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화
하얀 늑대는 핫도그를 죽일 때 갈기갈기 찢기는 했지만, 완전히 소멸시킨 것은 아니었다.
강우는 핫도그의 피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전부 흡수를 했고, 찢긴 심장 역시 흡수해 힘이 더욱 강해지게 된 것이었다.
강우가 핫도그를 흡수한 것이 보다 강한 힘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몬스터와 하나가 된 것이나 다름없어 효과는 굉장했지만.
강우와 하얀 늑대가 격돌했다.
쾅쾅쾅쾅쾅쾅!
하얀 늑대가 우세를 점했다. 하얀 늑대의 오른손은 강렬한 빛을 뿜어내며 순간적으로 사라진다고 생각될 만큼 빨랐다. 하얀 늑대의 오른손이 강우의 목젖을 가격한 뒤, 곧바로 턱을 올려쳤다. 강우는 맞으면서도 오른쪽 주먹을 들어 반격을 하려 했으나, 하얀 늑대의 왼쪽 주먹이 강우의 오른쪽 눈을 후려쳤고, 곧바로 오른손이 뒤통수를 잡아 바닥에 내리찍었다.
하얀 늑대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하얀 늑대는 양손을 쫙 핀 채 바닥에 꽂힌 강우의 뒤를 공격했다.
콰콰콰콰콰쾅-!
반경 10m 이내의 바닥이 크게 부서질 정도의 충격이었다.
콰직-!
하얀 늑대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뒤로 물러났다. 하얀 늑대의 오른발 앞쪽이 사라져있었다. 상어에게 물어뜯긴 듯 잘려나가 피가 울컥울컥 새어나왔다.
강우는 바닥에 엎드린 채 손을 뻗어 하얀 늑대의 발을 뜯어낸 것이었다. 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쥐어진 발 앞쪽을 옆에 버렸다.
강우는 하얀 늑대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하얀 늑대는 “죽인다-!”라고 소리치며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발이 잘려나간 부분은 하얀빛이 형태를 갖춰 대신했다.
터터터텅-!
강우의 양쪽 주먹이 하얀 늑대의 복부, 옆구리, 가슴, 턱을 순식간에 후려쳤다. 하얀 늑대의 몸이 뒤로 기울었다.
콰앙! 쿠득, 콰득!
강우는 오른발을 내밀어 하얀 늑대의 나머지 발을 밟아 으깨버렸다. 그 뒤 곧바로 하얀 늑대의 왼쪽 어깨를 쥐어뜯었고, 오른쪽 옆구리 일부분을 뜯어냈다.
하얀 늑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곧바로 하얀빛으로 뜯겨나간 부분을 대신하며 강우에게 에너지파를 날렸다. 강우는 손을 뻗어 에너지파를 가르고 하얀 늑대를 붙들었다.
처음은 에너지파를 쏘고 있는 하얀 늑대의 손을 으스러트렸다. 오른손은 빈 깡통처럼 통째로 찌그러트렸고, 왼손은 검지 한마디만을 남기고 전부 뜯겨나갔다.
하얀 늑대는 고통을 참아내며 하얀빛으로 뜯겨나간 부분들을 다시 대체해 달려들었다. 공격에 전력을 붓지 못하는 하얀 늑대는 더 이상 강우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강우는 하얀 늑대가 휘두르는 공격을 간단히 피해내고, 차근차근 무너트렸다.
강우는 하얀 늑대의 두 다리부터 시작했다. 발목을 비틀고, 무릎이 반대로 꺾었으며, 허벅지를 밟아 으스러트렸다.
하얀 늑대는 두 다리가 뜯겨나가도, 다시 하얀빛으로 다리를 만들어 일어섰다. 강우는 하얀 늑대의 어깨를 내리쳐 쓰러트렸다. 하얀 늑대의 어깨는 완전히 찌그러져 기능을 상실했다. 강우는 그대로 양팔을 뒤로 꺾고, 발을 등 가운데 디뎠다.
콰지지지직-! 뿌득, 뿌드드득!
강우는 하얀 늑대의 양팔을 뜯어버렸다. 하얀 늑대는 몸통과 머리만 남은 상태에서 또다시 하얀빛으로 대신해 싸우려 들었다.
터텅, 텅, 퍽, 퍼퍽, 빡!
강우가 왼쪽 주먹과 오른쪽 주먹으로 번갈아 하얀 늑대의 왼쪽 턱, 오른쪽 눈, 복부, 오른쪽 턱, 옆머리를 후려쳤다.
하얀 늑대가 뒤로 쓰러지려 할 때였다. 강우가 양손을 치켜들었고, 검은색 단검 두 개가 생겨났다.
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푹!
강우는 거꾸로 치켜든 검은색 단검으로 하얀 늑대를 난도질했다. 하얀 늑대의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푸욱-!
강우가 검은색 단검 두 개로 하얀 늑대를 난도질하다가 양쪽 관자놀이에 꽂아버렸다. 하얀 늑대의 두 눈동자가 카멜레온의 것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커흐으…….”
강우가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었다.
“뒈져.”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강우의 오른쪽 주먹이 하얀 늑대를 내리쳤고, 그 충격은 에스카 시설 전체를 무너트렸다. 하얀 늑대는 시체의 일부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터져서 흩뿌려졌다.
에스카 시설이 바다로 가라앉기 시작했고, 일부 지점에서는 폭발이 일어났다.
일행들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린첸은 과거를 생각해 벽에 주저앉아있던 존슨도 챙겼다. 일행들은 안나가 바다의 일부분을 얼린 곳 위에 자리를 잡았다.
전투의 끝, 하얀 늑대는 소멸에 가까운 폭사, 에스카의 붕괴였다.
강우는 더욱 강대한 힘을 손에 넣었지만, 핫도그를 잃었다. 강우는 바닷속에서 튀어나와 안나가 얼린 부분 위에 착지했다.
일행들은 승리를 거뒀는데도 불구하고 기뻐하지 못했다. 강우가 핫도그를 가족처럼 여긴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침묵.
가라앉은 분위기를 깬 것은 강우였다.
“다들 조금만 기다려.”
강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버블 존으로 향했다. 일행들은 강우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에 어떠한 말도 내뱉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강우는 버블 존으로 뛰어들었다.
힘을 담고 있는 각양각색의 거품들과 몬스터의 원인인 검은색 거품들이 옆을 스쳐지나갔다. 강우는 검은색 힘을 이용해 순식간에 깊이 들어갔다.
목적지를 찾는 것은 간단했다. 거품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으니까. 호흡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가 된다면 수압이었다. 당연히 강우의 강인한 몸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강우는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느낌, 중간중간 심해의 몬스터들이 덤벼들었지만, 강우의 주먹 한 방을 견뎌낼 몬스터들은 없었다.
버블 존 그 끝.
심해 끝자락에 무언가 웅크리고 있었다. 시커먼 그것은 사람의 형상이었다. 그것도 고작 사람크기.
시커먼 그것은 사람의 형상이었지만, 이목구비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림자에 더 가까웠다. 몸 여기저기에서는 끊이지 않고 각양각색의 거품들이 뿜어져 나왔다.
강우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것에게 달려들었다. 강우가 놈과 맞부딪치기 전, 머릿속에서 음성이 울려 퍼졌다.
“고작 인간이……. 내가 뱉은 힘 덕분에 여기에 다다를 수 있는 놈이……. 내게 덤벼드는 것이냐?”
강우는 두 눈을 부릅뜨며 오른쪽 주먹을 휘둘렀다.
쿠루루루루룩-!
강우의 풍압은 물속에서 회오리를 만들어냈다. 가만히 있던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놈 역시 똑같이 주먹을 휘둘러 물속에서 회오리를 만들어 맞부딪쳤다.
지옥아귀 뱀.
검은 뱀들이 놈을 향해 뻗어나갔다. 놈은 검은 뱀들의 머리를 터트리며 강우에게 접근해왔다. 놈은 강우와 전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거품을 뿜어내길 멈추지 않았다.
강우는 시간을 오래 끌 생각이 없었고, 근거는 없지만 확신했다.
‘놈을 죽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강우는 놈과 맞부딪쳤다. 놈은 강했다. 하지만 강우는 맞부딪칠수록 확신했다.
‘얼른 끝내자.’
놈 역시 지금 상황을 깨닫고 있었다.
“내 피조물이나 다름없는 놈이……. 어째서 내가…….”
강우는 물속이라 소리칠 수는 없었지만, 오른쪽 주먹을 내질렀고, 그 주먹이 담고 있는, “좆까고 얼른 뒈져!”라는 의미는 확실하게 전해졌다.
놈이 뒤로 멀리 날아갔다.
놈은 용수철처럼 강우에게 튀어나왔다.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강우가 두 눈을 번뜩였다. 강우의 두 눈은 생전의 핫도그처럼 주황빛으로 번쩍였다. 강우의 전신을 둘러싼 검은색 힘이 일부분 검붉게, 주황빛으로, 붉은빛으로 번쩍거렸다.
강우가 놈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옹…….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순간적으로 놈의 주변에 있는 바닷물 안에서 화염이 타오르고, 검은색 힘이 폭발했다. 놈의 몸이 폭발했고,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은 텅 빈, 크고 작은 거품들이 셀 수도 없이 많이 생겨나 강우를 위로 밀어보냈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일행들은 조마조마하게 강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나는 미간을 찡그리며 계속해서 푸른빛을 뿜어냈다. 바닥을 얼리는 힘이 자꾸만 약해져갔다.
그때 굉음과 함께 버블 존이 솟아올라 강우가 튀어올랐다. 강우의 뒤로는 수많은 거품들이 치솟았다.
쿠라마가 황급히 몸을 날려 강우를 받아냈다. 알리사 역시 뛸 준비를 했었다. 늦었기에 그저 쿠라마를 보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미츠하시가 소리쳤다.
“형님-! 성공했어?”
린첸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딱 봐도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그런 거나 물어볼…….”
린첸이 말을 마치기 전이었다. 강우는 쿠라마에게 안긴 채 엄지를 치켜들었고, 미츠하시가 힘껏 목소리를 높였다.
“그럴 줄 알았어-!”
미츠하시가 안나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일단 여기를 뜨자!”
버블 존의 폭발과 거품은 멈출 줄 몰랐다. 일행들은 버블 존을 뒤로한 채 전부 육지로 향했다.
강우와 일행들은 육지에 올라와서도 버블 존을 지켜봤다. 버블 존의 폭발은 점차 잦아들었고, 거품 역시 줄어들었다.
완전히 잠잠해졌을 즈음, 일행들 전부 변화를 맞이해야 했다. 아니,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볼 수도 있었다.
강우의 전신을 둘러싼 검은색 힘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도 전부 힘이 사라지고 있었다.
강우 일행들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능력자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몬스터들 역시 사라지고 있었다.
강우 일행들 쪽에서는 난리가 나있었다.
우선 하터가 된 쿠라마.
쿠라마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쿠라마는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며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알리사의 옆에는 린첸과 존슨이 붙어있었다. 알리사는 힘을 잃으며, 병약했던 몸으로 되돌아갔다. 얼굴에 생기가 사라지고, 입술도 바짝 말라있었다.
강우 일행은 우선 알리사를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전 같았으면 병원이 있는 곳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전부 평범한 사람들로 되돌아왔다.
병원은커녕, 항구가 있는 곳까지도 일반인의 다리로 가기에는 너무나 멀었다.
이날 알리사는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약해진 몸 탓에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세상은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 아니,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과학은 그대로지만, 능력과 몬스터가 사라진 세상.
일행들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모두들 평생 쓰지도 못할 거액을 가진 채 일반인으로 돌아갔다. 이미 이것만으로도 평범하지는 않았지만.
제임스는 죽은 알리사를 기리며 조용히 살아갔다.
안나는 여행을 하겠다며 쿠라마를 따라갔다.
린첸은 중국으로 돌아가 이따금씩 연락을 하며 지내자 했다.
미츠하시는 한 번 형님은 평생 형님이라며, 자신의 핏줄은 한국인이라며, 강우를 따라 한국에 머물렀다.
일본으로 간 쿠라마는 강우에게 자주 연락을 해왔다. 조만간 한국에 가겠다며, 만나자고 했다.
강우는 이전에 핫도그와 함께 살던 집에서 여유롭게 살아갔다.
세상에 능력자들과 몬스터가 사라진지 꼭 1년째 되는 날이었다.
강우가 버블 존을 없애버린지 1년째 되는 날.
핫도그의 기일이기도 했다.
강우는 이날 마트를 갔다. 찬거리도 사고, 자신이 좋아하기도 하지만, 핫도그가 좋아했던 고기도 사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제사를 지낸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라도 기억하고 싶을 뿐이었다.
강우가 걸음을 옮기던 중 마트 안 애견샵 유리벽너머에 있는 한 강아지와 눈이 마주쳤다. 검은색 털을 가진 강아지는 강우와 눈을 마주치며 헥헥거렸다. 강우는 한참동안 강아지와 눈을 마주치다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애견샵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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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진엔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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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