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그곳에 용이 있었네 (1)
“하하, 이겼다! 이놈들 이거 별 것 아니구만그래!”
“버일러(貝勒, 추장) 니탕카이와 우리네 앞을 누가 막으랴!”
송두리째 불탄 우디거 부락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주션 말이고 어디부터가 조선말인지 알 수 없는 말로 사내들이 웃고 떠들었다.
지난번 혼사 예물 마련할 때 화를 피해갔던 이 마을은, 이번에는 그리 운이 좋지 못하였다.
싸움과 약탈의 흥분에 덩달아 들뜬 니탕카이가 부하들에게 외쳤다.
“이놈들아! 싸웠으면 화살값은 챙겨야 할 것 아니냐! 집마다 돌면서 숨 붙어있는 놈들은 모조리 끌어내라! 귀한 물건이 보이면 모조리 꺼내오고!”
“하하, 우리가 마을 한둘 털어봅니까요. 걱정 마십쇼.”
성저야인들에게 보탬은 하등 되지 않으면서 그들 발목만 잡던 조선 관헌들은, 니탕카이가 임 당수 혼사 다녀온 이래로 그를 달리 보기 시작하였다.
돌아온 니탕카이가 기세 흉흉한 백정 도적떼 수십을 뒤에 달고 왔고, 그 백정들이 하나같이,
‘우리 이 형(니탕카이)은 임 당수와 친한 사이요. 내가 보았소.’
하고 입을 모으니, 고작해야 저들이 나고 죽을 북변에서나 알량한 위세 부리는 토관(土官)들은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한양의 서 별감이 고을 아전들에게 명하기를, 그 니탕개인지 이당개인지 하는 놈은 민주당과 사업 함께할 사람이니 포목과 미곡을 아끼지 말고 지원하라 하였으므로, 육진 일대에서 니탕카이에게 무어라 할 사람은 끽해야 북병사(함경북도병마절도사)나 각 부의 부사들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하여 니탕카이는 겨울 내내 지탕카이가 내어준 오도리 전사들과 지리산 백정 도적들을 훈련시킨 뒤, 날이 조금 풀리자마자 두만강 넘어 우디거 놈들을 때려 부수러 갔다.
본디 야인들에게는 함부로 쇳조각 하나 주지 않는 것이 나라의 금법인데, 그렇게 준 쇠붙이가 언제 화살촉이 되어 저들을 노릴지 모르므로, 국법을 우습게 여기게 된 작금의 세태 가운데서도 북변 토관들이 그나마 지키는 법이 이것이었다.
허나 니탕카이나 그 아래의 백정들은 당당하게 장시에 나아가 대장간에서 칼날을 벼려내고 화살을 사들이니, 누구도 막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멋모르고 있던 강 북쪽의 우디거 사람들은 손조차 쓰지 못하고 번번이 당하고야 말았다. 솔호 관군만큼 무장한 무리가 마치 주션 전사들처럼 움직이며, 지금껏 그들의 편이었던 산과 들을 마음대로 쏘다니니 어찌 당해내겠는가.
고작 이백이나 될까 싶은 무리로 마을 대여섯 턴 것이 전부지만, 워낙 압승을 거두었으므로 몇몇 주션 젊은이들은
“살아남은 것들은 이게 전부입니다.”
“귀물은?”
“아직 못 찾았습니다, 버일러.”
도적 무리를 하나로 묶는데 있어 함께 노략질하는 것만한 일이 있을까. 처음에는 영 불편하던 주션과 조선 사람들은 재물 욕심 하나로 똘똘 뭉쳤다.
저들끼리 형님 아우님 하다가, 어느새 그 우두머리인 니탕카이에게도 아첨하듯 ‘버일러’ 소리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암만 싸움에 능하다지만 고작 나이 스물인 니탕카이도 솔깃해져 저들 끼리만 있을 때에는 버일러라 부르라 하였다.
“너희들 중 조선 사람이 있느냐?”
니탕카이가 (딴에는 ‘버일러’답게) 나름 목소리 깔며 물었다.
붙잡힌 놈들을 지긋이 한 번씩 돌아보자, 마침내 추레한 사내 하나가 조선말로 외쳤다.
“나리! 제가 바로 조선 사람입니다요! 잡혀온 지 거의 십 년이 넘었는데, 애도 둘이나 낳았습니다. 제발 목숨만...”
“너 하나가 전부냐?”
“그, 그렇습니다. 실은 몇 달 전에 조선 사람 하나가 더 왔다 가기는 했는데...”
“무어라?”
잔뜩 겁 먹은 판에 험상궂은 니탕카이 물음까지 들어오니, 저를 추궁한다 여긴 사내는 지레 겁 먹고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았다.
“아이고, 소인네가 망령된 말을 했습니다. 그이는 저처럼 잡혀온 게 아니라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세상 구경하는 자라고 했습니다요. 뭔가 유심히 살피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는 며칠 지나서 사라졌는데, 외톨이로 다니는 게 관에서 보낸 사람 같지는 않았습니다. 이름이 두 뭐라고 했는데...”
“그 따위 일은 중요치 않다. 어쨌든 지금 여기 잡힌 놈들 중 조선 사람은 너 하나라는 것 아니냐?”
“그렇습니다, 나리!”
“알겠다. 네놈은 가까운 경흥으로 보내줄 테니, 우리를 도와서 짐을 옮겨라.”
“아이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조선 사람이 있으면 가까운 진보(鎭堡)에 가져다바쳐 나중에 포상을 받을 수 있었다. 나머지 우디거 놈들이야, 강 건너 오도리 사람들에게 팔아넘기면 또한 짭잘한 장사였다. 개중 마음에 안 드는 놈 몇몇은 돌아가는 길에 화살 과녁으로 쓰면 그만이다.
니탕카이 저는 끝내 못 찾은 부락 사람들의 복수를 해야 했고, 오도리 젊은이들 또한 그간 노략질당한 원한이 있었으니 이것이 순리에 맞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 마을 놈들이 교역하려고 모아놓은 물건들이 어디 있는지까지 고해바친다면, 네놈 처자와 자식놈들도 곁에 붙여주마. 싫다면야 어쩔 수 없고. 아직 정정해 보이는데 어디서 재취(재혼) 못하겠느냐.”
비록 곳간 같은 것을 짓지는 않지만, 이 덜떨어진 우디거 놈들도 교역이 중한 것은 아는 고로 교역에 쓸 물건들을 따로 추려 어딘가에 모아놓곤 하였다.
여전히 벌벌 떨던 사내는 마침내 어느 집을 가리켰다. 그와 동시에 다른 우디거 놈들이 주션 말로 욕지거리 내뱉는 것을 보니, 제대로 짚은 모양이었다.
“옳거니. 야, 저쪽이다! 저기 저 집 털어봐라!”
얼마 지나지 않아 부하 몇몇이 환호하며 나왔다.
“이야, 과연 버일러십니다! 날씨 풀리는 대로 교역하려 했는지 담비 가죽이 한가득 쌓여 있습니다요.”
“힘 닿는 데까지 옮겨라. 어전(나리/대장/주인)께 많이 보내드릴수록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도 늘어날 테니.”
만약 니탕카이 자신이 버일러라면, 왕깅(한양)에서 이제 막 남쪽 바닷가로 향했다는 임꺽정 그이는 암바 버일러(대추장)일 테다.
자신과 연배도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 맨주먹으로 시작하여 벌써 나라 하나를 뒤엎지 않았는가. 그러한 칭호가 아깝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실력을 손수 겪어보았으니, 더 의심할 바는 없었다.
그리고 그 암바 버일러는 명하기를, 장차 바다 건너 일본과 교역을 하려 하니, 모을 수 있는 귀물이 있다면 모두 모아서 땅의 남쪽 끄트머리 동래라는 곳으로 보내라 하였다.
“예, 버일러.”
“다들 들었지? 얼른 옮겨라!”
이미 함흥에 딸려 있던 북조선(北漕船) 하나를 빌려두었다. 강어귀까지 올라온 배에 그간 모은 가죽과 인삼 등을 모두 실은 뒤, 무엇을 얼마나 보냈는지를 고을 아전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니탕카이의 일은 끝나는 셈이었다.
허나 이미 약탈의 흥분으로 한 번 들뜬 니탕카이의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바다 건너 일본이라. 아이신 구룬이 세워지기도 전 주션 사람들이 큰 배를 만들어 노략질하러 가기도 했다는 그곳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곳까지 누비고 다니는 임꺽정 어전(나리)과 함께라면, 니탕카이 그는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마침내 그의 그림자에서 벗어났을 때, 니탕카이라는 이름 뒤에는 어떤 영광스러운 말이 붙게 될까?
불타는 부락 한가운데에서 니탕카이는 스스로에게 그런 공상에 빠질 여유를 잠시나마 허용하였다.
민주당 임 당수가 경제사를 설치하는 큰 뜻을 받들어 먼저 일본국의 사정을 탐문하고 오겠다 하였으니, 임금이 크게 기뻐하며 이를 허여하였다.
이윽고 그 뜻에 함께하는 흑의군 수백과, 지난날 조운선 몰고 마포에 들이박았던 옛 황해도 수군들까지 그 뒤를 따르니, 의롭기가 이를 데 없었다.
적어도 『공보』에 실린 바는 그러하였다.
향전에 시달린 사족들이, 어떻게든 저들의 평판 되살려보고자 다리를 만들고 길을 닦은 덕에 고작 몇 달 사이 오가기가 매우 편리해진 영남대로를 따라 민주당 사람들은 남쪽으로 향했다.
그 우두머리 임거정 당수를 맞이하여, 동래 코앞에 있는 경상좌수영에서는 전선 여러 척을 이끌고 수조(水操, 수군의 훈련)를 거행하고 있었다.
“하하, 임 당수, 보시오. 저것이 바로 이번에 새로 만든 전선이라오. 이름은 아직 정하지 않았으나, 수영 군관들은 생김새대로 판옥전선(板屋戰船, 판옥선)이라 부르고 있소이다.”
꺽정이 눈에는 그 배가 그 배 같은데, 뭔가 엄청나게 다른 모양이었다. 그 곁에서 신나게 떠들고 있는 군관 정걸(丁傑)이 자랑스레 말하는 것을 보면 얼추 알 수 있었다.
“실은, 장차 이 남해를 통해 배가 오갈 일 늘어났다는 소문 듣자마자 곧장 여기 경상좌수영으로 달려와 소매를 걷어붙였다오.”
“아니, 그게 고작 지난 겨울 일이었는데, 어떻게 그사이에 저런 배를 만들었단 말이오?”
“이 사람이 수사(水使)는커녕 만호(萬戶)도 아니지만, 그래도 숭덕재(이윤경) 대감의 이름을 대니 모두가 따르더이다. 배를 어찌 만들지는 머릿속에 늘 있었으니, 남은 것은 선공(船工)들에게 머릿속 생각을 알려주는 일뿐이지 않겠소?”
그러면서 저 배가 어찌하여 지금껏 조운선에 총통과 화포 실어 쓰는 것과 다름없던 둔한 맹선(猛船)에 비해 싸움에 이로운지를 구구절절 늘어놓는데, 꺽정이 머릿속에는 들어오지 않고 죄다 튕겨나갔다.
이 정걸이라는 이는 본디 흥양(현 고흥 일부) 바닷가 사람으로, 나라의 전선이 둔중하여 정작 왜구가 쳐들어오면 쓸모가 없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안타깝게 여기고 있었다 했다. 무과에 급제한 뒤로는 툭하면 새로 전선 만들어야 한다고 외치고 다녀 같은 군관들 중에서도 별종이라 소문이 났다.
그리고 경제사며 대동법이며 하는 이야기가 나오기 무섭게, 때가 왔다며 이윤경에게 달려가 이 전선 만드는 일을 건의하였다. 이윤경도, 또 그 아우 이준경도 무비(武備, 군비)에는 진심이었으므로 곧장 ‘원하는 대로 하라’ 하면서 글월 한 장 써서 경상좌수사에게 보내주었다.
“그러면 저 배로 멀리 남쪽 바다까지 갈 수 있소?”
“제주도나 대마도 말씀이시오? 족히 갈 수 있고말고. 대마도에 기착하였다가 간다면 아마 건너편 구주(규슈)까지도 갈 수 있을 게요.
허나 중한 것은 그게 아니라, 갑판을 단단히 덮어 격군과 군사들을 나누고, 갑판 위에는 망루를 올리고 화포 여럿을 두어 멀리서 총통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도록 했다는...”
“아니, 아니. 내가 듣기로 저 남쪽 바다에는 무슨 섬라인지 안남인지 하는 나라도 있고, 근래에는 천축에서도 도깨비처럼 생긴 사람들이 오고 있다는데, 그런 곳까지 갈 수 있겠느냐 하는 말이오.”
“얼마나 멀리 떨어진 곳인지는 알 수 없으나... 무릇 전선이란 왜구로부터 우리 바닷가의 백성을 지키고, 또 연해의 뱃길을 마음 놓고 오갈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뜻이 있소이다. 그런 먼 바다의 일에 어찌 힘을 쓰겠소?”
아마 이지함이 옆에 있었더라면 무언가 신나게 말을 주고받으며, 이 정걸이라는 사람이 지금 너무나 좁게 생각하고 있다고 깨우쳐줄 수도 있겠지만, 배라는 것은 사람이 타고서 물 건너가는 것이다 하는 정도만 아는 꺽정이로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배와 바다라 하면 사족 못 쓰는 이지함도 이번 먼길에 꼭 따라오고 싶어했는데, 하필 올해가 식년(式年)인 임자년(1552)이라 과거 볼 때까지는 도성 떠나기가 무엇하였다.
그 대신 제가 원한다면 밤골 도령 대신 언제든 이 진사라 불러달라 말할 수 있는 이이가 따라왔으니, 이지함으로서는 그나마 귀 하나를 붙여둔 셈이었다.
허나 그 이이조차 지금은 저의 누이 따라 왜관(倭館) 쪽을 돌아다니며 일본국 사정을 청취하고 있으니, 꺽정이 홀로 정걸을 논박하기는 참으로 요원한 일이었다.
“어쨌든, 저 배를 이번에 임 당수 가시는 길에 내어드릴 심산이외다. 나라의 명이 있었으니 하등 문제 될 바도 없고, 더구나 격군도 족히 데려오시지 않았소이까?”
“그래도 되겠소?”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서둘러 만들었소이다. 왜인들에게 위엄을 보여야 하지 않겠소이까. 더구나 한 번 타보신 뒤에 그 제도의 훌륭함을 알아보신다면, 조정에 전하여 저 판옥전선을 더욱 많이 만들도록 말씀해주실 수도 있으실 것이고.”
이미 이윤경 통해 이준경과의 연줄을 만들었으니, 이제 꺽정이 통하여 민주당 연줄도 만들겠다는 심산. 과연 여간내기는 아니었다.
“생각해 보시오. 저 배에 타서, 망루 위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당당하게 대마도 엄원(嚴原, 이즈하라) 포구에 들어간다. 얼마나 멋있소이까?”
그러나 정걸의 그 다음 말을 듣고서 그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어째 이 자리에 이지함을 데려왔어야 했다는 생각만 무르익어가는 꺽정이었다.
꺽정이가 동래부 객사로 돌아올 무렵에는, 명희와 ‘이 진사’도 이미 왜관 다녀와 있었다.
분명 이이가 손윗사람인데 누님과 동생 사이처럼 보이는 것은 어째서일까. 쓸데없는 생각 하며 마루에 앉아 담소하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는데, 둘이 통 알아듣지 못할 말로 떠들고 있는 것 아닌가.
“거 뭔 소리들을 하고 있는 거요?”
“아, 낭군 오셨나요. 왜말로 떠들고 있었답니다.”
“왜말?”
오라버니와 누이동생이 동시에 대꾸했다.
“며칠 사이에 몇 마디 배웠습니다, 임 당수. 누이동생이 저만큼 총명하다 보니 금방 익히고 있지요.”
“이왕이면 함께 따라다닐 사람이 통변도 맡는 게 좋지 않겠어요? 왜국은 성현의 말씀이 전해지지 않아 예법도 잘 따르지 않는다 하니, 남녀 내외하는 것도 굳이 따지지 않을 테고요.”
“허.”
대꾸할 말을 열심히 찾던 꺽정이는 끝내 저 ‘허’ 소리 외에 말을 덧붙이지 못하였다. 분명 말재간으로는 이준경 앞에서도 밀리지 않는데, 어찌하여 명희 앞에서는 이렇게 서툴게 되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므로 대신 이이에게 물었다.
“안사람이야 그렇다 치고, 우리 밤골 선생은 또 왜 그러시오?”
“그야, 왜말을 알아야 일본국 소식을 더 잘 알 수 있으니 그렇지요. 당장 다녀오면 『공보』에 글 실어주기로 서 별감과 얘기가 다 되었습니다.”
어째 사임당 신씨가 순순히 두 사람의 일본행을 허락했다 싶었다. 물론 유독 자식들 앞에서는 성미가 약해지는 신씨였으니, 서림이가 재물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두 사람이 진득하게 청하면 끝내 받아들이긴 했겠지만.
“아, 그거 아시나요? 우리 오라버니가 글쎄, 일본국에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지 뭐에요?”
“엥? 어쩌다가 그리 되었소?”
“소 씨 사람들이 『정론보』와 『공보』를 일본국 본토에 내다 팔고 있었답니다. 일본국에는 배운 사람들이 읽을 만한 글이 별로 없어서, 꽤 좋은 장사가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라버니가 왜관에 가니, 율곡 선생이 찾아왔다면서 왜인들이 모두 감탄하지 뭐에요.”
꺽정이는 그 말을 듣고, 다음번에 모리타네인가 종성종인가 하는 그놈이 나타나면 목을 조르는 한이 있더라도 그 값은 받아내겠노라 마음을 먹었다. 감히 민주당의 사업으로 - 『정론보』는 굳이 따지자면 민주당과는 무관했지만 – 이익을 취하면서 맨입으로 일관한다니 여간 배짱이 아니었다.
그때, 명희가 뭐라 더 말하려다 말고 왜말로 크게 외치는 것이었다.
“뭐라는 게냐?”
“‘모리타네 님. 그렇게 숨어계시지 말고 얼른 나오세요. 순순히 나오면 이번에는 활 안 쏠 게요’라는데요. 모리타네는 누구고 활 쏜다는 건 또 무슨 말입니까? 대체 제 누이동생 데리고 뭔 짓을 하셨던 겁니까?”
이이가 말을 옮기다 말고 꺽정이에게 따져물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명희의 말을 알아들은 담장 밖 불청객이 제때 고개를 내밀었으므로, 꺽정이는 난처한 지경에서 쉽사리 빠져나올 수 있었다.
“흠흠. 대마도의 소 모리타네가 하야시, 아니, 임 당수님을 뵙습니다.”
하도 저들 사이에서 ‘하야시 쇼군’ 하는 것이 입에 익어서 - 『공보』가 퍼진 탓이었다 – 모리타네조차 순간 말실수를 범하고야 말았다.
“그냥 오겠노라 기별 넣고서 당당하게 찾아오지, 이게 무슨 일이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소인이 먼저 여쭈어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어쩌다가 이곳 동래까지 오시게 되셨는지요?”
‘임 장군’이 어떻게 조정을 손에 넣었는지를 알게 된 일본국의 식자들은, 대개 이렇게 짐작하고 있었다.
‘일 년 동안 그들의 왕궁을 지킨다는 것은, 그 일 년이 지날 때마다 다시금 국왕이 장군을 불러와 궁을 지킬 것을 명하게 함으로써 위신을 얻으려는 술수일 테다!’
그러므로 대마도 도주 소 하루야스(宗晴康)도, 남쪽 바다의 사정을 이실직고하여 임 장군의 환심을 산 모리타네의 독단을 벌하기는커녕 참으로 장하다며 상을 내렸던 것이었다.
심지어 다음 대 당주로 낙점된 요시시게(義調) 공을 뵈었을 때, ‘장차 우리가 함께 할 일이 많을 것이다’ 하는 칭찬까지 들었으니, 머리에 화살 맞을 위험을 무릅쓰고 그 밤중에 임 당수 뵈러 갔던 것이 스스로 대견할 수밖에 없었다.
‘일신의 무위로 조선국을 얻어낸 천하인이 정말로 일 년만 있다가 물러날 리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공보』로 전해지는 소식에 따르면, 임 당수가 그 ‘별장’ 자리를 내려놓았다 하였고, 이어서 임 당수가 일본국에 방문하기로 하였다고 했으니, 임 당수가 왕명 받들어 일본을 침략하러 오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진짜로 그 장군직을 내려놓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하여 임 당수가 동래에 당도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허겁지겁 배를 타고 건너온 모리타네였다.
그런데 저의 마음고생한 사연을 모두 털어놓았더니, 임 당수는 그저 껄껄 웃는 것이었다.
“하하하! 아직 내게 덜 얻어맞아서 그런가, 날 잘 모르나 보구려! 뭘 그런 걱정을 다 하시오?”
그러고서는, 어느새 모리타네 앞에 우뚝 서더니 그 멱살을 잡아 들어올리는 것이었다.
눈과 눈이 마주치자,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냉기가 모리타네의 등골을 타고 내려갔다.
“그깟 벼슬,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얻을 수 있다. 고작 한 나라의 권신 노릇하려고 내가 이 짓을 하는 줄 아느냐?”
털썩 소리가 나기에 아래를 보았더니, 어느새 저의 몸은 마당 땅바닥에 닿아 있었다. 임 당수가 어느새 저를 하대하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네놈은 물증이 없으면 믿지를 않겠지. 네놈들 우두머리도 그렇고. 좋다. 그러면 내 증좌(증거) 하나 보여주마. 밖에 밤이 있느냐?”
“예, 당수님!”
“밖에서 궤짝 하나만 가져와보거라!”
곧 궤짝이 들어오니, 임 당수가 그것을 열어 자랑스레 안의 물건을 보여주었다.
“두만강 너머 끝없는 숲속에서 사들이거나 빼앗은 초피(貂皮)다. 그때 네가 보았던 니탕카이 그자가 내게 보내온 것이지.”
모리타네가 알기로 담비는 멀리 북쪽에만 사는 짐승으로, 그 가죽은 매우 귀하게 여겨져 왔다. 모리타네조차도 수사(水使)쯤 되는 조선의 높은 군관들이 간혹 그것으로 몸을 꾸미는 것만을 보았을 뿐이었다.
일본 안에서는 멀리 북쪽, 에미시(蝦夷, 아이누)와 교역하는 가키자키(蠣崎) 씨가 독점하고 있다던가. 그러니 당장 바다 건너 규슈만 가도 그 값은 천정부지일 터.
그런데 그것이 궤짝에 가득 담겨 있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사기그릇, 인삼, 차. 네놈들이 귀하게 여기는 것을 나는 모두 마련하여 넘겨줄 수 있다. 이래도 내 말을 의심하겠느냐? 정 그렇다면야, 일본에 너희 말고 사람이 없을까.”
꺽정이가 허세를 섞어 다시금 겁박하였다. 진실과 겁박이 섞이니 더욱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모리타네의 마음을 후벼팠다.
그것을 지켜보는 이이는 저것도 참 재주는 재주라고 속으로 감탄하고, 이미 저의 낭군만큼이나 콩깍지 쓰인 명희는 그저 좋다고 바라보고 있었다.
허나 어느 쪽도 모리타네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이 어리석은 자가 헛소문만을 믿고 잠시 편벽한 마음을 품었습니다. 임 장군께서는 부디 이 무례를 잊어주십시오!”
연신 고개를 조아리니, 그제야 꺽정이가 껄껄 웃었다.
“하하, 잊어주지. 내가 이 일을 다시 기억하게만 만들지 말거라. 자, 그러고 있지 말고 마루로 올라와라.”
깔끔한 것 좋아하는 이이가, 일본 말로 ‘무릎이랑 엉덩이는 털고 올라오세요!’라고 군말을 덧붙였다.
병해 덕에 저의 오라버니와 더불어 차에 맛을 들인 명희는, 손님 핑계를 대며 차나 한 잔 대접하자 하였다.
그리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향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차 세 잔 – 꺽정이는 도저히 그놈의 이파리 뜨물이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었으므로 명희에게 양보했다 – 이 앞에 놓였다.
그러나 그것이 소 모리타네에게는 또 하나의 시련이 되었다.
조선과 교역할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궁벽한 시골 섬일 뿐인 대마도에는 다도에 밝은 사람이 없었고, 명성 높은 키타무키 도진(北向道陳)이나 그 제자 센 리큐(千利休) 같은 명인을 초빙하여 배울 만한 여력도 없었다.
그러니 모리타네도 다도에는 까막눈에 가까웠다. 그런데 임 당수의 아내가 손수 차를 내오니, 가뜩이나 긴장한 모리타네로서는 눈앞이 깜깜해지는 일이었다.
“뭘 그리 불편하게 있는가? 그냥 마시면 되지.”
“앗! 아, 그러면 잘 마시겠습니다.”
그제야 편하게 후후 불면서 한 모금씩 들고 있는 다른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이 조선의 다도인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차를 별로 접하지 못한 모리타네였지만, 적어도 지금 그의 입안에 감도는 향으로 보았을 때 상등품인 것은 틀림이 없었다.
대국에서 들여온 것일지도 모른다 싶었는데, 내력을 더 물었다가 임 당수 심기 거스를까 무서워 묻지는 못했다.
“실은 이번 일본행에서 뭔가 귀한 것을 챙겨올 생각이다. 나라 안에 아직도 교역이 이롭다는 것을 모르는 벽창호들이 많아서 말이지.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직접 동래까지 와서 바다 건널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모리타네에게는 다행히도, 임 당수가 먼저 자신이 동래에 온 까닭을 밝혔다.
“귀한 것이라 하셨습니까?”
“그때 그대 입으로 말하지 않았는가. 요새 일본에 남쪽 바다의 온갖 기이한 문물이 오간다고. 그런 것 하나 챙겨서 돌아오면 비로소 한양의 깜깜이 서생들도 깨우치는 바가 있겠지. 나와 우리 당의 명성은 더욱 올라갈 것이고.”
그 말 들은 모리타네가 또 깜짝 놀라며 말했다.
“헉, 설마! 지금 히라도(平戶)가 시끄러운 것도 다 임 당수께서 손을 쓰신 일입니까?”
“엥? 그건 뭔 소리냐, 또.”
임 당수 반응을 보니, 또 모리타네 혼자서 – 조선 속담을 인용하면 - 북 치고 장구 친 모양이었다.
“히라도라면... 비전(肥前), 그러니까 히젠 맞지요? 듣기로는 대국의 천주(泉州)처럼 근래 여러 나라 사람들이 오고 가는 큰 포구라 들었는데요.”
왜관을 며칠 드나들면서 말 한 마디 허투루 흘려듣지 않고 모두 꼼꼼히 정리하고 있던 이이가 옆에서 물었다.
“율곡 선생께서 정확히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거기가 왜 시끄럽단 말인가? 나는 모르는 일이니까 가감 없이 말해보아라.”
“히라도와 그 일대는 대대로 마츠우라(松浦) 씨의 영역입니다. 마츠우라 수군은 용맹하고 날쌔기로 유명하지요.
마츠우라 씨는 대대로 그 일대 바다의 주인이기도 했기 때문에, 남만인들도 마츠우라의 눈치를 보곤 합니다. 왕직과 그 무리 중 적잖은 이들이 마츠우라 당(黨) 출신이기 때문에, 왕직 또한 마츠우라 씨를 함부로 대하지는 못합니다.”
왕직이라는 걸출한 두목이 나타나지만 않았더라면, 아마 고토 일대의 왜구들도 모두 마츠우라 씨의 것일 테다.
지금은 대국 강남을 털어서 나오는 막대한 보화로 인하여 주객(主客)이 바뀐 지 오래지만, 어쨌든 히라도 포구의 주인은 마츠우라 씨였으므로 그 왕직조차 함부로 마츠우라를 대하진 못하였다.
어쨌든 왕직 이름이 나오니 꺽정이도 귀가 솔깃해졌다. 이미 똑같은 표정을 한 채 모리타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모두 머릿속에 담을 기세로 듣고 있는 이씨 남매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데 그런 히라도에서, 마츠우라 씨와 왕직을 거치지 않고 몰래 배편을 구하려다 잡힌 사람이 있었습니다. 후랑자베루(프란치스코 하비에르)라는 바테렌(伴天連, 신부Padre의 일본식 표현)이라고 합니다.”
“바테렌?”
“아, 그때 말했던 그 열 십자를 숭상하는 스님인가요?”
“아씨 말씀이 맞습니다. 그 바테렌이 지난 가을, 여기 조선으로 향하는 배를 몰래 알아보다가, 왕직의 당에게 발각되면서 일이 터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오우치 씨에서 바테렌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이제 오우치가 거의 망했으니 누구도 나서서 지켜주지 못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왕직이 히젠노카미(肥前守) 다카노부(松浦隆信) 공의 이름으로 각지 다이묘들에게 연통을 돌리기를, 남만 바테렌을 붙잡고 있으니, 원하는 자는 몸값을 내라 하였습니다.”
꺽정이가 다른 두 조선 사람을 대신하여 물었다.
“바테렌인지 뭔지, 말은 어렵게 하지만 결국 중 아니오? 중놈 한 사람을 위해 몸값을 낼 이유가 어디 있소?”
“바테렌은 그냥 승려가 아닙니다. 삼 년 전 시마즈 씨에게 처음 찾아왔을 때에는 총통을 구해 바쳤고, 천축에서 오는 남만인들이 모두 그 바테렌을 공경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남만의 화포나 기이한 문물을 구하고자 하는 이들은 바테렌에게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지요.”
“허, 중은 중인데 어지간히 귀한 중이라.”
꺽정이 눈앞이 일시 번뜩이는 듯했다. 모리타네 말대로라면, 그 바테렌인가 후랑 뭐시기인가 하는 중 한 사람만 구해서 조선에 데려다 놓으면 귀한 물건이 조선으로 알아서 올 수도 있는 것이었다.
“잘 되었다. 왕직 그놈 낯짝 구경도 할 겸, 그 몸값을 우리 당이 내야겠다. 그대가 향도(길잡이)를 할 수 있겠는가?”
“하려면 할 수, 아차, 마땅히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몸값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답답한 사람이구만, 이거. 아까 초피 보지 않았느냐? 이 나라를 꽉 잡고 있는 게 우리 당인데 중놈 하나 몸값을 못 낼까.”
물론 애초에 몸값을 낼 생각도 없었지만, 거기까지 얘기하면 이 모리타네 놈이 졸도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내는 왜국 구경을 하니 좋고, 자신은 왕직 그놈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으니 좋고. 후랑인지 호랑인지 하는 그 도깨비 중놈은 몸을 빼돌려 나올 수 있으니 좋고. 대마도 소 씨는 왕직을 거스른 이상 민주당 편을 벗어나지 못하게 될 테니 좋고.
“어떤가. 배가 준비되는 대로 떠나면 되겠는가?”
모리타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자폰(Japon)에서의 선교를 일시 접어두고 막 고아(Goa)로 돌아가려던 차, 코레 또는 디오시온(조선)이라는 인근의 나라에서 발행되는 팜플렛(『정론보』와 『공보』)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은 탓에 붙잡힌 몸이 된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는, 자신의 구원이 매우 엉뚱한 형태로 찾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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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의 만주어 독음은 ‘주션(ʤuʃiən)’ - 조선을 뜻하는 ‘솔호’나 ‘차오햔’과는 무관합니다 – 입니다. 이전 화에 ‘주르첸’이라고 쓴 것은 작가의 착오로, 모두 수정하였습니다. (주르첸은 몽골어로 여진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주션은 ‘아랫사람’이라는 뜻도 있었기 때문에 (예컨대 버일러의 주션이라 하면 그의 아래에 있는 모든 사람 –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 을 뜻합니다.) 홍타이지의 대에 이르러 ‘주션’이라는 말을 모두 폐하고 오직 ‘만주’로만 자칭하도록 정하게 됩니다.
원 역사의 판옥선은 을묘왜변 직후에 전훈을 반영하여 만들어졌고, 이를 둘러싼 전후사정은 분명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정걸이 이준경에게 직접 발탁되어 을묘왜변과 그 이후 수군 지휘관으로 복무했음을 고려하여, 정걸이 사실상 판옥선 제작이나 그 이후의 제식화에 관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추정은 가능합니다.
작중에 언급된 것처럼, 조운선과 군선으로 병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작 및 운용 비용을 줄이는 데 방점을 둔 맹선과 달리 판옥선은 군사적 활용성에 더욱 주안점을 둔 군선이었습니다. 을묘왜변 이후부터 빠르게 재편되기 시작한 조선의 화포 체계와 맞물려, 판옥선은 이후 임진왜란 시기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혁혁한 전공을 올리는 기반이 됩니다. 여담으로 1514년생인 정걸은 노익장을 발휘하여 임진왜란 당시에도 78세의 노구를 이끌고 이순신 아래의 조방장으로서 종군한 바 있습니다.
원 역사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는 작중 시점에서는 이미 일본에서의 선교를 잠시 접어두고 인도로 복귀해 있었습니다. 말라카에서 만난 일본인 안지로(세례명 바오로)를 통해 일본에 관심을 가지고 무작정 일본으로 향한 하비에르는, 인도 고아에서와 달리 썩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일본의 풍습과 문화에 적합한 선교 방식을 찾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던 탓이 컸지요.
그러나 여기에는 하비에르 본인이 알지 못하는 정치적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후원해주었던 오우치 씨의 당주 오우치 요시타카가 1551년 8월 다이네이지의 변으로 몰락하면서, 오우치 령이었던 나가토에 머물며 활동하던 하비에르 역시 후원자를 잃게 된 것이지요.
결국 하비에르는 중국에서의 선교를 먼저 진행하고, 이를 통해 일본에서 천주교 선교의 자유를 얻는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지만, 명나라에 밀입국하기 직전인 1552년 겨울 갑작스러운 열병으로 숨을 거두게 됩니다.
일본의 다도는 막부 시기에는 무사들의 고급 문화였습니다. 무로마치 막부의 권위가 붕괴한 전국시대에도 다도는 계속 발전하였고, 무사들의 교양으로서 다도가 널리 행해지게 됩니다. 작중 언급되는 센 리큐는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다도 스승으로서 유명한데, 이미 16세에 다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다도의 신동으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작중에서는 나이 서른인 한창때입니다.
작중 언급되는 히라도는 훨씬 더 대형 선박이 오가기 편리한 나가사키가 대신 떠오르기 전까지, 오늘날 오사카 근처에 있는 사카이(界)와 더불어 일본의 대표적인 무역항이었습니다. 히라도가 몰락하고 대신 그 근처의 나가사키가 부상하게 된 사정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장에서 더 부연코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