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기님이 만드는 파멸엔딩 (104)화 (105/149)

104화

한에게 황태자의 죽음에 대해 알아보라 한 건 어디까지나 흑마법의 의심이 있기 때문이었다.

익명의 의뢰는 한의 길드에게 ‘황제’를 죽이라 말했다. 그걸 거절하자 길드장의 주변인들을 해했고, 결국에는 길드장까지 죽었다.

그래서 한은 ‘황제’를 죽였다.

하지만 황제를 죽인 다음 날, 세간에는 황태자가 죽었음이 발표됐다.

이로 인해 세키나는 추론을 할 수 있었다.

‘황태자가 황제인 척을 하고 있다.’

흑마법을 이용해서 말이다.

그래서 한을 수도로 보내 그에 대한 실상을 조사하라 한 것이었다.

“황태자의 시신을 보았습니다.”

한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구래서? 멀 밨는데?”

“음.”

세키나의 질문에 한은 팔짱을 끼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으으음.”

마치 뭔가를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다.

세키나는 일단 그의 기행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한이 이상한 놈이기는 해도 멍청한 놈은 아니었으니까.

뭔 생각이 있겠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듯 보이는 한은 손뼉을 짝 치며 눈을 반짝였다.

“자, 여러분.”

그는 세키나, 쌍둥이, 아서, 드한과 유리엘을 한 번씩 쳐다보았다.

“절 믿으시죠?”

“아뉘.”

“한은 좀…….”

“차라리 유리를 믿지.”

일말의 고민도 없이 튀어나온 대답.

허허허. 한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오. 안 믿는 사람에게 이런 일을 시키고 부려 먹고 구박하고 하는 거로군요. 와, 진짜 안 믿는다. 너무 안 믿어서 소름이 돋네.”

이 나쁜 사람들 같으니라고.

한은 코를 훌쩍거린 다음에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제가 불법적인 일을 벌여도 여러분들이 책임져 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구래서 불뻡적인 행동을 해따?”

“바로 그거죠!”

세키나는 생긋 웃었다.

“아써.”

“네.”

그러자마자 아서가 한의 목을 팔로 감쌌다. 말이 감싼 거지 그냥…… 조른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 아악! 자, 잠깐만요! 전 진짜 다 다이몬 백작가를 위해서 한 건데!”

“시끄럽습니다.”

“아아아악! 제가 알아낸 게 뭔지 아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악! 그만 때려요!”

아서는 여전히 한의 목을 조른 채 힐끗 세키나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할지 결정해 달라는 뜻이었다.

세키나는 손을 까딱였다.

“말해 바.”

그러자마자 아서의 손에 힘이 풀렸다.

“별거 아니면 디진다.”

“넵!”

자신 있게 대답한 한은 자신의 침대로 뛰어가 그 밑에 있던 상자를 꺼냈다.

“여기요!”

앞서 나선 쌍둥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뭔데?”

“뭐야?”

그들이 상자에 손을 뻗을 때, 세키나는 묘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밀봉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기운.

이건 분명…….

[SYSTEM]

흑마법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