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이정우의 두 눈이 커졌다.
“이건 뭐…….”
강우와 이정우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핫도그가 전신을 활활 불태우고 있었다. 핫도그는 전신이, 털 한 가닥마저 불꽃을 머금은 채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꽃들은 몸의 한 가운데로 모여들었고, 가슴 중앙이 빛났다.
이정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핫도그를 쳐다봤다. 핫도그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어떤 몬스터에게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일행들도 놀라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겨우 삼성 하급인 몬스터 헬하운드를 1대1로 이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현재 핫도그가 끌어 모은 화염은 자신들도 정면으로 맞설 수는 없을 거라 확신했다.
핫도그가 입을 쩍 벌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정우는 황급히 양손을 뻗어 초록빛 장막으로 쉴드를 치며 방어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주황빛을 머금은 붉은 화염이 이정우를 집어삼켰다. 화염은 수백 미터 이상을 뻗어 나갔고, 핫도그의 몸이 다시 시커매졌을 때가 돼서야 멈췄다. 화염이 쓸고 지나간 자리는 검은 그을림이 남았고, 이정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이정우는 검은 재조차 남기지 못했다. 화염이 쓸고 지나가 생긴 검은 길에서 연기만이 조금 피어날 뿐이었다.
강우는 핫도그에게로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잘했어.”
핫도그는 귀를 뒤로 젖히며 눈을 감고 강우의 손길을 즐겼다.
일행들은 놀라서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쿠라마와 미츠하시 안나도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쿠라마는 조금은 분한 기분으로 핫도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화염보다…….’
미츠하시는 놀랐으면서도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로 핫도그를 바라봤다.
“와……. 저 녀석…….”
존슨은 핫도그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저 정도면 구성급과 십성급을 왔다 갔다 한다. 처음부터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저 정도까지일 줄은……. 어떻게 헬하운드가 저런 힘을…….”
린첸은 핫도그를 보며 말했다.
“가능하다면 지금……. 지금 죽여야 될지도 몰라.”
린첸의 말을 들은 안나가 미간을 찡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 지금 뭐라고 했죠?”
린첸은 싸울 의사가 없다는 듯이 오른손을 들어 보였다.
“무슨 말인지 알아. 다만, 저런 몬스터를 과연 언제까지나 길들일 수 있을까? 필요 이상으로 강해. 그리고 저 녀석은 몬스터도 능력자들처럼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증거나 다름없어.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라도……. 헬하운드보다 높은 등급의 몬스터를 더 강하게 만드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미츠하시가 말했다.
“이미 있잖아요.”
모두들 한 사람, 하얀 늑대를 떠올렸다. 하얀 늑대가 키우고 있는 다이어 울프의 본래 등급은 사성 하급.
하얀 늑대는 일찍이 세계 최연소 오성급 예거에 이어서 십성급에도 다다른 남자였다. 그가 키운 다이어 울프라면 핫도그보다 강할 여지가 충분했다. 또한 현재 그는 에스카 쪽으로 돌아선 위험인물이었다.
알리사가 말했다.
“이 세상에 능력자가 생기고, 몬스터들이 생긴지 벌써 수십 년이 지났어요. 그 동안 몬스터를 길들인 사람은 하얀 늑대와 집행자 단 둘뿐이었죠. 아마 걱정하고 계신 부분은 괜찮을 거예요. 그보다 하얀 늑대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가…….”
알리사의 시선 허공으로 향했다.
“저거…….”
알리사의 시선이 머문 곳은 핫도그의 화염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의 위였다. 그곳에는 바닥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모여들고 있었다.
강우 역시 그것을 보곤 미간을 찌푸린 채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설마…….”
연기가 모여들고, 초록빛을 머금으며 형체를 잡기 시작했고, 이정우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했나?”
연기가 모여들어 이정우가 됐다. 이정우의 재생력은 이미 인간이라 할 수 없었다. 강우는 핫도그에게 뒤로 가있으란 듯이 손짓을 했다. 핫도그는 알리사가 있는 쪽으로 물러났다.
이정우는 몸이 뻐근하다는 듯이 왼손으로 뒷목을 잡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와……. 진짜 죽는 줄 알았다구. 정말 뜨거웠어.”
강우는 이정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대체 몸이 어떻게 생겨먹은 거지?”
이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겨우 그 정도로 날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강우가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죽여주지.”
강우는 고민하고 있었다.
‘검은색 구체로 압축시켜? 아니지, 몸이 다 사라지고 연기가 돼서도 재생하는데, 그 정도로는 죽이지 못할 거야. 어떻게 해야 되지? 연기조차 안 나게 없애야…….’
이정우가 초록빛을 강렬하게 뿜어내며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강우도 주먹을 꽉 쥐며 이정우에게 달려들었다.
‘죽을 때까지 죽여주겠어.’
강우가 오른쪽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훙-
강우의 주먹이 크게 바람소리를 내며 이정우의 얼굴 옆을 지나갔다. 이정우는 고개를 까딱여 주먹을 피했다. 하지만 강우의 주먹이 일으킨 칼날 같은 바람이 뺨에 상처를 남겼다.
터엉-!
이정우의 오른쪽 주먹이 강우의 턱을 올려쳤다. 강우의 두 발이 잠시 공중에 뜰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강우의 턱은 들리지 않았다. 강우는 두 눈으로 이정우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턱, 콰직!
강우가 왼손을 뻗어 이정우의 목을 움켜쥐었다. 강우는 이정우의 목을 움켜쥔 채 바닥에 집어던졌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부서졌다.
텅!
이정우의 몸이 바닥에 부딪친 뒤 튕겨 올랐을 때, 강우가 곧바로 튀어나갔다. 강우는 이정우의 안면에 손을 얹어 그대로 바닥을 향해 찍어 눌렀다.
콰아아앙!
강우는 이정우를 완전히 뭉개버릴 생각으로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턱.
이정우가 강우의 오른쪽 발목을 잡았다. 이정우는 강우의 발목을 으스러트릴 생각이었지만, 조금의 압박감만 느끼게 할 뿐, 타격을 줄 수 없었다.
‘무슨 놈의 몸이…….’
이정우가 발목을 확 잡아당겼고, 강우의 중심이 무너지며 뒤로 넘어졌다. 이정우는 곧바로 몸을 돌려 강우의 안면에 초록빛 에너지파를 쐈다.
콰아아아앙-!
이정우의 에너지파는 본인도 뒤로 튕겨 나갈 만큼 강력했다. 이정우는 바닥에 착지한 뒤,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별거 아니구만 그래.”
“누가 별거 아니라고?”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이정우는 황급히 몸을 돌렸다. 강우는 어느새 이정우의 뒤로 돌아와있었다.
우득!
강우는 이정우의 얼굴을 움켜쥐어 뼈를 으스러트렸다.
콰아아아앙-!
강우는 그대로 이정우를 뒤통수부터 바닥에 내리 찍었고, 그대로 손을 움켜쥐어 얼굴을 터트렸다.
강우가 이정우의 얼굴을 터트린 손을 치켜들어 주먹을 쥐고 다시 내리치려 할 때였다. 이정우의 얼굴은 이미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하게 재생돼있었다.
이정우가 양손을 강우의 복부 쪽으로 뻗었다.
퍼엉-!
초록빛 에너지파가 강우의 복부에 직격했다. 강우의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강우는 에너지파를 옆으로 쳐내버린 뒤, 바닥에 착지했다. 강우는 두 눈을 번뜩이며 이정우를 노려봤다.
“이래서는 끝이 없겠어.”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강우의 전신에서 검은색 아지랑이가 피어났다.
“아예 지워주마.”
이정우는 자신의 최대치 힘을 끌어내고 있었다. 주변으로 초록빛이 넓게 퍼졌고, 점점 형상을 갖췄다.
이정우의 비기, 히드라(Hydra).
초록빛은 아홉 개의 목이 달린 뱀처럼 변했다. 꼬리의 끝은 이정우였고, 머리 하나의 크기가 핫도그조차 한 번에 집어삼킬 만큼 커다랬다.
강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별걸 다 하는구만. 꽁지에 머물러있는 것이 너한테 어울린다.”
“입은 살았구나. 죽어라.”
이정우는 강우를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히드라의 머리들이 강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강우의 몸 주변으로 일렁거리던 검은색 아지랑이들이 칼날처럼 삐죽해지며 휘몰아쳤다.
촤촤촤촤촥!
강우의 검은색 힘이 히드라의 머리들을 베어냈다. 머리들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사라졌다. 강우는 이정우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너야말로 별거 없네. 쓸데없이 재생력만 좋아가지고…….”
이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과연 그럴까?”
이정우가 초록빛을 뿜어냈고, 히드라의 잘려나간 목 부위에서 머리가 두 개씩 돋아났다. 이정우는 웃음을 잔뜩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네가 머리를 아무리 잘라내도 소용없어. 그럴 때마다 두 배로 늘어날 뿐이니까.”
강우는 미간을 찡그린 채 이정우를 노려봤다.
‘뭐하자는 거야? 뱀 대가리로 된 꽃다발이라도 만들 속셈인가?’
이정우가 양손을 뻗었고, 히드라의 머리들이 강우를 향해 뻗어 나왔다. 강우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가만히 서있었다.
텁, 텁텁, 텁, 텁.
열여덟 개의 히드라 머리들이 전부 사라졌다. 몸통도 짧게 일부분만이 남아있었다.
강우의 비기, 지옥 아귀 뱀.
시커멓고, 두 눈과 코는 없었으며, 거대한 입만 달린 뱀이 강우의 몸 위로 솟아났다. 시커먼 지옥 아귀 뱀은 몇 번의 입질로 이정우의 히드라를 먹어치웠고, 자신의 몸집은 더욱 크게 불렸다. 지옥 아귀 뱀은 이미 웬만한 건물도 통째로 삼킬 만큼 커다래져있었다.
강우는 이정우를 향해 손을 뻗은 채 말했다.
“바보 아니야? 뭐하러 머리가 잘리면 두 배로 늘게 하는 거지? 그냥 처음부터 최대치로 뽑으면 되잖아.”
지옥 아귀 뱀은 이정우의 위에 떠있었다.
이정우는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지옥 아귀 뱀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대체……. 이게 무슨…….”
지옥 아귀 뱀이 이정우를 향해 입을 벌렸다. 이정우는 “으아아아아-!”하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몸을 날렸다.
콰아아아앙-!
지옥 아귀 뱀은 입을 쩍 벌린 채 바닥을 물어뜯었다. 지옥 아귀 뱀은 콘크리트로 된 바닥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순식간에 지름과 깊이가 수십 미터 이상인 구멍이 생겨있었다.
뒤로 몸을 날렸던 이정우는 바닥에 엎드려있었다.
“으으……. 어째서……. 왜 재생이 안 되는 거야…….”
이정우의 양쪽 다리가 잘려있었다. 이정우는 아무리 초록빛을 내뿜으며 재생하려 해도, 무릎 아래로 사라진 다리는 다시 생겨나지 않았다.
강우가 가볍게 손짓을 하자 지옥 아귀뱀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하나의 거대했던 지옥 아귀뱀은 잘게 쪼개져 수십 마리로 나눠졌다. 강우는 천천히 이정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등 뒤로는 수십 마리의 지옥 아귀 뱀들이 이정우를 향해있었다.
이정우는 “이건 말도 안 돼……. 어째서…….”라고 중얼거리며 양팔로 기어서 피하려 했다. 강우의 등 뒤로 솟아오른 지옥 아귀 뱀 몇 마리가 몸을 길게 뻗어 이정우의 몸 여기저기를 물었다. 이정우는 꼼짝도 못한 채 짓눌렸다. 강우는 이정우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끝이다.”
이정우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으로 강우를 올려다봤다.
“대체 어째서……. 넌 대체 뭐지?”
이정우의 능력 중 가장 빛나는 것은 재생, 전신이 불타서 사라져도 그 연기로 재생할 만큼 엄청난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대인전에 특화됐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정우는 그 어떤 부상에도 엄청난 재생력을 보였다. 공격을 받는 순간 재생이 시작될 정도로, 어떠한 공격도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두 가지의 경우에는 그 재생력이 줄어들었다. 몬스터에게 입은 부상의 경우 회복이 되긴 했지만, 그 속도가 늦어졌다.
핫도그에게 공격을 받았을 때도 그랬다. 만약 능력자와의 전투에서 그런 공격을 받는다면, 화염이 휩쓸고 지나가는 순간 몸이 재생돼있었다. 하지만 핫도그는 몬스터였기에 연기로 재생을 해야 했다.
이정우의 재생력이 떨어지는 다른 경우는 두 가지 이상의 빛을 머금은 공격을 받을 때였다. 이는 몬스터에게 공격을 받는 것보다 더 나빴다. 이정우는 서로 다른 색의 빛을 가진 능력자들에게 동시 공격을 받으면, 몬스터에게 부상을 입었을 때보다도 회복이 늦어졌다.
즉, 이정우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 0.1초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공격을 할 수 있으며 각자 다른 빛을 가진 다수의 능력자들이나 두 가지 이상의 빛을 가진 능력자였다.
이정우는 강우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말도 안 돼…….”
강우는 이정우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죽어라.”
강우의 등 뒤에 있는 지옥 아귀 뱀들이 이정우의 몸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이정우는 전신을 물어 뜯겨 야금야금 세상에서 사라져갔다. 이정우는 검은색 힘을 뒤집어쓰고 있는 강우와 자신을 먹어치우는 지옥 아귀 뱀들을 보고 그제야 깨달았다.
검은색 힘을 빌린 공격과 검은색 힘을 직접적으로 이용한 공격의 차이, 그 힘에 의해 완전히 사라져버릴 때, 조금의 흔적조차 남겨지지 않을 때의 결과, 검은색이 어떠한 색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몇 명을 뺀다면, 그 무엇도 이정우를 완전히 죽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아……. 그래서……. 그래서 이놈에게 받은 공격은 재생이 늦었고, 지금은…….”
콰직, 우득, 우드득, 찌직, 찌이익, 푸식.
전 십성급 예거, 현 몬스터보호협회장, 초록빛의 능력자 이정우는 그렇게 몬스터보호협회와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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