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강우의 무릎차기가 이정우의 안면에 꽂혔다. 강우가 뒤통수에서 양손을 뗐고, 이정우는 뒤로 멀리 날아갔다.
치이이이이이익.
이정우는 등으로 바닥을 쓸며 뒤로 쭉 밀려난 뒤에야 몸을 일으켰다. 강우는 놀랍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이정우의 얼굴은 솜털하 하나 닿지 않았던 것처럼 말끔했다.
‘분명히 제대로 맞았는데?’
이정우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소리쳤다.
“죽여버리겠다.”
강우는 조롱하듯 한쪽 입꼬리만을 길게 올리며 말했다.
“해보시던가.”
이정우가 전신에서 초록빛을 뿜어내며 강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초록빛……. 아마 방금 아무런 상처가 없던 것도 재생을 해서겠지.’
강우는 이전에 F.N.C에서 초록빛의 능력자와 붙었던 것을 떠올렸다.
강우와 이정우의 오른쪽 주먹이 교차했고, 서로의 뺨을 스쳤다. 강우는 곧바로 왼쪽 주먹으로 훅을 휘둘렀다.
터엉-!
강우의 주먹은 이정우의 오른쪽 턱에 꽂혔다. 이정우의 뇌가 크게 흔들렸고, 순간적으로 두 눈이 초점을 잃었다. 이정우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무릎이 굽혀졌고, 강우의 오른쪽 주먹이 위에서 날아들고 있었다.
터엉, 쾅!
강우의 오른쪽 주먹은 이정우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이정우는 그대로 안면부터 바닥에 꽂혔다. 강우가 오른발을 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강우가 이정우의 뒤통수를 짓밟았고, 땅이 부서지며 파편이 튀어 올랐다. 이정우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강우는 그대로 이정우의 뒤통수를 몇 번이나 밟았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강우는 이정우의 뒤통수에 발을 얹은 채 내려다봤다.
‘뭐가 이렇게 싱거워? 이거 십성급 맞아?’
“어?”
“발 치워-!”
터어엉-!
이정우가 성난 황소처럼 고개를 쳐들었고, 그 힘으로 강우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 강우는 공중에 뜬 채 이정우를 내려다봤다. 이정우는 이를 악 물고 강우를 올려다봤다. 이정우의 얼굴은 상처 하나 없이 말끔했다.
‘피곤하겠는데…….’
이정우가 강우를 향해 뛰어올랐다.
텅!
이정우가 오른쪽 주먹을 내질렀지만, 강우는 오른쪽 발로 막아냈다. 강우는 그대로 뒤로 돌아 바닥에 착지했다.
‘실전에서는 한 번도 안 써봤지만…….’
강우가 오른손을 자신의 입 앞으로 놨다. 강우의 손바닥 사이로 검은색 힘이 모여들어 형상화했다.
칭!
강우가 주먹을 꽉 쥐었다. 손에는 시커먼 단검이 쥐어져있었다. 이정우는 전신에서 초록빛을 강하게 뿜어냈다. 양손의 끝은 초록빛이 삐죽하게 형상화돼 손가락 하나하나가 전부 구부러지는 송곳처럼 변했다.
이정우가 강우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왔다. 마치 총알과 같은 속도였고, 순식간에 강우의 코앞에 다다랐다.
쾅!
이정우가 오른손을 수직으로 휘둘렀고, 강우는 옆으로 몸을 틀어 피해냈다. 하지만 이정우가 땅을 내리치자 그 충격파에 강우의 몸이 튕겨나갔다. 강우는 바닥에 착지하며 이정우를 노려봤다.
‘빠르다. 그리고 엄청난 힘…….’
이정우와 브래드는 몬스터보호협회에서 자체적으로 매긴 등급이 아닌, 예거 파티에서 받은 십성급 능력자들. 그 힘은 전 세계에서 그리 많지 않은 만큼 강력했다.
이정우가 아래서부터 사선으로 양손을 휘둘렀다.
콰콱!
짐승의 발톱이 긋고 지나간 듯한 모양의 초록빛 에너지파가 강우를 향해 날아갔다. 강우는 오른손에 거꾸로 치켜든 단검을 위에서부터 수직으로 그었다.
슈칵!
단검은 초록빛 에너지파를 베어냈다. 갈라진 에너지파는 강우의 양 옆으로 지나갔다.
퍼어어어엉-!
이정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강우를 노려봤다. 강우는 나이프를 현란하게 손아귀에서 빙그르 돌린 뒤, 다시 꽉 쥐었다.
강우와 이정우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강우가 왼쪽 손바닥에 검은색 구체를 탁구공 크기로 모아서 내질렀다. 이정우의 오른쪽 손아귀에서 초록빛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강우의 왼손과 이정우의 오른손이 맞부딪쳤다.
퍼어어어엉-!
강우의 왼손이 뒤로 튕겨나갔다. 손아귀에서 휘몰아치던 검은색 구체는 사라져있었다.
‘이런!’
이정우의 오른손은 여전히 초록빛을 뿜고 있었다.
퍼엉-! 쉭.
이정우의 오른손이 강우의 안면에 꽂혔다. 초록빛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강우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강우는 이정우의 공격을 안면으로 받아내면서도 단검을 쥔 오른손을 휘둘렀다.
텅, 터텅.
강우는 뒤로 날아가 그대로 바닥을 구르며 자세를 다잡았다. 이정우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목을 틀어막았다.
쉬이이익.
강우가 휘두른 단검은 이정우의 목을 가로로 길게 그었다. 이정우의 목에 기다란 선이 생겼다. 마치 피를 머금은 커다란 입이 생긴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내 피가 꿀럭꿀럭 쏟아졌다.
강우는 방심하지 않았다.
‘놈은 초록빛 능력자. 충분히 재생할 수 있어.’
강우가 이정우를 향해 튀어나갔다. 이정우는 비틀거리는 몸으로 양손을 들어 전투 태세를 갖췄다.
강우의 예상대로 10cm가 넘게 찢어졌던 이정우의 목은 양끝부터 다시 붙어 손가락 세 개 정도만 들락거릴 공간만이 남아있었다. 강우는 왼손을 뻗어 네 손가락을 이정우의 목 틈으로 쑤셔 넣었다.
“커억!”
푹!
강우가 왼손에 든 단검을 수직으로 휘둘러 이정우의 왼쪽 어깨를 찍었다. 단검은 이쑤시개로 두부를 찌르듯 뼈 따위는 무시하고 푹푹 들어갔다.
쉭, 쉬쉭, 퍼억!
강우는 곧바로 단검을 빼들었다. 거꾸로 쥐고 있던 단검을 돌려 이정우의 오른팔 안쪽, 왼쪽 허벅지 안쪽을 베어냈다. 그 다음 단검을 강력하게 휘둘러 왼쪽 쇄골을 내리쳤다. 단검은 그대로 쇄골을 썰어내며 파고들었다.
“크아아아아아악-!”
강우는 또다시 단검을 거꾸로 치켜들었다.
찌이익-!
강우가 목에 난 구멍으로 쑤셔 넣었던 손을 구부린 채 확 잡아당겼다. 이정우의 목 전면의 살갗이 뜯겨지며 피가 왈칵 쏟아졌다.
뻑!
강우는 그대로 거꾸로 치켜든 단검을 이정우의 정수리에 꽂아버렸다. 검날은 물론, 날밑, 손잡이까지 두개골을 부수며 파고들었다.
“확실하게 해야지.”
강우는 오른손에 야구공 크기의 검은색 구체를 모으고 있었다.
콰, 콰, 콰, 콰콰콰콰콰콰콰쾅-!
강우는 검은색 구체를 이정우의 몸 중앙에 때려 받았다. 검은색 구체가 이정우의 몸에 닿는 순간이었다. 검은색 구체는 몸 중앙에서 굉음을 내며 휘몰아쳤고, 잠시 시간이 느려진 듯 이정우의 몸이 천천히 일그러졌다.
우둑, 우두두둑! 투툭, 투투툭!
이정우의 뼈가 으스러지며 몇몇 부위는 살갗을 뚫고 튀어나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이정우의 몸이 바람개비처럼 빙글빙글 돌며 멀리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이정우는 수십 년은 된 걸레조각처럼 완전히 너덜너덜해져있었다. 움직임은 없었다. 전신의 뼈가 부서지고, 살갗을 뚫고 나왔다. 두개골도 반으로 쩍 갈라지고, 군데군데가 으스러져 움푹 패여 있었다.
강우가 오른쪽 주먹을 꽉 쥐었다.
후웅-, 콰아아아앙-!
강우는 온 힘을 다해 공기를 쳐내 이정우에게 날렸다. 이정우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 모습은 전체가 다 찢어진 봉제인형이 바람에 휘말린 것 같았다. 양팔과 두 다리는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려있었고, 바닥에 떨어질 때 머리부터 떨어져 왼쪽 뺨이 어깨에 닿은 모양으로 목이 부러졌다.
강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십성급도 이 정도라면 뭐……. 저 녀석보다는 차라리…….’
강우가 시선을 옮긴 곳은 브래드가 있는 곳이었다.
브래드는 2대1로 존슨, 쿠라마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브래드가 공격을 하는 족족 쿠라마가 막아냈고, 존슨이 공격을 가했다.
브래드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소리쳤다.
“이 비겁한…….”
존슨이 헛웃음을 쳤다.
“농담이 지나쳐. 배신을 때리고, 수백 명이 몰려와서 기습을 한 놈이 할 소리냐?”
터엉-!
존슨의 오른쪽 주먹이 브래드의 복부에 꽂혔다.
콰쾅, 쾅, 콰쾅, 쾅!
브래드는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브래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남색 불꽃을 일으켰다.
“으아아아아아아-! 아?”
브래드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공중에는 쿠라마가 떠있었다. 쿠라마의 등 뒤로 날개, 아니, 커다란 주황빛 깃털 하나가 뻗어있었다.
주황빛 깃털이 쿠라마의 몸을 휘감았다.
지이이잉-!
쿠라마는 그대로 회전하며 브래드의 머리 위로 향했다. 브래드는 양손을 모아 하늘로 향했다.
화르르륵!
화염 폭발.
거대한 남색 불기둥이 쿠라마를 향해 치솟았다.
휘리리릭, 화르르륵.
남색 불꽃이 일부분 걷혀지며 쿠라마의 모습이 드러났다. 쿠라마의 회전과 불꽃에 의해 남색 불기둥이 갈라진 것이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키긱.
쿠라마의 회전이 멈췄다. 브래드는 위로 뻗었던 양손으로 쿠라마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데미지가 있었다. 브래드의 오른쪽 무릎은 바닥에 닿아있었다. 쿠라마는 브래드의 양손에 막힌 채 멈춰있었다.
브래드가 쿠라마와 두 눈을 마주치며 입을 쩍 벌렸다. 브래드의 입 안쪽에는 남색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남색 불꽃이 쿠라마를 덮치기 직전이었다.
텁.
커다란 손이 브래드의 입을 틀어막았다.
“숙녀한테 네 더러운 입냄새를 풍기면 안 되지.”
브래드의 입을 틀어막은 사람은 존슨이었다.
우두두두두둑!
존슨은 그대로 브래드를 찍어 눌렀다. 브래드의 목과 허리가 완전히 뒤로 꺾였고, 머리가 바닥에 닿았다. 존슨이 손을 뗐고, 브래드는 입에서 불꽃 대신 하얀 거품을 뿜어냈다.
린첸과 핫도그도 아직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붉은빛의 남자가 전신에서 화염을 뿜어냈다. 화염은 살아있는 뱀처럼 린첸을 향했다.
퍼엉-!
핫도그가 입에서 화염을 뿜어내 막아냈다. 린첸은 그대로 푸른빛의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채챙!
린첸의 검은 남자의 맨몸조차 뚫지 못했다. 남자가 린첸의 안면으로 손을 뻗었다. 손바닥에서는 칼날이 튀어나왔고, 린첸은 고개를 뒤로 젖혀 가까스로 피해냈다.
린첸은 뒤로 물러선 뒤, 이를 악 물며 두 남자를 노려봤다.
“이런 식으론 끝이 없겠어.”
린첸이 오른발을 땅에 쿵, 소리가 울리도록 찍으며 오른손을 내세웠다. 주황빛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린첸의 등 뒤로 봉, 한손도끼, 양날도끼, 창, 언월도, 검, 철퇴 등 수백 개의 무기들이 빼곡하게 형상화됐다.
린첸의 두 눈동자가 주황빛을 머금었다.
“간다.”
린첸이 푸른빛의 남자를 향해 튀어나갔다. 붉은빛의 남자는 전신을 불꽃으로 태우며 린첸에게로 몸을 날렸다. 린첸은 남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터텅-!
핫도그의 앞발이 불타오르는 남자를 찍어 눌렀다. 핫도그는 화염으로 남자에게 타격을 입힐 수 없었지만, 남자 역시 불꽃으로 핫도그를 공격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린첸과 푸른빛의 남자의 거리가 10m 이하로 좁아졌다. 푸른빛의 남자는 눈을 번뜩이며 전신에 머리카락 한 올을 가를 만큼 날카롭게 날을 세웠다.
텅.
순간적으로 남자의 시야에서 린첸이 사라졌다. 남자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하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어느새 눈앞은 주황빛 무기들이 빼곡하게 들어서서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남자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린첸이 코앞에 서서 남자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린첸은 손바닥으로 남자의 복부를 밀어 쳤다.
쩡-!
남자의 등이 새우처럼 굽으며 뒤로 멀리 날아갔다.
쩍-!
남자가 뒤로 날아가는 도중 커다란 양날도끼가 등을 찍었다.
“커헉!”
남자는 뒤로 시선을 옮기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대체?’
쩌정-!
오른쪽에서 철퇴가 날아들어 남자의 머리를 후려쳤다.
쿠쿵, 쿠쿠쿵!
남자는 바닥에 쓰러진 채 린첸을 노려봤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 다 잘 되세요.
항상 행복과 건강이 함께 하길 바라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저의 신작 '소시오패스 : 두 개의 삶'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새로움과 재미를 동시에 안겨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