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63화 (163/195)

163화

알리사가 베르나르도를 향해 튀어나갔다.

터엉!

퍼억!

“커허…….”

베르나르도가 반응을 하기도 전, 알리사의 양손에서 분홍빛 봉이 뻗어 나갔다. 봉은 그대로 베르나르도의 복부를 찌르듯 공격했다.

베르나르도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뻗었다. 붉은빛의 회오리가 알리사를 향해 휘몰아쳤다.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쾅!

회오리는 주변을 모두 빨아들일 것처럼 커져갔으며, 지면이 들리고, 주변에 있는 몇몇 몬스터가드들과 예거들까지 휘말릴 정도였다. 그리고 알리사는 그 회오리 중심에 있었다.

“하앗!”

알리사가 분홍빛을 방출했고, 붉은빛 회오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회오리에 휘말렸던 사람들과 돌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졌다.

베르나르도는 인상을 잔뜩 쓴 채 중얼거렸다.

“이건…….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저런 계집이…….”

알리사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제 질렸어.”

알리사가 베르나르도를 향해 분홍빛을 머금은 손을 뻗었다.

촤앙!

사신의 손아귀.

알리사의 손바닥에서 분홍색의 커다란 손뼈가 튀어나왔다. 곰도 움켜쥘 수 있을 정도로 큰, 분홍색 뼈로 된 손은 베르나르도를 움켜쥐었다. 베르나르도는 전신에서 붉은빛을 뿜어내며 회오리를 일으켰다.

콰, 콰, 콰, 콰, 콰, 콰, 콰.

회오리는 분홍색 뼈로 된 손아귀에서 사라졌다. 베르나르도는 알리사와 도날드를 노려보며 처절하게 소리쳤다.

“빌어먹을-!”

알리사가 손을 꽉 쥐자, 분홍색 뼈로 된 손도 베르나르도를 콱 쥐었다.

와드드득! 꾸드득! 꾸득!

베르나르도는 목과 머리, 양손과 양발을 제외한 모든 뼈가 부서졌다. 알리사가 손을 내리자 분홍색 뼈로 된 손도 사라졌고, 베르나르도는 그대로 픽 쓰러졌다. 두 눈은 뜨고 있었지만, 움직일 수도,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도날드는 베르나르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쓰레기구만.”

강우는 알리사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분홍빛? 아니 그보다……. 엄청나게 강하잖아?’

“으아아아아-!”

강우에게 한 남자가 달려들었다. 강우는 파리를 때려잡듯이 손바닥을 휘둘렀다.

빡, 쿠웅-!

남자는 강우에게 머리통을 맞고, 얼굴부터 바닥에 내리꽂혔다.

알리사가 강우에게 쪼르르 달려와 안겼다.

“너무 멋있어.”

“아니, 뭐가 멋있다는 거야? 너도 엄청 세잖아. 그리고 지금은 아직 전투 중이라고.”

알리사는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난 이렇게 힘을 가진지 얼마 안 됐거든.”

“뭐?”

“아, 그리고 여기는 이제 아빠가 정리할 거야.”

강우는 도날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도날드는 전신에서 노란빛과 푸른빛을 함께 뿜어내고 있었다.

강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도날드를 쳐다봤다.

‘빛이 두 가지?’

팔을 내리고 있는 도날드의 양쪽 손바닥 아래로, 오른손에는 노란빛의 번개가, 왼손에는 푸른빛의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강우는 황급히 미츠하시와, 쿠라마, 안나,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소리쳤다.

“뒤로 물러서-!”

핫도그는 강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뒤로 물러섰다. 일행들은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뒤로 물러섰다.

다른 예거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몬스터가드와 싸우다가도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예거들의 시선은 도날드에게로 쏠려있었다.

몬스터가드들도 물러서는 예거들을 보며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노란빛과 푸른빛이 번쩍이는 곳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도날드가 양손을 치켜들었고, 노란빛의 번개와 푸른빛의 번개가 하늘로 치솟아 구름까지 닿았다.

“한 번에 끝내도록 하지.”

도날드가 하늘로 치켜든 손을 내렸다. 양팔은 전방으로 뻗은 채 두 손바닥은 아래를 향했다.

제우스의 심판.

쿠르르릉! 콰아앙! 쾅, 콰쾅! 퍼퍼퍼퍼펑!

노란빛의 번개와 푸른빛의 번개가 몬스터가드들 위로 떨어졌다. 단 한 번의 공격이었다. 수백, 수천, 어쩌면 수만,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번개줄기는 몬스터보호협회 과격파 전부를 덮쳤다.

도날드는 원래 푸른빛의 예거였고, 이전의 능력도 번개에 관한 것이었다. 세상에 대변혁이 이뤄지고, 오성급에 다다르는 이들은 많았다. 심지어 일반인조차도 나노슈트와 궁합만 잘 맞는다면 오성급에 필적했다.

도날드는 불행히도 나노슈트와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젊지 않은 나이에 훈련을 통해 강해지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도날드가 선택한 길은 몬스터의 심장을 먹는 것이었고, 그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십성급에 다다를 힘만 얻었을 뿐만 아니라, 두 개의 빛을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순식간에 초토화였다. 90% 이상의 몬스터가드들이 전투가 불가한 상태였다. 도날드는 주위를 둘러보며 싱겁다는 듯이 말했다.

“여론 때문에 죽지 않도록 힘 조절을 한 거구만……. 이거 참……. 이 정도 전력으로 뉴욕지부를 치겠다고 왔다니, 그 정도로 우습게 보였던 건가?”

몬스터보호협회 측은 물론, 예거 파티 측 인물들도 대부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십성급의 전력, 그것은 아득히 높았다. 웬만한 구성급 예거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일부 구성급 몬스터가드들 중 도날드의 공격에 큰 부상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

도날드는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몬스터가드들의 사기를 짓밟았다.

도날드는 몬스터보호협회를 보며 말했다.

“예거 파티가……. 정말 몬스터보호협회 측이 무서워서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 줄 아는가? 몇몇 나라의 예거 파티가 무너졌다고, 전체가 그런 줄 아는가?”

도날드는 두 눈을 부릅뜨며 목소리를 높였다.

“웃기지 마라! 뉴욕지부 하나만으로도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몬스터가드들을 상대할 수 있다. 아니, 나 혼자서도 가능하다!”

도날드의 말을 들은 몬스터가드들은 전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다.

도날드가 말했다.

“내가 왜 참고 있는지 아는가? 몇몇 모자란 녀석들은 크게 부상을 입었겠지만, 굳이 힘 조절을 해서 죽이지 않은 줄 아는가? 바로 사람들 때문이다. 너희 같은 놈들이라도 죽지 않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도날드 이마의 주름이 깊어져있었다.

“너희들은 어차피 리더도 잃었고, 다른 그룹과도 분열이 있었기에 돌아갈 곳도 없겠지. 선택지를 주겠다. 돌아가서 두 번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조용히 살던지, 그냥 지금 감옥에 가던지.”

몬스터가드들은 서로와 서로, 그리고 도날드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도날드는 깜빡했다는 듯이 말했다.

“아, 다른 선택지가 하나 더 있다.”

도날드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더. 도날드가 씩 웃으며 말했다.

“반항할 수 있으면 반항해라. 더 덤벼도 좋다. 단, 이번에는 봐주지 않는다. 딱 30초 주겠다. 그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도날드의 말이 끝나고, 10초도 되지 않아 심한 부상 및 도와줄 이가 없는 몬스터가드들 빼고는 모두 줄행랑을 쳤다.

많은 예거들은 도날드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범죄자들을 그냥 풀어준 것,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왜 그랬냐고, 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예거들은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했다. 도날드가 “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냐?”라고 소리를 치기 전까지는.

도날드가 말했다.

“내가 장담하건대, 저기서 다시 몬스터보호협회로 들어가거나, 눈에 띌 행동을 하는 녀석은 몇 안 될 거다.”

도날드가 씩 웃었다.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하지만 두 눈은 웃지 않고 있었다.

“특정한 일 때문에 죽음이 눈앞을 왔다 갔다 하면 그와 비슷한 일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법이지.”

도날드는 모든 방송국에서 이 말을 헤드라인으로 실으라는 듯이 크게 소리쳤다.

“예거 파티는 인류를 위해 움직인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까지 그래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날 도날드의 행동으로 예거 파티 측은 큰 이득을 얻었다. 예거 파티의 건재함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이는 몬스터보호협회와의 대치뿐만 아니라, 에스카 측에도 힘을 과시하며 경고를 보낸 셈이었다.

현재 예거 등록이 된 능력자들 중 예거 파티 소속 십성급은 총 다섯 명.

그 중 가장 강하다는 뉴욕지부장 도날드의 영향력을 실로 엄청났다.

이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강우였다. ‘집행자’란 이름이 유명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일성급이 넘어가는 몬스터를 길들여서 키우는 인간은 하얀 늑대와 집행자 둘뿐이었기에.

하얀 늑대의 경우 본인 자신도 십성급으로 유명했지만, 강우의 경우 핫도그를 키우고 있다는 점만이 주목 받았다.

상황이 바뀌었다.

강우는 3대3 대결에서 구성급 몬스터가드 아키라를 격퇴했고, 사실상 최후의 10인에도 뽑힌 상태였다. 또한 여태까지 외부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도날드의 딸 알리사가 전투에 참여는 물론, 강우와 다정한 연인처럼 지내는 것이 더욱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예거 파티의 서열 1위인 남자의 딸과 과거 블랙마켓에서 활동하던 루키의 만남, 가십거리로 딱 좋은 내용이었다. 게다가 강우는 핫도그를 키우고, 클랜 엑시큐션(집행)을 창설했으며, 구성급 몬스터가드 아키라를 이겨 평가가 단숨에 쭉 올라간 상태.

주변정리가 이뤄지고, 예거들은 내일 최후의 10인을 정하는 시험을 위해 휴식 및 준비가 필요했다.

도날드는 날카로운 눈으로 강우를 쳐다봤다.

“자네는 따로 얘기 좀 하지.”

핫도그와 미츠하시, 쿠라마, 안나는 다소 걱정스런 눈으로 강우를 쳐다봤다.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들어가서 푹 쉬고 있어. 그리고 오늘처럼 내가 연락하면……. 알지?”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날드가 측근들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강우는 도날드의 옆을 걸었다. 알리사는 강우에게 팔짱을 끼고 찰싹 달라붙어 유칼립투스 나무에 들러붙은 코알라마냥 떨어질 줄 몰랐다. 알리사의 옆으로는 보디가드인 제임스가 있었다.

강우는 계속 들러붙는 알리사 때문에 다소 곤란했다. 왼쪽에서는 도날드가, 오른쪽에서는 제임스가 강우를 노려봤기 때문이다.

강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 거, 아저씨 엄청 갈구네. 딸이라서 그 마음은 이해가 되는데, 내가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내가 꼬신 것도 아닌데…….’

강우는 제임스를 힐끗 쳐다봤다.

‘저 놈은 또 왜 저래? 보디가드가 연애까지 신경 쓰나…….’

강우는 팔짱을 끼고 생글생글 웃고 있는 알리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나저나 얘가 왜 보디가드를 두지? 보통 센 게 아니던데……. 그나저나…….’

알리사가 고개를 들었고, 강우와 두 눈이 마주쳤다. 알리사가 활짝 웃어보였고, 강우도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스타일이 좀 독특하긴 해도 예쁘긴 하네. 웃을 땐 귀여운데, 평소엔 섹시……. 그걸 넘어서 퇴폐미까지…….’

강우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왜 나한테 이렇게 빠져있는 거지? 이게 진짜 내가 좋아서 이러는 건가? 날 예전부터 좋아했다고? 뭘 보고? 싸우던 모습? 십성급 몬스터가드를 그렇게 간단하게 없앤 여자가 일성 하급부터 올라온 나를? 뭔가 이상한데…….’

강우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사이, 도날드의 사무실에 다다라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사무실 밖에 남고, 강우와 도날드, 알리사만이 들어섰다. 강우는 사무실에 들어서면서도 제임스의 따가운 눈초리를 느껴야 했다.

도날드의 사무실은 가이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커다랬다. 사무실이란 표현도 어울리지 않을 만큼 넓었다.

‘사무실을 뭐 이렇게 해놨냐……. 정신병 걸리겠네.’

도날드가 먼저 테이블에 둘러진 의자에 앉았다. 도날드는 강우를 보며 말했다.

“앉게.”

강우는 도날드와 마주보며 앉았고, 알리사가 옆에 착 달라붙어 앉았다. 강우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너희 아버지라며? 이러는 건 좀…….”

도날드는 씩 웃으며 말했다.

“괜찮네. 뭐, 내 딸이 좋다고 그러는데……. 자네 잘못도 아니고.”

알리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괜찮대!”

강우는 도날드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래서 하실 말씀은 뭐죠?”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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