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황금 새장 (1)
주님의 해 1555년이 다 끝나갈 무렵만 하더라도, 많은 에우로파 사람들은 이듬해는 조금 조용할 것이라 여기곤 했다.
이는 나름의 근거가 있는 생각이었다. 모든 해가 1555년처럼 다사다난할 수는 없는 법이었으므로. 아우크스부르크 제국의회에서는 황제 손에서 그 인장을 빼앗은 아우 페르디난트와 제후들이 신교와 구교, 또는 정통과 이단 사이의 화의를 공인하였으며, 낙담한 황제는 퇴위를 선언하였다가 번복하였다.
그러나 곧 밝혀지기로. 1555년의 소란이 미스트랄(Mistral, 남프랑스~서지중해에 부는 강력한 겨울철 북풍)이라면 1556년의 파란은 북해의 폭풍우와 같았다.
사람의 형상을 한 폭풍이 에우로파를 한바퀴 돈 결과, 이탈리아에는 나라 아닌 나라, 즉 이탈리아 연맹이 생기고, 프랑스에서는 왕이 바뀌었으며, 잉글랜드에서는 왕자가 갑자기 만들어졌다. 빚더미에 앉아 있기만 하던 에스파냐는 이제 자신이 깔고 앉았던 빚에 그대로 깔리게 되었으며, 대신 왕실에 소소한 평화를 얻었다.
그 외에도 포르투갈에서는 나이가 적지 않던 주앙 3세가 한 번 쓰러진 이후로 계속 골골대게 되었고, 또 저지대에서는 그 주인인 압스부르고 가문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수군대는 목소리가 거리 곳곳에 맴돌았다.
“이만하면 제법 알차게 보낸 한 해 아니오?”
교주력(敎主曆, 서력기원Anno Domini) 일천오백오십칠년을 지중해 바닷가의 발렌시아(Valencia) 항에서 보내게 된 꺽정이의 단상이었다.
“이게 ‘제법 알찬’ 해라면, 그대가 ‘아주 보람차다’ 칭할 만한 것은 대체 어느 정도일지 상상조차 하기 두렵구려.”
부루퉁한 셀림이 술 마시다 말고 술맛 떨어지는 대꾸를 했다.
미스트랄이 너무 거세게 부는 바람에, 일행은 본디 오늘 출항하려던 것을 이틀 뒤로 미루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발렌시아를 비롯해 지중해 연안의 도시들 대부분은 셀림뿐 아니라 여느 무슬림이 머물기에 썩 좋은 곳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지금이야,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평화조약에 이어, 교황청 중재 하에 에스파냐-베네치아-오스만 투르크 삼자 평화조약까지 추진된다는 풍문이 파다했지만, 불과 한두 해 전만 해도 프랑스의 앙리 2세와 손잡은 오스만 투르크 해군과 사략함대(즉 해적)가 바다에 맞닿은 도시란 도시는 죄다 노리고 다녔던 것이다.
“우리 동네 스님들 말을 빌리면 이게 다 업보요. 듣자하니 여간 패악질을 부린 게 아니던데. 왜구 노릇을 하루이틀도 아니고 수십 년을 했는데 여기서 좋은 소리 들을 리가 없지 않겠소.”
갤리선 노잡이로도, 또 일꾼이나 첩으로도 인기 많은 우루바(유럽) 노예 장사는 제법 돈이 되는 일이었다. 팔아도 돈이 되고, 몇 년 부려먹다가 마침내 그 가족이나 자선사업 하는 수도회에서 몸값 받아내어도 꽤 짭짤하였다.
그러니 반대로, 그런 일을 당하는 쪽에서는 무슬림이라 하면 이를 갈 수밖에.
“그리 따지면 기독교인들도 말타(몰타)와 크브르스(키프로스) 등지에 진을 치고 우리 무슬림들의 배를 약탈하기를 예사로 하였으니 그쪽에도 죄가 있는 셈이오. 우리 해군과 사략함대는 포로를 잡으면 노잡이를 시키든 노예로 팔든 목숨은 붙여주지만, 기독교인들은 전 재산과 목숨까지 빼앗아버리니 악독하기는 오히려 더하오.
그리고 그 간악한 자들의 피 묻은 장물 중 적지 않은 부분은 이곳, 발렌시아 항구에서 처분되었겠지. 그러니 누가 누굴 함부로 탓할 수 있겠소? 더구나 아버지께서 서방인들과의 평화에 마음을 두신 이후로 우리 함대는 기독교인들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았다 들었소이다.”
그러나 숙소에 틀어박혀 포도주 홀짝거리는 - 이대로 귀국하게 되면 또 한동안은 눈치를 보아야 할 것이므로, 셀림은 나름 음주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었다 - 셀림과 달리 꺽정이는 바깥을 마음대로 쏘다닐 수 있었다. 엊그제 들었던 풍문을 슬쩍 꺼내는 꺽정이였다.
“얼마 전 또 어드메 고을이 노략질을 당했다 하던데.”
“그건 우리 해군이 아니라, 해적들일 게요.”
저들 편일 때는 사략함대요, 그렇지 않을 때는 해적이었다.
“그자들은 말로는 우리 위대한 나라의 봉신을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저들끼리 뭉쳐 스스로 다스릴 뿐이라오. 숭고한 문에서도 그것을 알지만, 통제할 힘도, 명분도, 이유도 없기 때문에 내버려둘 뿐이지.”
자연스레 술잔 내미는 꺽정이에게 한 잔 따라주며 셀림이 말을 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그대가 한 일은, 아마 동방이든 서방이든 전례 없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 고작 운하 파는 일, 그리고 운하 너머에 교역할 만한 상대 만드는 일을 위해 여러 나라를 뒤엎다시피 해버렸으니.”
“왕자님 아버지께서 부탁한 대로 이루어졌다 할 만하지 않겠소? 껄껄.”
적어도 쉴레이만은 허리가 반으로 접히거나 난데없이 득남을 하지는 않았으니, 소소한 소동 일어난 것으로 그쳤다는 데 만족해야 할 터였다.
“하지만 그대들의 행적이 기록에 오래 남는 것과는 별개로, 이곳에서 이루어낸 일들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두고 볼 일이라 하겠소. 기독교인들과 우리 무슬림들의 싸움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고, 묵은 원한만큼이나 그 싸움으로 이득 보는 이들도 많거든. 그들이 어찌 가만히만 있겠소?”
그런 작자들 때문에, 자신이 발렌시아의 유명한 술을 당당하게 마시지 못하고 이렇게 숙소 한구석에서 몰래 마셔야 한다는 것을 못내 아쉽게 여기는 셀림이었다. (애초에 무슬림이 술을 당당하게 마시는 것부터 문제라는 점은 가볍게 잊었다.)
헌데 그런 투덜거림이 의외로 진지하게 나오니, 의도치 않게 정곡을 찌른 셈이었다. 물론 꺽정이야, 그것은 남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 여길 뿐이었지만, 그래도 듣자하니 제법 일리 있는 말이라, 언제고 이탁오나 엘리자베스에게도 그 말 전해줄 생각을 품었다.
“사람이 어째 술고래가 되더니 전보다 더 총명해진 것 같소.”
“라틴 말로 ‘포도주 속에 진리가 있다(In vino veritas)’ 하더군.”
어쩌면 포도주의 효험이라기보다는, 함께 술 나눠 마시는 이들과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며 견식 넓힌 것이 더 큰 공을 세웠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굳이 그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각국을 돌며 그 사정을 제대로 살핀 것만 해도 사실 많은 이득을 얻은 셈이었다. 셀림 개인으로서도, 오스만 투르크로서도. 그러나 셀림 본인조차 이를 자각하지 못했으므로, 그저 눈앞의 은인인지 아닌지 애매한 자와 더불어 대작만 할 뿐이었다.
며칠 지나니 미스트랄이 조금은 잦아들어, 동방 사절단은 그간의 후대에 겉치레 사의를 표한 뒤 닻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막 해안가가 멀어져갈 무렵, 다시 미스트랄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히, 풍향은 북서를 유지하여 배가 이베리아 반도 쪽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더구나 풍랑은 조금 일지언정 날씨는 쾌청하고, 지중해의 겨울 날씨라 해보아야 조선 사람들에게는 산뜻한 가을 날씨였다. 이탁오나 도키치로 정도나 저녁에 살짝 바닷바람 쌀쌀하다 느낄 뿐.
그 와중에, 리스본에서 유대인 상인들의 창고를 털어 챙긴 재보들 중 몇몇이 풍랑에 배 흔들리는 사이 궤짝 째로 엎어져 뚜껑이 훌러덩 열리는 사소한 사고가 있기는 했다. 허나 그 외에는 모든 것이 평온하였다. 파도는 거세게 일었으나, 돛 한껏 부풀리며 쏜살같이 나아가는 뱃길에는 그마저도 얌전하게 느껴졌다.
“··· 아닌 게 아니라, 걱정할 만한 일이기는 합니다. 아예 옛 로마처럼 지중해 전체를 통일하지 않고서야, 바다를 두고 싸움이 또 벌어질 수도 있는 노릇이지요. 명운을 걸고 싸우는 것이야 각자 알아서 할 일이지만, 그것 때문에 기껏 뚫은 장삿길이 도로 막히면 곤란할 것입니다.”
한가한 틈을 타, 발렌시아에서 셀림이 엉겁결에 짚은 문제를 언급하니 이탁오 반응은 이러하였다.
“그러면 우리가 힘 써서 막을 방도는 있겠소?”
“그야, 여기 있는 엘리자베스 대감이 알아서 할 일 아니겠습니까?”
“우선 제게 좀 투자라도 해주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지요. 아직 이름뿐인 동인도회사에 뭘 기대하시나요?”
물론 말이 ‘이름뿐’이지, 실제로는 잉글랜드 내에서 제법 사람들의 관심과 투자를 모으고 있었다. 엘리자베스 튜더의 이름, 그리고 동방 사절들이 보장한 교역의 권리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잉글랜드를 떠나기 전에 믿을 만한 상인 몇몇을 모아, 회사의 구색은 갖추어 놓았으니, 지금쯤이면 꽤 그럴듯한 모양새가 완비되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잉글랜드 내에서나 그럴듯하지,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 나라도 아닌 일개 회사가, 오스만 투르크와 베네치아 - 아니, 이제는 이탈리아 연맹 - 그리고 에스파냐와 프랑스까지 복잡하게 얽힌 지중해의 이권다툼에서 목소리를 내려면 얼마나 큰 세를 모아야 하겠는가.
“반대로 여쭙겠소. 우리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소? 얘기 나온 길에 논의나 해 보십시다. 이래 봬도 사업당 분표를 제법 가지고 있는 몸이라, 장삿길 경기에 집안의 흥망도 걸려 있다오···”
꺽정이 자신이 굳이 끼어 있을 필요는 없는 듯한 이야기가 나왔으므로, 슬쩍 선실 밖으로 나와 바람이나 쐬기로 했다.
쪽빛 바다는 그대로, 팽팽하게 부푼 채 햇빛 받아 하얗게 빛나는 돛도 그대로. 아무 일도 없는 평온함에 심심하여 유유자적 널부러져 있는 셀림과 흑의군도 그대로.
“바람이 여간 거센 게 아니구려.”
꺽정이가 기지개 펴며 말하니, 아무리 보아도 물은 아닌 듯한 무언가를 태연자약하게 마시고 있는 셀림이 대꾸했다.
“나도 뱃일은 잘 모르지만, 선장은 그게 오히려 걱정이라 하더군.”
“어찌 그렇소?”
“지금은 지중해 북쪽일수록 북풍이 세게 부는 계절이라 남쪽으로 빙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하였소. 그쪽은 기독교인들에게나, 우리 무슬림들에게나 위험한 해역이오. 한쪽에는 우리 해군과 사략함대가, 다른 한쪽에는 튀니스의 에스파냐 함대와 말타의 광신도들이 있으니.”
‘말타의 광신도’, 또는 성 요한의 구호기사단(Knights Hospitaller)은 여러 해 동안 오스만 투르크의 골칫거리였다. 다른 해적들은 이익을 위해 약탈을 한다면, 구호기사단은 오로지 약탈을 위한 약탈만을 하는 독종들이었다.
갓 술탄으로 즉위하였을 무렵, 이들의 행패를 보다 못한 쉴레이만은 십만 대군을 일으켜 그들의 본거지 로도스 섬을 공격했다. 허나 술탄이 친정까지 하였음에도 고작 칠백 명에 불과한 기사단은 끝까지 저항하였고, 결국 기사단 병력과 주민들의 철수를 조건으로 협상한 뒤에야 겨우 섬을 점령할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쉴레이만만큼 젊고 야심찬 황제였던 카를 5세는, 이들의 용맹함이 제법 쓸모 있으리라 여겨, 본거지를 잃은 구호기사단에게 말타 섬을 내주었다. 결국 구호기사단이 악명 떨치는 해역이 서쪽으로 조금 밀려났을 뿐, 변한 것은 없는 셈이었다.
“뭐, 그래도 나름 카를로스 어르신이 신경을 써주어서, 이렇게 우리를 호위하는 배도 곁에 두고 있지 않소? 설마 같은 편인 줄 뻔히 알면서 딴짓을 할까.”
꺽정이가 양 옆에서 그들이 탄 갤리선을 호위하는 에스파냐 소속 전선들을 가리켰다.
“모르는 일이오. 오히려 우리 쪽 해적들의 오해를 살 수도. 어쨌든 이렇게 바람이 세다는 얘기는, 곧 다른 이들도 바람의 방향만으로 우리의 항로를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오.
여차하면 돛을 접고 노만 저어서 갈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바람이 우리 등 뒤에서 불 때에는 굳이 그런 수고를 들일 이유도 없거든. 그러니 께름칙하게 여기면서도 바람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해적들만큼 그런 이치를 잘 알고 대비할 자들도 없지.”
“그럴 때면 우리 왕자님께서 슥 나서서 ‘이놈들’ 하면 될 일이지. 천주교고 청진교고 한솥밥 먹는 사이에 이렇게 화합을 하니 얼마나 편하고 좋소?”
“그럴지도.”
코스탄티니예로 돌아가는 순간, 술을 맘대로 못 먹는 것뿐 아니라 다시 바예지트와 생사결단을 벌여야 할 것이었으므로, 셀림은 제법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허나 듣는 꺽정이로서는, 발렌시아에 이어 이곳 배 위에서까지 재미없는 소리 일색이라, 곧 이 주정뱅이 왕자와 수작 붙이기를 포기하고 배 위에서 소일하는 다른 흑의군들이나 괴롭힐 생각을 품었다.
뒷짐 지고 갑판 위를 돌아다니다 보니, 뭔가를 열심히 만지작거리는 도키치로가 눈에 들어왔다.
일전에 북풍으로 배에 실은 궤짝이 넘어졌을 때, 귀중한 베네치아 유리 공예품들이 들어있는 궤짝도 함께 뚜껑이 열렸다. 유리 파편이 낭자하게 흩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깨진 것은 없는 듯했지만, 거기 실려 있던 돋보기 안경 몇 개는 끝내 찾지 못했다.
그리고 바람이 조금 잦아든 뒤에야 그 안경, 아니, 안경이었던 것을 찾게 되었다. 다른 묵직한 궤짝 사이에 끼어 테는 부러지고, 안경알은 깨지지는 않았지만 제법 흠집이 많이 났다. 쓰려면 쓸 수야 있겠지만, 물건으로서의 값어치는 이미 거의 없어진 셈이었다.
하여, 쓸모 없게 된 것 장난감으로나 쓰라며, 진기한 물건 구경하라고 흑의군 녀석들 손에 넘겨줬는데, 그것을 가장 좋아하는 이는 바로 도키치로였다.
“거 누가 잔나비 안 닮았달까봐 안달이라도 났느냐. 퍽 재밌게도 가지고 노는구나.”
그러고 보면, 생김새와 나이가 따로 노는 것이 문제일 뿐, 패거리 중 가장 연소한 녀석이 도키치로였다. 그 다음으로 연소한 밤이가 도키치로보다 세 살 손위라고 하면 누구도 믿지 않을 터.
“헤헤, 오목하기도 하고 볼록하기도 한 것이 신기하긴 하잖습니까.”
그러고서는 눈치껏, 방금 전까지 조물딱거리고 있던 유리알 두엇을 건네주었다. 꺽정이까지 저의 유리알 유희에 끌어들여, 그 누구도 제가 어린것처럼 논다고 무어라 못하게 만들 영악한 심산의 발로였다.
“당수, 이것 보십쇼. 유리알 두 개를, 하나는 엄지랑 검지로 붙잡고 하나는 손바닥이랑 새끼손가락으로 붙잡은 다음 나머지 손가락으로 대롱을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들여다보는 것이지요.”
딱히 할 일도 없겠다, 별 생각 없이 그 장난질에 어울려주기로 한 꺽정이는 그대로 따라했다.
“이야, 신통도 하다.”
한참 떨어진 쪽 바다가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보였다. 퍽 신기한 조화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 제가 하루종일 이것만 붙잡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천하의 임 당수까지 연신 신통하다 소리 내며 이쪽저쪽 둘러보는 것을 본 도키치로 머릿속에는, 불현듯 저것을 동쪽으로 가져가 팔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 옆의 잔나비 일가붙이가 그런 심산을 품든 말든 멀리 있는 것 구경하기에 바쁜 꺽정이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야, 저게 무어냐?”
“무엇이 말입니까?”
“저기, 저 배들 말이다. 어째 우리 쪽으로 오는 듯한데. 내 손가락 뻗은 저쪽 한 번 보아라.”
조금 더 들여다보니, 깃발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분명 십자 모양이었다.
“왕자님, 이리 와서 저것들 좀 보시오. 저놈들이 그 뭐시기 기사단이오?”
도키치로 옆구리 찌르며 꺽정이가 말했다. 도키치로는 눈치껏 제 손으로 대롱 모양 만들어 셰자데 얼굴 앞에 들이대었다.
“저 깃발은 분명 말타의 십자가가 맞소. 거 참, 말하자마자 저렇게 나타난다니, 기이한 일이로군.”
지중해의 해적들은 연안의 어지간한 항구에는 다 저들의 사람을 심어두었다. 코스탄티니예에는 기사단의 첩자가, 발렌시아나 튀니스에는 바르바리 해적들의 첩자가 각각 있었고, 이들은 때로는 몸값을 받는 창구 역할도 했으므로 다들 알면서 그 존재를 쉬쉬하며 용인하고 있었다. (다만 그 어떤 무슬림도 말타에서 첩자 노릇을 할 만큼 대담하지는 않았다.)
그런 판이니, 같은 기독교 편인 발렌시아에서의 출항 소식을 몰타 기사단이 모를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굳이 사절단 앞을 가로막을 이유도 없었으므로, 셀림은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곧 알게 되겠지, 무어.”
선장의 지시에 따라 뱃사람 몇몇이 돌아다니며, 주의를 주고 다녔다. 구호기사단이 그들을 공격할 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들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었다.
그사이 한결 가까워진 배를 여전히 신기한 그 유리알로 - 그사이 도키치로는 어디서 유리알과 맞는 나무 대롱까지 하나 구해왔다 - 구경하던 꺽정이가 말했다.
“그런데 어째 한판 싸움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 같소? 배 위에 타고 있는 놈들도 어째 왕자님네 나라 사람들 같은 복식을 하고 있고.”
이번에는 꺽정이에게 옆구리 안 찔리고도 바로 셀림에게 유리알 대롱을 건내주는 도키치로였다.
“아니, 잠깐? 그대 말이 맞소. 뭔가 이상한데···”
“정 이상하다 싶으면 붙잡고 물어보면 될 일이오. 보아하니 저놈들도 이쪽으로 넘어오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양인데, 무어.”
무릇 진상을 밝히는 데는 주먹질만한 것이 없다 여기는 꺽정이가, 손목 두둑 꺾으며 말했다.
머나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지중해에서의 해적질은 정해진 법도를 지켜 왔다.
첫째로, 슬쩍 다가가 그들의 뒷배 아무개 공(公)이나 제독, 또는 신앙 같은 명분을 운운하며 멈춰세운다.
“주의 이름으로! 거짓된 말과 간사한 속임수를 퍼뜨리고 다니는 그대들은 멈출지어다! 우리는 라 발레트(Jean Parisot de la Valette) 단장의 지휘를 받는 성 요한 기사단이다!”
“너희가 나머지 에우로파를 속일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신실한 구호기사단은 그런 거짓을 꿰뚫어보았다! 나머지 뱃사람들은 들어라! 배에 탄 승객들만 우리에게 넘긴다면 너희는 해치지 않겠다!”
잘만 하면, 이렇게 적당한 언변만 내세워도 상대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었다. 숙련된 해군 상대로는 먹히지 않는 수법이었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효험 있는 듯했다.
에스파냐 배들은 같은 편인 줄 알았던 구호기사단의 이름이 나오니 곧 우왕좌왕하였고, 가운데에 있는 사절단의 배, 바로 그들의 목표인 그 배 역시 도망치거나 하지는 못했다.
둘째로, 그렇게 술렁대는 사이 배를 가깝게 붙인다. 요새는 화포니 무어니 하는 것이 발달하여 어지간한 나라의 해군은 몇 문씩은 싣고 있긴 했지만, 해적들은 그것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 마지막으로 권고한다! 즉시 항복해라! 너희가 무기를 내려놓지 않는다면, 우리가 나서서 무기를 떼어놓겠다!”
물론 저들이 여기서 무기를 내려놓든 말든, 그 다음 절차는 그대로 진행될 터였다.
셋째로, 적당히 가까워지면 밧줄과 널빤지를 걸치고 건너간다. 한 척이 먼저 눈길을 끌고, 그 옆에 뒤이어 다른 배들이 하나씩 접현하여 인신(人身) 및 재물 인수인계 절차를 마무리짓는다.
“쳐라!”
“햣하!”
그런데 뭔가 반대로 벌어지고 있었다.
밧줄도, 널빤지도 걸쳐지지 않았건만, 사람이 넘어왔다.
그러니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넘어’왔다’. 그것도 아주 큼직한 사람이.
“그래, 도적의 본업은 원래 다른 같잖은 놈들 족치는 것이지. 어찌 임금들만 골라서 때려잡고 다니겠느냐? 자, 가진 것 다 내놓으면 목숨 붙여주는 것은 고려해 보겠다.”
알아듣지 못할 말 - 조선말 - 로 거한이 떠들었다. 형언할 수 없는 기세에 이쪽 해적들이 짓눌린 사이, 검은 옷 입은 기묘한 생김새의 사람들이 휙휙 넘어온다. 처음 넘어와 갑판을 반쯤 박살낸 거한만큼은 아니어도, 저들 모두 기세가 날카롭다.
“저런. 어르신 말씀하시는데 대꾸도 아니 하는구나. 너희가 이처럼 무도하니 내 친히 너희에게 도(道)를 가르쳐주마.”
공자 이르기를, 아침에 도를 듣고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하였다 (朝聞道夕死可矣).
죽은 자는 말이 없으므로, 갑판을 피로 흥건히 물들이며 죽어간 자들이 과연 도를 깨달았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허나 분명한 것은,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자들은 도를 깨닫느니 그냥 계속 살기를 바란다는 점이었다.
“저, 저게 무엇이냐!”
“샤이탄(사탄)! 샤이탄이다!”
마츠라 당의 이름 높은 수군도, 휘왕 왕직도, 류큐 앞바다에서 그들 상대한 에스파냐군도 당해내지 못한 재앙덩어리를 너무나 쉽게 여긴 게 화근이었다.
분명 사신들이 타고 있다 들었는데, 이제 보니 사신(死神)도 함께 타고 있던 모양이었다.
한없이 푸른 쪽빛 바다와 눈부실 만치 환한 구름을 배경삼아 사람의 피는 흩날리고, 어떤 전리품 얻을 수 있을지만 기대하던 해적들은 곧 눈을 의심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심할 것은 그들의 눈이 아니라 생존의 가능성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도망쳐라! 도망쳐!”
“이 멍청한 놈들! 우리 수가 더 많다!”
“저기 호위하는 전선들도 지금 정신 차리고 우리 쪽으로 오고 있지 않습니까! 얼른 달아나야 합니다!”
“시끄럽다! 저들이 합세한다 해도 아직 할 만 하단 말이다! 우리의 앞날이 이번 일에 달려 있음을 모르는 것이냐!”
“앞날이고 뭣이고 살고 봐야지, 멍청한 놈아!”
“뭐? 지금 선장에게 무어라··· 크억!”
등이나 배에 칼을 찔러넣는 적절한 의사결정 과정 - 해적 기준으로는 - 끝에 남은 해적선들은 모두 뱃머리를 돌렸다.
“노예들이 죽어도 좋다! 채찍질을 아끼지 마라!”
“이미 실패한 이상, 붙잡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차라리 다음 기회를 노리자!”
그렇게 용감하게 반대 방향으로 전속 돌격하는 배들을 가만 바라보고 있을 꺽정이가 아니었다.
“한 번 시작한 이상 끝은 봐야 하지 않겠소, 선장?”
방금 전의 그, 무위(武威)라고 불러주기조차 섬뜩한 그 모습을 본 선장의 얼굴은 방금 전에 보았던 것에 비하면 분을 칠한 듯 하얘져 있었다.
“그, 그 말씀이 맞습니다! 전속 전진! 노를 저어라! 바람도 우리에게 유리하다!”
그리고 얼굴이 하얗게 된 만큼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깃발이 오르고, 사람의 고함이 오가며, 호위하는 에스파냐 갤리선들도 역시 노를 젓기 시작했다.
허나 영문도 모르고 당했다가, 역시 영문도 모르고 ‘구호기사단’을 추격하는 쪽보다는 자신의 정체와 상대의 정체를 모두 아는 쪽이 더 빠르기 마련이었다. 지피지기(知彼知己)의 효험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잡혔을 때 좋은 꼴은 못 볼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추격이 계속될수록, 금방 따라잡을 것만 같았던 배들은 도통 가까워지지 않았다.
“애 좀 더 써보시오!”
“더 빠르게는 어렵습니다!”
꺽정이 재촉에, 선장이 난색을 표했다.
“이미 한 척은 확실히 제압했지 않았던가요? 돌아가서 그 배의 생존자들을 심문합시다. 더 이상 추격했다가는 오히려 매복에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소싯적부터 군략과 승마 등등, 남정네 취미라 할 만한 것은 모두 골라서 즐기던 엘리자베스가 어느새 다가와 제안하였다.
“아, 그렇지!”
꺽정이 입에서 탄성이 나오니, 셀림과 이탁오도 꺽정이가 (웬일로) 무작정 밀어붙이는 대신 뒤로 돌아가려는 줄 알았다.
허나 엉뚱한 말이 뒤이어 나왔다.
“천주교든 청진교든, 상대방을 붙잡아 노잡이로 쓰고 있다고 하지 않았소? 흐흐, 이렇게 하십시다들···”
배 한 척이 네 척을 쫓는 기묘한 상황. 그러나 거리를 좁히지 못하여 안타깝게 여기고 있는 저쪽과는 달리, 이쪽 해적들은 반대로 거리를 넓히지 못하여 안달이 나 있었다.
마침내 머리 좀 돌아가는 자 하나가 외쳤다.
“에이, 저놈들, 쉽게 떨어지지도 않는구나! 흩어져라! 부채꼴로 흩어져! 살 놈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동무들을 위해 희생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저들만 살려는 것인지는 몰라도, 다들 그 말에 따라 선수를 제각각 뒤틀어 서로 비스듬하게 멀어져 갔다. 이대로라면 못 되어도 한 척만 붙잡히고 끝날 것이요, 잘하면 아예 깔끔히 따돌릴 수 있을 터였다.
그때였다.
아까보다 조금 멀어지기는 했지만 아직 고함을 지르면 들릴 만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저쪽 배에서 무어라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알라후 아크바르! 자비롭고도 관대하신 우리의 신과 그분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이름으로, 너희 믿는 자들은 노를 놓아라! 이는 술탄의 아들인 나 셀림의 명령이니, 따른다면 보상을 내리리라!”
아랍어와 투르크어로 먼저 고함이 들려오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독교인들이여! 신앙의 형제들이 구하러 왔노라! 당장 노를 놓아라! 나,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튜더가 자유를 보장하겠다!”
이어서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로 완전히 다른 내용을 외쳤다.
배의 노잡이 노예들은 출신은 제각각이었으나, 믿는 바는 둘 중 하나였다. 심지어 노잡이들에게 방금 전까지 채찍 내려치던 자들도, 약삭빠르게 먼저 개종한 기독교 노예 출신들이 많았다.
그들이라고 모르겠는가. 해적질도 이제는 끝물이라는 것을. 우두머리들이 수군대고 졸개들이 떠드는 것을, 귀 있는 자들이 놓칠 리 없었다.
그들의 두령이, 몰타 기사단을 사칭하여 셰자데와 그 일행을 해코지한다는 대담하다 못해 무모한 의뢰를 덥석 받아들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심상치 않은 눈빛이 오가고, 곧 노에서 손이 떨어졌다.
“기습을 당한 불리한 상황에서도 한 척 빼고 모두 나포하였으니, 이만한 승리도 드물 것입니다. 돈 림께서는 실로 대단하십니다! 과연 직함에 어울리는 무용이로군요!”
재수 없이 가장 먼저 다가온 해적선 위에서 어떤 참상이 벌어졌는지 직접 목도하지 못한 호위선 선단의 함장은 그저 찬사만을 늘어놓았다. 전과만 두고 본다면 그 말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
포로들, 그러니까 자신은 무고한 기독교인 또는 무슬림임을 눈치껏 주장하지도, 또 다른 동무들로부터 저 사람은 무고하다 인정받을 만큼 인정 두둑하지도 못했던 해적들은 굴비두름 신세 되어 배 위에 실려 있었다.
그 수가 적지 않아, 암만 보아도 잡졸인 놈들은 호위선에 나누어 싣고, 나리 소리 들었을 법한 놈들만 모았는데도 수십은 족히 되었다.
“그래, 네놈들 정체가 무엇이냐? 암만 보아도 뭐시기 기사단은 아닌 것 같고.”
“그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신의 은총을 받은 용사인 것은 틀림없는 듯하오. 허나 우리 배 한 척이 달아나 이곳에서 벌어진 싸움에 대해 알렸으니, 곧 우리의 동료들이 이 배를 추격할 것이오.
바라건대 승자의 관용을 베풀어, 우리가 몸값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해주시오. 그것이 이 바다의 법도요.”
머리 좀 돌아가는 녀석 하나가 남들보다 먼저 재빨리 답했다. 눈치 없이 ‘차라리 죽여라!’ 한다던가, 그들에게 이 난감한 의뢰를 맡긴 이가 누구인지 이실직고를 한다던가 하기 전에 나섰으니, 실로 훌륭한 인재가 아닐 수 없었다.
꺽정이가 그놈 면상을 뜯어보니, 어린놈이 제법 똘망똘망하여 머리를 굴린 듯하였다. 과연 그놈이 아직 남아 있을 동료들을 언급하자, 나머지 포로들도 기세가 돌아왔다.
허나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답변은 제대로 안 하고 그냥 시덥잖은 겁박 놀음이나 하시겠다? 좋다. 네놈들이 구호기사단이라니, 그 말타인지 소타인지 하는 섬에 데려다 주마. 거기서 네놈들 풀어주고, 네놈들 우두머리한테 어찌 된 영문이냐며 돈으로 보상하라 하면 되겠지. 그러지 않으냐?”
그들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은 많았다. 어찌하여 분명 술탄에게 충성한다고 자처하는 자들이, 이 사절단이 탄 배를 공격했는가? 그것도 심지어, 구호기사단을 사칭하면서?
그냥 평범한 해적들이려니 하면서 넘어가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그러므로 모르는 체하며 이렇게 협박하니, 과연 겨우 돌아온 기세가 금방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 차라리 지금 말씀드리고 더 나은 처우를 구하겠소. 어차피 말타로 끌려가 고문당하게 되면 모든 것을 고백하게 될 테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대임을 금새 깨달은 젊은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래, 처음부터 다 불어보거라.”
“사실은 이러하다오···”
그 입에서, 그들에게 이번 일을 맡긴 이의 정체가 발설되자, 곧 갑판 위에 매우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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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의 기원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부분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1608년 네덜란드 공화국 정부에 렌즈 제작자 한스 리퍼세이가 망원경 특허출원을 시도한 것을 그 발명 시점으로 치고 넘어가기는 하지만, 정작 당시 네덜란드 당국에서는 이미 널리 상용화된 기술에 대해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하였습니다. (다만 리퍼세이가 망원경의 제조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점은 인정하여, 그의 공방에서 생산되는 망원경 여러 점을 주문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어떤 시점부터, 누구에 의해 망원경이 상용화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만드는 기술은 이미 북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서유럽에 널리 보급되었고, 항해술이나 화포술 등 망원경을 필요로 할 만한 분야도 많았기 때문에, 16세기 중후반 어느 시점에 동시다발적으로 발명되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을 뿐입니다.
작중 언급된 것처럼, 지중해를 둘러싼 오스만 투르크와 기독교 세계의 쟁탈전이 격화되면서 양측은 해적 또는 사략함대 - 둘의 구분은 늘 모호했습니다 - 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해군 전통이 약했던 오스만 투르크는, 흔히 바르바리 해적으로 불리는 북아프리카 해안의 해적들을 사략함대로 운용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돈 키호테>로 유명한 미겔 드 세르반테스도 이들에게 붙잡혀 노잡이로 몇 년간 고생을 한 바 있지요.
이후 17세기에 접어들어 갤리선의 시대가 끝나고, 레판토 해전에서의 패배 이후로 지중해 해상패권 경쟁도 사실상 일단락되면서 바르바리 해적들은 더욱 날뛰게 됩니다. 오스만 술탄을 명목상의 주군으로 모시면서 이들은 서지중해 곳곳에서 날뛰었고, 나중에는 대서양까지 나아가 아이슬란드까지 약탈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들도 끝내 시대의 흐름을 이겨낼 수는 없었고, 19세기 초에 이르러서는 신생국인 미 해군에게도 패배당하는 등 크게 몰락하게 됩니다. 이후 프랑스가 이들의 거점인 북아프리카 해안을 통째로 식민화하면서 바르바리 해적의 명맥은 완전히 단절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