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기님이 만드는 파멸엔딩 (36)화 (37/149)

36화

마왕.

혼돈을 부르는 자.

마기를 창조하는 자.

신에게 버림받은 어둠을 거두는 자.

그리고 내가 빙의한 게임 <용사 키우기>의 최종 보스.

용사를 죽이고 파멸엔딩을 목표로 하고 있는 내가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하는 존재.

알고 있는데,

머리로는 충분히 알고 있는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숨이 턱턱 막혔다. 손끝 하나 까딱할 수가 없다.

이건 기운에 억눌린 정도가 아니다.

압살.

거대한 바위, 아니, 드높은 태산이 내 몸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얼마나 오만했는가?

이 마왕을 내 뜻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지금까지 모든 것이 내 계획대로 풀려 안이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거다.

“크윽…….”

난 흙바닥을 손톱으로 벅벅 긁으며 숨을 들이켜 보고자 노력했다.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안 돼.’

그것만큼 꼴사나운 짓은 없을 터.

나는 주저앉은 채 그대로 얼어붙은 메르데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두 눈동자에 담겨있는 마왕의 자취를 살폈다.

지금 나는 마왕을 등지고 있다.

덕분에 당장 기절하지 않는 거다. 이만큼 엄청나 마기를 맞닥뜨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이 기운에 적응해야만 했다.

난 메르데스의 눈동자에서 마왕을 발견했고, 관찰했다. 한 번 왜곡돼 보이는 마왕이었기에 그의 기운을 어느 정도 읽는 게 가능했다.

“쿨럭!”

물론 몸에 무리가 되는 일이긴 하지만.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안 돼.

그랬다간 마왕은 흥미를 잃고 가 버릴 거야.

3년을 기다려 마왕을 만났다.

여기서 그대로 보낼 수 없어.

까드득, 바닥을 움켜쥔 손에 상처가 나 피가 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때였다.

[SYSTEM]

당신의 구원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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