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60화 (160/195)

160화

처음 강우에게 권총을 난사했던 남자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총구는 강우를 겨누고 있었다. 확인사살을 위해 움직였다. 남자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투웅-!

남자의 이마가 움푹 들어가 찌그러졌고, 두 눈알이 반쯤 튀어나오고, 코에서는 콧물이 아닌, 투명한 액체가 착, 하고 뿜어져 나왔다. 남자는 머리부터 뒤로 쏠리며 그대로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강우가 드러누운 채 엄지를 튕겨 공기를 압축해 발사한 것이었다.

투웅!

강우는 바닥에 누워있던 채로, 마치 등 뒤에 용수철이라도 달린 듯이 몸이 튕겨 올랐다. 강우가 가장 먼저 핫도그와 마주하고 있는 남자에게 향했다.

강우는 클랜원들을 힐끗 쳐다봤다.

‘이런 녀석들에게 당하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힘을 모아놔야 한다.’

남자가 황급히 해머를 휘둘러보기도 전, 강우가 오른쪽 주먹을 휘둘렀다.

떠엉! 꽝!

주먹은 남자의 안면을 내리쳤다. 남자는 안면부터 바닥에 꽂힌 뒤, 낮게 몸이 떠올랐다. 남자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강우는 그대로 튀어나가 쿠라마의 앞에 있는 남자에게로 향했다. 남자는 전신에서 불꽃을 이글거리며 강우와 맞서려했다.

턱.

강우의 손이 남자의 안면에 얹어졌다.

“뭣…….”

남자가 상황파악을 제대로 하기도 전이었다.

콰아아아아앙-!

강우는 그대로 남자를 뒤통수부터 바닥에 내리찍었다. 강우는 곧바로 안나와 대적하는 남자에게로 향했다. 남자는 노란빛 창을 강우에게로 뻗었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이, 챙!

강우는 오른쪽 주먹으로 날카로운 창끝을 맞받아쳤다. 노란빛 창은 세로로 쪼개진 대나무처럼 여러 갈래로 나뉘며 말 그대로 찢어졌다.

떡, 빠각!

강우가 왼쪽 주먹을 휘둘렀고, 남자의 아래턱이 산산조각 났다. 남자는 눈이 풀리며 그대로 픽 쓰러졌다.

미츠하시와 대적하고 있던 남자는 전신에 붉은빛을 뿜어내며 소리쳤다.

“뭐야! 분명히 사성 상급이라…….”

콰아아아앙-!

강우가 순식간에 남자의 앞으로 다가가 왼쪽 발등을 짓밟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남자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우의 오른발은 땅을 파고들어있었다. 남자의 왼발은 압력에 터져버리면서 땅에 심어진 모양새가 됐다.

남자는 이를 꽉 깨물고, 오른쪽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콰앙-!

강우가 발을 옮겨 남자의 오른발마저 터트려버렸다. 두 발을 잃은 남자는 그대로 고꾸라졌고, 강우는 옆으로 슬쩍 피했다. 남자는 고통스러운 듯 침까지 질질 흘리며 신음했다.

“끄으으…. 끄흐흐으…….”

강우는 남자의 왼쪽 손등을 오른발로 밟은 채 말했다.

“어디 소속이야?”

남자는 악에 받쳐 소리쳤다.

“좆까-! 빌어처먹을 개새끼…….”

강우가 오른발에 힘을 줬고,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비명 소리가 하모니를 이뤘다. 강우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어디라고?”

“크흑, 크흐흑……. 죽여! 개새…….”

와득!

강우는 발을 옮겨 남자의 왼쪽 팔꿈치 부분을 밟아 부쉈다.

“어디?”

“죽여…….”

콰앙!

강우는 가볍게 뛰어올라 양발로 남자의 오른쪽 어깨를 짓밟았다. 남자의 오른쪽 어깨가 완전히 으스러지며 뼈가 살갗을 뚫고 튀어나왔다.

남자는 눈이 뒤집히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강우는 예거 파티 뉴욕지부가 있는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가자.”

쿠라마와 미츠하시, 안나는 얼떨떨하게 강우의 뒤를 따랐다. 핫도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강우의 옆에 따라붙었다.

예거 파티 뉴욕지부를 공격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강우 일행이 도착했을 무렵,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뒤였다.

예거들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정황상 확신하고 있었지만, 신문(訊問)을 통해 알아낸 결과, 몬스터가드들로 밝혀졌다.

이들은 예거 파티와 몬스터보호협회가 맺은 합의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마음이 맞는 몬스터가드들이 모여 급습을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예거 파티 뉴욕지부에는 상위 등급의 예거들이 몰려있었다.

급습한 이들 중 최고 등급도 칠성 하급에 지나지 않았다. 몬스터보호협회 측에서도 등급이 높은 이들은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습격한 몬스터가드들도 자신들이 모든 예거들을 물리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보여주기 식이었다. 자신들 정보망에 걸려있는, 그와 동시에 뉴욕지부 인근의 능력자들을 노렸다.

강우 일행의 경우 아직 몬스터보호협회 중국지부를 없앤 것이 대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기에 그 등급은 저평가 받고 있었다. 안나가 함께 한다는 사실 역시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때문에 몬스터가드들의 공격을 받은 것이었다.

이들은 금세 무너졌다. 몇몇 예거나 능력자들이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예거 파티 측에서 10분도 되지 않아 모조리 제압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목적을 달성한 상태였다.

예거 파티 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몬스터보호협회 측에서 합의점을 무시하고, 테러를 해왔기에 반격을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테러를 한 이들의 수준도 낮았다. 상위급 예거들로 편성해 기습하면 손쉽게 몬스터보호협회를 무너트릴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예거 파티장과 그 측근들의 입장은 단호했다.

잠깐의 해프닝일 뿐, 예상하지 못한 바도 아니다. 테러를 해온 이들의 능력을 고려해봤을 때, 그저 내부 분열로 인해 쳐들어온 것, 아마 우리가 이러한 주제로 토론을 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일 것이다.

예거 파티는 일부 몬스터가드들의 얄팍한 전략에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목숨조차 걸어가며 이러한 일을 꾸몄다. 몬스터보호협회는 그저 몬스터를 동물처럼 생각하는 단체가 아니라,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는 단체임을.

그리고 하나 더, 에스카는 몬스터보호협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임을.

결국 예거 파티는 기존 10대10 대결을 그대로 추진했다. 시험도 예정과 같이 치러질 예정이었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평온한 밤이 깊었다.

강우는 클랜원들을 모두 방으로 보내 푹 쉬게 했다. 마지막에 “언제든 내가 연락하면 곧바로 튀어나올 준비가 되게 해.”라는 말을 남겼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클랜원은 없었다.

강우는 자신의 방으로 향하며 생각에 잠겼다.

‘이상하네…….’

강우는 침대에 드러누워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있엇다.

다음 날, 미츠하시와 쿠라마, 안나, 핫도그는 트레이닝 시설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과도한 훈련이 아닌, 적절한 휴식과 식사를 함께 해 몸을 최상의 상태로 올려놓는 게 목적이었다. 이유는 몰랐지만, 그저 강우의 명령이었기에 그렇게 움직였다. 모두들 ‘생각이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핫도그는 그저 강우의 말이라면 뭐든지 들을 뿐이었지만.

강우는 혼자서 식사를 하고, 편히 쉬면서 시간을 보냈다. 예거 파티, 예거 클랜, 블랙마켓, 몬스터보호협회, 에스카까지, 그 모든 것을 제외하고, 그저 흥미 위주로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강우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이라기엔 표정이 굳어있었다.

10시간 후.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갔다. 강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저녁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강우는 여전히 무언가 찝찝하다는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예거 파티 최후의 10인 시험 접수가 끝났다.

시험 과정은 총 3차로 이뤄졌다.

1차는 능력 테스트, 2차는 몬스터 사냥, 3차는 스파링이었다.

강우는 매뉴얼을 들여다보다가 덮었다.

‘단순하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굉음이었다.

강우의 얼굴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리고 강우는 휴대폰의 버튼을 눌렀다.

메시지 전송 완료.

-왔다. 너희 선에서 처리하도록.-와장창창!

훈련을 마치고 각자의 방에서 쉬고 있던 미츠하시, 쿠라마, 안나가 창문을 깨고 튀어나갔다. 40층에서 나와 벽을 타고 지상을 향해 달렸다. 핫도그는 쿠라마와 함께 있었다.

굉음의 정체는 몬스터보호협회였다.

몬스터보호협회는 분열을 맞이하고 있었다. 최상위급 몬스터가드들은 두 개의 파로 나뉘었다.

하나는 예거 파티와 10대10 전투를 벌이려는 자들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잣대로 몬스터를 판단하고, 아주 약하거나 길들여지는 몬스터들을 제외하고, 무조건 죽여야 된다는 예거 파티를 싫어했다. 하지만 모든 인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다소 이상적인, 인간과 동물처럼, 몬스터와 살아가고 싶은 이들이었다.

그 반대, 몬스터보호협회의 과격파, 그들은 예거 파티를 싫어했다. 예거 클랜도 싫어했다. 블랙마켓도, 에스카도, 모든 인간들을 싫어했다. 자신들도 인간이면서, 모순적으로, 아니, 합리화를 했다. 자신들은 다르다며, 자신들만이 지구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는 인간으로 여겼다. 그리고 몬스터들과 화합하며, 이 세상을 뒤바꾸겠다는 위험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몬스터가드들이 테러를 감행한 것은 이 과격파의 행동이었다. 전쟁으로 이끌기 위해! 이들은 무조건 큰 전쟁으로 이끌고 싶어 했다. 일반인들이 말려드는 것 따위는 상관없었다. 애초에 그것이 목적이었으니까.

이들은 몬스터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으니, 10대10전투에 동의한 이들도 결국은 자신들의 뜻에 따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 망설인다고 여겼다. 그래서 어제 테러를 감행, 하지만 예거 파티조차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들의 결론.

‘모두 썩었다.’

부패한 것은 들어내고, 자신들이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미친 사상.

직접 움직인다.

우선 대상은 예거 파티.

그리고 이들이 직접 움직였다. 예거 파티를 없애기 위해.

최상위급 예거들의 다수가, 몬스터보호협회에 반하는 생각을 가진 능력자들 중 주요 인물들 대부분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순간, 최적기였다.

예거 파티 뉴욕지부에서 전쟁이 벌어졌다.

강우는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었다.

강우가 예상한 범위는 분명히 다시 공격을 해올 것이라 생각했다. 단지 빗나간 점이라면 시기였다. 강우는 내일 최후의 10인 시험이 치러지는 도중, 몬스터보호협회에서 공격을 해올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에 대한 대비, 그리고 맞아떨어졌다.

강우 역시 건물을 빠져나와 지상으로 내려갔다. 수많은 몬스터가드들이 건물을 포위하고 있었다.

건물에서 나온 예거들은 눈앞에 있는 몬스터가드들을 노려봤다.

강우의 예상이 빗나간 점, 습격해온 몬스터보호협회는 과격파만으로 구성.

강우는 몬스터보호협회가 10대10 전투를 벌이지 않고, 기습으로 승리를 거머쥐려 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거 파티 뉴욕지부를 습격한 몬스터보호협회에서 주축인물이 보이지 않았다.

몬스터보호협회장, 예거 파티를 배신한 남자, 전 세계에 예거로 등록된 이들 중에서는 아홉 명밖에 되지 않는 십성급, 초록빛을 가진 남자 이정우였다.

그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 과격파에 속하지 않으니까.

예거 파티 뉴욕지부장이 건물 입구로 천천히 걸음을 옮겨 나섰다. 뉴욕지부장은 백발에 기다란 수염을 가진, 백인 남자였다. 백발이라지만, 아직 50대 후반. 키는 190cm에 달하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근육질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깔끔한 정장차림은 전장에 더더욱 어울리지 않았다. 뉴욕지부장의 이름, 도날드.

도날드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소리쳤다.

“뭐하는 짓들인가?”

그 음성은 마치 고막에 대놓고 지를 소리처럼 쩌렁쩌렁했다. 모두의 시선은 도날드에게로 옮겨져 있었다. 전 세계 예거 파티들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 뉴욕지부, 그리고 도날드는 그곳의 총 책임자다운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

몬스터보호협회 측에서 한 남자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앞으로 나섰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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