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이다. 마지막 기회야. 좌표……. 불러.”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몬스터보호협회 중국지부 간부들이 몰려있는 좌표를 술술 불렀다. 강우는 남자의 설명을 전부 들은 뒤,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그런데 내가 널 어떻게 믿지? 이것도 거짓말일 수 있잖아.”
남자는 겁에 잔뜩 질린 얼굴로 다급하게 말했다.
“저, 정말입니다. 하늘에 맹세코 진짜입니다. 그 좌표에 간부들은 물론이고, 서열이 높은 사람들이 모두 몰려있습니다!”
“여기가 뭐하는 곳인데 다들 몰려있어?”
남자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그곳에 예거 파티 소속 예거들이 포로로 잡혀있습니다. 러시아 쪽 예거 파티에서 잡아놓은 몬스터가드들을 빼내기 위해, 협상을 하려고, 그 회의 때문에 모여 있는 겁니다. 조금 있으면 러시아 쪽 예거 파티 측과 연락이 닿을 겁니다.”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듯 말했다.
“이야…….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진짜 같은데?”
“진짜 같은 게 아니라, 진짜입니다. 정말입니다. 거짓말 아닙니다.”
“알았어. 믿어보도록 하지.”
남자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크흑…….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널 팔병신으로 만든 게 나인데, 뭐가 감사해?”
“그냥 감사합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그럼 좀 자고 있어.”
“네?”
강우가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붙여 고개를 들고 있는 남자의 왼쪽 턱을 스치듯 후려쳤다. 덜컥, 하고 턱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정신을 잃었다.
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쿠라마와 미츠하시, 핫도그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이제 가지?”
미츠하시와 쿠라마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강우를 바라봤다. 강우는 뭐가 문제냐는 듯 “왜?”하고 물었다.
미츠하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형님……. 너무…….”
“너무, 뭐?”
“그냥 좀 잔인한 것 같아서…….”
강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건 전쟁이야. 전쟁에 신문(訊問)과 고문은 기본이지.”
“그래도…….”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상해에 몰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겠어? 이 넓은 중국 땅을 전부 뒤질 거야? 대외적으로 알려진 지부만 수백 개야. 게다가 인원도 너무 많지. 몸통을 다 쳐내기엔 너무 많아. 대가리와 주요 장기들만 골라서 쳐내야 돼.”
미츠하시는 조금 씁쓸한 표정이었지만, 이해가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네, 맞는 말이네요.”
쿠라마는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강우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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