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화
하터가 헬러에게 날아들어 오른발을 뻗었다. 오른발을 올려 차는 것처럼 뻗은 채 양 주먹은 반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왼쪽 다리도 오른발의 궤도를 따라 구부려져있었다. 전신은 주황빛으로 번쩍였는데, 마치 용의 머리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
강우는 헬러에게 날아가는 하터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저거 많이 봤던 기술인데…….’
하터의 발차기가 헬러의 몸통을 향해 날아갔다. 헬러는 오른쪽 주먹을 뒤로 길게 당겼다.
샷건.
퍼엉-!
헬러가 오른쪽 주먹을 휘두르자 붉은빛이 산탄총처럼 하터에게 날아갔다. 하터는 붉은빛의 탄환을 그대로 뚫고 헬러에게 향했다. 헬러의 오른쪽 주먹과 하터의 오른발이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퍼어어어어엉-!
치이이이익.
헬러의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났고, 하터는 공중에서 한 바퀴 돈 뒤 바닥에 착지했다.
도마뱀과 같은 하터는 헬러를 노려보며 말했다.
“죽여주지.”
헬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괴물 꼬라지를 해가지곤 말도 하네?”
하터는 헬러의 말이 신경에 거슬린다는 듯이 입을 쩍 벌리고 “크오오오오오-!”하며 괴성을 질렀다.
도마뱀 모습을 한 하터가 입을 쩍 벌리고 괴성을 지를 때, 그 안쪽을 본 모두가 흠칫 놀랬다. 입 안쪽에는 한 남자의 얼굴이 눈을 감은 채 잿빛으로 굳어있었다.
가장 놀란 것은 강우였다. 그 얼굴은 전 무투 클랜 한국지부장 이태민이기 때문이었다.
‘하터가 돼버린 건가…….’
강우는 눈앞에 달려드는 하터를 발로 밀어 찬 뒤에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버틸 수 있겠어?”
린첸이 전신을 무장하며 주황빛을 뿜어냈다.
“당연하지.”
안나는 빙산과 얼음벽으로 하터들이 한 번에 달려들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보조하며 소리쳤다.
“이대로 버틸 수는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아!”
미츠하시는 눈앞의 하터와 싸우느라, 제임스는 검으로 베어내고 막아내는데 여념이 없었다. 알리사는 데스사이드로 적을 베어내고, 사신의 손으로 쳐내며, 사신의 옷깃으로 모두를 보호했다.
강우가 소리쳤다.
“버티고 있어-!”
강우가 시선을 돌린 곳은 마츠모토에게로였다.
‘대가리부터 자른다.’
터어어엉-!
강우가 마츠모토에게로 튀어나갔다.
파앙-!
무언가가 강우의 안면을 향해 날아들었다. 강우는 재빨리 오른팔을 들어 막아냈지만, 뒤로 멀리 날아갔다.
치이익.
강우는 팔을 내리며 정면을 쳐다봤다. 하터였다. 눈앞에 있는 하터는 인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인간을 부분적으로 개조한 모습에 가까웠다.
그러한 하터들은 많았다. 하지만 강우는 눈앞의 하터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쿠라마였기 때문이었다.
양팔과 양다리는 피를 머금은 듯한 붉은색이었고, 여기저기 핏줄이 잔뜩 올라와있었다. 몸 또한 핏줄과 근육이 그대로 드러난 듯한 혹은 외골격을 지닌 듯한 모습이었는데, 전체적인 형상은 인간에서 벗어나있지 않았다. 핏기가 없는 연한 회색빛 피부였지만, 얼굴은 그대로였고, 윤기는 사라져 퍼석거렸지만, 검은색 머리칼 역시 그대로였다.
강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쿠라마…….”
쿠라마는 미간을 찌푸리고, 아랫입술을 깨문 채 강우를 향해 튀어나왔다.
지이이잉.
쿠라마의 오른손에는 붉은빛과 주황빛, 노란빛이 뒤섞여있었다.
퍼어어엉-!
쿠라마의 손끝에서 세 마리의 용이 튀어나왔다. 강우는 이를 악 문 채 오른쪽 주먹을 꽉 쥐었다.
파파팡-!
강우는 주먹의 풍압으로 쿠라마의 공격을 막아냈다. 강우는 쿠라마를 향해 소리쳤다.
“쿠라마! 뭐하는 거야? 정신 차려!”
쿠라마가 오른쪽 주먹을 치켜든 채 강우에게 뛰어들었다. 쿠라마는 순식간에 강우의 코앞에 다가와 나지막이 말했다.
“내 정신은 아주 또렷해.”
터어어어어엉-!
쿠라마가 주먹을 크게 휘둘렀고, 강우는 양팔을 들어 막아냈다.
쿠라마는 강우 일행에게서 벗어난 뒤, 이태민에게 연락을 했었다. 이태민은 이미 에스카에 속해있었다. 쿠라마는 고민했다. 하지만 망설임도 잠시, 하터로의 길을 택했다.
목숨을 잃을 수도, 헝거가 될 수도 있었다. 첫 번째 몬스터 심장에서 쿠라마는 능력만이 증폭되는 것에 성공했다. 거기서 멈췄더라도 웬만한 십성급 능력자의 힘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쿠라마는 만족하지 못했다.
쿠라마는 강우를 사랑하는 마음도 컸지만, 그 만큼 동경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건 강우가 가진 것이라 생각했다. 쿠라마는 그 만큼 강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두 번째 몬스터의 심장을 먹을 때 하터가 됐다. 하터가 됨으로서 훨씬 더 강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몬스터의 심장 몇 개를 더 취함으로써 에스카 내에서도 손꼽히는 하터가 될 수 있었다.
쿠라마가 현재 강우를 공격하는 이유, 그것은 아주 간단했다.
질투.
그리고 약물.
모든 하터들은 자신들의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 하터가 된다고 해도 인간일 때와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었다.
하터들이 마츠모토의 명령을 따르는 이유는 바로 약물 때문.
그 약물은 고문과 자백용으로 쓰이는 것들과 세뇌용에 적합한 것들을 혼합해 사용했다. 나트륨 아미탈, 메스칼린, 스코폴라민, LSD, 암페타민, 피프라드롤, 리탈린, TD, 소듐 펜토탈 등을 혼합해 몬스터의 심장과 섞어두는 간단한 방법.
일반인이 이러한 약들을 동시에, 그것도 다량을 복용 시에는 즉사, 살아도 뇌사 상태, 최소 뇌 기능의 일부를 잃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능력자들은 그걸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하터가 됐을 때 흉폭해지는 것은 단순히 분노에 가득 차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증폭에 가까웠다. 즉, 그만큼 몇 마디 말로도 다루기 쉬워지고, 세뇌 또한 쉬워졌다.
자유 의지를 가진 채 마츠모토의 말에만 따르는 것이기에 본인들은 인지하지 못한다. 평소에 모든 행동들은 이전과 같다. 단지 마츠모토에 대한 것만 완벽히 따르고 있었다.
마츠모토는 모든 하터들을 자신의 하수인으로 만들고 있었다. 하얀 늑대가 에스카에 들어오기 전부터 계획했던 것이다. 하얀 늑대가 에스카에 들어온 이후로는 버블 존의 탐사에 이용 및 무력의 강화로 다른 단체들이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게 만드는 견제용으로 이용했다. 모두 마츠모토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이다.
강우는 쿠라마를 공격할 수 없었다. 강우는 도날드나 쿠라마와 맞붙게 되는 상황이 다시 온다면 망설이지 않고 죽일 것이라 장담했었다.
현실은 달랐다. 도날드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공격할 수 있었다. 단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쿠라마는 차마 공격할 수가 없었다.
‘이런 제길…….’
쿠라마가 전신에서 붉은빛, 주황빛, 노란빛을 동시에 뿜으며 오른발을 들었다.
터어어어엉-!
쿠라마의 오른발은 위에서부터 대각선으로 내려와 찍었다. 강우는 오른팔을 들어 발을 막아냈다. 쿠라마는 다리를 내리자마자 빙그르 돌아 양손을 모아 강우에게 뻗었다.
화호의 포효.
순간적으로 쿠라마의 등 뒤에 불타오르는 호랑이의 얼굴이 드러났고, 충격파가 강우의 복부에서 터졌다.
퍼어엉-!
강우는 버텨내지 못하고 뒤로 멀리 날아갔다. 강우는 공중에서 균형을 잡고 자리에 섰다.
‘이거 곤란한데……. 그냥 받아내고 있을 수준도 아니야. 봐주면서 하는 공격으론 전혀 먹히지도 않을 거 같고.’
쿠라마는 두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덤벼-!”
화갑(火鉀).
쿠라마의 전신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불길은 금세 잦아들고, 형태를 갖추며 쿠라마의 전신을 휘감아 갑옷처럼 변했다.
강우는 미간을 찡그린 채 오른쪽 주먹을 허리 쪽으로 당겼다. 주먹에선 검은색 힘이 연기처럼 피어났다.
쿠라마가 강우에게 달려들었고, 뒤로는 불길이 치솟았다. 강우는 이를 악 물며 반격하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사신의 옷깃.
파아아아앙-!
분홍빛 장막이 쿠라마를 튕겨냈다. 쿠라마는 이를 악 물고 눈을 번뜩였다. 쿠라마의 시선은 알리사에게로 고정돼있었다. 알리사는 데스사이드를 양손에 꽉 쥐고 쿠라마를 노려봤다. 알리사는 쿠라마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강우에게 말했다.
“여긴 내가 맡을게.”
“뭐?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하고? 그리고…….”
알리사가 강우의 말허리를 잘랐다.
“우리 클랜은 그렇게 약하지 않아. 걱정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빨리 이 상황을 끝내.”
강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하터들의 숫자는 줄어들 줄을 몰랐다. 도날드와 헬러, 존슨 역시 하터들을 상대하기 바빴다. 마츠모토는 그저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이 즐기고 있었다.
하터 몇몇이 강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강우의 몸에서 검은색 힘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푸푸푸푸푹!
검은색 힘은 가시처럼 형태를 이뤄 달려드는 하터들의 몸을 꿰뚫었다. 강우는 알리사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부탁한다.”
강우는 가시에 꿰뚫린 하터들을 털어낸 뒤, 마츠모토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쿠라마는 강우가 옆을 스쳐 지나가는데도 흘깃 쳐다만 볼 뿐이었다. 쿠라마의 타겟은 알리사로 바뀌어있었다.
“너만 나타나지 않았어도…….”
알리사는 데스사이드를 꽉 쥐며 쿠라마를 노려봤다.
“모든 선택은 네가 한 거야.”
쿠라마는 전신을 휘감은 화염을 더욱 거세게 태우며 눈을 번뜩였다.
“여기서 죽여줄게.”
알리사는 분홍빛을 뿜어내며 말했다.
“난 죽지 않을 거야.”
알리사는 데드사이드를 옆으로 뻗으며 말을 이었다.
“널 죽이지도 않을 거고.”
알리사와 쿠라마가 맞부딪치며 폭발이 일어났다.
하터들의 숫자는 약 500 내외로 많이 줄어있었다. 하지만 남은 하터들은 전부 십성급으로 하나하나가 강력했다.
강우 일행의 경우 사력을 다해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안나와 제임스가 보조를 하고, 미츠하시와 린첸이 정면으로 맞서 싸워 시간을 버는 정도였다.
도날드가 양손을 위로 뻗었다.
도날드의 비기, 스파크(Spark).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푸른빛과 노란빛의 번개가 도날드에게 떨어져 굉음과 함께 폭발을 일으켰다. 주변의 하터들이 튕겨져 나갔다.
파팍, 파파팍, 퍼펑, 퍼퍼펑!
도날드의 전신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도날드는 빠르게 움직이며 사방의 하터들을 공격했다. 도날드가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할 때마다 번개가 펑펑 터졌다. 몇몇 번개줄기들은 강우 일행에게로까지 날아갔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 강우 일행을 둘러싼 하터들에게 직격했다.
도날드가 사방으로 뻗어낸 번개들 중 다수가 존슨에게로 날아갔다. 그 광경을 본 마츠모토는 늙은이가 조준도 제대로 못한다고 여기며 코웃음을 쳤다. 번개가 존슨의 사방을 덮쳤다.
존슨의 비기, 리플렉션 아머(reflection armor).
취이이이이이잉, 치징! 치치지지징! 펑, 퍼펑, 펑, 펑!
존슨에게 떨어진 번개들은 더욱 거세게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존슨의 주변에 있는 하터들은 예상치 못한 공격에 무방비로 번개를 맞았다.
도날드와 존슨의 협공이 휩쓸고 난 뒤, 남은 하터들 중 전투가 가능한 것은 약 400 내외였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헬러의 비기, 지옥열차.
헬러의 전신에서 불꽃이 파팍, 튀었다. 헬러는 그대로 양 주먹을 꽉 쥔 채 마구 뛰었다.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헬러는 전신으로 하터들과 부딪치고 다녔다. 하터들은 헬러와 맞닿는 순간 폭발에 의해 튕겨져 나갔다. 하터들을 몸으로 날려버리며 뛰어다니던 헬러가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헬러가 향하는 곳은 하터 여럿이 모여 있는 곳.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헬러는 오른쪽 주먹에 몸을 실어 내던지듯 공격했고, 붉은빛의 폭발이 수직으로 치솟았다. 모여 있던 하터들이 공중에 붕 떴다. 바닥에 떨어지는 하터들은 마치 쓰레기처럼 후득, 후드득, 하고 떨어져 널브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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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모토는 언제 움직일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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