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화
여자는 쿵, 소리가 울리며 땅이 움푹 꺼지도록 왼발을 땅에 디뎠다.
라이거.
여자의 정강이와 무릎선을 따라 붉은빛의 호랑이가 튀어나왔다. 여자는 왼발을 축으로 삼아 쿠라마를 향해 오른발을 찼다. 여자의 오른발 궤적을 따라 붉은빛의 사자가 생겨나 쿠라마를 향해 달려갔다.
화룡 두 마리와 붉은빛의 호랑이, 사자가 격돌했다. 이전처럼 곧바로 폭발하지 않았다. 살아있는 동물들처럼 엉키며 싸웠다. 화룡들이 호랑이와 사자의 몸을 휘감으며 타오르고, 호랑이와 사자는 앞발을 휘둘렀다.
화룡 두 마리가 불을 뿜었다. 호랑이와 사자는 양 앞발을 교차하며 휘둘렀고, 주황빛과 붉은빛이 섞인 불꽃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여자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여자가 양손을 뒤로 끌어당긴 채 붉은빛을 모으고 있었다. 여자는 왼손을 아래로, 오른손을 위로하며 쿠라마를 향해 뻗었다. 여자가 위아래로 넓게 벌린 양손 사이에서 붉은빛의 라이거가 뛰어나갔다. 라이거가 발을 내딛는 곳마다 땅이 녹아내렸다. 발을 떼면 녹아내린 바닥이 잠시 시뻘겋게 찰랑이다 금세 잿빛으로 굳었다.
쿠라마는 몸을 틀며 오른발을 들었다.
“끝내주지.”
쿠라마 등 뒤에 하나 남아있던 날개가 오른쪽 다리에 휘감겼다.
적호(赤虎)의 발.
쿠라마가 허공에 대고 발차기를 했다.
여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라이거는 여자가 만들어냈던 사자나 호랑이보다 두 배 이상 커다랬다. 만약 살아있는 짐승이었다면 1톤은 나갈 무게.
쿠라마의 발끝에서부터 붉은색 털에 주황빛 줄무늬를 가진 적호의 앞발이 뻗어 나갔다. 그 크기는 가로와 세로 폭이 6m 이상, 발톱 길이까지 포함한다면 더 됐다.
적호의 앞발은 달려드는 라이거를 향해 사선으로 휘둘렀다.
슈칵!
적호의 앞발은 라이거와 함께 공간을 찢어버리듯 크고 깊은 발톱자국을 남기며 사라졌다.
퍼어어어어어어어어엉!
발톱자국이 남은 곳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고, 커다란 화염이 일어났다. 여자는 적호의 발톱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았다. 하지만 폭발의 충격만으로도 폭풍에 휘말린 비닐봉지 한 장처럼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그저 바람에 날린 쓰레기처럼.
여자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일어나지 못했다.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쿠라마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모든 전투가 강우 일행의 승리였다.
이제 강우와 진진 둘만이 전투를 남겨두고 있었다. 진진은 쓰러진 몬스터가드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쓸모없는 것들 같으니…….”
강우는 히죽거리며 조롱했다.
“다들 허약체질인가봐? 너도 금방 옆에 눕혀줄게.”
강우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이며 몸을 풀었다.
진진은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
“너희 전부 여기서 죽는다.”
진진의 몸에서 잿빛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모두의 시선이 진진에게로 쏠렸다.
미츠하시는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말했다.
“대체 뭐지?”
안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회색빛? 저런 녀석이 대체 어디서…….”
쿠라마가 말했다.
“눈속임이야. 저런 빛은 없어.”
미츠하시가 말했다.
“그렇지도 않아요. 하얀 늑대도 있잖아요. 그리고…….”
모두의 시선은 강우에게로 쏠려있었다.
강우는 재밌다는 듯이 진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회색이라? 저런 녀석이 또 있었네.’
강우의 양손은 검은색 힘이 장갑처럼 둘러져있었다. 전신 역시 옷 위로 검은색 힘이 얇게 감싸져있었다.
강우는 일행들을 향해 뒤로 물러나라 말할 생각이었다. 강우는 이번 싸움이 살아오면서 가장 큰 전투임을 예상했다.
‘아까 내 주먹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았었지.’
일행들은 강우가 말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한참 뒤로 물러선 뒤에야 자신이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 행동 자체도 강했기에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상대와 본인의 역량을 아는 것 또한 강함의 척도.
공기가 무거워졌다. 마치 중력이 바뀐 듯한 느낌.
착각이 아니었다.
강우와 진진의 힘이 만들어내는 중압감.
먼저 달려든 것은 강우였다.
터텅!
말 그대로 눈 한 번 깜빡한 사이, 강우는 진진의 코앞으로 다가서서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터어어어어엉-!
진진이 왼팔을 들어 강우의 주먹을 막았다. 주변 땅이 들썩거릴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진진은 조금도 밀려나지 않았다. 강우는 곧바로 왼쪽 주먹으로 진진의 오른쪽 옆구리를 노렸다.
떵, 퍼어어엉!
진진이 오른팔을 내려 강우의 주먹을 막아냈다. 그 충격은 진진의 몸을 통과해 왼쪽 옆구리 쪽으로 공기의 일그러짐마저 보였다. 하지만 진진의 입가에는 미소가 머금어져있었다.
‘웃어?’
강우는 곧바로 오른발을 차올렸다.
텅-!
강우가 오른쪽 다리를 제대로 뻗기도 전, 진진이 왼발로 정강이 앞을 찍어 막아냈다. 진진의 오른쪽 주먹이 강우의 복부 앞에 위치해있었다.
원인치 펀치.
터어어어어어엉-!
강우의 허리가 새우처럼 굽으며 뒤로 날아갔다.
콰콰콰콰콰콰쾅!
강우는 바닥을 구르다 양발을 바닥에 박아 넣으며 겨우 멈췄다. 검은색 힘이 강우의 전신을 좀 더 두껍게 둘러쌌다. 손을 기준으로, 아까는 한손에 탁구공 크기의 힘이었다면, 지금은 테니스공 크기.
강우의 얼굴에 기다린 입꼬리가 그려졌다.
“너 정체가 뭐냐?”
진진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걸 맞고 일어서?”
진진은 양 어깨를 뒤로 한 번 돌리며 몸을 풀었다.
“그걸 맞고 일어선 놈은 네가 두 번째다.”
진진은 왼발을 내세워 바닥에 쿵, 소리가 나도록 찍으며 자세를 낮췄다. 진진이 주먹을 꽉 쥐었고, 꾸드득, 하며 가죽을 쥐어짜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진진은 강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말고 일어섰던 놈도 배에는 커다란 구멍이 난 상태였는데…….”
진진의 시선은 원인치 펀치가 꽂혔던 강우의 복부로 향했다.
“아무 상처도 안 남다니…….”
강우가 진진에게 뛰어들었다. 강우는 공중에서 그대로 진진을 향해 주먹을 치켜들었다. 진진은 뒤로 물러나 강우의 주먹을 피했다.
콰아아아앙-!
강우의 주먹이 땅을 내리쳤다. 주먹이 꽂힌 곳을 중심으로 전방 10m 이상이 들썩거렸다.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곳은 이미 건물이 있던 자리로 보기는 어려웠다.
진진은 충격에 뒤로 멀리 날아갔다.
치이익.
진진은 착지하는 동시에 강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잿빛 오라가 아지랑이를 피우며 손아귀에 모여들었다.
철구(鐵球).
강우의 키보다 큰 잿빛 공이 날아들었다.
투쿵-!
강우는 양손을 뻗어 잿빛 공을 막아냈다.
진진이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철구(鐵球).
진진 앞으로 잿빛 공이 하나 더 생겨났다.
떠엉-!
진진이 잿빛 공을 주먹으로 밀어 쳤고, 강우를 향해 날아갔다. 잿빛 공은 당구처럼 강우가 양손으로 받아낸 잿빛 공에 부딪쳤다.
떵!
강우의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펑!
잿빛 공이 터지며 연기처럼 흩어졌다. 잿빛 연기는 강우의 몸을 휘감은 뒤 강철처럼 굳었다. 강우가 몸을 휘감고 있는 잿빛 강철에 당황한 사이, 진진이 뛰어올랐다.
터텅!
진진은 오른쪽 주먹에 잿빛 아지랑이를 피우고 있었다. 약 10m 이상의 거리를 한 번의 도약으로 강우에게 향했고, 주먹의 뒤로 기다린 잿빛 아지랑이가 그려졌다.
떠어어어엉-!
진진의 주먹이 강우의 안면에 꽂혔다. 강우는 전신이 잿빛 강철에 묶여 무방비 상태로 맞았다. 강우의 목이 뒤로 크게 젖혀졌다.
“크윽.”
강우의 전신을 묶고 있는 강철이 뻗어 나와 진진의 발아래를 받쳤다.
떵, 떵, 떵, 떠더더더더더더더덩, 떵!
진진이 엄청난 속도로 강우를 난타했다. 진진의 주먹이 강우의 안면을 후려칠 때마다 잿빛 아지랑이가 퍼졌다.
끼이이이익! 턱.
강우가 오른팔을 움직여 강철을 찢고, 손을 뻗어 진진의 왼쪽 발목을 잡았다. 진진은 황급히 양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마치 쇳덩이와 같은 주먹, 그 경도는 티타늄을 웃돌았다.
쿠구구구구구구.
강우의 손이 진진의 발목을 조여들었다. 진진은 오른발을 들어 강우의 안면을 마구 걷어차고, 밟았다.
끼이이이이이익-!
강우가 전신을 휘감은 강철을 찢고 튀어나왔다. 강우의 오른손은 여전히 진진의 왼쪽 발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강우는 그대로 진진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콰아아아앙-!
강우는 진진의 발목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대로 다시 치켜들어 먼지를 털듯 진진을 마구 휘둘렀다.
쾅, 쾅, 쾅쾅쾅쾅쾅쾅, 콰아아앙-!
강우의 입가에는 미소가 잔뜩 머금어져있었다. 진진은 바닥에 마구 찍히는 와중 양손을 강우를 향해 뻗었다.
퍼엉!
강철더미가 연기로 변해 강우의 주위를 감쌌다. 강우는 진진을 다시 들어 올려 바닥에 패대기를 치려했다.
끼이이익!
잿빛 연기가 전부 굳어버리며 강우를 집어삼켰다. 진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손을 제외하고, 강우는 강철에 완전히 삼켜졌다. 진진은 서둘러 발목을 빼내 바닥에 착지했다.
진진이 강우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이렇게 끝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지.”
진진의 양손에서 잿빛 연기가 뿜어져 나와 강우를 둘러싸고 있는 강철더미 위로 쌓였다.
퍼엉!
잿빛, 강철로 된 산이 생겨났다. 높이만 10m 이상, 그 폭 역시 무너지기 전의 건물과 비슷했다. 강우는 그 안에 갇혀있었다.
진진은 씩 웃으며 중얼거렸다.
“끝났군.”
진진은 힘들었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미츠하시가 목소리를 높였다.
“젠장! 형님이 당했어!”
안나가 진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생각 이상으로 강해.”
안나의 양손에는 푸른빛이 모여들었다. 미츠하시 역시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이 전신에서 보랏빛을 뿜어냈다.
쿠라마가 미츠하시와 안나의 앞으로 팔을 뻗어 가로막았다. 미츠하시가 쿠라마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왜 막으십니까?”
“기다려.”
“누님은 형님이 당했는데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이제 막 만들어진 거지만, 저희는 같은 클랜입니다. 그리고 클랜장이 당한 거라고요.”
쿠라마는 싸늘한 눈으로 미츠하시를 보며 물었다.
“너 저 녀석 이길 수 있어?”
미츠하시는 처음 강우와 진진이 싸우기 전, 중압감에 짓눌려 뒷걸음질을 쳤던 걸 떠올렸다. 미츠하시는 이를 악 물었다.
“그냥 안 당합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겁니다. 아니, 이깁니다!”
진진이 미츠하시와 안나, 쿠라마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 쓰레기들이 남아있었네.”
쿠라마의 시선은 산처럼 모양이 잡힌 강철에 시선이 향해있었다. 쿠라마는 강우가 그대로 끝났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특별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근거가 보였다.
으드득!
핫도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처럼 상하이 킹크랩을 먹고 있었다. 다리 하나를 거의 다 먹어가고 있었다. 너무 먹어서 배가 빵빵해져있었다.
진진이 걸음을 옮기는 순간이었다.
끼익, 끼이이익, 끼이익!
모두의 시선이 강철로 향했다.
끼기긱, 끼이익, 콰직, 콰지지지지직!
강철이 조그만 구멍으로 빨려가듯 소용돌이 쳤다. 순식간에 강철이 모두 사라져버리고, 강우의 모습이 드러났다. 높이와 폭이 10m가 넘던 강철더미가 탁구공 크기로 압축돼있었다. 강우의 양쪽 입꼬리는 귀밑에 닿을 듯 찢어져있었다.
쿵.
쥐색으로 압축된 강철이 바닥에 떨어졌다. 강우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이며 말했다.
“나도 진지하게 가야겠지.”
진진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강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터어엉-!
강우가 순식간에 진진의 코앞으로 다가섰다. 진진은 황급히 전신에서 잿빛을 뿜어내 강철로 벽을 세우는 순간이었다.
콰지지직! 턱, 콰아아아아앙!
강우는 오른손으로 강철로 된 벽을 꿰뚫어버리고, 진진의 얼굴을 붙잡아 그대로 바닥에 내리찍었다.
콰아앙!
강우는 진진의 안면을 잡은 채 다시 바닥에 내리찍었다. 그럼에도 진진의 머리는 부숴지지 않았다. 강우는 놀랍다는 듯이 진진을 보며 집어던졌다.
쾅, 콰쾅, 쾅!
진진은 몸을 벌떡 일으키며 강우를 노려봤다. 강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대체 뭐지? 너 왜 피 한 방울도 안 나냐?”
“누가 할 소리를…….”
진진의 몸은 자신이 만들어내는 강철과 같은 경도를 지니고 있었다.
진진이 두 눈을 부릅뜨며 잿빛 연기를 피웠다. 잿빛 연기는 다시 진진의 몸으로 스며들었고, 피부가 잿빛으로 변했다.
진진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잿빛으로 변해있었다. 진진이 옆으로 손을 뻗자 잿빛으로 된 기다란 검이 손에 쥐어졌다.
“죽인다.”
강우는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아직도 보여줄 게 남았어?”
진진이 검을 치켜든 채 강우를 향해 뛰어왔다.
월광 베기.
진진이 검을 세로로 휘둘렀고, 잿빛 잔상이 남았다. 강우는 몸을 옆으로 틀어 간단히 피해냈다.
끼기기긱!
잿빛 잔상이 가시덩굴처럼 변하며 기다란 가시가 뻗어 나와 강우를 덮쳤다.
까가가강!
가시는 강우의 몸을 꿰뚫지 못했다. 강우가 주먹을 쥔 채 옆으로 휘둘렀다.
채앵!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렸다. 강우가 검은색 힘으로 형상화시킨 단검을 휘둘렀고, 진진은 검으로 그것을 막아냈다.
키킥, 째앵!
시커먼 단검이 잿빛 검을 깨트렸다. 진진은 검은 손에서 곧바로 놓아버리며 강우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원인치 펀치.
진진의 오른쪽 주먹이 강우의 복부를 때렸다.
퉁!
강우는 복부로 진진의 주먹을 튕겨버렸다.
“이제 끝내자.”
강우가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손에 쥐어져있던 단검이 녹아내리듯 흘러 손을 휘감았다. 주먹은 진진의 안면을 향했고, 뒤로는 검은색 그림자가 쭉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진진은 몸을 뒤로 날려 안면에 맞는 것은 면했다.
떠어어엉-!
강우의 주먹이 진진의 왼쪽 어깨를 후려쳤다. 강우의 주먹이 파고들었고, 진진의 어깨가 찌그러져 움푹 들어가 있었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부서지지 않으면 찌그러트리지 뭐.”
콰아아앙!
강우가 오른발을 뻗어 진진의 왼발을 밟았다. 진진의 왼발은 지면과 수평을 이룰 만큼 납작해졌다.
떵, 떵떵떵떵, 떵!
강우의 주먹과 발이 가는 대로 진진의 몸이 찌그러졌다. 강우가 때리는 것을 멈췄을 때, 진진의 양발은 납작해져있었고, 두 다리는 안쪽으로 휘어있었으며, 양 어깨는 움푹 패여 팔이 금방이라도 툭 떨어질 것 같았다.
강우가 진진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재밌었다.”
끼이이이이이익!
강우는 그대로 진진을 무너트렸다. 진진은 완전히 찌그러졌고, 턱이 바닥에 닿아있었다. 진진은 두 눈이 뒤집힌 채 그대로 움직임이 없었다. 강우는 양 옆으로 튀어나와있는 진진의 양팔을 잡았다.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강우는 포장을 하듯 진진의 양팔을 늘린 다음 매듭을 지어 묶어버렸다.
“신기한 몸일세.”
터엉! 콰아아아앙!
강우가 축구공처럼 걷어찼고, 진진은 멀리 날아갔다. 목숨은 끊어지지 않았지만, 평생 정상생활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미츠하시가 강우에게로 뛰어가며 소리쳤다.
“형님! 대단하십니다!”
강우는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 내가 진 줄 알았었잖아. 강철에 갇혀있을 때 다 들었다.”
미츠하시는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 형님 그게 아니라…….”
쿠라마가 말했다.
“수고했어.”
강우는 몸이 찌뿌듯한 듯 스트레칭을 하며 말했다.
“제법 센 놈이었어.”
안나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렇게 보기에는 여유가 있던데?”
모두의 시선이 안나에게로 쏠렸다.
안나는 강우를 보며 말했다.
“넌 대체 뭐지?”
“뭐긴, 사람이지.”
안나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런 뜻이 아니잖아.”
“나는…….”
강우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을 이었다.
“클랜 집행(엑시큐션)의 클랜장이지.”
강우가 몸을 돌려 핫도그가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단 저거 좀 먹으면서 얘기하지?”
상하이 킹크랩은 아직도 뜨끈뜨끈했다. 워낙 큰 몸집인데다가 핫도그의 불길로 익혔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쿠라마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절대 먹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우와 미츠하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상하이 킹크랩의 다리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안나가 강우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려 했다. 강우는 게살을 내밀며 말했다.
“먹으면서 얘기해.”
안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옆에 앉아 게살을 먹기 시작했다. 쿠라마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대체 몬스터를 어떻게…….”
강우가 쿠라마에게 게살을 내밀며 말했다.
“넌 몬스터 싫어하잖아. 그러니까 먹어서 없애버려.”
쿠라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익은 게살 냄새가 강렬하게 풍겨져 왔다. 미츠하시는 쩝쩝거리며 말했다.
“이거 진짜 맛있어요. 그리고 사실상 그냥 꽃게랑 다를 것도 없잖아요. 좀 큰 것뿐이지.”
쿠라마는 시선을 피한 채 망설였다.
꼬르륵.
쿠라마의 배에서 난 결정적인 소리.
쿠라마는 결국 강우가 건네는 게살을 받아들었다. 핫도그는 기분이 좋은 듯 두 번째 다리를 뜯어먹으며 컹컹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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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좋은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께도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힘이 됨은 물론이며, 도움을 받는 경우도 참 많았습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게맛살이라도 먹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