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81화 (181/195)

181화

지옥 아귀 뱀.

강우의 몸 위로 눈과 코가 없는 검은 뱀이 솟아났다. 강우가 힘을 모으는데 시간이 걸렸던 만큼 거대했는데, 오로치의 머리 세 개를 합쳐놓은 것과 같았다.

강우는 일행들이 시간을 버는 동안 오로치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공격을 준비했다. 오로치의 일곱 머리도 강우를 의식했다. 일곱 머리의 시선은 거대한 지옥 아귀 뱀에 집중돼있었다.

오로치의 일곱 머리는 입에 붉은 독기를 머금다가 이내 사그라트렸다. 눈앞에 있는 검은 뱀에게는 독기 따위 통하지 않을 것이란 게 보였다.

강우는 검은 뱀의 꼬리 끝에 위치해있었다. 강우는 오로치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오로치 역시 강우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검은 뱀과 오로치는 서로 몸을 뻗기만 하면 닿을 거리였다. 서로의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강우와 오로치는 동시에 움직였다.

검은 뱀은 몸을 오른쪽으로 비틀며 길게 뻗어 나가 오로치의 옆을 노렸다. 오로치의 일곱 머리는 사방으로 퍼져 검은 뱀을 덮치려 했다.

그때였다.

콰콰콰쾅-!

콰콱, 콰콱, 콰콱, 콰콰콱.

땅에서 보랏빛과 붉은빛, 노란빛을 뿜어내는 헝거가 튀어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헝거에게로 쏠렸다. 강우는 놈을 알 수 있었다.

‘아까 그 심장을 처먹던…….’

헝거는 10미터가 넘는 큰 키를 가지고 있었고, 땅에서 튀어나오자마자 사지를 이용해 빠르게 뛰었다. 헝거가 향하는 곳은 오로치에게로였다.

오로치는 곧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눈앞에는 검은 뱀이 있었고, 옆에서는 헝거가 뛰어오고 있었다. 이내 오로치는 일곱 머리 중 두 개만 움직여 헝거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있었다.

쿠직!

헝거는 오로치의 여덟 개의 목들 중 머리가 잘려나가 축 쳐진 곳을 노렸다. 헝거는 잘려나간 부분을 통해 목구멍을 비집고 들어갔다.

헝거는 목구멍 안쪽에서 빠르게 이동했고, 오로치의 잘려나가 축 늘어진 목은 거대한 사냥감을 단번에 집어삼킨 듯이 불룩해졌다.

오로치는 자신의 몸속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헝거를 어찌 대항해야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일행들은 ‘저건 대체 뭐야?’라고 생각하며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강우는 두 눈을 번뜩였다.

‘놈이 노리는 건 오로치의 심장이다!’

강우는 황급히 검은 뱀을 움직여 오로치의 몸통 쪽으로 이동했다. 오로치는 몸속으로 침입하는 헝거를 막을 수는 없지만, 검은 뱀에는 대항했다.

오로치의 일곱 머리가 검은 뱀의 몸을 휘감으며 물어뜯고 늘어졌다. 강우는 인상을 확 쓰며 오른팔을 쭉 뻗었다. 그 순간 검은 뱀의 몸이 가늘어지며 쭉 늘어났다.

헝거는 오로치의 몸속에 다다랐다. 오로치의 몸 안쪽에서 꾸물텅거리고, 가죽이 늘어났다. 오로치는 괴로운 듯이 “키에에에에-!”하고 울음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었다. 검은 뱀은 입을 쩍 벌려 오로치의 몸통을 깨물었다.

콰득,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강우의 몸에 이어져있던 검은 뱀의 꼬리가 끊어졌다. 강우는 왼손으로 오른쪽 팔뚝을 잡고 이를 악 물었다. 오른쪽 주먹을 꽉 쥐며 검은색 힘을 불태웠다.

검은 뱀의 몸이 머리로 몰리기 시작했다. 검은 뱀은 몸통과 꼬리도 머리 쪽으로 전부 쏠려 둥그렇게 변해있었다.

키이이이잉.

일순 검은 뱀의 머리 가운데서 무언가 빙그르 돌았다. 그리고 검은 뱀의 머리가 소용돌이치듯 흩어지며 입의 경계가 사라지고, 검은 구체로 변했다.

강우의 비기, 블랙홀.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블랙홀은 오로치를 통째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강우가 쓰던 검은색 힘은 상대를 압축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초록빛의 능력자 이정우와 붙으며 강우는 대상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지옥 아귀 뱀을 만들어냈었다.

이제는 두 기술을 합쳐 대상을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는 블랙홀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블랙홀은 순식간에 오로치를 빨아들였다. 일순 블랙홀이 넓게 팽창했고,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블랙홀은 작은 점이 되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작아지다가 사라졌다.

블랙홀이 생겨났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블랙홀의 영향 탓인지 이리저리 땅이 파헤쳐져있었다.

일행들이 강우를 향해 달려왔다.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잔뜩 머금어져있었다. 강우도 천천히 일행들을 향해 걸음을 옮길 때였다. 순간적으로 땅이 살짝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강우는 크게 소리쳤다.

“멈춰-!”

일행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걸음을 멈췄다. 미츠하시가 물었다.

“형님, 왜…….”

미츠하시의 말이 끝나기 전이었다.

콰아아아앙-!

땅에서 검은색의 무언가가 튀어 올랐다.

쿠웅!

땅속에서 튀어나와 지면에 선 것은 헝거였다. 헝거는 시커멓게 변해있었고, 전신에서 검은색 기운이 아지랑이를 피웠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몸의 절반 이상이 사라져있었다. 왼팔은 아예 없었고, 가슴 부근까지 패여 있었다. 오른쪽 골반 또한 일부분이 사라져있었고, 오른쪽 발목도 잘려나갔으며, 머리의 절반 가까이는 쥐가 파먹은 듯했다.

헝거는 오로치의 심장을 뜯어먹다가 강우의 블랙홀에 몸이 빨려 들어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졌지만, 몸이 뜯겨나가면서 가까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헝거는 몸을 조금 비틀거렸지만, 전신에서 일렁거리는 검은색 힘과 함께 “쿠오오오오오-!”하고 하늘이 깨져라 지르는 괴성은 전투의지를 충분히 표했다.

헝거가 잠시 몸을 흐느적거리다가 안나에게로 시선이 고정됐다. 흐느적거림도 멈춰있었다. 안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뭐야……. 기분 나쁘게…….”

강우가 헝거를 향해 뛰며 소리쳤다.

“피해-!”

헝거가 안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헝거는 안면부터 빙그르 돌며 안나에게로 향했다. 안나는 황급히 양손을 뻗어 얼음 장벽을 만들어내려 했다.

‘안 돼. 시간이 너무 없어.’

헝거는 안나의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헝거가 뒤에서부터 오른손을 크게 휘두르려 하는 순간이었다.

터어엉-!

핫도그가 몸을 날려 헝거의 옆에 부딪쳤다. 헝거와 핫도그가 서로의 반대쪽으로 튕겨져 나갔다.

치이이익-.

핫도그는 네 발로, 헝거는 한 발로 바닥을 미끄러지며 착지했다. 헝거의 시선은 핫도그에게로 향했다. 핫도그의 가슴 한 가운데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콰아아아아아아-!

화염이 헝거를 덮쳤다.

퀴잉!

헝거는 그대로 화염을 가르며 뚫고 핫도그를 향했다. 헝거는 오른손을 내세우고 있었다. 노리는 것은 핫도그의 심장이었다.

카아아앙-!

린첸이 핫도그의 앞으로 뛰어들어 양손의 클로를 교차해 헝거의 오른손을 막아냈다.

쿠우우웅-!

린첸의 양발은 바닥에 깊숙이 박혔다.

데스사이드.

알리사가 낫을 크게 휘둘렀지만, 헝거가 몸을 옆으로 크게 비틀었다. 하지만 헝거는 완전히 피해낼 수 없었고, 하반신이 잘려나갔다.

제임스가 일직선의 남색 빛을 그으며 헝거의 몸통을 베고 지나갔다.

“베어냈다.”

슈칵-!

하지만 제임스의 검은 헝거에게 찢어진 상처를 남겼을 뿐이었다. 알리사의 데스사이드보다 제임스의 귀영검이 약한 탓도 있었지만, 헝거의 상반신은 하반신보다 훨씬 튼튼한 이유도 있었다.

헝거는 바닥을 굴렀다. 헝거는 오른손으로 바닥을 내리쳐 그 반동으로 핫도그에게 향했다. 헝거가 처음 안나를 노렸던 것은 가장 약하기에 우선적으로 죽이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핫도그로 타겟을 변경했다. 오직 핫도그의 심장만을 노리고 있었다.

미츠하시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 헝거에게 달려들었으나 튕겨져 나갔다. 핫도그는 이빨을 드러내며 헝거와 맞서려 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강우가 헝거의 등을 발로 짓밟았다. 그 충격으로 헝거가 있는 곳은 땅이 깊게 파였으며, 지면이 들썩이고, 강우 일행의 몸까지 떠오를 정도였다.

콰득, 콰득!

헝거의 몸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다. 거기서 헝거의 튼튼함이 다시금 입증됐다. 다른 몬스터들이라면 몸이 짓이겨지다 못해 강우의 발이 관통했을 충격이었다. 하지만 헝거는 외골격이 조금 부서졌을 뿐, 건재했다. 강우가 검은색 힘을 잔뜩 실은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콰아아앙-!

강우의 주먹은 헝거의 안면을 내리찍었다.

쿠득, 쿠득!

강우는 그대로 다시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어 헝거의 안면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앙-!

강우는 손을 바꿔 왼손으로 헝거의 안면을 잡아 들어올렸다. 강우가 오른손을 헝거의 왼팔이 잘려나간 부위에 쑤셔 박았다.

콰득, 콰드드득, 쿠직.

“그오오오오오오-!”

헝거가 괴로운 듯이 괴성을 질러댔다. 헝거는 오른손을 치켜들어 강우의 안면을 향해 휘둘렀다.

터어어어어어어엉-!

헝거의 손에 맞은 강우의 안면 반대쪽으로 공기의 일그러짐이 보일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강우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왼손은 헝거의 안면을 움켜쥐고 있었고, 오른손은 몸 안쪽을 들쑤셨다.

텅, 터엉, 텅, 텅, 터어어엉!

헝거는 미친 듯이 오른손을 휘둘렀지만, 강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쿠득, 쿠드드드드드득-!

강우가 무언가를 움켜쥔 채 헝거의 몸 안쪽에서 팔을 빼냈다. 강우의 오른손에는 아직도 벌떡벌떡 뛰고 있는 헝거의 심장이 쥐어져있었다.

퍼엉-!

강우가 헝거의 심장을 터트렸다. 헝거는 심장이 터지고 나서도 몇 번 더 오른팔을 휘두르며 “그오오-!”하고 괴성을 지르다가 점차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강우는 헝거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고, 몸이 축 늘어지자 손을 놓았다. 헝거의 몸이 바닥에 털썩, 하고 떨어졌다.

강우 일행은 헝거의 시체를 질렸다는 듯이 쳐다봤다. 강우는 헝거의 시체를 내려다보다가 린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네 판단이 맞았어.”

“뭐가?”

“헝거는 발견하는 즉시 죽여야 돼. 놈들은 몬스터나 같은 동족의 심장을 먹고 더 강해진다. 아니, 진화라고 해야 되나……. 하여튼 그냥 놔뒀다가는 끝도 없이 강해질 거야.”

강우는 헝거가 심장을 먹는 모습을 본 것을 설명했고, 일행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안나가 미간을 찡그린 채 말했다.

“그럼 지금도 어딘가에서 헝거가 강해지고 있다는 거잖아?”

미츠하시는 헝거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것도 머리가 반쯤 날아간 상태였어.”

제임스는 팔짱을 낀 채 헝거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팔 하나와 발도 없었지.”

강우는 헝거의 시체를 내려다보다가 핫도그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솔직히 나와 훈련을 했다고는 하지만 핫도그가 이렇게 강해진 이유도 이걸로 확실하게 알았어.”

핫도그는 이전의 강우 집 주변에 출몰하는 몬스터들을 잡아먹으며 살았다. 핫도그는 몬스터들을 잡아먹을 때 뼈 한 조각 남기는 법이 없었다. 즉, 몬스터의 심장을 먹으며 힘을 키워온 것이다.

이는 같은 몬스터여도 힘의 차이가 갈리는 것 또한 설명이 됐다. 같은 종류더라도 이따금씩 1성 이상의 힘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오래 살아남으며 다른 몬스터의 심장을 먹은 녀석들일 확률이 높았다.

강우가 말했다.

“핫도그는 여태까지 수도 없이 많은 몬스터들을 먹으면서 살았어. 몬스터들은 심장들을 많이 먹어도 괜찮은 거 같아. 헝거 역시 그럴 것이고.”

몬스터의 심장을 먹으면 능력을 얻고, 강해지는 것은 인간과 몬스터, 심장으로 인해 변한 헝거까지 전부 마찬가지였다. 다만, 인간의 경우에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강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나지막이 말했다.

“헝거만이 문제가 아니야. 더 큰 문제가 있다.”

============================ 작품 후기 ============================

드러나는 진실.

더 큰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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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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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다른 작품 '소시오패스 : 두 개의 삶'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내일 오후 중으로 예거와 소시오패스 둘 모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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