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상황을 지켜보던 안나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중얼거렸다.
“뭐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린첸이 말했다.
“마츠모토가 배신을 한 것 같아.”
“그건 알겠는데, 대체 왜?”
강우가 말했다.
“좀 더 지켜보자.”
마츠모토가 씩 웃으며 말했다.
“성공이야.”
도날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당연하지.”
존슨이 말했다.
“확인해보지 않아도 될까? 녀석은 하얀 늑대야.”
도날드가 인상을 찌푸린 채 말했다.
“내 공격을 정면으로 받고 살아남은 생물은 여태까지 아무것도 없었다. 게다가 버블 존에서는 수심 수십 미터만 내려가도 몬스터들이 득실거려. 하얀 늑대가 살아있다고 해도, 그 상태론 잘 구워진 먹잇감밖에 안 돼.”
존슨은 찝찝하다는 듯이 버블 존을 보며 말했다.
“놈이 이렇게 간단하게……. 놈은 물속에서도 얘기를 듣고 나온 것처럼 보였어. 녀석이 예거 파티에 있을 때 직접 붙어본 적은 없지만, 나는 항상 생각했어. 녀석을 절대 이길 수 없을 거라고…….”
마츠모토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아까 서면으로 한 거다.”
도날드 일행과 마츠모토는 중심지 건물 안에서 계약을 맺었다. 일시적인 동맹이었다. 공통된 적인 하얀 늑대를 죽이기 위해.
도날드 일행 측의 입장에서 하얀 늑대는 당연히 최대의 문제였다. 그런데 마츠모토 역시 하얀 늑대의 죽음을 원했다. 이들은 계획에 대해 말할 때는 종이에 글을 써서 서로의 의견을 전했다.
도날드는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놈은 무방비로 공격을 당했어. 그것도 네가 아닌, 나의 공격을!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해!”
마츠모토가 씩 웃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나저나 약속은 지키는 거겠지?”
도날드가 마츠모토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무슨 약속 말이냐?”
마츠모토는 인상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예거 파티에서 구성급 이상의 몬스터를 잡으면 심장을 제공하기로 한 것 말이다.”
도날드는 허공에 시선을 둔 채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아, 그거…….”
도날드는 마츠모토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관뒀다.”
“뭐?”
“그러지 않기로 했어. 그리고 네놈은 지금 바로 체포한다. 너도 사상이 너무 위험해. 내가 얼마 전에 교훈을 얻었거든. 눈에 가시가 되는 놈은, 거슬리는 놈들은 바로바로 처리를 해야 된다는 걸 말이야.”
헬러가 전신에서 붉은빛을 뿜어내며 마츠모토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넌 내가 상대해주지. 전부터 너하곤 한 번 붙어보고 싶었거든. 베일에 쌓인 예거라고 유명할 때부터 말이야.”
마츠모토가 미소를 지었다. 헬러는 조금 놀라는 기색을 보이며 물었다.
“웃어?”
마츠모토는 미친 사람마냥 웃음을 터트렸다.
헬러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네놈 뭐가 웃겨서 이러는 거야? 미친 거냐?”
마츠모토는 웃음을 애써 참듯이 큭큭거리며 말했다.
“너희들은 참 알기 쉬워서 좋아. 이런 식으로 나올 줄 알았거든.”
마츠모토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버블 존을 한 번 쳐다본 뒤 말을 이었다.
“저놈만큼은 매번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어. 뭐, 여러 가지로 방해가 될 것 같았는데, 생각 외로 간단히 처리가 돼서 다행이야.”
마츠모토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뭐, 지금쯤 시체도 남아있지 않겠지만. 내가 하터들을 내려 보냈으니 말이야.”
존슨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녀석은 무려 하얀 늑대라고. 이렇게 간단히 죽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치명상은 피할 수 없었겠지. 그래서 확실히 처리해두는 거다.”
마츠모토는 도날드를 보며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멍청한 꼰대새끼는 지가 한 번에 끝냈다고 믿는 거 같지만 말이야.”
도날드가 전신에서 푸른빛과 노란빛을 뿜어내며 말했다.
“이놈이…….”
마츠모토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내가 꼭 실험을 해보고 싶은 게 있었거든? 바로 능력자의 심장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거 말이야. 이미 몇몇 헝거나 하터들이 먹은 적이 있긴 한데, 등급이 높지 않아서인가 변화가 없더라고?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너희들이라면 충분히 효과가 있겠지.”
존슨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넌 완전히 미쳐버렸어.”
마츠모토가 씩 웃으며 말했다.
“내가 미쳤다고?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까?”
마츠모토가 전신에서 강렬하게 빛을 뿜어냈다. 붉은빛, 주황빛, 노란빛, 초록빛, 파란빛, 남색 빛, 보랏빛까지 모두 일곱 가지 빛, 무지갯빛을 뿜어냈다.
“이런 건 처음이지?”
도날드와 존슨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뒤를 따르는 다른 예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헬러는 조금도 주눅들지 않았다. 헬러는 오히려 입가에 미소까지 머금으며 말했다.
“그거 재밌는데? 한 번 붙어보자고.”
헬러가 양 주먹을 맞부딪쳤고, 팡, 하는 파열음과 함께 붉은 빛이 불꽃처럼 튀었다. 마츠모토가 씩 웃으며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너희들은 다른 방식으로 죽을 거다.”
“뭐?”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에스카 본부 내에 있는 모든 건물들이 부서졌다. 아니, 안쪽에서부터 무언가가 벽과 천장을 뚫고 튀어나왔다.
그것들은 순식간에 도날드 일행을 둘러쌌다. 모두 하터였다. 하터들은 각양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인간과 흡사한 하터들도 있었지만, 몇몇은 생김새는 물론, 몸집부터 달랐다. 단지 몸 쪽에 인간일 때의 얼굴 흔적이 남거나, 양손은 사람의 것과 비슷한 모양인 것처럼 인간이었을 때의 흔적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강우 일행이 벽 쪽에 붙어있던 건물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터들이 튀어나와 강우 일행을 둘러쌌다.
마츠모토는 강우 일행을 보곤 더욱 크게 미소를 지었다.
“뭐야? 숨어든 놈들이 있었어?”
마츠모토는 린첸과 제임스를 보곤 반갑다는 듯이 말했다.
“너희들 오랜만인데? 능력자의 심장이 더 생겨서 좋네.”
안나가 강우를 보며 물었다.
“어떡하지?”
강우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방법이 있나? 싸워야지. 절대 흩어지지 마라.”
도날드의 시선이 강우에게로 옮겨져 있었다.
“네놈…….”
강우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봐! 나한테 개인적으로 원한이 있는 건 알겠는데, 지금은 힘을 합쳐야 되지 않겠어?”
존슨이 강우의 말을 거들었다.
“도날드, 저 남자의 말이 맞아. 지금은…….”
도날드는 알리사를 쳐다봤다. 알리사는 조금은 서글픈 눈으로 도날드를 쳐다보고 있었다. 도날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의 하터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 것쯤은 나도 알아!”
헬러는 지금 이 상황이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싸워보자고.”
미츠하시는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헬러를 쳐다보고 있었다.
“싸움광이로군. 미친 싸움광.”
마츠모토가 나지막이 말했다.
“에스카의 가장 우수한 전사들, 전원 공격! 심장만은 남겨둬라!”
하터들이 도날드 일행과 강우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예거 파티와 예거 클랜 협회 측의 숫자는 약 30명.
강우 일행은 여섯 명.
하터들의 숫자는 수천이었다.
게다가 하터들은 하나하나가 강력했다. 최소 구성급 이상부터 십성급이었다. 도날드가 두 눈을 번뜩이며 양손을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다.
도날드의 비기, 제우스의 진노.
도날드의 왼쪽 눈이 노란빛으로, 오른쪽 눈이 푸른빛으로 빛났다. 도날드가 양손을 지상을 향해 휘두르며 소리쳤다.
“모두 죽어라-!”
굉음과 함께 푸른빛, 노란빛의 번개가 하터들의 위로 떨어졌다. 웬만한 능력자라면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콰쾅-!
번개가 걷혔다. 마츠모토는 팔짱을 낀 채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마츠모토의 바로 옆에는 몸통에 비해 사지가 유난히 발달한 하터가 주황빛을 뿜으며 서있었다.
수천의 하터들 중 도날드의 공격에 쓰러진 것은 고작 500 내외. 나머지는 전부 멀쩡했다. 강우 일행은 인상을 잔뜩 구긴 채 도날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제임스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도……. 노려졌다.”
제임스는 알리사를 흘깃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아가씨도 있는데…….”
미츠하시가 도날드를 향해 소리쳤다.
“너 뭐하는 놈이야? 우리도 죽일 셈이냐?”
도날드는 눈썹을 찡그리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죽지 않았으면 된 거 아닌가? 그 정도로 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제임스가 손에 남색 빛의 검을 빼들었다.
귀영검(鬼影劍).
“죽이겠다.”
제임스를 막아선 것은 강우였다.
“그만둬.”
“하지만…….”
“지금은 저 놈과 싸울 때가 아니다.”
제임스는 그제야 다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수없이 많은 하터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강우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일단 놈들을 다 죽이던지, 이곳을 빠져나가던지……. 이 상황을 끝낸다.”
마츠모토가 가볍게 손을 저었고, 하터들이 동시에 도날드 일행과 강우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안나가 양손에 푸른빛을 모은 뒤, 바닥을 내리쳤다.
아이스버그(iceberg).
안나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거대한 빙산이 솟아나 달려드는 하터들을 밀어냈다. 직접적인 타격보다는 덤벼드는 숫자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제임스는 눈앞의 하터들을 노려보며 귀영검을 양손으로 쥔 채 거꾸로 들었다. 제임스는 그대로 귀영검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요살격(妖殺?).
제임스가 검을 내리꽂은 곳 주위로 보랏빛 해골들이 치솟았다. 보랏빛 해골들에 맞은 하터들 중 죽거나 치명상을 입은 놈은 없었다. 하지만 모두 멀리 튕겨내는 것에는 효과적이었다.
하터 하나가 린첸에게로 달려들었다. 하터가 오른손을 치켜드는 순간, 린첸은 품으로 파고들어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하터의 가슴과 린첸의 손바닥 사이에서 둥근 주황빛이 진동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콰아아앙-!
하터가 뒤로 멀리 날아갔다.
미츠하시는 데빌맨 모드에 들어가 있었다.
“우오오오오오-!”
미츠하시는 막싸움을 하듯이 하터들과 혈전을 벌였다. 하터 둘의 머리를 잡아 얼굴을 맞부딪치고, 발로 걷어차고,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알리사는 데스사이드를 쥐고 휘둘러 주변을 견제했다.
강우는 인상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이래서는 끝이 없지.”
강우는 전신에서 검은색 힘을 끌어올렸다. 지옥 아귀 뱀을 쓰기 위한 준비였다.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엄청난 굉음이 울렸고,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옮겨졌다. 그곳에는 헬러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하지만 두 눈만큼은 사냥감을 쫓는 맹수의 것이었다.
헬러는 왼쪽 주먹을 뻗은 상태였다. 그는 다른 하터들에게 달려들며 붉은빛의 스파크가 튀는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이것도 먹어라!”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헬러의 주먹은 폭탄과도 같았다. 주먹을 뻗는 순간 붉은빛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튀었고, 굉음과 함께 하터들을 날려버렸다.
헬러는 전투 자체가 즐겁다는 듯이 하터들과 싸워댔다. 헬러에게 달려드는 하터들 중 3분의 1 정도는 주먹 한 방을 견뎌내지 못했다.
그때 주황빛이 번쩍였다.
터어어엉-!
헬러의 몸이 뒤로 멀리 튕겨나갔다. 존슨이 헬러의 등 뒤로 이동해 받아냈다. 존슨은 곧바로 노란빛을 뿜어내며 달려드는 하터 하나를 붙들고 이리저리 휘둘러 주변을 경계했다.
헬러는 자신을 날려버린 하터를 노려봤다. 헬러의 앞에 서있는 하터는 마츠모토의 곁에 서있던, 사지가 유난히 발달한 놈이었다. 양 주먹은 사람의 머리보다 컸고, 양팔의 전완쪽은 방패를 착용한 듯이 넓었다. 길게 쭉 뻗은 두 다리 역시 튼튼해 보였다. 전신은 잿빛이었고, 얼굴은 도마뱀과 비슷한 형상이었다.
============================ 작품 후기 ============================
배신에 배신! 그리고 대비, 발각,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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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