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미츠하시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그리고 형님이 핫도그를 돌보라는 이유에서만 그러는 것도 아닐 테고. 그렇죠? 형님?”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 여기서 모든 걸 말할 수는 없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그러니까 내 말을 따라주겠어?”
강우는 쿠라마와 안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쿠라마는 아직 기분이 다 풀리지는 않았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렸다.
“알았어. 까라면 까야지. 네가 클랜장이니까.”
안나는 팔짱을 끼고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예거 파티를 나오면 좀 나을 줄 알았더니, 클랜도 똑같네. 결국 윗대가리의 말이 곧 법이니까.”
강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더 중요한 일을 하게 될 테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마.”
가이가 껄껄거리며 말했다.
“다들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군요. 하긴, 이 정도까지 올라오신 분들이면 단순히 부나 명예를 위해 이 일을 하는 건 아닐 테니까요.”
가이는 소파 옆에 자그마한 스탠드 테이블 위의 전화기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그럼 서류는 한 장이면 되겠습니까?”
강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한 장만 있으면 됩니다.”
가이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고, 금세 서류를 가져왔다. 비서는 강우가 서류 작성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서류에서 확인하는 것은 거의 없었다. 강우는 서류를 작성한 뒤, 비서에게 건넸다. 비서는 서류를 받아들고, 다시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가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 오늘 중으로 시험일자가 잡힐 겁니다. 아무래도 전면전이 일주일 남은 상황이니, 빠르게 진행될 겁니다. 제 생각엔 늦어도 이틀 뒤에는 시험이 시작될 겁니다. 전면전을 위해 휴식도 필요할 테니, 시험도 하루면 끝날 겁니다.”
강우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숙소는 어떻게 돼있나요? 방 네 개가 필요할 거 같은데.”
미츠하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형님, 여기서 잘 거요?”
쿠라마가 말했다.
“숙소를 왜 여기서 잡아?”
안나가 쿠라마의 말을 거들었다.
“그래, 그건 아니지. 근처에 더 좋은 호텔도 많을 텐데.”
강우가 말했다.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니까, 그냥 여기서 묵어. 그리고 일반 호텔들 중에서는 핫도그가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있을 거야. 여기는 예거 파티 건물이니, 아마 트레이닝 룸 같은 것도 준비돼있을 거다.”
강우는 가이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그렇죠?”
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안나 씨도 알고 계시겠지만, 대부분의 예거 파티 건물에는 트레이닝 시설 및 많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VIP룸을 이용하시면 모든 시설은 무료로 사용하실 수 있고, 그 외의 방들은 추가요금이 따로 붙습니다.”
미츠하시가 눈썹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예거 파티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거 아니었나……. 완전 돈 벌겠다고 장사를…….”
가이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전부 예거들을 양성하는 것과 사람들을 위해 쓰입니다. 그리고 예거들도 돈을 벌어야 먹고 사니까요.”
강우가 말했다.
“VIP룸 세 개하고 일반 룸 하나 잡을까 하는데요.”
미츠하시가 물었다.
“왜 하나는 일반 룸으로 잡아? 돈도 많은데.”
“내가 너희랑 같이 다른 시설을 이용할 일도 없을 거고, 시험을 볼 때는 아예 방을 비울 거니까, 굳이 VIP를 사용할 필요는 없지.”
가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럼 바로 처리해드릴까요?”
“네,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아마 이런 잡무나 처리하실 분이 아닐 텐데.”
“겸사겸사 하는 것이니 괜찮습니다. 사실 고생은 제 비서가 많이 하는 거죠. 저야 말 몇 마디 하는 것이 전부인데요, 뭘.”
가이는 비서를 부르기 전, 강우를 보며 말했다.
“저도 이번 시험의 감독관 중 하나로 들어갈 겁니다. 행운을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이가 비서를 불렀다. 비서는 강우 일행을 안내했다.
“따라오세요.”
강우 일행은 가이와 인사를 하고, 비서를 따라 사무실을 나섰다.
비서는 앞장서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강우 일행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 곳은 40층이었다. 예거 파티 뉴욕지부 건물은 30층부터 40층까지 숙소 및 편의시설로 이용되고 있었다. 비서는 팔찌 형태로 된 키를 미츠하시와, 쿠라마, 안나에게 건넸다.
“팔찌처럼 착용하시면 됩니다. 문을 여실 땐 터치하시면 되고요. 방수도 되고, 화기에도 강하니 딱히 주의하실 점도 없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실 땐 언제든지 룸에 비치된 인터폰을 이용하시면, 저희 직원들이 언제든지 도와드릴 겁니다. 트레이닝 시설 및 편의시설에 관한 것들은 룸에 비치된 매뉴얼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강우가 물었다.
“내 방은요?”
비서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당신의 방은 아래층입니다.”
강우는 일행들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일단 방에서 좀 쉬고 있어.”
강우는 핫도그의 등을 탁, 소리가 나도록 쳤다.
“너도 내려. 같이 잘 있어야 돼. 알았지?”
핫도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강우를 향해 몸을 돌렸다. 핫도그는 앉아서 강우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이따 저녁 먹을 때나 보자.”
비서가 말했다.
“이제 내려가도 되겠습니까?”
강우가 고개를 끄덕거렸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강우가 머물 방은 30층에 위치해있었다. 강우는 비서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향했다. 비서는 팔찌 형태로 된 키를 건네며 물었다.
“이번 최후의 10인 선정시험에 접수하신 분들 중 저희 예거 파티 건물에서 머무시는 분들께는 시험 일정이 잡히면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원치 않으신다면 취소하실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인터폰으로는 다른 직원들에게만 연락이 갑니다.”
비서는 가슴에 위치한 앞주머니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이쪽으로 연락주시면 저에게 연락이 닿습니다. 가이 리치 감독관님에게 연락을 하시고 싶으셔도 저를 통하시면 됩니다.”
“뭐, 딱히 연락을 드릴 일은 없겠지만, 감사합니다. 계산은 어디서 하죠?”
“나가시기 전날 1층에서 하시면 됩니다. 그럼 편히 쉬도록 하십시오.”
비서는 문을 닫고 나갔다.
강우는 혼자 남은 방에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VIP가 아닌 일반 룸이라곤 해도 나쁘지 않았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다. 꽉 쥐어짠 오렌지를 뿌려놓은 듯 주황빛으로 하늘이 물들었다.
강우는 뒤로 벌러덩 누우며 중얼거렸다.
“혼자 있는 것도 오랜만이네. 예전에는 항상 혼자였는데.”
강우의 입가엔 왠지 모를 미소가 머금어져있었다.
강우가 잠시 눈을 붙이고 있을 때, 방안의 천장에 부착된 스피커를 통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번 최후의 10인 시험일정이 잡혔습니다. 최후의 10인 시험은 내일 모레, 오전 9시부터 치러질 예정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추후 기입하신 연락처로 전송됩니다. 혹은 예거 파티 뉴욕지부에 문의를 주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우는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제 곧 시작이구만. 모레 오전 9시라……. 그럼 내일 즈음이려나?’
강우는 쿠라마와 미츠하시, 안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운동 좀 하고, 내일은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몸 좀 풀어놔. 그리고 앞으로 내가 문자하면, 곧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해.-일행들에게선 곧바로 -알겠어.- -그럴게.- -알았다.- 라고 답장이 왔다.
강우는 일행들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지금 1층 접수처 쪽으로 내려와.-강우는 휴대폰을 주머니로 집어넣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도착, 핫도그를 포함한 일행들이 내려와 대기하고 있었다. 강우는 흡족한 듯이 미소를 머금었다.
‘말 잘 듣네.’
쿠라마는 강우를 보자마자 물었다.
“무슨 일이야?”
강우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말했다.
“아,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미츠하시가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형님도 안 어울리게 싱거우시네.”
쿠라마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난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잖아.”
안나는 눈썹을 찡그리며 쿠라마의 말을 거들었다.
“나도 그래서 건물 밖으로 뛰어내려왔어.”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연습했다고 생각해. 빠르게 움직여야 할 일이 언제 있을지 모르니까.”
일행들은 모두 강우가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그 말에 뼈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돌았다.
강우는 앞장서 걸음을 옮기다가 일행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해? 밥 먹으러 가자.”
강우 일행은 저녁식사를 위해 밖으로 빠져나갔다.
식사를 예거 파티 뉴욕지부 건물 내에서 할 수도 있었지만, 뭔가 특별한 것을 먹어보자는 취지였다. 강우는 미국에 온 것이 처음이었기에.
강우 일행이 들른 음식점만 여섯 군데였다. 등갈비와 훈제연어, 피자, 햄버거, 바비큐, 다양한 빵들에 랍스터까지.
말 그대로 배 터지게 먹었다. 핫도그가 등갈비나 바비큐에 붙은 뼈는 물론, 랍스터까지 껍질 채 먹을 때는 모두들 즐거운 듯이 웃었다.
예거 파티 뉴욕지부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미 밤이 깊어있었고,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가로등 불빛만이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다섯 명의 남자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모두 흑인들이었다. 험악한 인상, 헐렁하게 입은 옷, 흔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갱스터 같은 모습이었다.
흑인들은 곧장 강우 일행을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키는 작지만, 넓은 어깨를 가지고 있었다. 한쪽에만 머리가 세 개는 들어갈 것처럼 보였다. 민머리에 껄렁거리는 행동거지는 미디어에서 접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헛웃음이 나올 만큼 전형적인 흑인 갱스터 특유의 말투와 행동거지.
흑인남자는 강우 일행을 노려보며 말했다.
“모두 손들고, 무릎 땅에 붙여.”
강우 일행은 이런 상황이 그저 웃길 뿐이었다. 요즘 세상에 강도질이라니, 그것도 능력자들을 상대로.
강우 일행의 옆으로 핫도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핫도그를 보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강우는 그 순간 남자들이 능력자인 것을 확신하며 소리쳤다.
“공격해!”
흑인 남자들은 이미 전신에서 각양각색의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강우의 바로 앞에 있던 남자가 양손을 뻗었다. 남자의 양손에는 짙은 남색 빛의 권총이 들려있었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기관총보다도 빠른 연사속도, 남색 빛을 머금은 탄환 한 발 한 발은 코끼리도 터트려버릴 만큼 강력했다. 강우는 양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고, 몸으로 탄환을 받아내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다른 흑인들도 각자 핫도그와 미츠하시, 쿠라마, 안나를 공격했다.
한 남자가 전신에서 붉은빛을 뿜어내며 미츠하시에게 달려들었다.
터어엉-!
남자가 오른쪽 주먹을 휘둘렀고, 미츠하시는 왼쪽 손바닥으로 받아냈다. 발아래 땅에 금이 갈 정도의 충격이었다. 미츠하시는 이를 악물고 눈을 부라리며 보랏빛을 뿜어냈다.
다른 남자는 오른쪽 팔에서 노란색 빛을 뿜어냈다. 노란빛은 순식간에 기다란 창처럼 형태를 잡으며 안나에게로 뻗어나갔다.
파칭!
안나는 오른손을 뻗어 눈꽃송이 모양의 얼음방패로 막아냈다.
보라색 화염이 한 남자의 전신을 휘감았다. 남자는 불타는 모습 그대로 쿠라마를 향해 튀어나갔다. 쿠라마는 불타는 날개 하나를 뻗어 전방으로 내질렀고, 굉음과 함께 보랏빛과 주황빛을 머금은 붉은 화염 폭풍이 일어났다.
다른 남자는 전신에서 주황빛을 뿜어냈다. 남자가 핫도그에게로 뛰어들며 양손을 모아 머리 위로 뻗었다.
지이잉.
남자의 양손에는 자신의 몸집보다 크고 사각진 주황빛 해머가 들려있었다. 남자는 그대로 해머를 핫도그를 향해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앙-!
핫도그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 해머를 피해냈다. 남자는 다시 해머를 치켜들었고, 핫도그는 굵은 송곳니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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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획에 약간 차질이 있었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