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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님이 만드는 파멸엔딩 (3)화 (4/149)

3화

피융!

내가 쏜 마나의 화살이 정확히 가운데 있는 놈 이마에 꽂혔다.

물론 죽진 않았다. 내 마나는 케르베로스를 죽일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적어도 충격은 줄 수 있었다.

“끼잉?”

“컹! 컹컹!”

갑자기 축 늘어진 머리를 보고 놀란 다른 머리 둘이 짖으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화살을 쏜 반동으로 나뒹굴었지만 서둘러 정신을 차렸다. 남은 놈은 둘. 어떻게든 저 두 놈을 쓰러뜨린다!

“크르르릉!”

“왈! 왈!”

정신을 집중했다.

고작 한 살의 몸으로 마나를 방출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하지만 나는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내고 있다.

왜냐고?

‘90년을 살았으니까.’

말 그대로 게임을 90년 동안이나 한 고인물.

지난 여섯 번의 삶을 살면서 나는 정말 많은 일을 했다. 열다섯 살에 죽지 않기 위해 힘을 기르고 능력을 향상시키며 대마법사가 된 적도 있고, 최상급 정령사가 된 적도 있고, 소드 마스터가 된 적도 있다. 

그러한 시간들은 지금의 내게 양분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마나를 컨트롤하고 방출할 수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당연히 지금처럼 서클이 만들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마나를 방출하는 건 정말 위험하지만,

‘당장 내가 뒤지겠는데 어쩌라고!’

일단 쏘고 봐야 했다.

그리고 이 몸 안에 담긴 마나가 꽤 대단하게 느껴졌으니까.

피융!

내가 쏜 화살이 왼쪽 개의 이마에 또 꽂혔다.

‘오, 이번에는 궁수로 전직해 볼까.’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마지막 남은 개를 노려보았다.

‘이번에도 맞혀야 해.’

이제 내 체력이 한계였으니까.

아마 이 한 발을 쏘고 나면 난 쓰러질 거다. 그 뒤에 어떻게 될지 장담을 못 하지.

하지만 괜찮다.

시스템창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미션의 내용이 ‘케르베로스 쓰러뜨리기’라고. 그에 따른 보상이 생존이었고 말이다.

저놈만 쓰러뜨리면 난 살 수 있을 테다. 그래서 난 정신을 집중하고 내게 달려드는 놈을 향해 손을 겨눴다.

“크르릉! 컹!”

하나, 둘……!

내 모든 정신력과 집중력이 화르륵 타오르고 있는 바로 그때였다.

“자깜만!”

“멈처!”

끼이이익!

쌍둥이의 외침에 차의 브레이크가 걸린 듯 케르베로스가 멈춰 섰다. 나 역시 내보내려던 마나를 간신히 막았다.

“먀?(뭐, 이 새끼들아.)”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쌍둥이 남매를 째려보았지만 그들은 내 살벌한 눈빛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되레 박장대소를 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너, 머야?”

“완전 대다내. 어떠케 마나를 쓰지?”

그들은 박수를 치며 내게 다가왔다. 호전적으로 내게 달려들려는 케르베로스를 앉혀 놓고 말이다.

아씨, 아직 미션 클리어 못 했는데.

난 아쉬운 마음에 머리 하나만 제정신인 케르베로스를 쳐다보았다.

“왜, 쟤두 기절시키려고?”

“안 대. 쟤 끌구 가려묜 우리 힘들단 마리야.”

쌍둥이는 내 눈빛을 알아챈 모양인지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는 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너 우리 말 아라드찌?”

고개를 끄덕였다.

“얘 태어난 지 얼마나 댔어??”

“지굼 한 반년 대쓸껄. 아마두?”

“근데 마나를 벌써 써?”

“해부해 보고 십따. 몸이 어떠케 대 있는지 궁그매.”

그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나를 탐색하는 듯한 시선이었기에, 나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그들과 눈을 마주했다.

“너.”

그들은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팔짱을 꼈다.

“마음에 드러따.”

“마자. 마음에 드러써.”

띠링.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서브 미션 <위험을 탈출하라!> 성공!

케르베로스를 쓰러뜨리지 못한 건 아쉽지만 전투 불능의 상태가 되었으므로 미션을 성공으로 칩니다.

보상 1. 생존 (성공)

        2. 쌍둥이의 호감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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