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꺽정은 살아있다-77화 (77/259)

25. 그곳에 용이 있었네 (3)

조선의 천하인을 자칭하던 거한이 무슨 중한 이야기를 저들의 주군과 나누는가 싶더니, 어느새 어린아이가 장난감 가지고 놀듯 번쩍 들어서 부리나케 포구로 도망쳤다.

이 모습을 보고 일순 머리가 멈추지 않은 마츠우라의 가신은 없었다. 일본 예순여섯 나라의 어느 집안이든 그런 광경을 보았다면 머리가 멈추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멍함이 가신 뒤에야 비로소 가신들은 하나둘씩 정신을 차렸다.

“저, 저놈들이! 여봐라! 붙잡아라! 주군을 구해라!”

하지만 그렇게 정신 차린들 별 쓸모는 없었다. 조선인들이 담비 가죽이며 온갖 귀물을 늘어놓은 채 달아나는 바람에, 그들을 막아야 할 무사나 군졸들 대신 사카이(界) 상인과 그 아랫사람들이 한가득 부두를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눈치 채고 우르르 달아나기는 했지만 – 그러면서도 어떻게 챙길 것은 알뜰하게 챙겼다 – 이미 때는 늦어, 닻은 올라가고 노는 움직였다.

그 와중 하야시 쇼군이 저들의 주군을 들쳐메고서 하늘을 날아 그 배 위로 올라가는 놀라운 묘기를 보여주었지만, 가신들은 이미 눈이 돌아가 있었기에 이를 눈에 담지 못했다.

“이놈들, 이대로 주군을 놓칠 생각이냐! 목숨을 걸고서라도 되찾아 와야지!”

“마츠우라 수군의 이름이 우리 대에서 끝나게 내버려 둘 것이냐? 당장 배를 내어라! 배를 내란 말이다!”

뒤늦게 이 황당한 소식을 전해듣고 달려온 왕직은, 발에 불 붙은 양 뛰어다니는 마츠우라 사람들을 보면서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

“이거 재밌겠구나.”

“심각한 상황 아닙니까?”

여전히 그 옆에 있던 핀투 선장이 물었다.

“뭐, 만약 내 영역인 고토의 섬들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그랬겠지만, 엄연히 이 일은 마츠우라 씨의 소관 아닌가. 저들이 이대로 달아난다면야 심각하게 되겠지만, 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하게.”

“아! 그렇군요!”

그제야 포구에서 멀어지는 배 세 척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핀투가, 이 ‘바다의 왕’의 판단력에 감탄하였다.

마츠우라 수군은 일대의 바닷길을 모두 꿰고 있거니와, 날렵한 배를 이용하여 유럽인들의 카락이나 갈레온에도 쉽사리 올라타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저들 코레 사람들의 배는, 핀투가 시나 해안에서 몇 번 본 것처럼 밑바닥이 평평한 것을 보았을 때 그리 빠르지는 못할 터였다.

“고작해야 타카노부 저자의 주변에 있던 가신 몇몇이 배 가르면 끝날 일일세. 그 자리에 내 사람을 앉힐 고민이나 하면 되겠지.”

왕직의 비웃음은 입가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평호(平戶, 히라도) 포구의 거대한 배를 보며 이미 넋이 반쯤 나간 정걸이었다. 정신 나간 소리를 들었을 때 빠져나갈 넋이 미리 떠나 있었으므로, 임 당수의 무모한 계책을 들었을 때 정걸은 오히려 침착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수전(水戰)의 제일은 화포였다. 그리고 큰 배에는 화포를 더 많이 실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임 당수가 벌집을 건드리면, 저들 왜구와 송포씨(마츠우라) 일당은 포구에 정박한 큰 배를 이끌고 나올 것이다. 조선 군관의 머릿속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전의 왜변 때야, 저런 배가 없었으니 어쩔 수 없이 날랜 소선(小船)을 타고 왔겠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겠는가.

때마침 그들이 포구에 들어온 직후 바람과 조류가 모두 포구에서 빠져나가기 어렵게 바뀌었다. 저들의 대선(大船)은 보아하니 오직 바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듯하였으므로, 돛과 노를 모두 쓰는 판옥선과 대맹선에게는 오히려 유리하게 된 셈이었다.

설령 격군들이 지쳐 나가떨어진다 해도 다들 한 힘 하는 흑의군이 있으니 무엇이 걱정이랴.

정신 차린 종씨(소 모리타네)는, 조선 선인들은 해로에 익숙지 않고, 또 저들 왜인들은 조선인들과 달리 배 위에서의 싸움에 매우 능숙하며, 그에 비해 조선 배들은 이 판옥전선 한 척을 제외하면 변변한 무장도 없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걸이 임 당수의 계책이 비록 위태롭지만 아예 불가하진 않다고 단정할 수 있던 것은 바로 위와 같은 계산을 마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계산은 왜구들이 추격을 시작하자마자 깨지게 되었다.

“이보쇼, 군관 나리. 놈들이 느릿느릿 움직일 수밖에 없을 거라 하지 않았소?”

“아이고, 제가 뭐라 했습니까! 마츠우라 당은 고작해야 세키부네(關船)나 고바야(小早)만 쓰지, 저런 큰 배는 쓰지 않는다고요!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꺽정이는 느긋하게, 소 모리타네는 다급하게 따져 묻고, 이 조선의 전선 위에 오르자마자 꽁꽁 묶인 신세가 된 마츠우라 타카노부는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어 눈만 데굴데굴 굴릴 뿐이었다.

왜구들은 저 산처럼 거대한 배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중맹선과 소맹선 사이 크기의 배를 어디선가 내어오더니, 그것을 타고 빠르게 노 저어 나아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아무리 그들이 노를 힘껏 젓는다 한들, 얼마 지나지 않아 따라잡힐 것이 명백했다.

판옥선보다 둔중한 대맹선은 기껏해야 한 각이면 붙잡힐 것이요, 그나마 사정 나은 판옥선도 낯선 바다 위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저들과 이제라도 교섭할 수는 없겠소? 어쨌든 저들의 추장은 우리가 붙잡고 있으니...”

정걸이 말을 꺼내자마자 모리타네가 쏘아붙였다. 자칫하면 소 씨 전체가 이 일에 가담한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무가(武家)의 체면을 건드렸으니, 이제 저들과 어떻게든 교섭하기는 글렀습니다! 지금 달려오는 저들은 보나마나 칼로 저들의 주군을 되찾고 무공을 세우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겁니다.”

“뭐, 그럼 싸워야지 별 수 있나.”

꺽정이가 담담하게 말했다.

“언뜻 보니 저들은 배가 작아 총통을 싣지 못하는 듯하오. 만일 그렇다면 우리가 반드시 불리하지도 않을 것이외다.”

정걸마저 맞장구를 치니, 모리타네 홀로 발을 동동 구를 뿐.

허나 정걸도 조선의 군관이었으므로, 그들이 저들 왜인에게 먼저 잘못을 하였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애초에 저들 왜인들이 그 괴승 후씨인가 하는 사람을 붙잡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었다. 임 당수가 왜추(倭酋)를 속여내어 붙잡아온 것이 잘못이라면, 북변의 야인 오랑캐를 속여서 죽이는 것도 죄가 아니겠는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암, 암. 여기서 놈들에게 한 방 먹이는 쪽이 이야기가 빨리 통하긴 할 게요.”

“그러나 저들은 명성 높은 마츠우라 당입니다! 다가오는 즉시 배 위에 올라 피바람을 흩뿌릴 터인데...”

이백여 년 전 한창 쇼니 씨가 마츠우라 당을 끌어들여 고려를 노략질 할 때, 기착지로 쓰이며 때로는 고생하고 때로는 중간에 떨어지는 것을 심심찮게 챙겼던 쓰시마다. 그때의 기억이 이야기가 되어 섬에 전해 내려오고 있었으므로, 모리타네로서는 두려움을 거두기가 어려웠다.

“뭐, 저놈들이 마츠우라 당이면 우린 민주당이오. 군관 나리, 저쪽 대맹선에 배를 가까이 붙여주시오. 내게 생각이 있소.”

세키부네 네 척과 고바야 열 척에 나누어 탄 마츠우라 수군 무사들은 노잡이들을 한창 닦달하고 있었다.

“더 빨리 저어라! 내가 이치반노리(一番乗, 적진 또는 성에 가장 먼저 돌입하는 것)를 하게 되면 반드시 포상하마!”

“가까워지고 있다! 마츠우라 당의 으뜸가는 가신인 이 몸이 반드시 주군을 구해야 한다!”

조선의 천하인이 일본의 다이묘를 친히 납치했다는 놀라운 이야기는 저 사카이 상인들의 입을 통해 긴키(近畿, 교토 일대)로 전해질 것이요, 거기서 다시 갈래갈래 퍼져나갈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 이야기의 결말은 정해지지 않았다. 히라도 무사들이 못나기로 으뜸이라는 비웃음을 살 것인가? 아니면 조선의 천하인을 제압하고 주군을 구한 무사로 예순여섯 나라에 명성을 떨칠 것인가?

처음에는 그저, 오늘 지나고 가신 여럿이 배를 가른 다음 생길 주군 근처의 빈 자리만을 생각하던 마츠우라 무사들은, 저 조선 배들이 생각보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을 보자 이러한 욕심에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나리, 저것 보십시오!”

“아니? 신가리(殿, 후퇴하는 군대의 후미를 지키는 부대)인가?”

큰 배 한 척과 그보다는 조금 작고 둔한 배 두 척으로 이루어진 조선 선단 가운데, 작은 배 – 그래도 그들이 탄 세키부네보다 크고 높았다 – 한 척이 떨어져 나왔다.

“배가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쪽으로 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빙 도는 놀라운 묘기를 보여주더니 곧장 그들을 향해 나아왔다.

“야, 이놈들아! 내가 바로 임꺽정이다! 네놈들 추장이 무례를 범하여 예절 가르쳐주고자 잠깐 데려왔는데, 너희는 또 뭔 음흉한 짓을 하려고 이리 무리를 지어 나아오느냐?”

뱃머리에 덩치 큰 조선인 하나가 서더니 쩌렁쩌렁 저들 말로 외쳤다. 그 곁에는 조그만 사람 하나가 붙들려 있는데, 행색을 보니 분명 야마토 사람이요, 그 복식은 얼추 보아도 지체가 높아보였다.

“저자입니다! 포구에서 주군을 납치한 자가 틀림 없습니다! 그 옆은 우리 주군이실 것입니다!”

“과연! 저 정도 배포는 되어야 천하인을 칭하는군. 좋다! 저렇게 나서는데 무시하는 것은 무사의 도리가 아니지! 가자!”

세상 어디에 주군이 신가리를 맡는 이치가 있다는 말인가? 그러므로 저것은 나머지 두 척이 달아나게끔 시간을 벌려는 수작이 아니라. 당당한 한 판 합전(合戰)으로 승부를 보자는 뜻이 틀림없었다.

“하야시 쇼군! 이 사람은 마츠우라 당의 이름난 무사, 코테다 마타고에몬(籠手田又右衛門)이오! 쇼군의 도전, 마땅히 받아드리겠소! 곧 칼을 맞대리다!”

“비겁하다! 배에 오르지도 않고 나노리(名乗り, 전쟁터에서 맞수와 통성명하는 행위)를 하다니! 하야시 쇼군! 이 사람이야말로 그대의 상대요!”

암만 히라도가 번성하는 포구라지만, 그래본들 규슈 한구석의 작은 영지다. 그 바깥으로 명성을 떨칠 수 있는 이 기회에 눈이 먼 무사들은, 저들조차 농담거리로 삼던 옛 조상들의 도를 갑자기 따르고 있었다.

앞다투어 뭐라뭐라 소리지르면서 각자 저들의 이름은 무엇이고 딴에는 명성 자자하다고 떠들어대니, 조용히 해결할 계제가 진작 지났음을 꺽정이에게 알려주는 꼴이었다.

애초에 마츠우라 쪽에서 보면 난데없이 저들 주군이 납치당한 꼴이었고, 더구나 상대는 조선의 천하인이었다. 저쪽도 나름의 실력이 없지는 않겠으나, 갑주도 제대로 차려입지 않은 채 오직 칼 한 자루만 차고 있었으니, 명성을 얻기가 이렇게 쉬울 수 있겠는가?

그리 생각한 무사들은 세키부네도 느리다며 숫제 더 작은 고바야에 옮겨 타기 시작하였다.

하야시의 배는 그들의 세키부네보다 조금 높았으므로 고바야와는 차이가 꽤 있었다. 허나 훨씬 큰 당선(唐船, 중국 선박의 일본식 통칭)도 마음대로 오르내리는 마츠우라 수군에게는 우스운 높이였다.

“하야시 한 사람이 있을 뿐, 나머지 조선 놈들은 허약하기 그지없다! 오르기만 하면 공훈은 따 놓은 것과 진배없다!”

그리 생각하며 내가 가장 먼저 올라갔노라 고래고래 소리치며 첫 발 내딛은 무사들은, 비명과 함께 차례로 바다에 떨어졌다. 그나마 바다에 떨어진 쪽은 운이 좋은 축에 들었다.

당당하게 이름 밝혔다가 하필 재수 없게 꺽정이 앞으로 고개 내민 코테다는, 주먹 한 방에 저의 칼을 빼앗기고, 그대로 다리 붙잡혀 거꾸로 들리게 되었다.

“아악! 이것 놓아라! 놓으시오! 놓아 주십시오!”

천하인의 배포가 어쩌고, 예순여섯 나라에 명성을 저쩌고 하던 것이 무색하게도 금방 간청이 나왔다. 그 청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쇼군의 마음을 울렸는지, 그대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오냐, 놓아주마.”

그 다리를 붙잡은 채 붕붕 돌리며 쇼군이 험악하게 웃었다.

“어, 어? 으아아아!”

사람이 마치 돌멩이처럼 멀찌감치 날아가 물보라 일으키는 것을 본 마츠우라 당 사람들은 절로 주눅이 들었다.

“에잇... 에워싸라! 모두 저 배를 노려! 고작 저 정도로 겁을 먹을 것이냐?”

저 정도로 벌써 겁을 먹은 가신 하나가 애써 외쳤다.

왜놈들 배가 꺽정이 탄 대맹선을 에워쌌다. 한 척을 여러 척이 포위하다 보니, 자연스레 배 하나하나에서 이쪽에 오를 수 있는 곳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말한 대로 네놈들은 틀어막기만 하면 된다! 뚫릴 것 같으면 얘기하고!”

“예, 당수!”

“당수님, 동래 돌아가는 대로 늠료 늘려주시리라 믿습니다!”

꺽정이 따라온 흑의군 패두 양벽이 외쳤다.

“갑절은 받아야 하겠습니다!”

“세 곱절! 세 곱절!”

방패와 환도 들고 열 명 무리를 하나씩 이끌던 패두들이 덩달아 외쳤다.

“네놈들 중 죽는 놈 몫 나누어주면 되겠구나!”

“아이고, 이거 죽으면 안 되겠습니다그려!”

조선 안에서야 관군이 워낙 형편없어 낙승 거두고 심지어 한동안 금군 노릇까지 한 흑의군이라지만, 그들 스스로 그들의 수준을 알았다. 출신으로 치면 고작해야 좀도둑이나 도성 뒷골목 무뢰배들 아닌가.

그들이 꺽정이 주먹과 발길질에 당해가며 익힌 싸움 재주나 일신의 용력이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반면 상대는 그 무서운 왜구.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도망칠 방도도 없고, 또 임 당수가 어딜 가든 사고 치고 다니는 것을 모르면서 따라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저들 팔자를 탓하며, 어떻게든 살아보려 발버둥쳐야 하지 않겠는가.

억지로 주고받는 우스갯소리는 그나마 긴장을 풀어주었다.

“올라온다!”

“대가리만 골라서 때려라! 놈들은 죄다 머리를 밀고 다니니 유달리 아플 것이다!”

진짜 방패와 급히 뜯어낸 나무판자가 섞여 만들어진 방패의 벽이 왜군 군사들을 막았다. 그러나 개중에는 잽싸게 난간이나 방패를 딛고 뛰어올라 갑판으로 올라오는 놈도 있었다.

“잊지 마라! 우리는 버티기만 하면 된다!”

“앗, 넘어왔다!”

“막아라! 으악!”

흑의군 하나가 섣불리 환도 뽑았다가, 왜도에 당하여 쓰러졌다.

“이 자식이!”

눈에 불 켜진 양벽이 저도 모르게 발길질을 하였다. 엉터리 태껸이었지만 꺽정이 덕(또는 탓)에 갈고 닦은 용력이 있다 보니, 왜놈은 고대로 뻥 차여 넘어졌다. 하필 난간에 머리통이 부딪힌 왜놈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네놈들이 칼질로 막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관군 갑사 마주했다 생각하고 함부로 홀로 나서지 마라!”

올라오자마자 칼부림하는 꼴을 보니, 모리타네 말마따나 저들은 서로 피 흘리며 싸우는 것이 일상인 고로 말보다는 칼로 곧장 해결을 보려는 듯하였다.

그러나 칼을 어디 저놈들만 쓰라는 법이 있는가.

“임 당수! 괜찮겠습니까?”

마츠우라 놈들을 속이기 위해 타카노부의 겉옷을 빼앗아 가짜 타카노부 노릇을 하였던 모리타네가, 아까보다도 걱정 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는 가문의 앞날보다 저의 앞날을 먼저 걱정해야 할 지경이었다.

“어차피 저 세키인지 새끼인지 하는 배는 아니 오고 작은 배로만 건너오고 있지 않소? 족히 해볼만 할 게요.

요새 나름 잠잠하게 있었더니, 칼이 자루 속에서 통 햇빛을 못 보았더란 말이지. 이 기회에 목욕이나 시켜줘야지.”

그 말 마치기 무섭게 또 한 놈이 올라왔다.

“또 왔다!”

“이놈!”

이쪽이 뚫리고 저쪽이 무너지니, 그리 넓지 않은 갑판 위에서 꺽정이 홀로 종횡무진.

“하야시 쇼군! 이 사람이 바로 마츠우라의 무사 야스마사... 억?”

칼 한 번 번뜩이니 사람 하나가 둘로 쪼개진다.

그중 큰 조각을 발로 뻥 걷어차니, 배 아래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당수! 또 넘어왔습니다!”

대꾸할 겨를도 없이 갑판 딛고 몸을 날린다. 왜놈은 그대로 꺽정이 몸에 맞아 바깥으로 튕겨나갔다.

“이쪽에도...!”

“막아라! 막아!”

어느새 난간에서 방패로 막는 것은 포기한 흑의군들은, 방패로 벽을 만든 뒤 꺽정이 칼 닿는 쪽으로 왜놈들을 몰아넣기 시작했다.

“옳지, 잘한다!”

그러나 왜선에서 올라오는 놈들은 끊어지지 않았다. 고바야 한 척의 사람이 다 떨어지면 그 뒤에 다른 한 척이 당도하고, 세키부네 네 척도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왓다.

꺽정이 또한 암만 용력과 무예가 뛰어나다지만, 갑주는 입지 아니하였고 저들의 왜도는 날카로웠다. 생채기가 나고, 옷이 찢어지며, 종국에는 쇠가 살을 스쳤다.

“허, 이놈들 끈질기구나!”

“당수, 조심하십쇼!”

그 말 듣기도 전에 꺽정이 칼날이 등 뒤에서 그를 노리던 놈의 갈비뼈를 꿰뚫었다. 그러나 놈도 죽기 전 단도를 꺼냈다.

“어림없다!”

발로 차 그놈 몸에서 칼날을 빼내고 곧장 목 향해 휘두른다. 그러나 이미 단도는 내질러진 터. 찰나의 틈을 타 겨우 급소를 피해 어깨로 칼날을 받았다.

“당수!”

“난 괜찮다! 네놈들 목이나 간수해라!”

어느새 갑판 위에는 흑의군이 반, 마츠우라 무사들이 반.

그러나 흑의군이 왜놈들 독하다고 놀라는 만큼이나, 뒤늦게 올라온 마츠우라 무사들도 경악하였다.

“아, 아니... 저것이 정녕 사람인가!”

흑의군과 마츠우라 사이 쌓인 시체가 한가득인데, 그 사이에는 남과 저 자신의 피로 옷 붉게 물들인 임꺽정이 서 있었다.

배든 뭍이든 한 번 오르기만 하면 피바람 몰고 다니던 마츠우라 수군. 그러나 이제 배 위에서 적수를 만났다. 그것도 그냥 적수가 아니라, 흉신악살 같은 대적(大敵).

그제야 정신 차린 무사 하나가 어색한 조선말로 말을 걸었다.

“하야시, 아니, 임 장군! 이렇게 처참한 살육을 언제까지 이어가실 것입니까! 우리 당주만 돌려주시면 갈 길 가겠습니다!”

“싸움은 너희가 먼저 걸어오고서 그런 말을 다 하느냐?”

조선 속담으로는 이를 적반하장이라 하던가. 그 뻔뻔함에 같은 편인 모리타네조차 놀랐다.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당주님을 납치하신 것은...”

“그 전에 너희가 내게 와야 할 귀인을 붙잡은 것이 죄고, 또 이 몸 알아보지 못하고 무례 저지른 것이 죄다, 이놈들아.”

꺽정이가 침 한 번 툭 뱉으며 숨을 골랐다. 주변을 둘러보니 왜선 대부분은 이 대맹선 한 척을 에워싸고 있고, 판옥선과 다른 대맹선 한 척 쪽에는 그저 소선 한두 척이 가 있을 뿐이었다.

꺽정이네 배가 시선 끄는 사이, 어느새 판옥선도 아까보다는 가깝게 다가왔음을, 그러므로 왜놈들은 알지 못할 터.

“그리고 네놈들 찾는 그놈은 다른 배에 있었다. 그러니 네 청을 들어주고 싶어도 못 들어준다.”

“예? 그 무슨...?”

“그러니까, 지금 깃발 막 올린 저쪽 저 배 말이다.”

꺽정이 말을 알아들은 녀석이 고개를 돌리니, 비로소 다른 이들도 함께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부쩍 다가온, 큰 배 한 척.

그리고 들려오는 조선말 호령.

“방포하라!”

불꽃과 연기가 번뜩 보이더니, 한 발 늦게 폭음이 쩌렁쩌렁 울렸다.

그리고 벼락이 날아왔다.

이 대맹선 한 척을 노리고서 고바야부터 세키부네까지 차례 기다리듯 늘어서 있는 대열의 옆구리를, 판옥전선의 총통이 그대로 강타했다.

재수 없는 고바야 한 척은 그대로 두 조각이 나고, 세키부네 한 척도 곧장 기울었다. 놀란 다른 배들도 성급하게 뱃머리를 돌렸다.

“천세! 천세!”

“이겼다!”

이미 대맹선 위에 오른 마츠우라 수군의 무사와 군졸들은 망연자실한 채 그 광경을 지켜볼 뿐.

“뭐, 그토록 찾던 네놈들 주군을 만나게 되었으니 잘 된 일 아니냐. 그 칼이나 얼른 내려들 놓아라.”

“...라고 하시는구나.”

앞서 조선말 하던 무사가 그대로 말을 옮겼다.

주군을 구한다는 그럴듯한 명분과 이름을 떨친다는 그럴듯한 실리를 위하여 부리나케 달려나간 마츠우라 무사들은 둘 다 건지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이 초라하게 돌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하다 못해 이가 갈릴 법한 배들이 다시 히라도 앞바다에 나타났다.

“대체 하야시 쇼군은 어디서 나타난 자인가! 무슨 생각으로 저런 짓을...!”

연로하여 미처 배를 타고 나가지 못한 가신들은 한탄하였다. 그러나 한탄하는 까닭은, 저들이 뜻밖의 행각을 벌여서라기보다는 가장 골치아픈 짓만 골라서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적질 경력 오래된 꺽정이 또한 이를 알고 있었다.

왜구도 구(寇) 자를 쓰니 도적의 일종이다. 이는 『천자문』에도 나와 있다.

그러므로 꺽정이는 판옥선에 돌아온 뒤 말하기를, 지금쯤 다시 히라도 앞으로 돌아가면 이미 기가 꺾인 놈들은 더 못 버티고 사람을 보내올 것이라 하였다.

이름에 죽고 이름에 사는 선비들과 달리, 도적은 어떻게든 목숨을 이어나가야만 하는 법. 장사와 도적질을 함께 하는 놈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제 와서 전력을 다해 조선 배들을 격멸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미 소문은 모두 퍼졌고, 적잖은 손실을 입었으며, 갖은 수를 써서 조선인들을 해치운다 한들 그 비용을 보전해줄 이도 없었다.

이미 잃은 것이 컸으니 이제 어떻게든 손실을 줄여보려 발버둥칠 때였다.

당장 타카노부인지 융신(隆信)인지 하는 이 왜인 대명도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던가.

“임 장군, 이 어리석은 자가 크나큰 무례를 범했습니다. 저를 돌려보내 주신다면 반드시 그 바테렌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바짝 숙이는 타카노부에게도, 저 수지타산 외에도 나름의 속셈이 있었지만, 꺽정이와 조선인들은 알지 못하는 바였다.

“내 무엇을 믿고 네놈을 보내주겠느냐?”

“임 장군의 사람을 부려 글 한 장만 부쳐주십시오. 그리하면 바로 바테렌이 풀려날 것입니다.”

“무슨 글을 쓰려 하느냐?”

“장군께서 이렇게 히라도에 와서 무위를 보이심은, 저 왕직과 같은 자들을 품으실 생각이 없으시기 때문이겠지요.”

“그건 틀렸다. 왕직 그놈이 분수를 알고 내 아래로 들어온다면야 언제든 기쁘게 받을 생각이다. 그놈이 이 어르신 계신 줄 모르고 날뛰니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아... 과연!”

천하인의 당당한 포부에 감탄하는 시늉을 하는 타카노부였다. (보다 정확히는, 임 장군의 언행 하나하나가 ‘천하인의 당당한 포부’여야만 타카노부의 체면이 덜 깎이게 될 터였다.)

“다만 왕직에게는 여전히 저와 저의 집안이 필요합니다. 마츠우라 수군은 이 일대를 수백여 년에 걸쳐 지켜왔기 때문이지요.”

바닷길 장사(빈번히 노략질을 곁들이는)를 통하여 굶주림으로부터 지켜왔다는 뜻이었으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하여, 그에게 저의 몸값을 내라 할 심산입니다. 왕직은 간교한 자로, 손해와 이익을 헤아림에 있어 빈틈이 없으니 바로 응할 것입니다.”

“그리 하거라.”

그 말대로 붓과 종이를 내어주고, 명희로 하여금 화살에 묶어 그 편지를 포구로 쏘아보내게 하였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 때까지도 응답이 없기에, 화살 한 번 더 쏘아야 하나 고민하던 차.

마침내 저쪽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맙소사.”

아주 큰 움직임이.

히라도 포구를 가득 채우다시피 한 거대한 남만선, 그들의 말로는 카라카(Carraca, 카락)라고 하는 배가 돛을 펼쳤다.

야속하게도 그사이 바뀐 풍향은 저들의 편이었다.

“뭐, 너무 두려워는 마시오. 여차하면 저 배 빼앗아서 우리가 타고 가지 뭐.”

꺽정이가 허세 담아 다른 이들에게 말했다.

그사이 바짝 다가온 거함 뱃머리에, 사내 셋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멀쩡하게 생긴 사람 하나, 그리고 도깨비 둘.

저놈들이 그 소문의 남만인일 텐데, 한 놈은 제 뜻으로 서 있는 반면 다른 하나는 영 쭈뼛대는 것이 눈에 띄었다. ‘

“저자가 밭이랑(바테렌)인지 논이랑인지 하는 그 도깨비 중이구만. 그 옆에 있는 건 왕직이고.”

타카노부가 꺽정이 말에 맞장구를 제때 쳐 주었다.

“말씀하신 바가 모두 맞습니다, 임 장군.”

“하, 뻔한 수작이구만. 기를 죽여보시겠다?”

어쩌면 도적놈들 마음은 다 거기서 거기란 말인가. 꺽정이 자신이 왕직처럼 저만한 배를 굴리는 수적이었다면 아마 똑같은 짓을 했을 것이다.

허나 그 마음을 알만하다 하여 위세 부리는 판에 어울려줄 이유는 하등 없었다.

“이봐, 타카노부.”

“예, 장군.”

“혹시 높은 곳을 무서워하느냐?”

옆에서 배를 구경하던 명희가 퍼뜩 정신 차리고 말을 옮겨주었다.

“이 자가 어리석어 말씀의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다. 높은 곳 무서워하냐고. 너도 명색이 한 고을의 수령인데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되지 않으냐.”

그런 상냥한 마음도 품을 줄 아는 사람이 아까 낮에는 대체 왜 그랬느냐. 하는 원망스러운 물음이 목젖까지 올라왔다가 겨우 내려갔다.

“흠흠, 딱히 두렵게 여기지는 않습니다.”

“잘 되었군. 내 등 잘 붙잡고 있어라.”

“... 라고 하십니다. 잠깐, 뭐라고요?”

“네? 어어?”

통변하던 명희조차 놀라서 반문하였다. 허나 어디 타카노부만 할까. 놀라는 것에 더불어, 하루에 두 번이나 다른 사내에게 통째로 몸이 들리는 불쾌한 일을 겪게 되는 타카노부였다.

“꽉 붙잡아라. 떨어지면 네 잘못이다.”

꺽정이는 타카노부를 번쩍 들어, 마치 아이 돌볼 때처럼 등에 업더니, 그 자리에서 껑충껑충 뛰어 돛대 위로 올라갔다.

“야! 왕직 놈아! 너만 큰 배 있다고 위세 부리니 그리 좋으냐?”

근엄하면서도 무예 뛰어나고 자긍심 높은 조선의 천하인 하야시 쇼군과, 그런 쇼군을 말로 설득하여 곤경을 벗어난 지혜로운 히젠노카미(타카노부)라는 거짓말을 꾸며내어 어떻게든 저의 체통을 지켜내보려 마음 먹은 타카노부였다.

그러나 임 장군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 급조되었지만 거창한 계획에 구멍을 뻥뻥 뚫고 있으니 어찌하겠는가.

다만 이쯤에서는 신불을 원망하는 것도 이미 관두었으므로 딱히 더 안타깝거나 하지는 않았다.

--- *** ---

가정왜구의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동중국해를 아우르는 해상 무력세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력은 육상전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결과 함대함 수상전에서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1565년 벌어진 후쿠다 만(福田浦) 해전입니다. 왕직이 몰락한 후 포르투갈 상인들은 대형 선박이 접안하기 다소 불편했던 히라도를 떠나 새로운 항구를 찾고 있었는데, 인근의 다이묘 오무라 스미타다(大村純忠)가 나가사키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히라도를 떠나게 됩니다.

세력이 작았던 오무라 스미타다는 오우치 세력을 흡수하며 빠르게 부상하던 류조지 씨를 막기 위해 포르투갈과의 교역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고, 1563년에는 최초로 세례를 받은 다이묘가 되기도 했습니다 (세례명은 바르톨로메오였지요.). 오무라가 포르투갈 상인들을 꼬드기는 것을 경계한 마츠우라 타카노부는 나가사키로 향하던 포르투갈 선박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게 되지요.

포르투갈 상인들은 거의 경계를 내려놓고 있었고, 세키부네 10척과 고바야(소형 세키부네) 60여 척에 나누어 탄 마츠우라 수군은 포르투갈 측의 대형 카락선에 거의 저항을 받지 않고 승선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뒤늦게 카락을 호위하던 갈레온이 이를 발견하고 대포를 쏘기 시작하자, 마츠우라 측은 단번에 세키부네 세 척이 침몰하는 궤멸적인 타격을 입고 퇴각하게 됩니다. 여러모로 훗날 임진왜란에서 일본 수군이 당한 수난의 전주곡이라 할 수 있는 이 전투로 히라도는 국제 교역항으로서의 지위를 빠르게 상실하고 나가사키가 부상하게 됩니다.

작중에서 수군으로 이름 높은 마츠우라 수군이 판옥선의 화포 사격 한 번에 달아나는 것은 그러므로 고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빈번하게 등장하는 ’일본 예순여섯 나라‘란, 일본의 통치체계가 확립된 헤이안 시대에 정해진 행정구역 체계, 즉 율령국(律令國)을 말합니다. 각 국(쿠니國)는 처음에는 행정단위였지만, 그 기능을 상실한 뒤에도 각 지역의 명칭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원래는 쓰시마와 이키 섬을 포함하여 68개 쿠니인데, 일본 내외를 막론하고 – 조선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66국’이나 ‘88주’, ‘60여 주’ 등의 표현이 관용적으로 쓰였습니다.

지난 화부터 언급된 사카이는 교토의 외항으로, 무로마치 막부 시기 일본이 중국 중심의 조공무역망에 참여하게 되면서 크게 발전하여 전국시대 말까지 크게 번영한 상업도시였습니다. 특히 전국시대에는 상인들끼리 일종의 자치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바로 옆 오사카에 성을 쌓고 자신의 정치적 중심지로 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카이의 번영은 오사카에 흡수되게 됩니다. 지금도 오사카 부 아래의 사카이 시로 남아 있지요.

작중에 등장하는 대맹선 등의 조운선, 판옥선 등의 군선은 모두 바닥이 평평한 평저선입니다. 평저선은 원양항해 능력이 제한되고 최대 속력도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작중에 언급된 것처럼 제자리 선회가 가능할 만큼 선회력이 뛰어나고 화포 사용시에도 반동 제어가 쉬운 장점이 있었습니다. 즉 연안항해와 방어에만 주력하던 조선 수군 및 수운체계에 적합한 형태였지요.

반면 작중에 언급되는 다른 모든 배들, 즉 일본 해양세력이 애용한 세키부네와 고바야 – 아직 아타케부네(안택선)는 세토내해 쪽에서 막 개발되는 중입니다 – 는 물론이요, 복선과 광선 같이 원양항해가 가능한 정크선, 그리고 카락선과 같은 대항해시대 시기의 유럽 함선들은 모두 바닥이 V자로 뾰족하게 생긴 첨저선입니다. 장단점은 상술한 평저선의 장단점을 그대로 바꾸어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특히 작중 언급된 카락선은, 이 무렵 포르투갈이 원양항해에서 주력으로 사용하던 함종이었습니다. 카락을 보다 대양항해에 적합하게 개량한 갈레온(갤리온)으로 빠르게 전환한 스페인과 달리, 포르투갈은 16세기 동안 계속 카락을 아시아 일대에서 사용했습니다. 대신 최대한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개량이 이루어져, 최종 단계에 이르러서는 1천 톤을 넘기는 대형함도 운용되었습니다. 이때 주로 선수와 선미 쪽의 전고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량이 이루어졌음을 고려하면, 작중 꺽정이 일행이 느낀 압박감은 결코 작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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