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핫도그는 갑각을 부수고, 상하이 크랩의 살을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게보다 훨씬 풍미가 가득한, 진한 맛을 가지고 있었다. 한참 멀리 떨어져있는 몬스터가드들이나 강우 일행에게도 그 향이 전해질 정도였다.
일반적인 게살과 또 다른 점이라면 무지막지한 크기였다. 게살에는 결이 있고, 그 가닥가닥은 소면처럼 가늘다. 하지만 상하이 크랩의 게살은 한 가닥이 성인 남자의 팔뚝만큼 굵었다. 그리고 식감은 부드러움과 동시에 탱탱하고 쫄깃함을 함께 갖추고 있었다.
핫도그는 갑각을 또 깨물어 부쉈다.
까드득!
핫도그가 상하이 크랩을 먹는 소리가 신호탄이 됐다.
가장 먼저 격돌한 것은 안나와 서열 4위 여자였다. 여자가 보랏빛을 뿜어내며 몸을 부풀려 돌진해왔다. 안나는 여자를 통째로 얼려버리려 했다.
안나의 손아귀에서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양손을 여자에게로 뻗었고, 눈보라가 여자를 덮쳤다.
콰콰콰콰콰콰콰콰!
여자는 빠르게 회전해 눈보라를 털어내며 안나에게로 다가왔다. 안나는 몸이 부풀어 오른 여자가 위협적이라기보다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옆으로 피했다.
여자는 시네루를 준 당구공처럼 부드럽게 방향을 틀어 안나에게로 향했다. 안나는 귀찮고 짜증난다는 듯 손을 들어올렸다.
파창!
여자의 아래로 얼음 기둥이 솟아났다. 둥근 모양으로 회전하는 여자가 공중에 떴다. 안나가 왼손을 앞에 둔 채 오른손을 뒤로 당겼다. 어느새 안나의 손에는 얼음 활과 얼음 화살이 쥐어져있었다.
푸슝!
얼음 화살이 푸른빛을 머금은 채 날아갔다. 얼음 화살은 여자의 왼쪽 어깨를 꿰뚫었다. 여자는 고통에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회전을 멈추지 않았다. 여자는 얼음 화살에 어깨가 꿰뚫린 채 안나에게로 돌진해왔다. 안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오른손을 가볍게 저었다.
푸시익-!
안나에게로 날아들던 여자가 땅에 처박혔다. 안나가 손을 위로 까딱이자 여자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얼음 화살 때문이었다.
안나는 단순히 얼음을 만들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었다. 여자는 얼음 화살에 꿰뚫린 어깨가 들린 채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여자는 고통스러운 듯 오른손을 어깨로 가져가 얼음 화살을 뽑아내려 했다.
푸슉!
얼음 화살에 손가락 굵기의 기다란 가시가 돋아나 여자의 왼손을 꿰뚫었다.
“아아아아아악-!”
여자의 부풀었던 몸이 천천히 원상태로 돌아갔다. 여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안나를 쳐다봤다. 안나가 아래로 손을 가볍게 저었다.
콰아아아앙-!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여자는 일어나지 못했다.
파팡!
2위 남자가 오른쪽 주먹을 내질렀다. 미츠하시는 양팔을 들어 막아냈는데도 불구하고 뒤로 크게 밀려났다. 미츠하시는 싸우는 도중 이상한 점을 느꼈다.
‘뭐지? 이렇게까지 컸었나?’
남자는 처음에 모습이 바뀌었을 때도 키만 3m 가까이 될 정도로 거대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무언가 이상했다. 날아오는 주먹의 크기가 자신의 몸통보다 크게 느껴졌다.
터엉-!
아니, 커져있었다. 어느새 미츠하시의 키는 남자의 무릎 높이정도밖에 안 됐다.
금강역사. 거인.
남자는 여유가 넘치는 목소리를 높였다.
“밟아 죽여주마!”
남자가 발을 치켜들었다. 미츠하시는 남자를 올려다보며 양 주먹을 꽉 쥐었다.
콰아아아앙-!
남자의 발이 미츠하시의 머리 위를 짓이겼다. 발은 바닥에 닿지 못했다. 무언가가 남자의 발과 땅 사이에서 버티고 있었다. 남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응? 뭐지?”
남자의 몸이 뒤로 조금 기울었다.
“어?”
미츠하시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더러운 발 치워-!”
쿠웅-!
남자가 뒤로 쓰러졌다.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남자는 미츠하시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츠하시 역시 변해있었다. 미츠하시도 남자만큼은 아니지만 키가 약 3m가 될 만큼 커져있었다. 전신은 짙은 보랏빛으로 둘러싸여있었다. 악마의 뼈와 피부를 빌려와 몸에 덧댄 것 같았다. 사람과 비슷한 몸이었지만, 보라색 근육이 그대로 드러난 것과 같은 모양이었고, 양손과 양발은 유난히 컸다. 손톱과 발톱은 없었으며, 손끝과 발끝 모두 삐죽했다.
미츠하시의 비기, 데빌맨.
미츠하시의 얼굴 또한 짙은 보랏빛으로 둘러싸여있었다. 커다란 두 눈은 눈알이 빠지고 구멍이 나있는 듯했고, 커다란 입은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는 모양새였다. 머리에는 두 개의 어두운 보라색 뿔이 솟아있었는데 끝이 안쪽으로 구부러져있었다.
“싸워보실까.”
미츠하시는 목소리마저 변해있었다.
강우는 흥미롭다는 듯이 미츠하시를 쳐다봤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미츠하시는 데빌맨으로 변한 뒤가 변하기 전보다 훨씬 강했다.
어째서 미츠하시는 나노슈트 없이 이렇게까지 강할 수 있는 것일까.
우선 미츠하시는 나노슈트를 입고 있을 당시에도 풀 파워로 싸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현재 상위급 능력자들은 크게 네 분류로 나뉜다.
타고나게 강한 능력자.
노력을 통해 한계를 뛰어넘은 능력자.
나노슈트와 싱크로율이 높은 능력자.
몬스터의 심장을 먹고 강해진 능력자.
미츠하시는 나노슈트로 강해진 경우가 아니었다. 오히려 나노슈트로 인해 힘이 약해진 케이스였다.
미츠하시가 강해진 방법은 몬스터의 심장을 먹은 것이었다. 미츠하시가 몬스터의 심장을 먹게 된 계기는 말 그대로 애들 싸움으로부터 시작됐다.
미츠하시는 어릴 때부터 싸움에 천부적이었는데, 또래들 중 당할 사람이 없었다. 미츠하시를 따르는 학생들도 많았지만, 그만큼 적도 많았다. 하지만 감히 덤벼드는 이는 없었다.
성인이 되고,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뒀을 때였다.
미츠하시를 싫어하는 불량배들 중 한 녀석이 몬스터의 심장을 구해왔다. 목적은 자신들이 먹어서 강해질 목적이 아니었다. 사실상 몬스터의 심장을 먹는 것은 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불량배의 목적은 미츠하시에게 몬스터의 심장을 먹일 계획이었다. 일부 불량배들은 그러다 미츠하시에게 좋은 짓만 해주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단 한마디로 그 의견들은 일축됐다.
“그럼 네가 이걸 먹고 강해져서 미츠하시를 잡으면 되겠네. 근데 그거 알아? 그 녀석 예거로서의 자질을 갖췄다더라.”
계획은 단순했다. 미츠하시는 올곧은 성격에 친화적이었고, 사람을 잘 믿었다. 졸업식, 불량배 몇몇이 접근해 지난 일은 잊자, 이제 우리도 성인이다, 잘 지내보자, 이거 우리가 준비해온 음식이다, 먹어봐라, 진짜 맛있다 등의 말을 늘어놨다.
미츠하시는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원래 사람을 그런 식으로 의심하지도 않았고,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또래 학생들이 독살을 시도할 거란 생각은 못했다.
미츠하시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먹으며 물어왔다.
“너희는 안 먹어?”
그 순간 불량배들 중 몇몇은 강렬하게 죄책감이 마음을 비틀었다. 자신들이 몬스터의 심장을 섞은 요리를 건넸는데, 죽을지도 모르는데, 자신들의 끼니를 걱정하는 미츠하시의 모습에 서글픔마저 느꼈다.
불량배 하나가 미츠하시의 손에 들린 접시를 후려쳐 바닥에 떨어트렸다. 미츠하시는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결국 이런 식이냐?”
불량배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죽을지도 몰라! 우리가 음식에 몬스터의 심장을 섞었어! 그래도 혹시 몰라, 다른 고기하고 섞어서 볶았으니까 운이 좋으면 안 먹었을…….”
불량배가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미츠하시는 불량배 말에 충격을 받아 어지럼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뇌를 움켜쥐는 듯한 두통이 찾아왔다. 미츠하시는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미츠하시는 병원에 이송됐다. 몬스터의 심장을 먹은 것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입에 넣는 순간부터 점막에 흡수가 되고, 위에 들어가는 순간 모두 녹아 흡수됐다. 토해낼 수도, 위세척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미츠하시는 3일간 고열에 시달렸다. 일반 사람이라면 벌써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44도라는 고열. 그리고 그 다음 3일간은 저체온증에 시달렸다. 31도라는 저체온증.
미츠하시는 이겨냈다. 하지만 다시 3일간의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신의 근육이 찢어지는 격통이었다.
그리고 미츠하시는 살아남았다. 능력을 가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전 세계에서 손꼽을 만큼, 능력을 얻은 이후 최단기간, 사성급에 다다를 수 있었던, 진짜 힘은 사성급 이상을 손에 넣을 수 있을 만큼 강했다.
퍼펑!
단순히 발을 디뎠을 뿐이었다. 그저 단순한 도약.
미츠하시가 발을 디딘 자리는 완전히 부서져있었다. 미츠하시는 순식간에 남자의 코앞으로 다가섰다. 남자는 미츠하시의 속도에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미츠하시는 남자의 코앞으로 뛰어올라있었다. 남자는 눈앞의 미츠하시를 보며 입을 쩍 벌렸다. 미츠하시가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 꽉 깨물어라.”
남자는 그제야 황급히 양팔을 치켜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퍼어어어어어어억-!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미츠하시의 오른쪽 주먹이 남자의 안면에 꽂혔다. 남자의 몸이 크게 기울어지며 바닥에 처박혔다.
미츠하시는 공중에서 발을 박찼고, 그것으로 추진력을 얻었다. 미츠하시는 양쪽 무릎으로 쓰러진 남자의 옆얼굴을 내리찍었다.
쿠우우우우웅-!
남자의 몸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줄어들기 시작했다. 의식을 잃으며 금강역사 모드가 해제, 원래대로 돌아간 것이다. 미츠하시는 데빌맨 모드를 해제하며 씩 웃었다.
“별거 아니구만.”
퍼퍼퍼퍼펑-!
굉음에 미츠하시가 시선을 옮겼다. 시선이 향한 곳은 쿠라마와 서열 3위 여자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쿠라마가 두 눈을 번뜩이며 여섯 개의 날개를 펼쳤다. 화르륵, 하고 불타는 소리와 함께 쿠라마가 여자를 향해 날아갔다.
여자의 양발에 붉은빛이 모여들었다. 여자는 공중에 발을 디디며 뛰기 시작했다. 여자의 양발 뒤로는 불꽃이 길게 늘어져 따라다녔다.
속도로는 막상막하.
쿠라마의 오른쪽 날개 중 가운데 있는 것이 오른팔에 휘감겼다.
폭염용권.
쿠라마가 오른쪽 주먹을 내지르자 검붉은 몸에 두 눈에서는 주황빛을 뿜어내는 용이 튀어나갔다. 여자는 몸을 돌려 축구공을 차기 직전처럼 오른발을 치켜들었다. 여자의 발에는 붉은빛이 형상화돼 마치 호랑이의 앞발과 같은 모양이 형상화돼있었다.
화호(火虎).
붉은빛의 호랑이가 여자의 발끝에서 뻗어나가 폭염용과 뒤엉켰다. 그야말로 용호상박(龍虎相搏)이었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앙-!
주황빛과 붉은빛이 휘몰아치며 폭발이 일어났다. 빛이 걷히고, 쿠라마와 여자는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쿠라마는 곧바로 오른손을 옆으로 크게 저어 화염장막을 만들어냈다. 가로 폭이 10m 이상인 화염장막은 여자를 향해 날아갔다.
투투투퉁!
여자가 양발을 이용해 연속으로 발차기를 했다. 안쪽이 소용돌이치는 붉은빛덩어리가 날아와 화염장막에 닿는 순간 폭발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붉은빛덩어리가 닿은 부분이 사라져버렸다.
쿠라마는 두 눈을 번뜩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런 식으로는 끝이 없겠어.’
쿠라마는 이번 공격으로 끝을 낼 생각이었다. 여자 역시 쿠라마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빛을 뿜어내며 공격을 준비했다.
두 개의 불타는 날개가 쿠라마의 양팔에 휘감겼다. 여자의 양발에서는 그 여느 때보다 강렬한 붉은빛이 일렁였다.
쿠라마가 양손을 여자를 향해 뻗었다.
쌍화룡(雙火龍).
주황빛의 불타는 용이 여자를 향해 뻗어나갔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151화 분량은 어제 오후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만, 1월도 다 지나갔고, 2월에는 새로운 시작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지금 올리게 됐습니다.
152화는 오늘 중으로 반드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깊은 감사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