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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님이 만드는 파멸엔딩 (116)화 (117/149)

116화

오…….

이렇게 죽나요?

세키나는 무너지고 있는 천장을 멍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세라야.’

-왜 부르느냐.

‘텔레포트 또 못하니?’

-할 수 있었으면 나부터 튀었다.

아하.

주인을 버리고 제 몸만 생각하는 사역마, 아주 잘 봤고요.

세키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쩍쩍 금이 가다 못해 와르르르 무너지고 있는 천장.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는데.

음.

아무리 뒤져 봐도 없다.

“진짜 클났는디.”

이대로 있다간 무너지는 잔해에 맞아 죽거나, 깔려 죽거나, 숨 막혀서 죽거나, 셋 중 하나다. 뭐가 됐든 죽는다는 말이다.

“허허허.”

루치페르에게 엿 하나 먹인 것치고 너무 과한 처사 아닌가요?

앞으로 줄 엿이 여러 개 남았는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는데. 그래도 한 번은 더 엿 먹이고 가고 싶은데!

“세키나 님!”

그때, 달려든 드한이 세키나의 어깨를 확 낚아챘다. 그 순간 세키나가 있던 자리에 쿠구궁 소릴 내며 잔해가 쏟아졌다.

딸꾹! 세키나는 딸꾹질을 하며 어깨를 떨었다.

“지하실이면 밖으로 통하는 문이 있겠죠. 거길 찾으면 됩니다. 그러니 주변을 조심하십시오. 제가 둘러보겠습니다.”

“어어…… 응?”

세키나는 턱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살짝 굳은 표정의 드한이 보였다. 아직 5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 젖살도 빠지지 않은, 작고 귀여운 아이.

그런데 왜일까?

왜 지금의 드한에게…… 전에 보았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걸까.

-제 손을 잡으십시오!

-구해드리겠습니다!

나를 잡아 주던 그 손길. 보듬어 주던 마음. 따뜻한 눈빛.

모든 것들이 떠올라 세키나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세키나 님?”

드한은 그런 세키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아차 하며 말을 이었다.

“제가 곁에 있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세키나 님을 지키는 건 제가 돼야겠지요.”

이 역시 과거에 들어 본 말이다.

-저는 항상 영애 곁에 있고 싶습니다.

-그래야 영애를 지킬 수 있을 테니까요.

마음이 이상하다.

울렁거리면서 꼭 토가 나올 것만 같다.

그러니까, 예전과 같은 감정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

“아오, 띠바! 진짜!”

세키나는 뒷목을 잡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게 당해 놓고 또! 또! 이 멍청한 세키나! 바보 같은 세키나!

“꺼져! 내가 갈 꺼야!”

“……예?”

“손대지 마. 대면 주겨 버린다.”

“예에?”

“앞장서! 빤낭!”

세키나는 드한의 등을 떠밀며 그를 먼저 보냈다. 그의 얼굴을 보면 전과 같은 감정이 올라오는 것은 물론이요, 맨정신이 안 될 것 같았으니까.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맨정신이 꼭 제정신인 건 아니지만. 어찌 됐건.

“아…… 네. 저쪽으로 가겠습니다.”

분노조절장애, 그런 건가. 드한은 어리둥절했지만 일단 세키나가 시키는 대로 했다.

쿠구구궁!

위에서 엄청난 소음이 들려왔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통로가 막힐 것만 같았다. 드한은 어쩔 수 없이 세키나의 손목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뛰십시오!”

“손대지 말라 해짜나!”

“아, 일단 뛰세요!”

서, 성질을 낸 거야? 지금 나한테?

세키나는 입을 쩍 벌리며 드한을 쳐다보았지만, 드한의 굳건한 등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세키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드한에게 질질 끌려 뛰기 시작했다.

-넌 저놈을 좋아하냐?

옆에서 함께 뛰던 세라가 말했다.

‘뭔 개소리야. 아니거든?’

-맞는 거 같은데.

‘아니라고!’

-강한 부정은 강한 긍…….

‘캘빈 방 일주일 감금.’

-야!

세라의 외침을 무시한 세키나는 다시금 드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알고 있다. 어차피 자신은 드한을…… 단순한 친구라는 존재로 바라볼 수 없다는 걸. 이미 일전에 수도 없이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띠링!

[SYSTEM]

메인 퀘스트의 성공 조건은 ‘용사를 죽이는 것’입니다!

실패 시 당신이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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