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55화 (155/195)

155화

미츠하시가 말했다.

“하지만 몬스터들이 나오지 않으면 분명 위험한 일이 없어지니 힘도 필요가…….”

강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빛도 사라지고, 몬스터도, 몬스터의 심장도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파장이 장난 아닐 걸? 그에 관련된 일을 하던 사람들은 모두 직업을 잃게 되겠지. 이미 능력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물론, 그 힘을 이용해 다른 일도 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지금처럼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을까? 아닐 거다.”

강우는 두 눈을 번뜩이며 말을 이었다.

“이미 힘을 가질 수 있는 빛과 몬스터는 사회에 녹아들어있어. 몬스터를 모두 없애는 것 자체도 문제가 돼. 인간은 이미 여태까지 많은 종의 동물들을 멸종시켰지. 모든 몬스터를 전부 멸종시킨다고? 몬스터보호협회가 아니더라도 문제가 될 거다. 게다가 구멍을 막았을 때 또 다른 일들도 일어날 수 있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외국어를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전부 빛과 몬스터에 관련된 것이겠지. 그런데 만약 그런 것들마저 사라진다면? 전 세계의 무역과 소통에도 갑작스레 큰 차질이 생길 거다. 전 세계적인 규모로 엄청난 손해가 생기는 거라고.”

쿠라마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는 말이야.”

강우는 눈썹을 찡그린 채 말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야. 힘을 얻을 수 있는 빛, 혹은 몬스터의 심장으로 인해 힘을 얻는 것. 그리고 그 힘으로 몬스터들을 사냥하거나 관련된 일을 하는 것. 그것들은 그 어떤 복권보다도 빠르게 삶의 질을 바꿔준다. 게다가 가장 중요하다는 건강마저 지켜주지. 그런 것들을 앗아간다고? 과연 사람들이 그런 걸 원할까? 이렇게 되면 일반사람이 강한 힘을 얻는 방법은 나노슈트를 통한 방법만 남게 돼. 그런데 나노슈트의 가격이 어떻지? 지금보다 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거고, 위화감이 커질 거다. 운이 따라야 되지만, 비교적 확률이 높은 도박, 빛과 몬스터의 심장은 이미 사라진 상태이니…….”

강우 일행은 잠시 아무런 말도 없었다.

침묵을 깬 것은 강우였다.

“그리고 지금 당장 생기는 문제가 또 있어. 에스카에게 아주 큰 문제다. 이건 몇몇 에스카 일원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인데…….”

안나는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듯이 물었다.

“그게 뭔데?”

“아까 말한 부분과 맞물리는 거야. 몬스터의 심장은 힘을 얻게 되거나 죽는 것 말고도 다른 증상이 또 있지.”

쿠라마가 나지막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몬스터화…….”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야. 많은 에스카 일원들이 몬스터의 심장을 먹고, 변했다는 말이 있어. 에스카의 통계에 따르면, 몬스터의 심장을 먹고 힘을 얻거나 죽을 확률보다 신체 일부분 혹은 전체가 몬스터처럼 변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미츠하시가 물었다.

“그럼 그렇게 변해버린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강우는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이 부분까지는 알 수 없었어.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지. 몬스터화가 된다고 해도, 의식은 사람일 때와 똑같은 경우가 있다. 아마 여전히 에스카의 일원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르지. 뭐, 사람일 때의 성격은 유지하지 못하겠지만.”

안나가 물었다.

“의식을 가진 채로 몬스터화가 되면 어떻게 되는데?”

강우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의외인데?”

“뭐가?”

“넌 예거 파티 소속이었잖아. 그런데도 물어보는 게 많아서 말이야. 예거 파티가 현재 몬스터보호협회 때문에 다른 것에는 별로 신경을 못 쓰고 있지만, 그래도 너 정도면 꽤 많은 것들을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 칠성급이라며? 그럼 러시아에서도 높은 직급 아니야?”

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나와 비슷한 직급들이 있긴 하지만, 두 번째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그것도 몰라?”

안나는 강우가 무시하는 듯한 느낌에 인상을 찡그렸다.

“모를 수도 있지. 난 몬스터보호협회 쪽에 신경을 쓰느라 바빴다고.”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뭐, 그렇게 발끈하고 그래? 어쨌든 하던 얘기를 마저 하면, 기본적으로 지능이나 평소 행동 같은 건 동일하다고 해.”

미츠하시가 물었다.

“그럼 겉모습 말고는 딱히 문제가 없는 건가요?”

“아니, 엄청 흉폭하게 변한다. 분노조절장애, 아니, 그 수준을 훨씬 벗어나있다고 한다.”

안나가 물었다.

“그럼 의식이 있다고 해도 에스카에서 계속 일원으로 두는 건 무리 아닌가?”

“글쎄……. 그것까지는 나도 모르지. 다만, 원래 의식이 남아있으니 목표는 그대로일 테니,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안나가 말했다.

“하나만 더 묻자.”

“뭔데?”

“결론적으로 예거 파티와 몬스터보호협회의 전투가 끝난 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 거 같아?”

강우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대답했다.

“내가 말해봐야 그게 정답은 아니야. 나도 가설을 세워두는 것뿐이니까.”

“그래도 말해봐.”

강우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우선 예거 파티 측이 몬스터보호협회를 이길 거다.”

“왜지?”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내가 예거 파티 측에서 싸울 거니까. 사실 내가 아니더라도 예거 파티 측에는 십성급 능력자들이 다수 포진해있으니 당연히 승산이 높겠지. 뭐, 몬스터보호협회도 뭔가 수가 있기야 하겠지만.”

“그 다음은?”

“에스카는 이미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어. 예거 파티의 승리 후라고 했을 때, 또 다른 마찰이 생겨날 거다.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겠지만,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지점. 거품이 일어나는 그곳을 두고 생기는 마찰이 가장 먼저겠지. 예거 파티에서도 그곳을 탐사하려 할 거고, 에스카 측에서는 자신들의 우선권을 주장할 거고. 둘이 전쟁이 일어날 수도, 혹은 에스카가 모든 것을 무시한 채 거품이 나오는 곳을 막아버리려 한다던지…….”

쿠라마가 말했다.

“오히려 예거 파티는 몬스터들을 없애려 하니, 그쪽에서 거품이 나오는 것을 막으려 하지 않을까?”

“아니, 예거 파티 입장에서는 생각해야 될 것들이 너무 많아. 앞서 말했듯이 다들 가만히 있지 않을 걸? 정부가 수많은 국민들의 꿈과 희망, 삶이 담긴 밥그릇을 뺏는 꼴이 될 테니까. 반면, 에스카 입장에서는 그런 것까지 고려하지는 않을 테니까. 예상을 하자면 가설은 수도 없이 많이 세울 수 있으니….”

안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바닥에 시선을 두다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라면 어떻게 할 거지?”

“나?”

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만약 네게 그 선택권이 있다고 치면 어떻게 할 거야? 계속 거품이 나오게 놔둘 거야? 아니면 근원지를 없앨 거야?”

강우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일단은 놔둘 거야.”

안나는 강우의 대답에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강우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 만약 그래야 되는 사태라면, 더 강한 몬스터들이 출몰한다거나,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할 때, 그때라면 근원지를 없애야지. 내가 사람들을 보호한다거나 인류를 위해 힘을 쓴다거나, 그런 스타일은 아니지만, 사회가 무너지면 나도 살아갈 수 없으니, 그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겠지.”

쿠라마와 미츠하시는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강우의 말에 기뻐했다.

강우의 말을 들은 안나 역시 만족스러워보였다.

“좋아, 나도 너희 클랜에 들어가겠어.”

강우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미츠하시가 물었다.

“그런데 현재 예거 파티 소속이잖아. 그건 어떻게 되는 거야?”

안나가 말했다.

“탈퇴 선언을 해야지.”

강우가 말했다.

“어차피 우린 지금 예거 파티 측을 만나러 갈 거야. 거기서 몬스터보호협회와의 전면전에 참가할 것을 알리고…….”

강우는 안나를 쳐다보다가 물었다.

“이름이 뭐랬지?”

“안나.”

“아, 그래. 안나도 탈퇴를 하고, 우리 클랜 소속이 되었음을 밝혀야지.”

쿠라마가 말했다.

“그냥 연락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전면전 당일에 참가하면 되지, 뭐하러…….”

강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말했잖아. 이번 전면전은 분명히 소수정예끼리 맞붙게 될 거라고. 게다가 에스카에서 능력과 몬스터에 대한 근원의 진실에 상당히 근접한 상태야. 예거 파티는 물론이고, 몬스터보호협회 입장에서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지. 그러기 위해선 전력을 최대한 아껴놓을 필요가 있으니까.”

미츠하시가 물었다.

“그럼 그 소수정예 인원은 이미 예거 파티 내에서 뽑혀있지 않을까요?”

강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을 거다. 게다가 이번에 예거 파티와 몬스터보호협회가 붙는 것을 전면전이라 하는 자체가 웃기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안나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생각을 해봐. 아직 결정은 안 났지만, 이번 싸움은 아무리 많아도 인원이 100명 아래일 거다. 그리고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그 편이 서로 전력을 최대한 아낄 수 있잖아? 사상자가 더 적게 발생할 테니까. 아직 서로 눈치를 보며 협의점을 찾고 있겠지. 극단적으로 열 명에서 스무 명 정도로 힘의 차이만 보여주는, 그런 전면전이 될 수도 있어. 어차피 어느 쪽이 이기든지 뿌리까지 뽑지는 못해. 세력은 확실히 줄어들겠지만 말이야.”

미츠하시가 물었다.

“그러니까 저희가 이번 전투에 참여하기 더 힘든 거 아닙니까? 예거 파티에 십성급만 여섯……. 아니, 초록빛의 예거가 몬스터보호협회 쪽에 붙었으니, 다섯 명이죠. 하여튼 십성급만 다섯 명에 그 바로 아래 예거들도 꽤 많을 겁니다. 우리가 거기 있을…….”

강우가 미츠하시의 말허리를 잘랐다.

“그렇지 않아. 절대 예거 파티 쪽에서 최대 전력이 모두 나오지는 않는다. 십성급은 만일을 위해 한두 명이나 나오겠지. 몬스터보호협회 쪽도 그렇겠지. 그리고 우리가 참전한다고 하면, 예거 파티 측에서는 그저 좋기만 하겠지. 손해 볼 게 없잖아? 어차피 이름뿐인 전면전일 테니까. 자기들 전력을 지키면서 대신 싸워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을 거야. 게다가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예거 파티 측에서.”

강우는 엄지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나는 분명히 싸우게 해준다.”

안나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넌 아직 대대적인 평가로는 사성 상급이야. 물론 칠성 중급을 잡았으니, 이제 칠성 중급에서 상급으로 쳐주겠지. 하지만 속단하긴 일러. 그리고 나 역시 칠성급이고.”

“난 몬스터보호협회 쪽이랑 마찰이 여러 번 있었지. 그쪽에서는 핫도그 때문이라도 나를 노려왔었고. 여러 가지로 나를 뽑지 않을 리가 없어.”

쿠라마가 말했다.

“그럼 얼른 가자.”

강우가 말했다.

“그래. 더 질문 있어?”

안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일단 가자. 어디로 갈 거야?”

“일단은 비행기로 가자. 아마 미국으로 가게 되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강우 일행은 쿠라마의 비행기가 있는 광저우 바이윈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강우의 표정은 어딘가 말끔하지 못했다.

강우는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며 변수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일단 비행기로 가서 생각하자. 이렇게 돼도, 저렇게 돼도 별로 상관은 없다. 어쨌든 일단 몬스터보호협회를 조지는 거니까. 오히려 예거 파티 측에 합류하지 못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만…….’

강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냐, 역시 예거 파티 쪽으로 합류하게 되는 편이 낫다. 합류해서 몬스터보호협회의 뼈대를 모두 부서트리고, 예거 파티 측의 동태도 알아놓을 필요가 있다.’

강우 일행은 공항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쿠라마는 이동하는 내내 강우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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