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강우가 컨테이너 쪽으로 붙어서 걷고, 그 옆으로 핫도그가 있었다. 미츠하시와 쿠라마는 강우와 핫도그의 뒤를 따랐다.
쿠라마의 시선은 핫도그의 엉덩이로 향해있었다.
‘엉덩이가 제법 크네. 어릴 때 내가 키웠던 웰시 코기도 엉덩이가 컸는데. 귀엽…….’
쿠라마는 핫도그의 엉덩이에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쿠라마는 자꾸만 다시 핫도그의 엉덩이로 시선이 옮겨졌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살랑거리며 풍성한 털이 찰랑거리는 꼬리도 시선을 끌어당겼다.
‘핫도그 꼬리로 목도리하고 싶다…….’
쿠라마가 딴 생각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였다. 핫도그가 걸음을 멈추고 앉은 자세에서 오른쪽 앞발을 들었다 내렸다.
강우가 걸음을 멈췄다. 강우는 앞을 가리키며 핫도그에게 속삭였다.
“앞에?”
핫도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강우와 미츠하시, 쿠라마는 아직 적응이 안 됐는지 순간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목숨이 달려있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긴장감이 성냥불에 물을 끼얹은 듯 확 사라졌다.
강우 일행의 앞으로는 다른 컨테이너가 가로로 막혀있었다. 강우 일행이 있는 곳은 갈림길, 컨테이너들이 가득 들어차있는 이곳은 거대한 미로와 같았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뉜 갈림길.
강우는 오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
핫도그가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우 일행은 끅끅거리며 웃음을 참았다. 핫도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웃음을 완전히 참지 못한 쿠라마가 크윽, 거리며 일순간 소리를 냈다. 강우 일행은 모두 눈을 크게 뜨며 숨을 죽였다.
왼쪽에서 터벅터벅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강우는 벽에 붙어 코너 근처까지 걸음을 옮겼다. 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강우는 벽에 몸을 바짝 붙인 채 언제든 오른손을 뻗을 수 있게 준비를 했다. 한 남자의 옆모습이 드러났다. 남자가 지나가다가 강우 일행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놀란 남자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소리를 지르려 입을 벌리는 순간이었다.
강우가 남자의 목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손아귀가 남자의 목을 움켜쥐었다. 강우는 남자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목을 잡힌 채 두 발이 떠있는 남자는 컥컥거리는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이따금씩 바람이 새며 침이 튀는 듯한 소리를 내는 것이 전부였다.
남자의 두 눈은 뒤통수를 치면 빠질 듯이 커져있었다. 남자는 양손으로 강우의 팔을 마구 때렸다. 하지만 강우는 눈 하나 깜짝 안 했다. 남자가 발로 강우의 뒤에 있는 컨테이너를 걷어차 소리를 내려 했지만, 강우는 남자의 목을 잡은 채 밀치듯 오른팔을 털었다.
남자의 두 눈동자가 위를 향했다. 남자는 더 이상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남자의 몸이 젖은 수건처럼 축 늘어졌고, 강우는 남자를 천천히 바닥에 내려놨다. 남자는 정신을 잃은 채 널브러졌다.
강우가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가자.”
강우 일행은 걸음을 옮겼다.
진행은 수월했다. 조금 지나가서는 핫도그를 내세워 경비를 서고 있는 몬스터가드들을 찾아다녔다. 모든 몬스터가드들의 제압은 강우가 했다. 그 선택은 옳았다. 이따금씩 쉽게 제압할 수 없는 몬스터가드들도 있었다.
한 남자는 강우에게 왼손으로 입을, 오른손으로 목을 잡힌 채 전신에서 붉은빛의 가시를 뻗어냈다. 남자는 사성 상급이었다. 예를 들어 쿠라마가 제압을 하는 과정이었다면, 이길 수는 있었겠지만, 분명히 요란스러웠을 것이고, 모든 몬스터가드들이 몰려들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강우는 남자를 간단히 제압했다. 남자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가시는 강우의 몸을 뚫지 못했다. 강우는 평소보다 좀 더 힘을 썼다. 최대한 조용히,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남자의 얼굴뼈가 으스러지고, 숨통이 조여졌다. 남자는 금세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뼈가 으스러진 남자의 얼굴은 울퉁불퉁해지며 피가 차올랐다.
강우 일행은 수월하게 일을 풀어갔다.
걸음을 옮기는 중 핫도그가 앉은 자세로 앞발을 들었다 내렸다. 강우가 주먹을 꽉 쥐고 준비하려는 찰나였다. 핫도그가 앞발을 한 번 더 들었다 내렸다. 강우가 물었다.
“두 명이라고?”
핫도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강우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강우는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핫도그, 가자.”
강우가 핫도그와 함께 앞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하자 쿠라마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쿠라마는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일 뻔했다. 쿠라마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어째서 핫도그와 함께 가는 거야?”
“그야 당연히 이 녀석이 가장 효과적으로 제압할 테니까.”
쿠라마는 인상을 더욱 찡그리며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내가 핫도그보다 약하다는 거야? 난 오성급 능력자라고. 그리고 단언컨대, 그것보다 강해.”
미츠하시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형님, 핫도그가 일반 헬하운드와는 다르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 있는 녀석들인 이제 전부 사성 상급 이상일 겁니다. 뭐, 지금까지 쉽게 제압한 걸로 봐서 그 정도는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핫도그가 맡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쿠라마와 미츠하시는 서로 자신에게 맡기라고 말했다. 강우는 얘기를 듣다가 나지막이 말했다.
“핫도그의 한계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그리고 너희가 핫도그보다 약하다는 뜻도 아니야. 단지 지금 일에 있어서는 나와 핫도그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말이지. 어차피 이따가 힘 쓸 일은 실컷 있어.”
쿠라마와 미츠하시는 강우가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은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
강우와 핫도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두 남자는 한 곳에 모여 있었다. 강우는 튀어나가기 전, 핫도그에게 속삭였다.
“하나, 둘, 셋, 하면 같이 빠르게 가는 거야. 최대한 조용하게. 내가 왼쪽을, 너는 오른쪽을 맡아. 알았지?”
핫도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강우가 목소리를 낮춰 “하나, 둘, 셋.”이라고 말했다. ‘셋’을 말하는 순간, 강우와 핫도그가 두 남자에게로 달려갔다.
두 남자가 강하다는 사실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두 남자는 강우와 핫도그가 덮치기 전에 낌새를 차리고, 몸을 돌렸다.
왼쪽의 남자는 전신에서 보랏빛을 뿜어냈다. 남자의 전신이 보랏빛을 머금은 갑옷으로 둘러싸였다. 얼굴만이 드러나는 투구에 커다란 갑옷은 척 보기에도 튼튼했다.
오른쪽 남자는 전신에서 붉은빛을 뿜어내며 양손을 핫도그에게로 향했다. 남자의 전신에서 일렁이던 붉은빛이 양손으로 모여들며 활활 타올랐다.
강우가 먼저 왼쪽 남자의 코앞에 다가섰다. 왼쪽 남자가 오른쪽 주먹을 날렸다. 강우는 남자의 왼쪽 주먹을 손바닥으로 잡았다.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치려는 순간이었다. 강우의 오른쪽 주먹이 남자의 코와 입에 들어갔다. 뻑,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코뼈와 치아가 부숴졌다.
턱.
강우는 왼손을 뻗어 남자의 뒷목에 걸쳤다. 그리고 내질렀던 오른쪽 주먹을 펴 남자의 머리 위에 얹었다.
쿠드드드득.
강우는 남자를 그대로 눌러 찌그러트렸다. 마치 깡통을 세로로 밟아 짓이긴 것처럼, 빈대떡처럼 남자는 전신이 무너지며 찌그러졌다.
오른쪽 남자는 강우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핫도그가 정면에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다. 남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손에서 커다란 화염을 뿜어냈다.
후우우우우우웁.
핫도그는 걸음을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키며 화염을 몽땅 집어삼켰다. 핫도그는 맛있는 식사라도 한 듯이 입맛을 다시며 혀를 날름거렸다.
남자가 붉은빛을 뿜어내며 소리치려는 순간이었다. 핫도그가 앞발을 뻗었다. 커다란 앞발은 남자의 얼굴 전체를 덮어버렸다. 핫도그는 그대로 앞발을 내리며 남자를 물어뜯을 생각이었다.
우두둑!
강우가 오른손을 뻗어 남자의 목뼈를 부러트렸다. 강우는 남자를 바닥에 눕혔다. 남자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한 채 허공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쿠라마와 미츠하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과 같은 상황이 자신들에게 일어났을 때, 마무리는 강우가 한 것이지만, 화염이 날아왔을 때 결코 조용히 처리할 수 없었다. 미츠하시이 경우 주먹을 연속으로 날려서 풍압으로 받아치거나, 피해내서 굉음과 불길이 드러났을 것이다. 쿠라마의 경우는 더욱 그랬다. 남자의 화염을, 자신의 화염으로 맞받아쳤을 테니까.
강우 일행은 순조롭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어느새 컨테이너들이 있는 곳에서 주변을 경계하는 몬스터가드들은 모두 처리한 상태였다.
이제 고위급 몬스터가드들과 포로로 잡힌 예거들이 있는 건물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강우 일행은 건물의 뒤편으로 다가갔다. 주변에 CCTV 따위는 없었다. 정문에서 대기하고 있는 몬스터가드 두 명만이 있었다.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는 정문 하나밖에 없었다. 다른 방법으론 창문들이 있었다. 1층에는 창문이 없었고, 2층에만 커다란 창문들이 몇 개 있었다.
강우는 창문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기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겠어.”
미츠하시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쪽은 제가 살펴보겠습니다.”
“그럴래?”
“네, 이런 건 제가 전문입니다.”
강우는 벽에서 살짝 물러났고, 미츠하시가 벽으로 향했다. 미츠하시는 벽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보며 “됐어.”라고 중얼거렸다.
미츠하시가 손가락을 세웠다. 두 손의 손가락 끝은 전부 보랏빛을 머금은 악마의 손가락처럼 변해있었다. 커다란 골무를 손가락에 씌워놓은 것처럼 보였다.
미츠하시는 변한 손가락을 벽에 박아 넣었다. 미츠하시의 손은 콘크리트 벽을 마치 진흙처럼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미츠하시는 그대로 양손을 이용해 벽을 타고 올랐다. 담벼락 위를 사뿐사뿐 걷는 고양이처럼,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미츠하시는 창문 옆을 향해 벽을 타고 올랐다. 미츠하시가 지나간 자리에는 다섯 개의 구멍들이 남았다. 미츠하시는 왼쪽으로 목을 빼고 천천히 창가로 눈을 가져갔다. 창문은 반사코팅이 돼있어 거울처럼 보였다. 하지만 완전히 눈을 창문에 가까이 가져다 대면 안쪽이 들여다보였다.
한 남자가 보였다. 남자가 미츠하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츠하시는 잽싸게 고개를 빼며 숨을 죽였다.
남자는 미츠하시를 발견하지 못했다. 미츠하시는 잠시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다가 다시 창가로 눈을 가져갔다. 남자는 뒤돌아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미츠하시는 창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창문은 잠겨있었다.
미츠하시는 손을 핀 다음, 끝만 구부려 창문에 댔다. 미츠하시의 손끝은 송곳처럼 뾰족하게 서있었다. 미츠하시는 그대로 천천히 손목을 돌렸고, 손끝은 창문에 대고 원을 그렸다. 미츠하시는 그대로 조심스럽게 손을 뗐고, 그대로 둥그렇게 잘린 창문이 미츠하시의 손에 딸려 나왔다.
미츠하시는 둥그렇게 잘라낸 창문을 뒤로 떨어트렸다. 강우가 둥그렇게 잘린 창문을 받아들었다. 미츠하시는 둥그렇게 잘라낸 공간으로 팔을 집어넣어 잠금을 풀었다. 두 남자는 대화를 하느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미츠하시는 조심스럽게 팔을 뺀 다음, 천천히 창문을 열었다. 미츠하시는 왼손으로 창문을 열며, 오른손으로는 창문틀을 누르고 있었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창문을 열 때까지 두 남자는 아무것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미츠하시는 창문을 넘어서 들어갔다. 미츠하시는 몸을 낮추고 두 남자의 동태를 살폈다. 거리는 약 20m 이상. 그리고 2층은 어두웠다.
건물 안은 2층에서 1층이 내려다보이는 구조였다. 2층은 벽을 타고 빙 둘러진 바닥이 있었다. 구석 쪽에 작은 사무실 하나가 있는 것이 2층의 전부였다.
2층에는 불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1층의 환한 불빛이 중앙으로 들어오는 것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약한 햇빛 덕분에 완전한 어둠을 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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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저의 다른 글 마스터피스(Masterpiece)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늘, 새벽 1시 전에 32화가 올라갑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