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화
강우는 검은색 힘을, 하얀 늑대는 하얀빛을 강렬하게 뿜어냈다. 검은색 힘은 끈적한 연기처럼 타올랐다. 반면 하얀 늑대의 하얀빛은 사방으로 바늘처럼 뻗었다. 강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하얀 늑대를 노려봤다.
터어어어엉-!
격돌한 것은 핫도그와 다이어 울프였다. 다이어 울프는 핫도그의 목을 노리고 입을 쩍 벌렸다. 핫도그는 등으로 다이어 울프의 몸 옆을 밀쳐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핫도그가 곧바로 화염을 뿜었고, 다이어 울프도 바람을 뿜어내 응수했다. 바람과 화염이 맞부딪쳤고,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위로 치솟았다.
핫도그와 다이어 울프는 이내 화염과 바람을 뿜어내길 멈추고, 두 눈을 번뜩였다. 핫도그는 전신이 뻘겋게 달아올랐고, 다이어 울프는 손으로 건들면 사방으로 흩어질 것처럼 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헬하운드의 원래 등급은 삼성 하급, 다이어 울프는 사성 하급.
두 몬스터는 여태까지 보고된 그 어떤 몬스터보다 강했다.
하얀 늑대는 핫도그와 다이어 울프의 전투를 보다가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하얀 늑대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재밌지 않나? 고작 삼성에서 사성급을 왔다 갔다 하는 몬스터들이 지상 최강이라니.”
“지금 이 상황이 재밌냐? 그리고 너네 흰둥이는 곧 주인 따라서 죽을 텐데, 그게 재밌어?”
하얀 늑대는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말했다.
“하나 말해주지. 나는 물론이고, 다이어 울프도 헬하운드에게 절대 지지 않는다.”
“까는 소리하지 말고, 뒈질…….”
하얀 늑대가 강우의 말허리를 잘랐다.
“솔직히 헬하운드를 저 정도까지 강하게 만든 것도 놀라워. 애초에 몬스터를 계속 먹일 생각을 한 것도 신기하다. 대변혁 전부터 그러고 있었으니 말이야. 아마 다른 십성급 몬스터들도 저 녀석에게 이길 수 없을 거다. 하지만 내가 키운 다이어 울프는 절대 이길 수 없지.”
하얀 늑대는 신이 난 듯이 얘기를 늘어놨다.
다이어 울프와 핫도그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둘 모두 해치운 몬스터들을 먹어치우며 살아왔다. 먹는 과정에서 심장까지 전부 먹어치웠고, 더욱 강해지며 진화를 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둘에게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핫도그가 여태까지 먹은 몬스터들 대부분은 오성급 이하.
반면 다이어 울프는 하얀 늑대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력한 몬스터들을 먹어치우며 살아왔다.
둘은 몬스터의 심장을 먹으며 살아온 것은 같았지만, 그 심장의 질은 달랐고, 쌓을 수 있는 힘도 달랐다.
하얀 늑대는 한쪽 입꼬리를 길게 올리며 말했다.
“그 결과는 지금 보면 알 수 있겠지.”
하얀 늑대의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핫도그가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벽을 뚫고 바다로 빠질 뻔 했지만, 두 앞발을 뻗어 가까스로 매달릴 수 있었다. 핫도그는 용수철처럼 몸을 튕겨 다시 지면으로 올라와 이빨을 드러냈다.
다이어 울프가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핫도그에게 접근했다. 마치 은색 빛이 여기저기 튀어다니는 모양새였고, 웬만한 십성급 능력자들도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였다.
타, 타, 타, 타, 타, 타탁!
다이어 울프가 옆에서 뛰어드는 순간이었다. 핫도그는 다이어 울프가 튀어오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고개를 돌려 입을 쩍 벌렸다.
터텅!
핫도그와 다이어 울프가 부딪쳤다. 밀려난 것은 다이어 울프였다. 핫도그는 그대로 전신에서 더욱 강렬한 열과 빛을 뿜어내며 돌진했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다이어 울프는 입을 쩍 벌려 바람을 뿜어냈다. 칼날 같은 바람은 지면을 찢을 정도였다. 핫도그는 피하지 않았다. 그대로 바람을 가르며 달렸다. 핫도그의 전신에는 화르륵, 하고 불꽃이 타올랐다.
콰득!
핫도그가 다이어 울프의 주둥이를 물었다. 다이어 울프의 닫힌 입 양 옆으로 바람이 새어나왔다. 다이어 울프는 몸부림치며 핫도그 입안에 있는 자신의 주둥이를 빼내려 했다. 하지만 핫도그는 놓아주지 않았고, 전신은 물론, 입안에서도 불꽃이 타올랐다.
다이어 울프는 괴로운 듯이 은빛을 강렬히 뿜어내고, 폭풍을 일으켰지만 핫도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이어 울프의 주둥이는 이미 납작하게 으스러져있었고, 두 눈 바로 앞까지 시꺼멓게 타들어가며, 날카로운 이빨들은 팝콘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쿠드득!
핫도그가 다이어 울프의 주둥이를 뜯어냈다. 핫도그가 옆으로 시꺼먼 재가 뭉친 것처럼 변한 주둥이를 뱉어냈다.
다이어 울프는 주둥이가 사라진 채 핫도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주둥이가 잘려나간 부분은 시꺼멓게 그을려 바삭해져있었다. 갈라진 상처 부위 틈으로는 진한 타바스코 소스 같은 피가 새어나왔다.
핫도그가 달려들었고, 다이어 울프는 물러서지 않았다. 주둥이를 잃음은 이빨도 잃은 것을 의미했고, 뿜어내는 바람의 위력 또한 줄어있었다.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할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다이어 울프는 자신의 장기인 스피드도 점점 떨어져갔다. 흰색에 가까운 은빛은 여기저기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다이어 울프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눈앞에 있는 적, 핫도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단 한 번도 하얀 늑대에게 구원의 눈빛 따위는 보내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핫도그는 전신에서 타오르던 불꽃을 모아 뿜어냈고, 거대한 불길이 다이어 울프를 집어삼켰다.
화르르르륵!
거대한 화염이 하늘로 치솟았고, 불길을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불길이 다이어 울프의 크기만큼 잦아들었을 때였다.
다이어 울프는 새까맣게 타있었고, 여전히 불꽃이 붙은 채 걸음을 옮겼다. 다이어 울프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며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그 걸음은 핫도그를 향하고 있었다.
핫도그는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채 다이어 울프를 지켜봤다. 다이어 울프는 핫도그와 2미터 남짓 떨어진 거리에서 멈춰 섰다. 다이어 울프는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호흡 한 번 내뱉지 않고, 선 채로 죽음을 맞이했다.
핫도그는 위풍당당하게 ‘나 잘했지?’라고 말하는 듯 가슴을 펴고 앉은 자세로 강우를 쳐다봤다. 강우는 핫도그와 눈을 한 번 마주치고, 씩 웃으며 하얀 늑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하얀 늑대는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은 것이 잔뜩 짜증이 치밀어 오른 듯 인상을 구겼다.
강우는 약을 올리듯이 말했다.
“잘 봤는데, 네가 말한 결과하고는 좀 다른 거 같지 않아?”
하얀 늑대는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어떻게 저급 심장이나 먹던 몬스터가 내 다이어 울프를…….”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저급인지 뭔지 그런 건 몰라. 녀석은 단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몬스터들을 많이 잡아먹었거든.”
터텅!
강우가 하얀 늑대에게로 튀어나갔다. 강우는 순식간에 하얀 늑대의 코앞에 다가서있었다.
“그리고 녀석이 강할 수 있는 건 나랑 매일같이 훈련을 했으니까.”
콰아아아아앙-!
강우의 오른쪽 주먹이 하얀 늑대의 안면에 꽂혔다. 하얀 늑대는 뒤로 멀리 날아갔지만, 넘어지지 않은 채 자세를 잡았다.
하얀 늑대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하얀 늑대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눈을 번뜩였다. 강우는 이미 하얀 늑대의 뒤로 돌아와 있었다.
“네가 키우던 몬스터가 핫도그에게 진 것처럼, 너도 내 손에 죽는다.”
강우는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어 하얀 늑대의 머리를 내리쳤다.
콰콰앙-!
강우의 주먹은 해머처럼, 하얀 늑대의 머리를 못처럼 찍었다. 하얀 늑대의 두 발은 바닥에 깊이 박혀있었다.
콰아아아앙-!
강우가 다시 한 번 하얀 늑대의 머리를 내리쳤다. 하얀 늑대는 여전히 두 발로 서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
하얀 늑대가 강렬한 하얀빛을 내뿜었다. 강우는 뒤로 물러섰고, 하얀 늑대는 하얀빛을 일렁이며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죽인다.”
하얀 늑대가 강우에게 튀어나왔다. 하얀 늑대의 오른손에서는 하얀빛이 모여있었다. 강우 역시 오른손에 검은색 힘을 모은 채 튀어나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퍼어어어어엉-!
강우의 검은색 구체와 하얀 늑대의 하얀빛 구체가 맞부딪쳤다. 두 구체는 서로를 집어삼키려, 밀어내려 하다가 폭발했다.
쿠오오오오옹-!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익.
강우와 하얀 늑대는 서로 반대되는 방향으로 멀리 밀려났다. 강우의 등 뒤로 커다란 검은 뱀이 솟아났다. 하얀 늑대의 등 뒤로는 하얀빛 늑대가 으르렁거렸다.
터텅, 터텅, 터텅, 콰아아아앙!
검은 뱀과 하얀빛 늑대가 격돌했다. 검은 뱀은 순식간에 하얀빛 늑대를 휘감아 먹어치웠지만, 그 순간 폭발이 일어나며 둘 모두 소멸했다.
하얀 늑대는 폭발이 일어난 틈을 노려 강우에게 돌진했다. 검은색 힘과 하얀빛의 폭발 안쪽, 강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얀 늑대가 눈을 굴려 강우를 찾고 있을 때였다.
콰득!
“넌 안 된다니까.”
하얀 늑대는 왼쪽 발목에 느껴지는 고통과 함께 오싹함이 전신을 뒤덮었다. 하얀 늑대가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강우가 땅속에서 상반신만 튀어나와 하얀 늑대의 왼쪽 발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앙-!
강우는 그대로 하얀 늑대를 파리채 휘두르듯이 바닥에 내리쳤다. 하얀 늑대는 몸 전면으로 바닥에 내리 찍히며 피를 토해냈다. 강우는 곧바로 지면에서 빠져나와 하얀 늑대의 척추를 짓밟았다.
와지직!
하얀 늑대는 고개를 들고 비명을 질렀다.
빠악-!
강우는 곧바로 하얀 늑대의 안면을 걷어찼다. 하얀 늑대의 몸이 붕 떴다.
콰쾅, 콰콰쾅, 쾅.
하얀 늑대는 바닥을 나뒹굴었다. 바닥에 쓰러진 하얀 늑대는 목뼈와 등뼈가 부러진 채 거친 숨과 함께 피를 토해냈다.
강우의 전신에서 검은색 힘이 아지랑이를 피웠다. 강우는 천천히 하얀 늑대에게로 다가가며 말했다.
“기대 이하인데?”
뚜둑, 뚜두둑, 우둑!
하얀 늑대는 비틀거리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하얀 늑대가 두 눈을 번뜩이며 “으아아아아아아아아-!”하고 괴성을 질렀다.
하얀 늑대의 두 눈이 하얗게 빛났다.
“이대로 안 끝낸다!”
하울링.
하얀 음파가 겹겹이 쌓여 강우를 향해 나아갔다. 음파는 공중에서 강우를 향해 날아가는 중에도, 사방으로 퍼지는 충격은 공기의 떨림마저 눈에 보이게 했고, 바닥이 부서졌다.
강우의 오른쪽 주먹에 검은색 힘이 모여들었다.
투우우우웅-!
강우가 오른쪽 주먹을 허공에 대고 거세게 휘둘렀다. 풍압은 음파를 사방으로 퍼트리고, 하얀 늑대에게까지 닿았다.
터어어어어어엉-!
하얀 늑대는 양팔을 들어 방어를 취했다. 하얀 늑대의 전신에 칼로 베인 듯한 날카로운 상처가 났다.
터텅!
강우가 하얀 늑대에게 곧바로 뛰어들어 오른쪽 주먹을 휘둘렀다.
팡!
하얀 늑대는 왼팔을 들어 강우의 오른쪽 주먹을 막아내는 동시에 오른쪽 손끝을 세워 목을 노렸다.
우득!
강우가 왼손으로 하얀 늑대의 손가락을 꺾어버렸다. 강우의 양쪽 입꼬리는 귀에 닿을 듯이 길게 올라가있었다.
뚜둑, 뚜두둑, 콰아아아아앙-!
강우는 하얀 늑대의 꺾인 손가락을 잡은 채 바닥에 대고 휘둘렀다. 엎어진 하얀 늑대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강우는 엎어진 하얀 늑대의 이마를 차올렸다.
빡!
하얀 늑대의 몸이 강제로 일으켜졌고, 강우의 오른쪽 주먹에는 검은색 힘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아아아아앙-!
강우의 오른쪽 주먹이 하얀 늑대의 복부를 치는 순간, 검은색 힘이 휘몰아치며 하얀 늑대의 몸을 뒤로 밀어냈다. 검은색 힘은 하얀 늑대의 몸을 압축시키려는 듯이 빨아 당겼다. 하얀 늑대는 강인한 육체 덕에 몸이 압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신의 뼈가 부서지며 복부 쪽으로 쏠려있었다.
하얀 늑대는 뒤로 멀리 날아가 죽은 다이어 울프의 몸에 부딪치며 함께 쓰러졌다.
============================ 작품 후기 ============================
압도적인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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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부 완결이 다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