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기님이 만드는 파멸엔딩 (20)화 (21/149)

20화

“그럼 인간은 아무 쓸모가 없는 꽃을 주고받는다는 거구나.”

“왜지? 꽃이 엄청 비싼가?”

“내가 본 인간들은 비싼 선물을 주고받을 만큼 직위가 있지 않아 보였어.”

“그럼 왜? 먹지도 못하는 걸 왜 주고받지?”

옹기종기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는 니샤와 쌍둥이들.

쌍둥이는 원래 나사 빠진 놈들이었으니 그렇다 치고, 니샤까지 저럴 줄은 몰랐다.

‘저번에 나한테 와서 똑똑한 척은 다 했으면서?’

니샤도 순수한 인간이 아닌 호문쿨루스라 어쩔 수 없다는 건가.

마족의 사고방식이 인간과는 전혀 다르다는 건 진즉 알고 있었다.

생명에 대한 무게, 동정, 의리, 사랑…… 이런 감정 자체가 없다는 건 게임 설정에도 나와 있었으니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의 무식함은 너무한 거 아닌지?’

아예 생활 자체가 다른 거면 왜 인간과 똑같이 생긴 건지 이해가 안 되고요?

이 정도면 육식동물이 고기를 먹고 초식동물이 풀을 먹는다는 것과 같은 기초적인 지식조차 없는 거 아닌가?

‘이 새끼들 이거 어떡하지.’

이러니까 신전에 들키는 거 아니야! 신관 놈들이 엄청나게 대단해서 마족을 기가 막히게 알아본 게 아니었잖아!

그냥 너희가,

“꽃을 주는 대신 뭐 얻는 게 있나?”

“꽃이 화폐의 대신인가?”

이 정도로 빡대가리라서 들킨 거잖아악!

전생에서 왜 이 쌍둥이 놈들을 죽이려고 신관들이 달려들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위험해.’

대놓고 나 마족이요, 이러고 있는데 신관 놈들이 가만히 있겠나?

‘내가 나서야겠어.’

안 그래도 성 밖으로 한번 나가 보려 했으니 차라리 잘됐다. 이 빡대가리 놈들 대신해서 인간 세상을 배워 오겠다고 하면 되겠지.

“히유.”

말년에 이게 뭔 고생인지.

난 어쩐지 뻐근한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세키나!”

이때 한창 열성적이게 토론을 하고 있던 메르데스가 달려들었다.

“말해 봐. 왜 인간들은 꽃을 주고받는 거야?”

“먹는 게 아닌데 왜 줘?”

“화폐 대신?”

쌍둥이와 니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향해 물었다.

꽃을 주는 이유라.

‘나도 받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아.’

하지만 이론적인 건 안다. 그래서 난 당당하게 대답했다.

“마음을 표현하려구 주는 고야.”

“마음?”

하지만 그들의 의구심을 제대로 충족시켜 주는 답변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마음이 꽃으로 표현이 돼?”

“꽃의 개수에 따라 달라지는 건가?”

“한 송이당 마음 몇 그램?”

“…….”

너네 다 이과니?

꽃에 담긴 마음을 어떻게 수치화할 수 있니?

난 다시금 당겨 오는 뒷목을 부여잡으며 간신히 대답했다.

“구니까, 꽃을 받는 상대가 감동해쓰면 조케써서 주는 고야.”

“왜 꽃을 받으면 감동해?”

“감동이 뭐야?”

“그거 느끼면 뭐 돼? 변해?”

“…….”

그냥 다 쥐어패고 싶다.

이게 이렇게까지 속 터질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은근하게 빡이 친단 말이지.

그냥 한 대씩만 때리면 안 될까? 그렇게 입술을 자근자근 씹을 때였다.

짝짝짝―!

느닷없이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고개를 돌리니 여전히 땅딸한 리아트가 보였다. 나뿐 아니라 다른 호문쿨루스들도 눈이 커졌다.

리아트는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서 내 앞에 당도했다.

순간적으로 불안해졌다.

혹시 내가 이놈들에게 설교한 걸 들었나? 그래서 내 정체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나? 끌려가서 실험을 당할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너.”

이런 내 마음을 전혀 모르는 것 같은 리아트는 외알 안경을 번뜩이며 씨익 웃었다.

“매우 훌륭하다.”

또 뭔 개소리야…….

***

리아트는 자신의 연구실 의자에 앉아 있는 작디작은 생명체를 바라보았다.

세키나.

세키나 다이몬.

태어난 지 고작 3년밖에 안 된 호문쿨루스다.

그런데도 이 호문쿨루스에 대한 소식이 연구실에만 처박혀 있던 리아트의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자주 들려왔다.

유물을 귀속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건 전에 봐서 알지만, 거기다 더해 마물을 소환하고 부릴 수 있는 능력까지 더해졌다.

지난 두 차례의 시험 동안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 주지는 않았으나 리아트를 포함한 다른 고위 마족들은 모두 다 알고 있었다. 이 요망한 꼬맹이가 일부러 능력을 보여 주지 않고 있는 거라고.

‘늙은 구렁이 새끼들을 견제한 것이겠지.’

다른 호문쿨루스를 지지하는 장로들의 앞에서 뭣도 모르고 대단한 능력을 개방했다간 표적이 될 테니까.

‘자기가 지목한 호문쿨루스가 1인자가 되면 장로 등급을 올린다고 했었나?’

그딴 게 지금 뭐가 중요하냐고!

리아트는 그 늙어 빠진 장로들을 떠올리며 이를 부득 깨물었다.

잘 살고 있던 마계에서 쫓겨나 인간계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마왕의 힘이 봉인됐기 때문 아닌가.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인간계에 최대한 적응하고자 노력했고, 그 노력의 결과로 북부를 지키는 백작가라는 작위를 따냈다. 이 작위를 유지하고자 마왕은 이 추운 겨울날 빙벽에 나가 인간계로 내려오는 마물들을 쳐내고 있고 말이다.

마왕님조차 우리를 위해 그렇게 일하고 계시는데!

마왕님의 힘을 하루라도 더 빨리 찾을 생각을 해야지!

등 따뜻하고 배부르게 있는 놈들 주제에 무슨 권력 다툼을 하겠다고!

‘빌어먹을 장로 새끼들.’

마계로 돌아가기만 해 봐라. 쥐도 새도 모르게 다 죽여 버리리라.

어쨌거나, 세키나라는 이 호문쿨루스가 제 능력을 곧이곧대로 드러내지 않은 건 참 다행이었다. 저 작은 몸뚱이의 생명을 유지하고자 하는 발악으로 말이다.

‘그래서 내버려 두고 있었는데…….’

오늘, 세키나는 무려 5년이나 더 인간계에서 산 니샤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드러냈다. 인간에 대해 말이다.

인간의 주식이 무엇인지 같은 기초적인 지식들은 성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더 생생히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심층 심리에 대해서는 쉽게 배울 수 없다.

이건 마족과 인간이 태생적으로 다르기 때문도 있지만, 호문쿨루스들은 특히나 더 감정이 거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문쿨루스는 율리안을 제외하고 마왕성 밖으로 내보낸 적이 없었는데.

-꽃을 받는 상대가 감동해쓰면 조케써서 주는 고야.

고작 3년밖에 살지 않은 꼬맹이가 인간들이나 쓰는 ‘감동’이라는 표현을 하다니.

리아트의 입술이 곡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만들어질 때 제대로 입력이 안 됐기 때문인가?”

그는 중얼거리며 자신만의 생각에 빠졌다. 그래서 연구실 내부를 두리번거리며 어깨를 달달 떨고 있는 세키나를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마족에 대해 제대로 입력이 안 된 상태라서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된 것일 수도 있겠군.”

그는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후, 시퍼런 기색이 담겨 있는 눈동자를 세키나에게 고정했다.

히익!

세키나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리아트는 호문쿨루스를 만든 연구자. 이놈 앞에서 잘못 행동했다간 인간인 걸 꼼짝없이 들킬 테니까.

꿀꺽. 세키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리아트를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너.”

리아트는 또다시 살벌한 목소리로 세키나를 불렀다.

아, 왜. 뭐. 세키나는 발발 떨리는 두 손을 등 뒤에서 맞잡으며 허리를 세웠다.

“주변 놈들을 꽤나 잘 다루더군?”

세키나는 자신의 예상과 전혀 다른 질문에 고개를 갸웃했다. 꼼짝없이 취조당할 거라고 생각해서 변명거리를 몇 개 떠올려 놨는데…… 무슨 말이지?

“저 그론 적 업는데여.”

“마르틴이나 아서나 1군단 놈들을 다 네 편으로 만들지 않았나?”

“…편은 아니구 구냥 나 예뽀하눈 건데여.”

그건 과거 퀘스트에서 얻은 ‘호감’ 덕분이다. 그놈들이 지금 내게 열광하는 건 단순히 시스템 보상으로 호감을 얻었기 때문이야.

리아트 역시 그 시스템 보상에 속해 있는 놈이었다.

[SYSTEM]

메인 퀘스트 <친해지길 바라!>의 규격 외 호감도 획득!

내용 : 리아트 노오에이의 호감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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