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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님이 만드는 파멸엔딩 (127)화 (128/149)

127화

세키나는 성 입구에 어설프게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며 헛웃음을 뱉었다.

[★축★ 세키나 환영!]

“돌았네. 돌아도 단단히 돌아써.”

세키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슬쩍 눈을 들어 르카이츠를 쳐다보았다.

“보쓰. 저것들 다 제가 처리하까여?”

르카이츠는 험악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세키나를 보며 잠깐 생각했다.

얘 이래도 되는 걸까.

그리고 바람 빠진 풍선이 흩날리고 있는 마왕성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리 마족의 미래는…… 이대로 두어도 되는 걸까.

잠시 눈을 감은 채 생각하던 그는 이내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다른 이들도 뭔가 생각이 있으니 이런 걸 허락한 것이겠지.”

“아, 근가여.”

“그래. 그러니 들어가 보는 것이 좋겠군.”

세키나는 그에 동의하며 르카이츠와 발맞춰 성안으로 들어갔다.

“한 번 생각해서 요런 꼴이면 백 번 생각하면 성 다 무너지겠네여.”

이런 중얼거림도 잊지 않고 말이다.

***

성 내부는 더 가관이었다.

급하게 준비한 티가 뻔히 나는 이상한 장식들과 또 급하게 준비한 게 뻔한 인간 악단들까지.

아, 물론 인간들의 눈에는 안대가 씌워져 있었다. 앞도 못 본 채 악기를 연주해야 하는 그들이 좀 안타깝긴 하지만…… 지금의 세키나에게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후우. 세키나는 휙휙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사달을 만들어 낸 이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원흉을 찾아냈다.

‘율리안, 저 새끼가?’

저만치서 헤실헤실 웃고 있는 율리안이 보였다. 아니, 지가 잘못한 걸 모르나? 그래서 저렇게 웃고 있나? 세키나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러자마자 율리안은 순식간에 자리를 떠났다. 마치 원래 거기에 없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들이 눈치를 볼 거면 이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세키나의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그때였다.

“재미있군.”

르카이츠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이런 요란한 잔치를 벌이는데 고위 마족은 아무도 나와 보지 않아.”

그는 흥미롭다는 듯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조악한 장식만 봐도 누가 이 꼴을 준비했는지 알 수 있다. 아마 호문쿨루스겠지.

그렇다면 왜?

호문쿨루스들은 왜 이런 짓을 벌였는가?

단순히 세키나를 환영하기 위하여?

아니, 아니다.

더 명확한 이유가 있다.

그래. 지금 성이 떠나가라 음악이 나오고 있는데도 얼굴 한 번 비치지 않는 장로들처럼 말이다.

“꽤나 건방진 일을 벌이고 있었어.”

대강의 상황을 파악한 르카이츠는 세키나의 정수리에 손을 턱 올리며 말했다.

“넌 여기서 다른 이들과 놀고 있어라.”

“넹? 구럼 보쓰는여?”

“초대를 받아 놓고 나오지 않은 이들을 잡아 오겠다.”

세키나는 말뜻이 명확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알았다며 대답했다.

자신도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르카이츠가 자리를 떠난 뒤, 세키나는 싱긋 웃으며 양팔을 활짝 펼쳤다.

“셋 세기 전에 안 나오면 한 대씩 더 맞눈다. 하나, 셋.”

“아, 왜 둘을 안 세!”

“내 맴이다.”

세키나는 제게 붙잡힌 디디에의 목에 헤드록을 걸며 힘을 바싹 주었다.

“내가 올 때까지 가만히 이쓰라 해써, 안 해써. 근데 내가 오는 걸 보자마자 이런 난리를 피어 놔?”

“아니, 내가 무슨 난리를 피웠다고! 나 아무것도 안 했어!”

“구라 친다, 또. 아주 입만 열면 구라야. 이꼴이 니 작품이라는 거 모두가 알거든?”

“에, 에이 씨……!”

“씨는 머야, 씨는! 잘못해 노코 아주 그냥!”

세키나는 디디에의 머리에 주먹을 대고 그대로 비비며 디디에를 구박했다.

그때였다.

“그만하지?”

그림자 속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니샤였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아니, 너도 참여한 거였니? 이런 거지 같은 상황을 만들어 낸 거야?

세키나의 눈에 배신감이 서렸다.

그를 알아챈 니샤가 다소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우리가 이런 게 다 이유가 있어. 어쩔 수가 없었어. 시간도 촉박하고 그랬으니까.”

평소의 니샤 말투가 아닌 걸 느낀 세키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니샤의 얼굴을 살폈다.

난감해하는 얼굴은 결코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

“후움.”

그래서 세키나는 슬그머니 디디에에게 걸었던 헤드록을 풀었다.

“머 이유가 있꼬 구런 거면 구런 거였다고 말을 하지 그래써. 갠히 때렸네.”

“야! 네가 말할 시간도 안 줬잖아!”

“줬짜나. 하나, 셋.”

“……미친 것 같으니라고.”

디디에는 퉤! 침을 뱉으며 뻐근한 목을 풀었다. 지를 위해 줘도 지랄이야, 진짜. 다신 안 해. 디디에는 꿍얼거리며 서운함을 느꼈다.

“세키나, 그렇게 나오면 안 되지. 다 너를 위해 한 건데.”

이때, 어디서 튀어나온 율리안이 슬쩍 말을 얹었다. 세키나와 니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디디에까지도 배신감에 물든 얼굴을 했다.

“율리안 님. 어떻게 그렇게 도망치실 수 있어요……! 너무해!”

그러고는 홀을 빠져나가 버린다.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말이다.

“어, 어……? 아니, 나도 맞기는 싫으니까…….”

“오. 찌질한디.”

세키나는 귀를 후비적거리며 율리안을 쳐다보았다.

“디디에 따라가. 가서 둘이 이써 바. 난 니샤랑 얘기 쫌 하게.”

“니샤가 아니고 언니.”

“웅. 니샤랑 얘기 쫌 하게.”

니샤가 부릅 눈을 올려 떴지만 세키나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 그 틈을 타 율리안은 허허실실 웃으며 재빨리 디디에가 간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

“디디에! 같이 가! 나도 여기 있으면 안 될 거 같아!”

아이고, 찌질한 놈.

세키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이내 퉁명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니샤를 쳐다보았다.

“구래서. 먼데?”

니샤의 불룩한 뺨을 찌르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다시 묻는다.

“먼데 이 난리를 피운 건데?”

니샤는 세키나가 괘씸해 말해 주지 않을까, 하다가 이내 쯧 혀를 찬 뒤 대답했다.

“장로들이 널 환대하지 않기로 결정했어.”

그 말을 듣자마자 세키나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구니까, 내가 개고생하며 만들어 온 공로를 모르는 척 하게따?”

그리고 바로 결과를 도출해냈다.

니샤는 놀란 눈을 애써 가라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구래서 너히가 날 환대한다는 느낌을 주려고, 알릴라고 이러케 한 거구?”

“그래.”

“호오…….”

세키나는 씨익 웃으며 턱을 매만졌다.

“너히는 이따 선물 주께. 잘해써.”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니샤는 마치 자신이 세키나의 종복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걸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서둘러 생각을 지웠다.

“건 그렇쿠 늙은이들 주제에 쫌스런 짓은 다 하네. 진짜 미쳤나 바.”

세키나는 쯧쯧 혀를 차며 팔짱을 꼈다.

“조은 방법이 이써.”

그러고는 씨익 입술을 비틀며 사악하게 웃었다.

“내가 요번에 꽤 갠찬은 걸 얻어꺼든.”

띠링!

[SYSTEM]

상급 소환진을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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