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기님이 만드는 파멸엔딩 (11)화 (12/149)

11화

니샤 다이몬.

리아트의 손에 의해 열두 번째로 만들어진 호문쿨루스.

처음 생성됐을 때는 지지부진했으나 각성 후 정령술에 두각을 보이고 있는 이.

니샤는 뾰족한 귀 끝을 무의식중에 더듬으며 아래층에 있는 세키나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쟤가 분명 유물을 귀속하는 능력을 내보였지.’

유물 속에 담긴 마왕의 힘을 귀속시켜 추적할 수 있는 능력.

이를 이용하면 마왕의 봉인된 힘을 찾는 일이 수월해지리라.

그래서 1군단의 마족들이 저 꼬맹이에게 매달리고 있고, 리아트도 뿌듯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니샤는…….

‘짜증 나.’

그녀는 보랏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세키나를 쏘아보았다.

어리숙한 쌍둥이 형제는 몰라도 자신은 알고 있다, 자신과 같은 호문쿨루스들은 마왕의 힘이 돌아온 순간 버려질 것이라는 사실을.

다른 호문쿨루스들은 모른다. 아니, 대부분의 마족들이 모른다. 그건 리아트가 함구하기로 결정한 사항이었으니까.

니샤가 처음 정령을 불러냈을 때, 당장 그 사실을 자랑하고 싶어 정령을 리아트에게 날려 보냈다. 때마침 리아트는 집무실에 있었고, 누군가와 대화 중이었다.

-부사관님. 호문쿨루스에게도 마계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가르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상대는 1군단의 부단장 아서였다. 그는 나름대로 걱정이 되어 말한 것 같았지만, 리아트의 대꾸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 그런 놈들에게 왜 쓸데없는 걸 가르쳐? 그놈들을 마계에 데리고 갈 일은 없다. 마왕님의 힘을 찾는 즉시 폐기 처분될 테니까.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아니,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사실이 아닐까?

니샤는 이제껏 리아트가 자신을 대할 때의 행동을 떠올렸고 곧 수긍했다.

나는 버려지는구나, 그렇게 수긍했다.

‘모르는 게 약이었을 텐데.’

아무것도 몰랐다면 과거처럼 마왕에게 충성을 바친 채, 그들을 위해 일했을 텐데. 그러면서 성취감을 얻고 자긍심을 느꼈을 텐데.

‘다 죽여 버리고 싶어.’

니샤는 으득 이를 깨물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제아무리 정령술에 재능이 있다고 해도, 상대는 상급 마족들이다.

기껏해야 한둘 죽이는 정도가 한계이리라.

그래서 그녀는 몸을 납작 낮춘 채 훈련에 매진했다. 더, 더, 더 강해져야 해. 강해져서 이 지긋지긋한 마왕성을 벗어나고 저놈들을 다 죽여 버릴 거야.

그런데 예상외의 복병이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호문쿨루스, 세키나 다이몬이었다.

유물을 다룰 수 있는 세키나는 마왕의 봉인을 푸는 데에 큰 기여를 하리라. 그렇게 된다면 자신은 제대로 된 힘을 갖추기도 전에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는 안 돼.’

적어도 자신이 최상급 정령술사가 되기 전까지는 봉인이 유지돼야 했다. 그래야만 이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니샤 님?”

니샤가 계단 난간만 잡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아서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서는 리아트의 말에 반발했던 이였지만…… 니샤는 그를 믿지 않았다. 얼굴이 더욱 싸늘해졌다.

“그 벌레 새끼 데리고 빨리 꺼져.”

니샤는 쯧 혀를 차며 말했다. 아서는 살짝 당황했지만, 원래부터 니샤가 모두에게 적대적이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턱을 당겼다.

“자, 세키나 님. 이제 가 볼까요?”

아서는 세키나를 토닥이며 다정히 말했다.

과거 리아트와의 대화로, 이 호문쿨루스들이 훗날 죽게 되리란 걸 알고 있는 그였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마족은 자신과 리아트 그리고 캘빈…… 짐작하건대 마르틴 정도다. 다른 마족들은 알지 못한다. 죽임을 당하는 호문쿨루스조차도.

아서는 이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즉 버려지기 전까지는 자신이 책임지고 싶었다.

길지 않은 삶을 그래도 나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모든 호문쿨루스에게 친절하고 다정했다. 최소한의 속죄였다.

“오늘은 분유를 더 탄 특급 분유를 준비했으니까요. 이제 가시죠.”

아서는 얼굴에 서린 씁쓸함을 애써 지우며 세키나를 다독였다.

그렇게 발을 돌리려 할 때…….

“뱌악!”

갑자기 세키나가 소리를 질렀다.

“어, 어? 세키나 님?”

“뱍! 뱌아아악! 악악!”

왜 이러지?

세키나가 원래도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어서 웬만한 일에는 잘 놀라지 않는 아서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안겨 있을 때만큼은 얌전했던 세키나가 발버둥을 치며 내려가려 하는 게 아닌가.

“내, 내려 달라고 하시는 겁니까?”

“먁! 뱍!”

“아, 네…….”

아서는 어쩔 수 없이 세키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자마자 세키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기어 니샤에게 다가갔다.

“뭐, 뭐야? 얘 뭐야?”

뭔데 이렇게 빨라? 니샤는 제 발치까지 다가온 세키나를 보며 살짝 주춤거렸다.

그리고 세키나가 니샤의 몸에 손을 댔을 때…….

“뱌하하핫!”

세키나는 그 어느 때보다 신나고 쾌활하게 웃으며 고개를 젖혔다.

‘내 봉이 여기 있네!’

이렇게 생각하며.

***

벌레니 뭐니 하는 말에 나는 당연히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어떻게 하겠는가? 자신은 갓난아기이고, 저놈은 꽤 큰 호문쿨루스였으니까.

‘정령을 부르던 놈이었지?’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니샤라 불린 호문쿨루스를 쳐다보았다.

새까만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높게 묶고 있었는데, 쭉 찢어져 올라간 눈, 뾰족한 귀, 까무잡잡한 피부는 흡사 다크 엘프를 연상시켰다.

‘생김새가 마력에도 영향을 준 건가.’

궁금했지만, 굳이 확인하고 싶을 만큼은 아니었으므로 무시했다.

“그 벌레 새끼 데리고 빨리 꺼져.”

이런 말을 들으면서까지 저놈과 있을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난 아서의 품에 얌전히 안긴 채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때였다.

서브 미션 <소환술을 익히자!>

소환술의 ‘소’ 자도 모르는 당신!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배워야겠죠?

니샤 다이몬은 소환술에 재능이 있습니다. 그녀에게 매달려 소환술을 익혀 보세요!

내용 : 소환을 성공시키자!

제한시간 : 168시간

보상 : 자동화 시스템

실패 시 : 사망

(힌트 : 같은 밥그릇에 있으면 같아 보이는 법입니다. 어쩌면 곁에서 뭔가 얻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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