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알리사가 말했다.
“그래도 저걸 상대하는 건 무리야. 얼른 도망쳐야…….”
알리사가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오로치의 머리 하나가 강우 일행을 향해 날아들었다. 강우 일행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오로치의 머리는 입을 벌린 채 땅을 물어뜯었다. 오로치의 머리는 땅을 두부 씹듯이 부수며 고개를 들었다. 번쩍이는 붉은 눈이 강우 일행을 노려봤다.
강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덩치는 크지만 우리보다 빨라! 도망치는 건 불가능해! 헛소리하지 마!”
미츠하시가 전신에서 보랏빛을 뿜어냈다. 그 순간 제임스도 전신에서 남색 빛을 뿜어냈다.
데빌맨.
미츠하시는 전신을 보랏빛으로 뒤덮어 악마의 형상으로 변했다.
귀영검(鬼影劍).
제임스의 오른손에는 기다란 검이 들려있었다. 주먹만 한 남색 빛의 해골들이 검 주위를 떠돌아다녔다.
미츠하시와 제임스가 동시에 소리쳤다.
“내가 시간을 벌겠어-!”
“아가씨, 피하십시오!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안나는 미츠하시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라고 말했고, 알리사는 제임스에게 “그럴 수는 없어. 나도 함께 싸우겠어.”라고 말했다.
강우는 오로치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살아도 다 같이 살고, 죽어도 다 같이 죽는다! 엑시큐션(집행), 전원 공격-!”
일행들은 저마다 최대치의 빛을 뿜어내며 전투를 준비했다. 강우는 오로치를 앞두고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헝거를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헝거는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디로 간 거지? 방금 전만 해도 분명히 있었는데…….’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로치의 여덟 머리가 동시에 괴성을 질렀다. 바닥 위의 흙먼지가 흔들리고, 일부는 공중에 떠서 흩날릴 정도의 울림이었다.
오로치의 여덟 머리가 입을 쩍 벌렸고, 안쪽에선 붉은빛을 머금은 안개가 흘러나왔다. 오로치의 독기였다. 거센 바람소리와 함께 붉은 독기가 강우 일행을 덮쳤다.
콰아앙-!
강우가 지면을 내리쳐 거대한 돌무더기가 솟아올랐다. 돌무더기는 붉은 독기를 일부분을 막아냈지만, 금세 녹아버렸다.
오로치의 독기는 중독을 시키는 독이라기보다는, 불꽃에 가까웠다. 단지 그 형태가 붉은빛을 머금은 안개 혹은 연기와 같을 뿐이었다.
핫도그의 전신이 붉게 달아올라 번쩍거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핫도그의 입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갔다. 핫도그가 뿜어낸 화염과 오로치의 독기가 뒤섞이며 위로 치솟았다.
핫도그의 화염이 막아낸 독기는 겨우 오리치의 머리 하나가 뿜은 것이었다. 오로치의 붉은 독기가 강우 일행을 덮치기 직전이었다.
아이스버그(Iceberg), 아이스 월(Ice wall).
강우 일행의 앞으로 거대한 빙산이 솟아나 붉은 독기를 막아냈다. 하지만 빙산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 뒤로 높이와 넓이가 20m 이상인 얼음 장벽이 세워졌다. 하지만 얼음 장벽 역시 붉은 독기에 의해 금세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안나가 두 눈을 번뜩이며 전방으로 손을 뻗었다.
파아아아아앙-!
얼음 장벽이 손톱 크기도 안 되는 크기로 전부 부서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얼음 장벽의 폭발과 함께 붉은 독기도 흩어졌다.
린첸이 주황빛을 전신에 두른 채 전방으로 뛰어가며 소리쳤다.
“잘했어! 이제 내가 맡는다!”
촤촤촤촹-!
린첸의 양손에는 기묘한 검 혹은 창처럼 생긴 것이 있었다. 그것의 길이는 창처럼 기다랬지만, 가운데 손잡이가 있고, 앞뒤로 검날이 길게 뻗어있었다.
린첸이 뛰던 중 공을 차듯 앞쪽으로 오른발을 찼다.
슈캉-!
날의 폭만 1m가 넘는 주황빛 대검이 오로치를 향해 날아갔다. 린첸은 그대로 뛰어올라 대검을 보드처럼 탔다.
오로치의 머리 중 하나가 입을 쩍 벌리고 린첸을 향해 날아들었다. 린첸은 두 눈을 번뜩이며 양손에 쥔 검창을 교차하며 X자로 빠르게 휘둘렀다. 주황빛 반달 모양의 에너지파 수십 개가 사방으로 날아갔다.
슁, 슁, 슁, 슁, 슁, 슁.
린첸의 주황빛 에너지파는 오로치에게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인간에게 비유하자면, 손톱을 깎다가, 손톱이 튀는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 약한 공격도, 취약한 부위에 적중한다면 효과가 있었다.
“키에에에엑-!”
린첸의 에너지파 중 두 개가 오로치의 눈을 앗아갔다. 오로치의 두 머리는 눈을 하나씩 잃고, 분노에 타올랐다. 나머지 하나 남은 눈은 붉은빛이 일렁이며 린첸을 쫓고 있었다.
머리 하나가 린첸을 향하는 순간이었다.
파앙-!
린첸이 양발로 대검을 밀어 차며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대검은 린첸에게 향하던 오로치의 입안으로 향했다. 대검은 오로치의 기다란 혓바닥을 가르고, 입을 꿰뚫어 목 뒤로 튀어나왔다.
“키에에에에에에-!”
하지만 대검의 크기는 오로치의 머리에 비하면 너무도 작았다. 사람의 크기에 비례하면, 이쑤시개 하나가 찌른 정도였다.
린첸은 곧바로 양손을 뻗었다.
백무도(百舞刀).
백 개의 주황빛 검들이 린첸의 사방으로 생겨났다.
슈슈슈슈슈슈슉.
백 개의 주황빛 검들이 대검에 입안을 꿰뚫린 오로치의 머리로 날아들었다. 주황빛 검들은 오로치의 머리를 전부 꿰뚫었다. 오로치는 피를 흘리며 몸부림쳤다.
“키에에에에-!”
다른 오로치의 머리가 옆에서 린첸에게로 날아들었다. 린첸은 양손에 언월도를 만들어냈다.
채앵-!
린첸은 날아드는 오로치의 송곳을 언월도로 쳐냈고, 그 반동으로 몸을 뒤로 날렸다.
“카아악-!”
린첸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다른 오로치의 머리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펑-! 피융, 턱, 쿠우우웅-!
검은색 기다란 선이 사선으로 그어졌다. 그 검은색 선은 순식간에 린첸을 낚아챈 뒤, 운석처럼 바닥에 낙하했다.
강우였다. 강우는 린첸을 안아든 채 말했다.
“괜찮나?”
린첸은 재빨리 강우에게서 벗어나며 말했다.
“괜찮아!”
콰아아아앙-!
강우가 린첸을 확 잡아끌어 몸을 옆으로 날렸다. 오로치의 머리 중 하나가 뱉어낸 붉은 독기가 바닥을 녹여버렸다.
강우는 린첸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시간을 좀 벌어줘.”
린첸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린첸은 전신에서 주황빛을 뿜어내며 오로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쩌정-!
안나가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오로치의 위로 떨어트렸다. 하지만 얼음 덩어리는 그저 부서진 뒤, 바닥에 흩어질 뿐이었다.
오로치의 머리 하나가 안나에게로 날아드려는 순간이었다.
터어어어어어어어엉-!
오로치의 머리가 안나에게 가지 못했다. 오로치의 머리들이 시선을 뒤로 돌렸다. 뒤에서는 미츠하시가 데빌맨 상태로 꼬리 하나를 감싼 채 버티고 있었다. 미츠하시의 하반신은 땅속에 완전히 파묻혀있었다. 미츠하시는 전신에서 강렬한 보랏빛을 뿜어내며 오로치를 끌어당겼다.
“우오오오오오-!”
아주 미세하지만 오로치의 몸이 조금 뒤로 당겨졌다. 오로치의 다른 꼬리들이 미츠하시를 덮쳤다.
터터터터터텅-!“
건물도 한 번에 무너트리는 오로치의 꼬리, 미츠하시는 그것을 버텨냈다. 하지만 그것도 한 번뿐. 미츻시는 이미 만신창이였따. 꼬리들이 다시 위로 솟아 미츠하시를 내려치려 했다. 미츠하시가 비명을 지르듯이 악을 썼다.
“더는 못 버텨-!”
슈칵.
남색 빛의 기다란 선이 오로치의 꼬리들을 가로질렀다.
핑.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간 아주 긴 남색 빛의 선 끝에는 제임스가 등을 보이고 있었다. 제임스는 남색 빛의 검을 허리에 붙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베어냈다.”
쿵, 쿠쿵쿵, 쿵, 쿠쿵.
오로치의 꼬리 끝부분들이 잘려나갔다. 미츠하시는 손에 들고 있던 꼬리를 집어던지며 뒤로 물러섰다.
린첸은 씩 웃으며 소리쳤다.
“좋았어-!”
린첸의 비기, 무장권법가.
린첸의 전신이 주황빛으로 둘러싸였다. 린첸의 이마에는 주황빛 헤어밴드가 둘러졌고, 전신은 화려한 갑옷이 입혀졌다. 갑옷은 다양한 무기의 특성을 모두 담고 있었다.
양 주먹 위로는 클로가, 팔꿈치 뒤로는 단검이, 양 어깨로는 언월도의 날이, 손목 아래로는 전방으로 뻗어나가는 검이, 양 발끝은 창끝과 같았다.
린첸은 곧바로 오로치를 향해 달려갔다. 오로치의 머리들은 앞뒤로 나누어졌다. 네 개의 머리는 앞의 알리사와 린첸, 안나를 노렸다. 뒤쪽으로 네 개의 머리는 미츠하시와 제임스를 노렸다.
사신강림.
쿠우우우우우우.
껍질 일부분이 깨진 소라 안쪽에서 나는 듯한 바람소리와 함께 알리사의 위로 무언가 솟아나있었다.
그것은 분홍빛 사신이었다. 분홍빛 옷을 두른, 분홍빛 뼈로 된 사신의 상반신은 오로치에 비하면 한참 작았지만, 10m 이상으로 거대했다.
데스사이드.
사신의 손에 거대한 낫이 쥐어졌다. 알리사의 손에서 분홍빛 낫이 쥐어져있었다. 알리사가 낫을 치켜들자 사신도 따라서 낫을 치켜들었다.
후웅, 슈칵-!
알리사가 낫을 휘둘렀고, 오로치의 머리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오로치의 머리가 잘려나간 부분에선 피가 몇 방을 찔끔 흐를 뿐이었다. 곧 피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강우 일행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대로 놔두면 오로치의 머리가 다시 돋아날 것임을.
프로즌 오브.
안나가 양손을 뻗었고, 푸른빛을 머금은 둥그런 에너지파가 날아갔다. 그것은 곧 얼음조각을 흩뿌리며 오로치의 머리가 잘려나간 부분을 얼렸다. 부글부글 끓던 피가 이따금씩 톡톡 터지며 얼음가루를 만들긴 했지만, 곧 꽝꽝 얼어붙었다.
린첸이 얼어붙은 부위로 날아들었다. 린첸은 주황빛이 활활 타오르는 오른발을 공중에서 걷어찼다. 발끝에서 주황빛 투창이 날아가 얼어붙은 부위를 파괴했다.
퍼어어엉-!
오로치의 머리가 잘려나갔던 목이 바닥에 축 늘어졌다. 강우 일행이 오로치의 여덟 머리 중 하나를 없애는데 성공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뻐할 틈도 없었다. 아직 일곱 개의 머리가 남아있었다. 게다가 미츠하시는 전투가 거의 불가한 상태에 가까웠다.
제임스 역시 미츠하시가 시간을 벌어줬을 때와 같은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면, 또다시 효과적인 공격을 하는 것은 무리였다. 게다가 잘라냈던 꼬리들은 다시 돋아난 상태였다.
안나는 전투에 있어서 보조적인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
알리사의 사신은 강력했다. 언제든 오로치의 머리 하나 정도는 베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알리사가 사신의 힘으로 낫을 휘두를 수 있는 남은 횟수는 한 번에서 두 번 정도가 한계였다. 힘을 너무 많이 쓰기 때문이었다. 몸에 부담이 많이 가는 탓에, 평소의 전투 시에는 사신의 일부분만을 꺼낸 것이었다.
린첸은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맛보고 있었다. 방금과 같은 상황을 또 만들어낼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오로치는 방심했었다. 오로치는 인간들이 한낱 미물로 여겨졌다. 자신이 그냥 기어가기만 해도 웬만한 인간들은 깔려죽었다. 다른 몬스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머리 하나가 떨어져나가고, 빈틈은 모두 사라졌다. 오로치는 앞에 있는 인간들을 미물이 아닌, 적으로 인정하고, 죽이기 위해 사력을 다할 준비가 돼있었다.
일행들은 오로치를 앞둔 상태에서 시선을 여기저기 돌렸다. 모두 강우를 찾고 있었다. 린첸만이 강우가 시간을 벌어달라고 한 것을 알고 있었다.
린첸은 이를 악 문 채, 지속적으로 오로치를 경계하며 강우를 찾았다.
'대체 어디 간 거지? 시간을 조금만 벌어달라더니…….'
린첸을 포함한 일행들은 10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강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강우의 전신에서는 검은색 힘이 하늘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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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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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많이 늦었습니다.
3월 3일 분량은 너무 늦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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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신작 '소시오패스 : 두 개의 삶'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