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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161화 (161/195)

161화

남자는 락스타라도 되는 양 긴 머리를 늘어트리고 있었다. 양 볼이 푹 들어가고, 광대가 도드라졌는데, 독사와 같은 인상이었다.

남자는 몬스터보호협회 과격파 대표, 십성급, 베르나르도였다.

베르나르도는 도날드에게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 미소에서는 여유마저 느껴졌다.

도날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인간으로 손꼽히는 남자였다. 당연히 십성급, 예거 파티 내에서는 명실상부 서열 1위였다.

세간에서 도날드에 대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은 전 세계 예거 클랜협회장인 남자와 하얀 늑대 정도로 보고 있었다.

도날드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웃어? 지금 누구와 마주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건가?”

베르나르도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지 않은 채 말했다.

“당연히 알고 있지. 예거 파티 뉴욕지부장, 도날드. 모르는 사람이 없지.”

베르나르도는 보란 듯이 더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제삿날이야. 무너진 뉴욕지부 건물 아래 묻어주마.”

도날드는 베르나르도의 도발에 전혀 넘어가지 않았다. 도날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애송이 놈이 입은 살아가지고.”

도날드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베르나르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이렇게 전면전을 벌이자고?”

베르나르도는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냐?”

“뭐, 몇몇 쓸 만한 녀석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도날드는 딱밤 튕기기를 하듯이 중지를 엄지 아래 붙여 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거 한 방에 죽을 텐데 말이야. 굳이 전부 피를 흘릴 필요 있겠나?”

베르나르도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또 빌어먹을 소수전인지 뭔지를 하자는 거냐?”

도날드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건 전혀 빌어먹을 것이 아니야. 아주 좋은 거지. 자네도 날 안다면, 내 능력이 뭔지도 알고 있겠지? 다수대다수라면 우리 쪽이 훨씬 유리해. 다만 쓸데없이 여럿이 피를 흘리지 말자는 거야. 3대3 어떤가? 각자 세 명씩, 대표전을 치루는 거지.”

베르나르도는 망설이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당장이라도 ‘YES'를 외치고 싶었다. 베르나르도와 함께 온 과격파의 숫자는 예거 파티 뉴욕지부 측보다 현저히 적었다. 전면전에 있어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도날드의 능력 또한 다수에게 효과적이었으니, 더욱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결정적으로 구성급 이상의 능력자 숫자가 몬스터보호협회 과격파 측이 현저히 적었다. 베르나르도는 기세 좋게 오긴 했지만,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절대 예거 파티 뉴욕지부를 무너트리지 못할 것이라는 걸.

다만 베르나르도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힘에는 자신이 있었다. 때문에 예거 파티에서 중요한 전력에 손실을 입히고, 빠져나올 생각이었다. 그 후에 몬스터보호협회의 다른 인원들도 참가해 전쟁이 일어나면 금상첨화였다. 아니면 예정대로 10대10 대결이 이뤄졌을 경우, 몬스터보호협회의 승리로 끝나길 바란 것이었다. 그리고 베르나르도는 후에 과격파를 벗어나 그곳으로 들어간 뒤, 1인자의 자리를 노리려 했었다.

‘이것도 나쁘지 않아. 최후의 10인에 나올 세 명을 조진다면, 10대10에서 이길 확률이 훨씬 올라간다. 그리고 교섭에 따라서는 더 많은 것을 얻을지도…….’

베르나르도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3대3 대결의 조건은 뭐냐?”

“말 그대로 이기고 지고를 판단하자는 거다. 우리 측이 이겼을 경우 너희는 그대로 물러가는 거다. 단, 너를 포함한 대결에 참가한 인원들은 감옥생활을 해야겠지.”

베르나르도는 입술을 실룩이며 물었다.

“우리가 이기면?”

도날드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만약 너희가 이긴다면 이 건물을 통째로 너희에게 내주지. 모든 예거들은 물러나겠다. 그리고 다음 주에 있을 10대10 전면전도 포기하겠다.”

“말장난하지 마. 그렇게 포기한다고 해도 다시 이 건물을 습격하면 되는 거잖아.”

도날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말 그대로 포기하겠다. 적어도 현재 뉴욕지부에 있는 예거들은 두 번 다시 몬스터보호협회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도날드의 말에 몬스터보호협회는 물론, 예거들도 모두 술렁였다.

베르나르도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뭐? 장난하나……. 내가 그 말을 믿을 거 같냐?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상황을 지켜보던 강우가 말했다.

“어이, 이건 진짜야. 예거 파티 뉴욕지부장이 거짓말 하겠어? 그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이야.”

강우는 위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은 방송국에서도 나와 촬영을 하고 있다고. 분명히 여기…….”

강우는 도날드와 잠시 눈을 마주쳤고, 다시 베르나르도에게 시선을 옮겼다.

“뉴욕지부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실현될 거다. 너희가 졌을 때 잃을 거라곤 깜빵에 세 명 가는 거밖에 없잖아? 이렇게 남는 장사가 어디 있어?”

베르나르도는 상공에 떠있는 헬기를 확인한 뒤, 다시 도날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지금 상황에서 도날드의 말이 거짓일 리는 없었다. 도날드의 말대로, 강우의 말한 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았다. 베르나르도는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좋다!”

베르나르도가 오른발을 땅에 굴렀고, 콰앙, 하고 굉음이 울렸다. 베르나르도가 발을 디딘 곳은 움푹 파여 있었다.

“해보자! 여기 있는 모두와 방송이 증인이자 증거다! 나중에 다른 말하는 건 없다!”

도날드가 씩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예거 파티 측과 몬스터보호협회 측은 10분 후 3대3으로 전투를 판가름 짓기로 결정했다. 이미 팔성급 미만은 전투에 참여하는 의미가 없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강우는 예상이 빗나가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분명히 전부가 부딪치게 될 줄 알았는데…….’

강우는 쿠라마와 미츠하시, 안나, 핫도그를 힐끗 쳐다봤다.

‘뭐, 당분간은 녀석들이 힘 쓸 일은 없겠네.’

예거들은 도날드에게 몰려들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어째서 그런 제안을 하신 겁니까? 말도 안 됩니다.”라는 등의 말을 했다. 그리고 몇몇 예거들은 자신이 출전하겠다고 지원했다.

“조용-!”

도날드가 목소리를 높이자 일순 예거들이 조용해졌다.

도날드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지막이 말했다.

“나갈 인원은 그때그때 내가 알아서 지명한다. 만약 3대3 전투에 참가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숙소에 들어가서 잠이나 자고 있도록!”

도날드의 말을 듣고 돌아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도날드와 강우의 눈이 마주쳤다. 도날다는 씩 웃으며 말했다.

“아까 대화에 끼어들었던 친구로구만?”

“네, 그렇습니다.”

“내가 말하고 있는데 끼어든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도움이 됐으니 별말은 안 하겠네.”

강우는 일순 인상을 찌푸릴 뻔 했지만, 꾹 참았다.

‘뭐하는 새끼야? 뭐? 마음에 안 들어? 별말은 안 한다고? 이미 말했잖아.“

강우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무슨 말인가?”

“이번 3대3에 저도 끼고 싶은데요. 최후의 10인을 포함해서요.”

도날드는 자신의 수염을 어루만지며 눈썹을 찡그렸다.

“자네 몇 등급이지?”

“저는…….”

강우가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아빠! 집행자는 참가시켜야 돼!”

한 여자의 발랄한 목소리였다. 강우와 도날드의 시선이 옮겨졌다. 시선이 쏠린 곳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알리사가 서있었다.

강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알리사를 쳐다봤다.

‘아빠?’

도날드는 알리사를 보며 말했다.

“집행자?”

알리사는 강우 옆으로 쪼르르 달려와 팔짱을 꼈다.

“응! 알잖아! 내가 맨날 말했던 그 집행자야!”

도날드는 알리사가 팔짱을 낀 것을 한 번 쳐다본 뒤, 아니꼽다는 듯이 인상을 쓴 채 강우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흠……. 이 남자를?”

알리사는 해맑게 목소리를 높였다.

“응-! 무조건!”

도날드는 고개를 홱 돌리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뭐, 상관없겠지.”

알리사는 강우를 향해 활짝 웃었다.

“잘됐다. 그치-?”

강우는 알리사를 내려다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쿠라마는 그런 강우를 보며 투덜거렸다.

“뭐가 좋아서 저렇게 히죽거리고 있는 거야?”

미츠하시가 말했다.

“왜? 보기 좋기만 한데.”

쿠라마는 미츠하시를 째려보며 말했다.

“조용히 해라.”

“응, 네…….”

안나가 말했다.

“우리 클랜장이지만, 속을 전혀 모르겠어. 대체 무슨 생각으로, 뭘 하자는 건지……. 그리고 저 여자는 누구야? 설마 뉴욕지부장의 딸인 거야?”

미츠하시가 말했다.

“아마 그런 것 같네. 이야……. 보통 여자가 아닌 줄은 알았지만, 예거 파티 뉴욕지부장의 딸이라니. 형님은 여복도 많네.”

쿠라마가 이를 꽉 깨물며 눈을 흘겼다.

“너는 조용히 하랬지…….”

미츠하시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쿠라마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뭐……. 이상한 녀석이긴 해도,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행동하진 않을 테니까.”

미츠하시는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엄청 신뢰하시네요?”

쿠라마는 여전히 강우에게 시선을 둔 채 말했다.

“그러니까 녀석의 클랜으로 들어왔지.”

알리사는 여전히 강우에게 찰싹 달라붙어있었다.

3대3 전투가 시작됐다.

베르나르도와 도날드가 눈을 마주쳤다. 베르나르도는 씩 웃으며 말했다.

“이제 시작하지.”

도날드는 여유를 부리며 말했다.

“뭐, 내가 제안하고도 이게 필요한 건가 싶구만.”

베르나르도는 인상을 굳혔다.

“알렉스, 나와.”

키는 170cm 내외, 마른 체구의 갈색머리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알렉스, 구성급의 몬스터가드였다.

도날드의 시선은 강우에게 머물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제임스, 자네가 붙게.”

제임스는 알리사의 보디가드인 남자였다. 알리사와 강우가 처음 마주쳤을 때 왔던, 얼굴에 흉터가 있는 그 남자였다.

알렉스는 인상을 잔뜩 쓴 채 제임스를 노려봤다. 제임스는 무표정하게 서있었다.

베르나르도가 말했다.

“얼굴에 흉터하고는……. 상처가 남은 걸 보니, 보나마나 별거 아니겠네.”

도날드는 알렉스를 힐끗 쳐다본 뒤, 베르나르도에게로 시선을 옮기고 껄껄 웃었다. 베르나르도의 다소 유치한 도발에 도날드는 그대로 받아쳤다.

“그렇게 작은 사내가 힘이나 쓰겠나? 바람만 불어도 넘어갈 것 같구만.”

알렉스는 여전히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제임스는 노려봤다. 제임스는 알렉스의 머리 위, 허공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베르나르도가 소리쳤다.

“이제 시작이다!”

도날드가 말했다.

“특별한 룰은 없다. 항복을 선언하거나, 죽음에 이르면 패배. 바로 시작이다.”

알렉스가 제임스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알렉스는 제임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왜? 눈을 마주칠 용기조차 없나?”

제임스는 그제야 시선을 아래로 내려 알렉스와 눈을 마주쳤다.

“아, 거기 있었나?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았어.”

“이 새끼가!”

알렉스는 곧바로 오른쪽 손끝으로 제임스의 목을 노렸다.

푹.

알렉스의 손은 제임스의 목을 스쳤다. 제임스의 목 옆에서는 피가 주르륵 흘렀다. 알렉스는 두 눈이 커진 채 “커허…….”하고 신음을 토했다.

알렉스는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남색 빛의 장검이 알렉스의 복부를 꿰뚫고 있었다. 제임스는 나지막이 말했다.

“내 아래 있는 녀석이었다면 칠성급 정도가 어울린다. 약해.”

슈칵!

제임스는 날을 비튼 뒤, 오른쪽으로 당겼다. 알렉스의 복부 중앙부터 왼쪽 옆구리까지 갈라졌다. 알렉스는 왼손을 복부로 가져간 채 쓰러졌다. 제임스는 알렉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항복인가?”

알렉스는 부들부들 떨며 제임스를 올려다봤다.

“좆까…….”

알렉스가 전신에서 보랏빛을 뿜어냈다.

킹코브라.

알렉스의 비기였다. 보랏빛의 킹코브라가 알렉스의 전신 위로 솟아났다. 제임스는 무표정하게 킹코브라를 올려다봤다.

“너는 이래서 안 되는 거야…….”

킹코브라는 쉬이익, 소리를 내며 제임스를 덮쳤다.

슈칵!

제임스가 세로로 검을 휘둘렀고, 킹코브라가 완전히 반으로 쪼개진 뒤, 보랏빛 안개처럼 사방으로 퍼졌다.

“킹코브라 따위는 일반인도 잡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이런 걸 하려면 십성급 몬스터로 했어야지…….”

제임스는 검끝을 알렉스의 안면으로 겨누며 말했다.

“항복인가?”

============================ 작품 후기 ============================

늦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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