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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162화 (162/195)

162화

알렉스는 분한 듯이 이를 꽉 깨물고 제임스를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졌다.”

예거 파티와 몬스터보호협회의 희비가 엇갈렸다. 예거 파티 측은 환호성을 질렀고, 몬스터보호협회 측은 이를 악 물었다.

도날드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한 번 이겼구만. 그것도 너무 싱겁게. 이거 너무 쉽게 끝나면 재미가 없는데 말이야.”

베르나르도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겨우 한 번이야! 다음부터 나오는 놈들은 죽을 줄 알아라!”

도날드는 몇몇 예거에게 눈짓을 했다. 두 남자가 쓰러진 알렉스를 들것에 실었다. 베르나르도가 소리쳤다.

“뭐하는 짓이야?”

도날드는 당연한 소리를 왜 묻냐는 듯이 대답했다.

“감옥에 가려면 치료를 해야 할 거 아닌가?”

도날드는 두 남자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응급처치 해놔라.”

베르나르도는 인상을 찌푸렸다.

“결국은 우리가 이길 거다.”

도날드는 베르나르도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뭐, 두 번째 판이나 진행하자고.”

베르나르도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이번엔 너희가 먼저 지명해라.”

도날드는 웃음기를 머금은 채 말했다.

“그러지, 뭐.”

도날드는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다가 강우와 눈이 마주쳤다. 알리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빠! 이번엔 집행자! 응? 집행자!”

도날드는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알리사, 남들 앞에선 지부장님이라고…….”

“알았으니까, 이번엔 집행자!”

도날드는 강우가 못 미덥다는 듯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뭐……. 어차피 3판 2선승제니까 상관없겠지.”

도날드는 베르나르도에게 시선을 옮겼다.

“우리는 집행자가 나간다.”

강우는 도날드의 앞을 지나치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이번에 이기면 최후의 10인에도 껴주는 겁니다.”

“그건 자네가 싸우는 걸 본 다음 결정하도록 하지.”

몬스터보호협회 측은 강우가 나오자 축제 분위기였다. 당연히 이길 것이라 생각했다. 강우가 몬스터보호협회 중국지부장인 진진을 잡아낸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진은 기껏해야 칠성급.

베르나르도는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아키라! 나가라!”

짧은 머리에 두껍고 진한 눈썹, 매서운 눈매를 가진 사내가 강우의 앞으로 걸어왔다. 아키라는 몬스터가드들 사이에서는 십성급.

아키라는 강우와 두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죽을 준비는 됐는가?”

강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좆이나 까잡숴.”

아키라는 미간을 찡그렸다.

“네게 항복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혀뿌리부터 뽑아주마.”

같은 룰, 강우와 아키라의 대전이 시작됐다.

몬스터가드들은 예거 파티나 클랜, 블랙마켓과는 차별적으로, 자체적으로 등급을 매겼다. 때문에 같은 등급이라도 평균보다 강하거나, 약한 경우도 있었다. 원래도 같은 등급 내에서도 천지 차이가 났기에 몬스터가드들은 등급으로 판가름 짓기 더욱 힘들었다.

도날드는 이마에 주름이 지도록 미간을 찌푸린 채 아키라를 훑어봤다.

‘구성급……. 정도인가?’

도날드는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놈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네.’

도날드는 알리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알리사는 왕자님이라도 보고 있는 듯 눈을 반짝이며 강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안나가 말했다.

“저 아키라라는 남자, 몬스터가드 등급으론 십성급이야. 너무 강해.”

쿠라마가 말했다.

“아마……. 죽진 않을 거야.”

“그걸 어떻게 확신해?”

“항상 생각 이상을 보여줬거든.”

미츠하시가 팔짱을 끼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나도 형님을 안지는 얼마 안 됐지만, 그냥 그럴 것 같네.”

핫도그는 당연히 강우를 믿어야 한다는 듯 “컹!”하고 짖었다.

아키라는 왼손을 앞으로 내밀며 자세를 취했다. 강우는 별다른 준비자세도 잡지 않은 채 서있었다.

‘얼마나 강하려나…….’

강우가 아키라와 눈을 마주치며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터엉!

아키라가 순식간에 강우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강우는 재빨리 전신을 검은색 힘으로 감싸며 가드를 올렸다.

‘뭣…….’

쾅-!

강우의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치이이이이익.

강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검은색 힘이 감싸고, 길게 찢어진 듯한 미소, 그것은 섬뜩함을 줬다.

지켜보는 이들 중 일부는 강우의 모습에 수군거렸다.

아키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웃어?’

아키라가 전신에서 남색 빛을 뿜어냈다.

‘이래도 웃을 수 있나 보자.’

아키라의 비기, 아수라(阿修羅).

아키라의 어깨 뒤와 광배근 쪽으로 팔 두 개가 뻗어 나왔다. 원래 아키라의 팔과 모양은 같았지만, 피부에 남색 빛이 돌았다. 두 눈에서는 남색 빛이 흘러나왔고, 호흡마저 남색 빛을 머금은 증기 같이 뿜어져 나왔다.

강우는 전신에 검은색 힘을 더욱 두껍게 감쌌다.

‘이런 놈들도 있구나.’

아키라가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터엉!

아키라가 내지른 오른쪽 주먹을 강우가 왼팔을 들어 막아냈다. 아키라의 다른 팔들이 동시에 날아들었다.

파파파팡, 터텅!

강우는 빠르게 왼팔과 오른팔을 움직여 가드했다.

턱.

아키라의 어깨 뒤로 솟은 두 손이 강우의 양쪽 손목을 움켜쥐었다.

퍼퍼퍼퍼퍼퍽-!

네 개의 주먹이 강우를 마구 후려쳤다. 강우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이 새끼가…….”

터엉!

강우가 양발을 들어 아키라의 복부를 노렸지만, 양쪽 광배근에서 나와 있는 두 팔이 막아냈다.

터턱.

광배근에서 뻗어 나온 두 팔이 강우의 양쪽 다리마저 붙잡았다. 아키라의 두 주먹이 강우의 안면과 복부를 마구 후려쳤다.

터텅, 터터터텅!

붕권.

퍼어어어엉-!

강우는 사지가 잡힌 상태라 뒤로 몸을 날려 충격을 줄이지도 못했다.

철산고.

아키라는 네 개의 손으로 사지를 잡아당겨 몸 쪽으로 끌며 등 옆면으로 강우를 공격했다.

터어어엉-!

강우는 맞으면서도 눈을 번뜩이며 아키라를 노려봤다. 아키라는 아직 강우의 눈빛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전력을 다해 양 주먹으로 강우를 후려쳤다.

“우오오오오오오오!”

퍼퍼퍼퍼퍼퍼퍽!

강우는 맞으면서도 아키라와 두 눈을 마주쳤다.

‘이렇게 끝내기는 싫었지만…….’

푸슉!

아키라의 등 뒤로 일순 피를 머금은 시커먼 것이 튀어나왔다 사라졌다. 아키라는 입을 벌린 채 동작을 멈췄다. 아키라는 강우의 사지를 손에서 놓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강우는 서서 몸이 찌뿌둥한지 고개를 좌우로 까딱였다.

아키라의 명치를 중심으로 지름이 20cm 가까이 되는 구멍이 나있었다. 아키라는 자신의 복부를 확인한 뒤,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어, 어떻게……. 대체 뭐를…….”

강우는 씩 웃었다. 강우의 명치를 중심으로 지름이 20m 정도 되는 검은색 뿔이 솟아났다.

“너 그래도 대단했어. 이렇게까지 몰아붙여진 거 처음이거든. 놀랐다.”

아키라는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강우의 승리였다.

아키라는 숨이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호흡과 맥박이 떨어지고 있었다. 내장의 일부분은 아예 사라진 상태, 목숨을 부지하더라도 능력자로서의 삶은 끝난 셈이었다.

알리사가 강우를 향해 뛰어들었다. 알리사는 와락, 강우를 껴안았다.

“역시! 이겼다! 너무 멋있어!”

강우의 얼굴에서 검은색 힘이 녹아내려 두 눈이 드러났다. 강우는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알리사를 내려다보며 어쩔 줄 몰랐다.

“어, 어…….”

도날드가 베르나르도를 보며 씩 웃었다.

“이거 어쩌지? 그나마 두 번째는 자네 쪽이 이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건만. 자네는 싸워보지도 못해서 어떡하나? 뭐, 그래도 아량 좀 베풀어줄게. 방금 싸운 두 명만 감옥에 들어가는 걸로 말이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베르나르도는 이를 악 물고, 주먹을 꽉 쥔 채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도날드는 부상을 입은 두 몬스터가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놈들 옮겨. 죽지 않게 관리하고.”

베르나르도는 고개를 숙인 채 양 주먹을 꽉 쥐고 아무 말도 없었다. 몬스터가드들은 베르나르도 주변으로 몰려들어 웅성거렸다.

도날드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볼일 다 본 거 아닌가? 얼른 물러가게나. 우린 내일 시험준비를 해야 되거든.”

“안 끝났어.”

“뭐?”

베르나르도는 두 눈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아직 안 끝났어-!”

베르나르도는 전신에서 붉은빛을 뿜어냈다.

“전원 공격-!”

몬스터가드들의 얼굴에 일순 미소가 드리웠다.

그대로 물러나기 싫었다. 물러날 수 없었다. 애초에 이런 소수전으로 결정짓는 것 자체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몬스터보호협회가 두 파로 나뉜 이유가 그것이었는데!

그리고 베르나르도의 결정. 몬스터보호협회 과격파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들었다.

베르나르도는 곧바로 도날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베르나르도의 붉은빛은 회전하며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죽어-!”

도날드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걸로 내가 죽을 거라면 이 자리에 서있지도 못했지.”

파앙!

분홍빛이 커튼처럼 드리웠고, 베르나르도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베르나르도는 여전히 붉은빛의 소용돌이를 휘감은 채 바닥에 착지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넌 뭐야?”

분홍빛의 커튼은 도날드의 능력이 아니었다. 알리사가 도날드의 앞에 서서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딸이 아빠가 공격당하는 걸 보고 있을 수는 없지.”

베르나르도는 십성급의 몬스터가드, 과격파 서열 1위였다. 그의 공격은 결코 간단히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베르나르도는 자신의 공격이 막히고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알리사를 노려봤다.

“너……. 넌 뭐야?”

알리사는 미간을 찡그리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우리 아빠 딸이라니까.”

강우 역시 놀란 눈으로 알리사를 보고 있었다.

‘뭐야……. 방금 내 품을 빠져나가는 순간을 느끼지 못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수많은 몬스터가드들과 예거들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강우가 일행들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소리쳤다.

“공격해!”

미츠하시의 양팔은 이미 보랏빛 악마의 것으로 변해있었다. 미츠하시는 눈앞의 몬스터가드 안면을 잡아 멀리 던져버리며 대답했다.

“이미 그러고 있어!”

몇몇 몬스터가드들이 동시에 핫도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

핫도그가 화염을 뿜어냈고, 불에 삼켜지기 전, 열풍에 날아갔다. 핫도그에게 달려들었던 몬스터가드들 중 육성 이하는 아무도 없었다.

쿠라마가 두 개의 날개를 뻗어냈다. 두 날개는 양팔에 휘감긴 뒤, 용의 형상을 띠었다.

쌍화룡승천권.

쿠라마가 두 주먹을 번갈아 어퍼컷을 쳐올렸고, 화염을 머금은 주황빛의 용 두 마리가 몬스터가드 여럿을 휘감으며 올라갔다.

한 남자가 양손에 주황빛 도끼를 든 채 안나에게 달려들었다. 안나가 양손을 바닥에 붙였다.

아이스 필러(ice pillar).

얼음기둥이 솟아나 남자를 쳐올렸다.

“커헉!”

클랜 엑시큐션(집행)은 몬스터가드들을 상대로 눈에 띄게 활약하고 있었다.

베르나르도는 몇 번이나 도날드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알리사가 분홍빛 커튼으로 너무나 간단히 막아냈다.

베르나르도는 악을 쓰듯 소리쳤다.

“비켜 이 미친년아!”

알리사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미친년이라니, 그 비뚤어진 입부터 고쳐줄게.”

알리사가 전신에 분홍빛을 둘렀다. 알리사의 전신을 둘러싸고 있는 분홍빛은 마치 얇은 장막과 같이 씌워져있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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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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