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화
강우 일행은 둘로 나눠져서 움직이기로 했다.
“나는 핫도그하고 왼쪽으로 간다. 너희는 오른쪽으로 가.”
미츠하시와 쿠라마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쿠라마는 미츠하시에게 핀잔을 주듯 말했다.
“일 망치지 말고 잘해.”
미츠하시는 답답하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제가 그렇게 못 미덥습니까? 제가 이래봬도 고등학교 때 열일곱 명을 혼자서 이긴 남자입니다. 아무런 능력이 없을 때 말이죠. 그때도 선수를 쳐서 하나씩하나씩 다 잡았어요. 이건 제 전문분야입니다.”
쿠라마는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러면 뭐해…. 넌 약하잖아.”
미츠하시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전 약하지 않습니다.”
“나노슈트 덕분에 그 정도였던 거 아니야? 영 믿음이 안 가네…….”
미츠하시는 화가 났는지 이를 꽉 깨물었다. 미츠하시는 화를 삭이듯 잠시 눈을 감았다. 미츠하시는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고, 눈을 뜨며 말했다.
“알았으니까, 그만해요.”
쿠라마가 한쪽 입꼬리만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
“알았어. 뭐, 걱정하지는 마. 내가 네 몫 이상으로 싸워줄 테니.”
쿠라마는 강우를 힐끗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 클랜장님이 클랜원은 죽게 놔두지 않는다니까…….”
미츠하시는 굳은 표정으로 다소 격앙된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렇게 믿음이 안 가면, 따로따로 가면 되죠.”
강우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만들 해.”
강우의 말에 미츠하시와 쿠라마는 입을 다물었다. 쿠라마는 강우를 말똥말똥 쳐다봤고, 미츠하시는 아직 화가 가라앉지 않은 듯 표정이 굳어있었다.
강우가 미츠하시를 보며 말했다.
“미츠하시, 넌 나를 따라와.”
강우는 쿠라마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너는 핫도그랑 같이 가.”
“뭐? 내가 왜? 싫어. 차라리 혼자 갈래. 그리고 이름이 핫도그가 뭐야, 핫도그가…….”
강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들 목숨이 걸려있는 문제야. 그런 식으로 사기를 떨어트리고 네 마음대로 하고 싶으면 그냥 하지 마. 예전처럼 네가 클랜장을 해.”
강우의 말에 쿠라마는 눈썹을 찡그렸다. 쿠라마는 강우와 눈을 마주치곤, 시선을 다른 곳으로 피하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누가 뭐 그런다고 했나……. 되게 뭐라고 하네…….”
강우가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고?”
“핫도그랑 가면 될 거 아니야. 간다고.”
강우는 씩 웃으며 미츠하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도 조금 놀리는 거 가지고 일일이 열 올리지 말고.”
미츠하시는 고개를 꾸벅이며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강우는 앞을 가리켰다.
“그럼 지금 바로 간다. 절대 서두르지 마. 하나씩, 하나씩 잡아. 최대한 소리도 내지 말고.”
앞에는 수많은 컨테이너들이 있었다. 컨테이너들은 화물선용으로 웬만한 건물만큼 커다랬다. 몬스터가드들은 컨테이너 사이사이를 서성거리며 주변을 경계했다. 수많은 컨테이너들 안쪽으로는 2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었다. 원래는 화물을 보관하는 창고 겸 사무실이었다. 지금은 몬스터보호협회 중국지부 몬스터가드들과 포로로 잡힌 예거들이 채우고 있었다.
강우가 몸을 틀며 말했다.
“가자. 저 건물 옥상에서 보는 거다.”
강우가 걸음을 옮겼고, 미츠하시가 뒤를 따랐다. 쿠라마는 멀어져가는 강우와 미츠하시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핫도그는 쿠라마와 눈을 마주치자 헥헥거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쿠라마는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쿠라마는 몇 걸음 옮기다가 다시 핫도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핫도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쿠라마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가자.”
핫도그가 쿠라마의 뒤를 따랐다.
강우와 미츠하시는 컨테이너들 사이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강우가 코너에서 멈춰 서며 뒤로 손을 뻗었다. 미츠하시도 강우를 따라 걸음을 멈췄다. 강우는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남자는 지루한 듯 하품을 하고, 발을 땅에 직직- 소리가 나게 그어댔다.
강우가 미츠하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네가 할래?”
“네?”
“네가 처리하라고. 할 수 있다며.”
미츠하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미츠하시가 바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강우는 미츠하시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조용하고, 신속하게.”
미츠하시는 강우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미츠하시는 위에서 덮칠 생각이었다. 컨테이너들은 기본적으로 4m 이상의 높이였고, 개중에는 10m 이상의 초대형 혹은 몇 단으로 쌓인 것들도 있었다. 미츠하시가 올라가려는 컨테이너는 약 5m였다.
미츠하시는 가볍게 뛰어올라 컨테이너 지붕에 양손을 걸쳤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기어서 이동했다. 미츠하시는 주변을 경계했다. 그때 몇몇 몬스터가드들이 컨테이너 천장으로 올라서는 것이 보였다.
미츠하시는 곧바로 몸을 굴려 컨테이너에서 내려와 옆면에 매달렸다. 미츠하시가 노리던 남자가 고개를 돌리기 직전이었다. 미츠하시는 양발을 벽면에 댔다. 미츠하시는 그대로 남자를 향해 뛰어들었다. 남자가 고개를 돌렸을 때, 미츠하시는 이미 눈앞에 다가와있었다.
미츠하시는 양팔로 남자의 머리와 목을 감쌌다. 남자가 발버둥을 치려할 때였다. 미츠하시는 바닥에 발을 디디자마자 남자를 잡은 채로 뛰어올랐다.
우둑.
미츠하시는 바닥에 착지하기 전, 남자의 목을 부러트렸다. 남자는 그대로 즉사했다. 미츠하시는 남자의 시체로 질질 끌고 강우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의 시체를 보다가 미츠하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
“뭐가 말입니까?”
“방금은 비교적 쉽게 제압해서 다행이긴 한데…….”
“그런데요?”
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여기를 지키고 있는 놈들 중 최소 사성 상급 이상이 우글거릴 거야. 그런 녀석들을 상대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하나하나 암살하는 건 어려워.”
“그럼 어쩌죠?”
강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일단 계획 중지야. 내 실수다. 생각이 짧았어. 쿠라마에게 연락해야겠어.”
강우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쿠라마는 핫도그와 함께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핫도그의 덩치가 워낙 큰 터라 빠르게 움직이기 힘들었다. 쿠라마는 핫도그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녀석……. 짐만 되네……."
쿠라마가 다시 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다. 쿠라마가 고개를 위로 들었다. 위에서 한 여자가 주황빛 검을 거꾸로 들고 쿠라마에게로 떨어지고 있었다. 쿠라마는 황급히 전신에서 주황빛을 뿜어내며 방어태세를 취했다.
콰득.
쿠라마의 두 눈이 커졌다. 핫도그가 쿠라마를 향해 날아든 여자를 물어버린 것이다. 핫도그는 여자의 목부터 쇄골 라인 부근을 깨물었다. 여자의 손에 쥐어져있던 주황빛 검은 사라졌다. 여자는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몸이 축 쳐졌다. 핫도그는 그대로 여자를 바닥에 내려놨다.
여자의 숨은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핫도그의 커다란 이빨에 난 구멍에서는 피가 울컥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여자는 정신을 잃은 채 작은 숨소리만을 내뱉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과다출혈로 죽을 것이 뻔했다.
핫도그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핫도그는 현재 주변에 있는 모든 몬스터가드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쿠라마는 핫도그가 놀랍다는 듯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핫도그는 마치 ‘나 잘했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꼬리를 흔들며 헥헥거렸다. 쿠라마는 자신도 모르게 핫도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 진짜 장난 아니구나.”
쿠라마는 핫도그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손을 잽싸게 뗐다.
‘저 녀석은 몬스터야…. 몬스터…….’
쿠라마는 다시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핫도그는 그저 천진난만한, 커다란 개와 같은 모습이었다. 쿠라마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핫도그와 쿠라마 사이에서는 여자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쿠라마는 번뜩 정신이 들었다. 쿠라마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쿠라마를 발견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운이 좋았다.
방금 쿠라마를 발견했던 여자가 다른 몬스터가드들에게 알렸다면, 계획은 실패였다. 하지만 여자는 혼자 쿠라마를 처리하려 했고, 덕분에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쿠라마는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핫도그는 처음부터 알고 있는 눈치였어. 아마 헬하운드는 개보다도 훨씬 뛰어난 후각을 지니고 있었지? 아마 소리를 듣는 것도 그럴 거야. 그렇다면, 핫도그만 있다면 컨테이너 주변을 정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몰라.’
쿠라마는 강우에게 연락을 하려고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쿠라마가 휴대폰을 손에 쥐었을 때, 강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강우는 일단 계획 중지, 우선은 다시 뭉쳐야 된다고 말했다. 쿠라마는 핫도그와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리고 핫도그의 능력이라면 컨테이너 주변에서 경계를 하고 있는 몬스터가드들을 쉽게 잡을 수 있을 거라 했다.
강우와 미츠하시, 쿠라마, 핫도그는 처음 출발을 했던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쿠라마는 방금 일어났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강우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흡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일이 제법 수월해지겠어.”
강우는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강우는 핫도그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가 해줄 일이 있어.”
강우는 핫도그에게 해야 될 일을 최대한 자세히, 구체적으로, 몇 번씩 반복하며 설명했다. 핫도그는 마치 알아들은 것처럼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컹.”하고 짖었다.
강우가 말했다.
“알았지? 한 명이면 앉은 자세에서 앞발을 살짝 들었다가 내려놓는 거야.”
핫도그는 다시 아주 작게 “컹.”하고 짖었다.
강우가 물었다.
“지금 우리가 몇 명이야?”
핫도그는 앞발을 세 번 들었다 놨다. 강우는 씩 웃으며 핫도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쿠라마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뭐야……. 이 녀석 말을 다 알아들어?”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는데, 항상 나랑 같이 있다 보니 이렇게 다 알아듣더라고.”
쿠라마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내가 여태까지 싫다고 했던 말들도 다 알아들었다는 말이잖아…….’
강우는 쿠라마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걱정하지 마. 이 녀석은 너를 꽤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강우는 핫도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뭐, 몬스터들은 딱히 암수 구분은 없지만……. 난 이 녀석을 남자라고 생각하거든? 네가 여자라서 더 좋아하는 거 같다.”
쿠라마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으며 말했다.
“뭐……. 나도 녀석이 딱히 싫지는 않아. 다른 몬스터들과는 다르니까.”
미츠하시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핫도그를 보며 말했다.
“대단한데? 인간을 제외하고, 내가 본 생물 중에 가장 똑똑한 거 같아.”
강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마 너보다 똑똑할 걸?”
“아, 형님…. 저도 사람인데……. 하물며 개……. 아니, 몬스터……. 개 몬스터? 몬스터 개? 하여튼 핫도그보다는 제가…….”
쿠라마가 웃으며 말했다.
“내 생각에도 핫도그가 너보단 똑똑할 거 같은데?”
“아, 진짜 두 분 다 너무하시네…….”
강우가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며 말했다.
“그럼 이제 일하러 가야겠지?”
미츠하시와 쿠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핫도그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핫도그의 행동에 강우 일행은 순간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강우 일행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조금 늦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저의 다른 글, 마스터피스(Masterpiece)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