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44화 (144/195)

144화

강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왜 그렇게 쳐다봐?”

쿠라마는 말없이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건넸다. 강우는 휴대폰을 건네받아 들여다봤다. 휴대폰 화면에는 몬스터보호협회 중국지부에 관한 기사가 떠있었다. 강우는 쿠라마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이게 뭐 어쨌다는 거야?”

“기사 잘 읽어봐.”

기사는 몬스터보호협회 중국지부가 상해로 집결해 러시아 측 예거 파티와 협상을 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쿠라마가 퉁명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알겠어? 항상 신문과 고문이 필요한 건 아니야. 지금 세상이 어느 땐데…….”

강우에게 고문을 당하고, 정보를 불었던 몬스터가드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윗선으로부터는 입을 다물라고 했기에 최대한 버텨보았던 것이다. 이에 강우도 고문을 가하며 신문했다. 하지만 몬스터가드들이나 강우나 의미 없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

쿠라마가 핀잔을 줬다.

“고문부터 하지 말고, 좀 더 알아보라고.”

“녀석들이 바로 불지 않고 거짓말까지 해대니, 인터넷으로 그런 게 다 나와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어?”

쿠라마가 눈썹을 찡그리며 강우에게 뭐라 한마디 더 얹으려고 했다. 강우가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서…. 그게 그렇게 불만이야? 나는 놈들을 죽이지도 않았어. 이 정도면 됐잖아?”

쿠라마는 수긍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더 이상 말을 해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기도 했고, 이건 말 그대로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서로의 목숨을 앗아가도 할 말은 없었다.

강우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가자. 상해로.”

쿠라마와 미츠하시, 핫도그가 강우의 뒤를 따랐다. 걸음을 조금 옮기는 찰나, 강우가 갑자기 멈춰서며 고개를 뒤로 홱 돌렸다. 강우의 시선이 향한 곳은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잔뜩 쌓여있는 곳이었다.

잔해 중 일부가 투툭, 하고 옆으로 굴러 떨어졌다.

강우가 말했다.

“잠깐 기다려봐.”

강우가 건물 잔해가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강우가 몇 걸음 옮기지 않아서였다.

콰쾅-!

건물의 잔해 틈에서 두 명의 남자가 튀어나왔다.

두 남자는 건물의 붕괴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굳이 나오지는 않았다. 강우 일행과 싸워도 승산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두 남자는 숨소리마저 죽이며 건물 잔해 틈에서 강우 일행이 떠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두 남자는 운이 없었다. 강우 일행이 자리를 뜨려는 찰나, 쌓여있던 잔해들이 움직여 소리를 낸 것이다.

강우는 이 소리를 놓치지 않고, 건물로 걸음을 옮겼다. 두 남자로 인해 발생한 소리는 없었다. 하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강우가 다가오자 두 남자는 전력을 다해 도망을 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두 남자는 미리 약속한 대로,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 뛰었다. 한 남자는 왼쪽으로, 다른 한 남자는 오른쪽으로.

강우가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핫도그-!

타탁, 타탁, 타탁, 타탁.

강우가 핫도그를 부르기도 전,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핫도그는 오른쪽으로 도망치는 남자를 향해 전속력으로 뛰었다. 강우는 치켜든 오른쪽 주먹을 왼쪽으로 도망치고 있는 남자의 등을 향해 내질렀다.

투우웅-!

풍압, 압축된 공기, 그것은 마치 쇳덩이처럼 날아가 남자의 후두부에 직격했다. 남자는 코피를 뿜어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달리던 속도 때문에 얼굴부터 바닥에 쓸려 살 껍질이 다 벗겨져 피범벅이 됐다.

터텅, 터텅, 터텅, 터텅!

핫도그는 오른쪽으로 도망치는 남자보다 훨씬 빨랐다. 핫도그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고, 앞발로 남자의 등을 짓누르려 했다.

남자의 등급은 삼성 중급.

일반적으로 헬하운드는 삼성 하급.

쉽지는 않아도 남자 혼자 일반적인 헬하운드라면 이길 수 있었다. 남자는 몸을 돌려 양손을 모았다. 남자의 양손에는 노란빛이 모여들었다.

전기 뿌리.

남자의 필살기와 같은 기술이었다. 퀴, 퀴, 퀴, 퀴잉! 하고 굉음을 내며 노란빛의 전기가 나무의 뿌리처럼 뻗어나갔다.

파지직, 쿠웅-!

핫도그는 앞발을 내밀어 노란빛의 전기를 발바닥으로 전부 받아냈다. 전기 뿌리는 얇은 유리창처럼 깨져버렸다. 핫도그는 앞발로 남자의 가슴 상부를 누르며 쓰러트렸다.

핫도그의 공격에 남자는 늑골 전체에 금이 갔고, 뒤통수를 바닥에 세게 부딪쳐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

남자들에게서 특별히 얻어야 되거나 하는 정보는 없었다. 강우는 미츠하시와 쿠라마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핫도그도 금세 다가왔다. 강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나지막이 말했다.

“가자.”

강우 일행은 상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몬스터보호협회 중국지부는 상해 푸둥신(Pudongxin, 浦東新(포동신), 浦?新)에 위치한 항구에 집결해있었다.

그곳에는 포로로 잡힌 중국 측 예거들 수십 명이 포박된 채 있었다. 몬스터가드들은 서열 1위부터 10위까지가 포로들이 있는 곳에 자리했다. 그 외 상위 1%에 해당하는 몬스터가드들 중 일부가 포로들 주변에서 감시를 했다. 또 다른 나머지들은 몬스터보호협회 중국지부가 집결해있는 곳 주변의 동태를 살폈다.

강우 일행은 몇 시간을 내달려서야 몬스터보호협회 중국지부가 집결해있는 항구 근처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 시각, 몬스터보호협회 중국지부는 러시아 측에서 찾아올 교섭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몬스터가드들의 집결지 주변을 살피고 있는 이들이 또 있었다. 그들은 예거 파티 중국지부 소속인 예거들이었다. 중국 측 예거 파티는 몬스터보호협회에 의해 무너지고, 소수만이 남아있었다. 이들은 주시할 뿐, 정면으로 맞부딪칠 힘은 없었다.

예거 파티 소속 십성급 예거들 중 중국 출신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중국에 있지 않았고, 당장 귀국할 형편 또한 되지 않았다.

중국 내에 있는 예거 클랜들이나 블랙마켓 능력자들은 현재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굳이 먼저 나서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이에 예거 파티 중국지부는 러시아에서 교섭을 오는 예거에게 희망을 걸어야 했다. 포로 교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뒤, 상위급 예거들이 귀국을 하면, 그때 몬스터보호협회를 쓸어버리는 것이었다.

강우가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여기부터는 천천히 가자고.”

미츠하시가 물었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이쪽에 우리 같은 놈들을 경계하고 있는 녀석들이 쌓여있다고. 우린 겨우 넷인데, 녀석들은 너무 많아.”

쿠라마가 말했다.

“그게 뭐가 문제지? 이제 와서 숫자가 부족한 게 무서워진 거야?”

강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게 아니야. 바깥쪽에서 부딪치면, 분명 모든 녀석들에게 연락이 갈 거다. 전부와 맞부딪쳐서 이기고 지고는 둘째 치고, 안쪽에 있는 녀석들을 만나보지도 못할 수도 있어.”

강우의 예상은 이랬다.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었는데, 가장 유력하게 흘러갈 상황이자 조심해야 할 부분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도주였다.

바깥쪽에 있는 몬스터가드들과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상위 서열들은 자리를 뜰 수도 있는 것이었다. 몇 안 되는 강우 일행이 무서워서라기보다는, 러시아 예거 파티 측과의 교섭을 위함이었다.

두 번째는 교섭을 망치는 것이었다.

현재의 상황은 전 세계의 예거 파티와 몬스터보호협회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관심이 모아져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강우 일행 때문에 교섭이 망쳐진다면, 폭풍처럼 쏟아질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었다.

강우가 말했다.

“인질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돼. 조용하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된다.”

쿠라마가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넌 그런 거 신경 안 쓰지 않았어? 피해가 없어야 된다고? 너 진짜 집행자 맞아?”

“이건 우리를 위해서 그러는 거다. 그리고 몬스터보호협회는 이미 우리의 적이고, 예거 파티 또한 적이 된다고 해도, 그건 별로 상관없어. 하지만 일반인들까지 모두 적으로 돌릴 생각은 없다. 내가 전 세계에서 제일 세다고 치고…….”

쿠라마가 강우의 말허리를 끊었다.

“뭐? 네가 전 세계에서 제일 세다고?”

강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다고 치자고. 예를 드는 거잖아.”

쿠라마는 강우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약간 움츠러들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알았어. 계속 말해봐.”

“내가 가장 세다고 치자. 그런데 전 세계가 모두 적이야.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 적들은 모두 죽이고, 혼자 살아갈까? 말이 안 되잖아. 이런 극단적인 예시까지 가지 않아도, 앞으로 여러 가지 제약과 마찰, 불편함이 많아지겠지. 우리가 교섭을 망쳐서는 안 돼.”

쿠라마가 말했다.

“그럼 교섭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는 건 어때?”

“그때 상황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몰라. 인원들이 더 추가될지,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야. 지금 해야 돼. 그리고 중요한 건…….”

쿠라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중요한 건?”

강우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지금 녀석들을 조지고 싶거든.”

얘기를 듣고 있던 미츠하시가 입을 열었다.

“형님,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말해봐.”

“차라리 그러면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영웅이 되는 건 어떻습니까? 그럼 많은 사람들이 우리 편이 될 거 아닙니까? 그 중에 클랜에 들어오고 싶은 사람들도 생기겠죠. 몇몇은 분명히 쓸 만할 거고요.”

미츠하시의 말에 강우는 잠시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미츠하시의 말은 분명히 일리가 있었다. 그리고 강우 또한 그러한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강우가 목소리를 깔고,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인질들에게 피해 없이 몬스터보호협회를 치면, 표면적으로는 인질들을 구출하는 게 되잖아.”

쿠라마가 말했다.

“이번만 중요한 게 아니야.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건데?”

강우는 쿠라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쿠라마는 곧은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강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쿠라마는 기본적으로 몬스터를 혐오하고, 몬스터들에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구해야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쿠라마는 강우에게 함께 그러기를 바라고 있었다.

강우가 말했다.

“나에게 확실히 이득이 될 만한 상황이면 구한다. 특히 일반인이라면 더욱 그렇겠지. 그리고 내 클랜원들은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미츠하시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구할 수 있으면 구해야죠.”

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 클랜원이거나, 이득이 돼야만 그런다고. 자선사업을 할 생각은 없어.”

“그게 그 말이죠. 누구든 구하면, 분명히 이득이 될 겁니다. 목숨을 구한 일을 인터넷에 써서 올리기라도 하라고 하면 되죠. 그럼 여론도 좋게 되겠죠.”

강우는 앞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이제 일이나 하자. 다들 충분히 쉬었지?”

쿠라마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않았다. 쿠라마는 강우의 태도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이전에 함께 몬스터 사냥을 했을 때 강우는 함께 힘을 합쳐 싸우고, 동료를 구하려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쿠라마는 강우가 변해있음을 느꼈다. 전화통화만 해도 알 수 있었다. 강우는 마치 오랜 시간을 걸쳐 갈아진 예리한 칼날과 같았다. 지금은 조금이나마 변해있었다.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강우가 핫도그를 키우면서부터였다. 이소아가 죽었을 때, 그리고 배신감, 안석훈을 죽이면서 무언가 뒤틀렸다.

그 이후, 일주일에 7일, 하루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핫도그를 노리는 이들이 습격해왔다. 매일매일이 전투였다.

원래 딱히 가깝게 지내는 이들이 많지는 않았다. 그나마 연락을 하고,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쿠라마와 한소영뿐이었다. 쿠라마는 핫도그를 키운다는 이유로 사이가 틀어졌었다. 그 무렵, 강우는 더 많은 전투를 치러야 했다. 그리고 강우는 돈을 모은다는 목표가 생겼고, 한소영과도 일거리에 관한 연락만을 주고받았다.

강우는 매일매일 전투만을 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이루는 대상은 핫도그가 유일했다.

피폐해진 마음.

그것이 지금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 그것만으로도 강우의 마음속 깊은 상처가 벌써 회복되고 있었다.

물론, 변하지 않을 부분도, 더 나빠질 부분도 있었다.

상처는 아물면서 딱지가 된다. 딱지가 떨어지고 난 다음엔 흉터를 남긴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저의 다른 글 마스터피스(Masterpiece)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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