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예거-193화 (193/195)

193화

Ending ver4. (진엔딩)

하얀 늑대의 시선은 새까맣게 탄 다이어 울프의 시체에 고정돼있었다.

강우는 천천히 하얀 늑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죽어라.”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강우의 손아귀에 검은색 구체가 휘몰아쳤다. 강우는 검은색 구체를 하얀 늑대를 향해 던졌다. 검은색 구체는 하얀 늑대에게 닿는 순간 옆으로 퍼져 다이어 울프의 시체까지 포함해 주변을 모두 집어삼켰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큐우웅-!

검은색 구체가 닿았던 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검은색 구체가 사라지고, 적막감이 흘렀다. 강우는 하얀 늑대가 있던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끝났다.’

강우가 몸을 돌리려 할 때였다.

콰아아아앙-!

누군가가 강우의 머리를 바닥에 찍어 눌렀다. 강우는 곧바로 튕기듯이 몸을 옆으로 날린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우의 눈앞에 있는 것은 하얀 늑대였다. 강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눈앞에 있는 하얀 늑대를 유심히 쳐다봤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하얀 늑대는 표정의 변화 없이 입을 열었다.

“내가 아까 싸우는 것을 보고도 그러나…….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지 않은가?”

강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하얀 늑대를 노려봤다. 강우는 하얀 늑대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하얀 늑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해가 안 되나?”

강우는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봤다. 뒤에도 하얀 늑대가 무표정하게 강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칭, 칭, 칭, 칭, 칭, 칭 칭, 칭.

사방에서 동시에 하얀 늑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때가 됐다.”

강우는 주위를 둘러봤다. 수십 명의 하얀 늑대가 강우를 둘러싸고 있었다.

하얀 늑대의 비기, 미러 이미지(mirror image).

하얀 늑대의 분신들이 강우를 덮쳐왔다.

퍼퍼퍼퍼퍼퍼펑-!

하얀빛의 에너지파 수십 개가 날아들었다. 강우가 쓰러트렸던 하얀 늑대와 똑같은 힘, 하나하나라면 강우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십이란 숫자는 달랐다.

강우는 양팔을 치켜든 채 에너지파를 몸으로 받아냈다.

‘이 새끼가…….’

분신들이 강우에게로 달려들었다.

터터터터터텅-!

강우는 가장 먼저 다가선 분신 하나에 연타를 꽂았다. 강우가 주먹을 끊어 칠 때마다 분신은 빈 깡통처럼 찌그러졌다.

터엉!

뒤에서 다른 분신이 두 주먹으로 강우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강우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을 때 또 다른 분신들이 달려들어 공격을 가했다.

뻐벅!

양쪽에서 강우의 안면에 주먹이 날아들었다. 강우가 손을 뻗어 분신 하나의 목을 움켜쥐었을 때, 옆구리에 발차기가 들어왔다. 강우의 몸이 기울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복부에 에너지파가 연발로 꽂혔다.

강우의 몸이 공중에 붕 떠올랐다. 강우의 뒤로는 또 다른 분신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퍼퍼퍼퍼퍼퍼퍼펑-!

콰아아아아아앙-!

강우의 등 뒤로 에너지파가 쏟아졌다. 강우는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혔다. 분신들은 틈을 주지 않았다.

분신들이 쓰러진 강우를 향해 달려들 때였다.

텅!

터텅!

퍼펑!

퍽, 파팍, 팍!

빠악, 콰직!

어디선가 솟아난 검은 그림자들이 분신들과 싸움을 벌였다.

강우의 비기, 그림자 분신술.

강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강우는 하얀 늑대의 본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던 놈, 그리고 미묘하게 느낌이 달랐다.

하얀 늑대는 분신들을 사라지게 했고, 강우도 그림자들을 다시 거뒀다. 하얀 늑대는 전신에서 하얀빛을 뿜어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 정도로는 안 되는 건가?”

강우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이제 장난은 끝이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검은색 힘이 활활 타올랐고, 주변의 부서진 잔해들이 떠오를 정도였다. 반면에 하얀 늑대는 더욱 강렬하게 빛났지만, 정제된 듯 자신의 몸 주변으로만 빛이 감돌았다.

하얀 늑대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이 순간까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강우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여 뚜둑, 뚜둑, 소리를 냈다.

“그렇게 죽고 싶었어?”

강우는 왼쪽 손바닥에 주먹을 대고 손을 풀며 말했다.

“지금 바로 죽여줄게.”

하얀 늑대는 피식 웃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강우와 눈을 마주쳤다.

“지금 너와 내가 이렇게 싸우는 것이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거 같나? 가끔 다른 색도 존재하지만……. 왜 하필이면 네가 검은색이고, 내가 흰색인지 모르겠어? 그리고 우리가 처음부터 아주 작은 접점이라도 생긴 이유가 뭘지는 생각 안 해봤나? 나는 네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 우리는 이렇게 되기로 정해져있던 거다.”

강우는 문득 하얀 늑대와 마주하기 전부터 무언가 이끌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을 떠올렸다. 강우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하얀 늑대는 자신이 생각하는 ‘신’이란 존재에게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하얀 늑대는 본인을 ‘메시아’로 칭했다. 이 세상을 지나가게 하고, 새로운 세상을 개방할 메시아.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데 필요한 열쇠 두 개 중 하나는 하얀 늑대였고, 다른 하나는 바로 강우였다.

모든 빛을 섞으면 흰색이 되고, 모든 색이 섞이면 검은색이 된다.

하얀 늑대의 하얀빛과 강우의 검은색.

둘은 모든 능력자들의 힘과 몬스터들의 근원이 되는 것.

하얀 늑대가 말했다.

“너와 내가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여는 거다. 그리고 넌 지금 세상과 함께 사라지고, 나는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간다.”

잠자코 얘기를 듣던 강우가 입을 열었다.

“까고 있네.”

“뭐?”

“좆까는 소리하지 말라고. 난 네 계획에 동조할 생각 없으니까.”

퍼엉-!

강우가 하얀 늑대를 향해 튀어나갔다. 총알보다도 빠른 속도였지만, 하얀 늑대는 곧바로 오른쪽 주먹을 날렸다.

터텅-!

강우는 왼손으로 하얀 늑대의 오른쪽 주먹을 쳐낸 뒤, 오른쪽 주먹으로 복부를 노렸다.

터엉!

하얀 늑대는 왼쪽 손바닥으로 강우의 주먹을 막아냈다. 강우는 곧바로 오른발 레그킥(로우킥)을 날렸다.

퍼어어어엉-!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익.

하얀 늑대는 왼쪽 다리를 들어 레그킥을 방어했다. 하얀 늑대는 오른발만으로 선 채 5m 이상을 옆으로 쭉 밀려났다.

강우는 땅을 박차고 튀어나가며 두 주먹으로 연타를 날렸다. 아직 하얀 늑대와 거리가 벌어져있을 때부터 주먹의 풍압이 닿았다.

투투투투투투퉁!

하얀 늑대는 두 주먹으로 풍압을 모두 쳐내고, 강우와 맞부딪쳤다. 하얀 늑대와 강우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먼저 다른 공격을 펼친 것은 하얀 늑대였다. 하얀 늑대는 손끝을 세워 검으로 베듯이 강우를 향해 휘둘렀다. 강우는 다른 공격과는 다른, 그 위화감을 놓치지 않았다.

채애앵-!

강우가 손에서 단검을 만들어내 하얀 늑대의 손날을 막았다. 마치 검과 검이 맞부딪친 것 같았다.

하얀 늑대는 쌍검을 휘두르듯 양팔을 휘둘렀고, 강우는 양손에 검은색 단검을 쥐고 막아내는데 급급했다.

강우의 반격.

검은 뱀들이 강우의 몸에서 솟아나 하얀 늑대를 향해 뻗어나갔다.

푸슉-!

하얀 늑대의 전신에서 하얀빛이 바늘처럼 뻗어 나와 검은 뱀들의 움직임을 멈췄다. 강우는 검은색 단검들을 없애고, 전신에서 굵은 가시들을 솟아나게 했다.

터터터터터터터텅-!

하얀 늑대는 강우가 만들어낸 가시들을 모두 막아냈다.

퍼어어어엉-!

강우와 하얀 늑대는 서로 양손을 뻗어 힘을 분출했고, 둘 모두 뒤로 밀려났다.

강우와 하얀 늑대는 날카로운 눈으로 서로를 노려봤다. 잔기술은 통하지 않았다. 순수한 힘과 힘이 맞부딪칠 때였다.

강우와 하얀 늑대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끝낸다.’

강우의 전신에서 이글거리던 검은색 힘이 가라앉았다. 검은색 힘은 강우의 몸과 완전히 하나가 된 것처럼 보였다. 악마와 같은 가면에 전신이 검은색의 모습, 집행자의 모습이었다.

하얀 늑대는 전신을 감싸고 있던 것 같은 하얀빛이 몸에 스며들어 피부가 하얗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머리칼 하나하나도 모두 빛을 머금고 있었다.

강우와 하얀 늑대가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터텅!

강우와 하얀 늑대는 동시에 오른쪽 주먹을 날렸다. 두 주먹은 서로를 지나쳐 팔과 팔이 교차됐다.

두 번째 공격은 강우가 빨랐다.

터엉-!

강우의 왼쪽 주먹이 하얀 늑대의 오른쪽 턱에 꽂혔다. 하얀 늑대의 몸이 흔들리고, 강우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터엉-!

강우의 오른쪽 무릎이 하얀 늑대의 명치에 꽂혔다.

쾅-!

강우가 팔꿈치로 하얀 늑대의 등을 내리찍었다. 하얀 늑대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린 모양새로 쓰러졌다.

콰아아앙-!

강우가 하얀 늑대를 짓밟으려 발을 굴렀다. 하얀 늑대는 재빨리 몸을 옆으로 날려 피해냈고, 강우의 발은 바닥을 부쉈다.

하얀 늑대가 몸을 일으키는 중이었다. 강우가 달려들어 하얀 늑대의 안면을 걷어찼다. 하얀 늑대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 강우는 하얀 늑대가 위로 날아가기 전, 손을 뻗어 발목을 붙잡았다.

콰아아아앙-!

강우가 하얀 늑대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하얀 늑대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강우는 몸을 날리듯이 오른쪽 주먹을 휘둘러 하얀 늑대의 복부를 후려쳤다. 하얀 늑대의 얼굴과 두 발이 들렸다.

쾅, 쾅, 쾅, 쾅-!

강우는 두 주먹으로 하얀 늑대의 왼쪽 갈비뼈, 오른쪽 어깨, 가슴 중앙, 얼굴을 후려쳤다. 하얀 늑대가 쿨럭거리며 피를 토했고, 강우는 몸을 일으켜 안면을 발로 걷어찼다.

콰아아앙!

하얀 늑대는 안면을 걷어차인 뒤, 빙글빙글 돌면서 바닥을 쓸고 날아갔다. 하얀 늑대는 고통스러운 듯이 몸을 비틀며 일어나지 못했다.

강우는 하얀 늑대에게 다가가 내려다봤다. 하얀 늑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강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뭐가 웃기지? 죽을 때가 되니까 미쳐버렸냐?”

하얀 늑대는 큭큭거리다가 강우의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미 새로운 세상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강우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하얀 늑대가 가리킨 곳은 버블 존이었다. 버블 존에서는 평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거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강우는 하얀 늑대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소리쳤다.

“저게 뭐지?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하얀 늑대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여는 것은 강우와 하얀 늑대라는 두 열쇠의 격돌로 열리는 것이었다. 강우는 하얀 늑대의 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하얀 늑대는 힘이 다 빠진 듯 몸이 축 늘어진 채 얼굴에서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강우는 하얀 늑대를 노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멈춰.”

하얀 늑대는 컥컥거리면서도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저건 못 멈춰. 이제 끝이다. 생각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너 역시 나와 비슷한 존재……. 너 또한 메시아가 될 수 있겠지…….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거나 지켜봐라.”

우둑!

강우가 하얀 늑대의 목을 부러트렸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하얀 늑대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하얀 늑대의 몸이 공중으로 튀어올랐고, 강우는 따라서 높이 뛰어올랐다. 강우가 오른쪽 주먹으로 하얀 늑대의 몸을 온 힘을 다해 후려쳤다.

퍼어어어어어엉-!

하얀 늑대의 몸이 터지며 핏덩이에 지나지 않는 잔해들이 바닥으로 비처럼 쏟아졌다. 바닥에 착지한 강우는 버블 존으로 시선을 돌렸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퍼펑-! 펑-! 퍼어어엉-!

힘을 담은 거품들의 숫자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몬스터의 원인이 되는 검은색 거품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일행들은 강우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강우는 일행들을 보다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이겼다고 기뻐할 틈도 없네. 난 저걸 막으러 간다.”

알리사가 말했다.

“안 돼. 저런 걸 보는 건 처음이지만,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어.”

미츠하시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아무런 말도 않았다.

린첸과 제임스는 질렸다는 듯이 버블 존을 쳐다보고 있었다.

쿠라마가 강우에게로 다가와 나지막이 말했다.

“몬스터가 좀 늘어난다고 해서 바뀔 건 없어. 저것도 언젠간 끝날 거야. 그때까지 죽이고, 또 죽이면 돼. 힘을 보탤게.”

알리사가 말했다.

“그래, 맞아. 우선 이대로 두고 가자. 응?”

안나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을 거야.”

안나가 말을 잇기 전, 강우가 쿠라마와 알리사를 보며 말했다.

“난 저걸 막으러 간다. 뭐라고 하든 생각을 바꿀 생각은 없어.”

강우는 안나에게 하던 말을 마저 하라는 듯이 눈빛을 보냈다. 안나는 강우와 눈을 한 번 마주치곤, 고개를 돌려 버블 존을 확인했다. 안나는 다시 강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저 속도로……. 저 정도 양으로 뿜어져 나온다면, 몬스터를 잡을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야.”

강우는 양 주먹을 꽉 쥔 채 잠자코 듣고 있었다. 안나는 말하기가 힘들다는 듯이 두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쉰 뒤, 다시 강우와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몬스터들로 세상이 꽉 차버릴지도 몰라.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을 거고, 몬스터들의 시체로 메워져버릴지도 모르는 거야. 몬스터들이 지들끼리 빠르게 잡아먹는 것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안나는 쿠라마와 눈을 마주치고, 아차 싶은 듯이 말했다.

“그렇다고 저길 들어가라는 건 아니야. 아직 뭐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저게 계속 유지되란 법은 없으니까. 그리고 아무리 너라도 저길 들어간다고 해서, 저걸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

안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 굉음과 함께 검은색 거품의 양이 늘어났다. 강우는 버블 존을 한 번 쳐다본 뒤, 일행들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그럴 것 같지는 않네. 다른 방법도 딱히 없잖아? 내가 막는다. 하얀 늑대 그놈이 말했어. 내가 열쇠라고. 문을 열 수 있다면, 다시 잠글 수도 있겠지.”

알리사가 말했다.

“안 가면 안 돼? 죽더라도 차라리 같이…….”

알리사는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알기에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강우는 천천히 버블 존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쿠라마가 뒤에서 강우의 손을 잡았다. 강우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뒤로 돌렸다. 일행들의 시선은 모두 강우에게로 모아져있었다.

쿠라마가 말했다.

“어째서 그렇게 희생하려는 거야? 원래 그런 성격도 아니잖아. 차라리 그냥…….”

강우는 씩 웃으며 말했다.

“죽는다는 소리 안 했어. 난 반드시 살아남는다.”

미츠하시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형님, 꼭 살아 돌아오는 거다?”

핫도그는 강우에게 얼굴을 붙이고 비비적댔다. 강우는 핫도그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준 뒤, 몸을 돌리고 버블 존으로 향했다.

강우는 전신을 불사르듯 검은색 힘을 터트리며 버블 존으로 뛰어들었다.

일행들은 강우가 버블 존으로 들어간 뒤,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강우가 들어간 뒤로 검은색 거품이 더욱 거세게 뿜어져 나왔고, 시설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라마가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여기를 벗어나자!”

알리사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아직…….”

짜악-!

쿠라마가 알리사의 뺨을 올려붙였다. 그냥 뺨을 때리는 수준이 아니었다. 알리사의 몸이 붕 떠 바닥을 굴렀다.

쿠라마는 독사 같은 두 눈을 부릅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한테 그냥 여기서 죽으라고 들어간 것 같아?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움직여!”

강우 일행은 서둘러 버블 존에서 벗어났다.

강우는 버블 존을 꿰뚫고 있었다. 거센 거품들을 뚫고 심해로 들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강우는 전신에서 검은색 힘을 뒤로 방출해 추진력을 얻어 심해로 향했다.

팔팔 끓듯이 부글거리는 거품들을 지나 심해의 끝자락, 강우는 힘의 근원지에 다다랐다.

커다란 터널 같은 것이 강우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곳에서는 끊임없이 거품들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터널은 어디로 이어질 것인지, 어디가 끝일지 몰랐다. 강우에게 생각만 하고 있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강우는 모든 힘을 쏟아 부으며 오른쪽 주먹을 내세워 힘의 근원지로 향했다.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 콰아아앙-!

엄청난 충격들이 강우의 전신을 휘감았다. 강우는 이를 악 물고 터널 안으로 파고들었다. 끝없는 어둠속에, 보이지 않는 폭발은 멈추지 않았다.

귀 안쪽에서부터 폭발이 일어난 듯 귀를 괴롭혔다. 강우는 멈추지 않았고, 속도와 파워를 최대치로 쏟아낼 때였다.

주먹 끝에 무언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

퍼-엉-!

무언가 용솟음치며 폭발하며 강우를 밀어냈다. 그것은 뿜어냈던 것을 다시 빨아들이며 강우도 집어삼켰다.

강우는 칠흑 같은 어둠속을 지나고 있었다. 몸은 공중에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이었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느껴지는 감각도 없었다. 호흡은 편했다.

강우는 처음 힘을 얻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눈앞으로 빠르게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강우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비행기에서 있던 일이었다. 쿠라마와 핫도그가 친해지던 그때, 강우는 그때 새로운 가족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아, 그랬었지…….’

강우는 계속해서 어둠속을 지났다.

강우는 앞에 조그만 빛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저기로 가면 다시 나가는 건가?’

강우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빛을 향해 나아갔다.

<예거 2부 끝>

============================ 작품 후기 ============================

그렇게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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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부 완결입니다.

사실상 버전3이나 버전4가 예거(사냥꾼)의 완결이라 생각하셔도 괜찮겠습니다.

(버전1&2는 외전이라고 생각해주세요)멀티 엔딩은 그저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사실 몇 가지 더 있긴 했지만,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으로 했습니다.

예거 3부는 새로운 작품으로 등록될 예정입니다.

글 역시 좀 더 안정적인 문장력은 물론이고, 다듬어진 내용으로, 더욱 재밌는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거듭 강조드렸던 부분입니다만, 3부는 1,2부를 보셨던 분들은 물론, 1,2부를 보지 않으신 분들도 재밌게 즐기실 수 있는, 1,2부를 보지 않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지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때 예거(사냥꾼)은 완결로 전환하겠습니다.

당분간은 '소시오패스 : 두 개의 삶' 연재에 박차를 가해볼 생각이고, 예거 3부는 4월 중으로 연재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럼 또 만나요!

지금까지 감사했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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