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나무에서 내려오다
정론보에 ‘퇴계와 남명 두 선생께 답하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기사 하나가 실렸는데, 지은이는 바로 북경에 머물고 있는 이탁오였다.
이는 곧, 얼마 전 퇴계와 남명 두 사람이 공동으로 낸 보론(報論, 사설)에 화답하는 글이었다.
이르기를,
‘근래 두 분 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헌법이 전례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금세(今世)에 긴요한 것이며 치란(治亂)의 요결이 되는 것이니 유자라면 마땅히 살펴 당의(黨議)랄 것을 세워야 한다 하셨습니다. 소생이 생각건대 실로 그 말이 간곡하면서도 이치에 닿습니다.
헌법이란 종래에 없던 것이니, 그러한 허황됨은 배격하고 소위 구법(舊法)과 구례(舊禮)를 지켜야 한다 말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함부로 바꾸면 금수와 같이 된다 하는데, 그 말대로라면 하은주(夏殷周) 삼대(三代)가 모두 전대의 예법을 헤아려 가감하였으니 우탕(禹湯, 우임금과 탕임금)과 주공(周公)은 모두 잘못을 범한 셈입니다.
삼대의 훌륭한 정사조차 마음에 들지 않을 만큼 눈이 높은 자들이니, 금세의 그 어떤 일인들 마음에 들겠습니까? 그만큼 속이 뒤틀린 자들이니 두 분 선생과 독자 제현(諸賢)은 아량을 베풀기 바랍니다.
현량한 사람들은, 겨울에 모시옷을 입을 수 없고 여름에 갖옷을 입을 수 없음을 압니다. 그렇다면 겨울에 무슨 옷을 입어야 하겠습니까? 개가죽 옷도, 소가죽 옷도 있으며, 북방에서 나는 담비 가죽옷도 있습니다. 개중 어떤 것은 따뜻하고 어떤 것은 허술할 텐데, 입어보지 않고 어찌 함부로 단정하겠습니까? 그것을 다른 이들보다 먼저 살피고, 배운 바를 남에게 알리는 것이 바로 선비의 소임 아니겠습니까?’
조선 사람이 쓴 문장이 한 달도 되지 않아 북경에 닿고, 그것을 보고 중국 사람이 쓴 글이 다시 한 달이 지나기 전 조선에 닿아, 종이에 찍혀 나온 뒤 일본에 닿았다.
조선말은 유창하지만 진서의 문리(文理)까지 트이지는 않은 도키치로에게는, 헌법에 있어서 탕평당도 가만 있어서는 안 된다며 조선 땅에서 갑론을박 벌어지고, 또 바다 건너 불구경하는 강남 서생들이 저들 나라의 정사에 대해 수근수근 논하기 시작하는 것은 그저 남의 일일 뿐이었다.
그저 탁오 선생 이 아무개라는 이름이 반갑기도 하고, 또 이곳 사카이 항에서 정론보 읽는 시늉을 하면 모두들 탄성 내지르며 배우신 분 대접하곤 하였으므로 같은 종이를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을 뿐.
“아, 도키치로 공. 여기 계셨군요.”
성도 없이 그냥 ‘도키치로’라는 이름뿐이니, ‘공’이라는 칭호와 어울리지 않았다. 허나 미리 찻집에 와서 기다리던 도키치로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 아마 도키치로 저의 아버지뻘 될 – 상인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민주당 하야시 쇼군의 가신 되시는 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비범한 기운이 가게 밖에서부터 느껴지더군요, 하하!”
그 의도가 훤히 드러나는 것을 서로 아는, 정직한 아첨이었다. 사카이의 약재상인 고니시 류사(小西隆佐)가 사람 좋게 웃었다. 아첨과 달리 웃음은, 비록 상인의 웃음일지언정 진심인 듯하였다.
“만나기를 원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이렇게 찾아왔는데, 무슨 일이신지요?”
도키치로는 나름대로 공손한 말투를 갖추려 노력하며 대꾸했다. 그러나 하필 보고 배운 것이 꺽정이와 흑의군이요, 그나마 예의바른 사람은 정작 저의 아랫사람이 별로 없던 셀림이나 엘리자베스 뿐이었으므로, 뜻만큼 공손함이 나오지는 않았다.
허나 류사는 개의치 않는 듯하였다. 눈앞의 사내, 하야시 쇼군의 가신으로 그분의 서방행에서도 곁을 지켰다는 도키치로 정도라면 오만불손해도 무방하다 여기기 때문이리라.
“보시다시피 저는 상인입니다. 상인이 만남을 청하는 것은 대개 거래 때문이지요. 도키치로 님께 드릴 것과, 원하는 것이 각각 있는데, 거기에 앞서 먼저 오와리 사정을 조금 말씀드리겠습니다. 다 관련이 있는 내용이라서요.”
삼 년 전, 어디론가 사라졌던 오다 노부나가가 조선에서 들여온 가네야마 수백 정과 함께 나타나 집안을 정리하고 오와리를 통일한 이래, 오다 씨의 세력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었다. 특히 기나이와 그 동쪽에서 가네야마와 여타 화포를 독점할 수 있게 된 것이 컸다.
오다는 원하는 이라면, 그가 다이묘든 고쿠진(토호)이든, 일향종 승려든 아시가루든 구분하지 않고 가네야마를 팔아넘겼다. 물론 그 값은 결코 헐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동쪽의 세력가들에게는 철포를 사들이든, 아니면 자신보다 먼저 철포를 얻은 이들에게 무너지든, 두 가지 선택만 남았으므로 장사가 끊기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도카이(東海) 최고의 무사라 불리는 이마가와 요시모토(今川義元)는 더 좋은 방책을 떠올렸다. 이마가와 요시모토가 얼마 전 장악한 미카와(三河) 국 바로 옆이 오와리였으므로, 오다 씨에게 손을 벌리느니 차라리 무사답게 군대를 이끌고 오와리를 빼앗아버리는 쪽이 더 이롭고 속편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두 달 전 오케하자마(桶狭間)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저도 오는 길에 소문은 들었습니다. 오다 공께서 대승을 거두셨다고 하던데요.”
당장 지금도 그 싸움에서 큰 공 세우고 든든한 포상을 받은 에스파냐 용병들이 사카이 유곽을 휩쓸다시피 하고 있었다. (말하기 무섭게 또 한 패거리가 옆에서 왁자지껄 떠들며 지나갔다.)
“역시 소문이 밝으십니다. 이마가와 군은 남만병(에스파냐 용병)과 가네야마 철포대 앞에서 추풍낙엽 신세가 되었지요.”
이마가와 요시모토가 오다 씨가 독점하고 있는 가네야마 철포와 온갖 교역의 이권 나누어줄 것을 약속하니, 야심과 군재가 모두 이마가와와 비등한 다른 다이묘들도 이마가와의 뒤를 치지 않을 것을 순순히 약조하였고, 미카와의 마츠다이라 모토야스(훗날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기꺼이 선봉에 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지간한 다이묘가 상락(上洛)할 때 동원할 만한 대군이 갖추어져, 일제히 오와리로 진격하였다. 그리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절벽과 늪지로 둘러싸인 오케하자마의 좁은 길목에서 오다 군과 이마가와 군이 대치하게 되었다.
순간의 어리석음 때문인지, 아니면 절대적으로 우세한 수를 믿었기 때문인지, 이마가와 군은 그 자리에서 바로 오다 군 앞으로 돌격하였다. 그리고 장창과 철포, 목책의 조합을 이미 완비해두었던 오다 군 진영 앞에는 순식간에 시체의 산이 쌓였다.
이마가와 군이 그렇게 주춤하는 사이, 오다 노부나가가 손수 이천 무사를 거느리고 이마가와 군 본진을 쳐 마침내 요시모토의 목을 취하니, 그 파장이 기나이부터 간토까지 퍼졌다.
가장 먼저 미카와의 마츠다이라 모토야스가 기꺼이 이마가와 대신 오다 가의 손을 잡고 옛 주군을 쳤으며, 혼란에 빠진 이마가와 씨의 영지를 뜯어먹기 위해 한때 화평을 약조했던 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켄신 등 주변의 다른 다이묘들도 벌써부터 아귀다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와리와 미카와 등지에는, 어떻게든 한탕 해보려는 도적들이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그 아버지부터 아시가루로서 종군하다가 어느 날 돌아오지 않았던지라, 도키치로는 그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전쟁이 일상이 된 일본에서는 그 어떤 농민도 농사만으로는 살 수 없었다. 농번기에 전쟁터에 끌려나가는 것은 불평조차 할 수 없는 일상이요, 겨우 거둔 곡식은 태반을 위에 바쳐야 했다.
그러니 한 번 출병하게 되면, 뭐라도 벌어서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반대로 그 고향에 남은 이들 역시, 그런 도적들의 하찮은 무구와 병기라도 빼앗아 팔 심산으로 눈에 불을 켜고 창을 들었다. 그렇게 전쟁 한 번 일어나면, 마치 말 달린 길에 일어나는 흙먼지처럼 몇 달 간 잠시 도적이 주변에 가득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아, 그러니까 상행에 함께하자는 말씀이시군요.”
“예, 말씀대로입니다. 도키치로 공께서 함께해주신다면, 저희 상단에서는 기꺼이 오와리 국으로 상행을 보내겠습니다.”
다른 곳보다 비옥하고 또 장사가 발달한 오와리 국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다 씨의 거성 키요스(淸州) 같은 몇몇 곳의 이야기다. 도키치로네 마을 같은 시골 동네까지 돌아다닌다면, 상단으로서도 상당한 손해를 보는 셈이었다.
“그렇다면 원하시는 것은 무엇인지요?”
“제가 지난해 득남을 했는데, 아들의 이름은 야쿠로요, 얼마 전에 세례를 받아 오고치노(아우구스티노)라고도 합니다. 귀한 아들이기도 하고, 또 벌써부터 영특한 기색이 있어서 사주추명(四柱推命, 사주팔자)을 보려던 차였습니다.
때마침 하야시 쇼군께서 서쪽에서 일찍이 동녘에 없던 약재를 많이 가져오셨다고 들었기에 조만간 또 인천으로 향할 생각인데, 만약 연이 닿는다면 그때 저명하신 격암(남사고) 공을 뵙고자 합니다. 근래 그분만한 분이 없으시다더군요.”
남사고는 공보에 종종 ‘사시운세(四時運歲)’라 하여, 그 계절에 사람들 길흉이 어떠한지를 나누어 싣곤 하였다. 간혹 여유로울 때면 이지함도 심심풀이 삼아 거들곤 했는데, 남사고와 이지함 모두 그런 쪽에는 도통한지라 금방 용하다는 소문이 나고 가뜩이나 잘 팔리던 공보의 수익은 또 갑절로 뛰었다.
그리고 사카이에는 히라도 다음으로 공보 읽는 이들이 많았다. (정론보도 간간이 들어오긴 했으나, 읽는 사람보다는 다실茶室의 장식으로 비치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굳이 조선말을 몰라도 대충 조선글 몇 글자만 알면 뜻은 해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소개장을 써 드리면 될지요?”
아직 도키치로라는 이름 아는 이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 떠벌이 이탁오 탓/덕에 북경에도 원숭이 닮은 재주꾼 등길랑(도키치로) 이야기가 퍼지고 있었으나, 아직 도키치로는 몰랐다 – 임꺽정과 서림은 확실히 저를 알고 있으므로, 그가 아는 조선글로 편지 한 통 쓰면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었다.
“과연 천하인을 근시(近侍)하시는 분 다우십니다! 그래주신다면 이 류사,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류사가 먼저 일어나, 기분 좋게 고개를 숙이니 도키치로도 덩달아 고개를 숙였다. 양쪽 모두 입가에 미소가 서려 있었다.
겨울 보리가 촘촘하니 논밭을 메우고 있었고, 그 가운데 한때 도키치로가 저의 세상 전부로 알던 작은 마을이 보였다.
그사이 마을이 조금 더 남루해진 것일까? 아니면 한양부터 파리까지 지구 위의 어지간한 도시는 모두 보고 왔기에 저의 눈이 너무나 높아진 것일까? 아마 둘 다일 것이다.
허나 남루하든 말든, 이곳이 그의 고향이요 사랑하는 어머니, 그리고 배다른 아우와 누이 있는 – 그리고 그들에 비하면 훨씬 덜 사랑하는 새아버지 치쿠아미(竹阿弥)도 있는 – 마을임은 변치 않았다.
한 달은 머물 생각이었으므로, 고니시 집안에서 일하는 상인과 그들이 고용한 요짐보(用心棒, 경호업자)들에게 고맙다며 은을 조금 나누어주었다. 구고(句股, 직각삼각형)의 자세 취하며 저를 배웅하는 이들을 뒤로하고, 허름한 집에 슥 들어갔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히요시(日吉, 히데요시의 아명)가 왔어요!”
그러나 어머니 나카의 반가운 목소리도, 동생들의 와글거리는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어머니? 고이치로(小一郞, 히데요시의 이복동생 히데나가)야?”
어머니께서 대체 무엇을 보고 치쿠아미 그 놈팽이와 재혼했는지는 모를 일이었는데, 그나마 치쿠아미와의 사이에서 어머니가 낳으신 동생들은 모두 엄마만 닮아서 도키치로 마음에도 들었다. 헌데 그 녀석들도 보이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한참 여기저기 들쑤시다 보니, 그제야 방구석에 마치 이불처럼 찌그러져 있던 무언가가 일어났다. 놀라서 칼자루에 손을 대었지만 – 흑의군 단련을 거치면서 어지간한 무사 정도는 완력으로 이길 자신이 생겼다 – 곧 드러난바, 익숙한 얼굴이었다.
“아니, 누구십니까?”
어두컴컴한 방에서 부스스한 모습으로 눈 뜬 추레한 남정네. 그의 양부 치쿠아미였다. 어째 그사이 밉상을 넘어 아예 거지꼴이 되었다.
그제야 방을 가득 메운 싸구려 술 냄새가 코에 들어와, 휘휘 손을 내저었다.
“도키치로... 입니다.”
“무어? 도키치로?”
그제야 숙취로 흐려진 눈에도 도키치로 허리춤에 매인 칼자루와 몸에 걸쳐진 비단옷이 들어왔다.
“헛! 너, 너... 정말 크게 되어서 돌아왔구나! 이봐, 도키치로야. 이 아비가 정말로 네 도움이 필요하다.”
“돕기는 무슨 개뿔이... 아니, 그보다 어머니랑 동생들은 어디 가고 아버지만 여기 계십니까?”
“그야... 그것이...”
“순순히 말씀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내가 도와달라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네 어미와 동생들 좀 구해다오.”
“뭐라고요?”
“그, 세 사람 모두 류큐에 팔려가게 생겼다.”
타네가시마 섬에 핀투 선장이 닿았을 때, 가진 것 없던 도주(島主)는 자신의 딸을 팔아 조총을 샀다 하였다. 핀투 본인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왕직이 사람 파는 일로 제법 은을 만지고 있었기에 저도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과 함께.
그 이후로도 규슈의 영주들은 화포나 여타 진귀한 남만 물건을 사기 위해 사람을 팔곤 했다. 이와미 은광의 일꾼 태반이 그렇게 채워졌고, 은에 눈 돌아간 진량사의 쇼 칸이 사탕, 오로지 더 많은 사탕을 거두기 위해 일본인 일꾼을 사들이려 하였을 때도 곧 팔려는 이들이 줄을 섰다.
그러나 쇼 칸은 노예에는 관심이 없었다. 선량해서가 아니라, 어차피 머나먼 섬에서 일을 시킬 텐데, 관리감독하는 이들 몇몇만 있으면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사카이나 히라도 곳곳에 글 모르는 이들 꼬시기 위한 그림까지 뿌려가며 홍보하기를,
‘남해낙도(南海樂島) 우치나(오키나와)와 우후우지쿠니(대만)로 오라! 이 땅에는 전쟁도, 영주도 없고 오로지 백성들뿐이다! 정직하게 일하여, 땀 흘린 만큼 벌 수 있는 섬이다! 그대들이 우리 섬에 닿기만 하면 정착에 필요한 밑천도 모두 대어주고, 농장에 일자리도 마련해줄 것이다!’
하였다.
물론 실제로는 ‘그냥 주는 밑천’(즉 빚)과 엄청나게 부풀려진 뱃삯을 여러 해에 걸쳐 갚아야 할 것이요, 그 뒤로도 쌀이며 옷이며, 그들의 농장에서 구할 수 없는 물산을 사들이기 위해 번 만큼 그대로 갖다바쳐야 하겠지만, 적어도 전쟁에 끌려가 죽을 일도, 가혹한 세금에 시달리는 일도 없을 터였다.
“류큐에서는 노예를 부리지 않습니다. 제가 분명히 보고 왔어요. 그런데 어머니랑 동생들이 팔려나갔다니, 대체 무슨 말입니까? 무슨 말이냐고!”
어느새 눈앞이 벌게진 도키치로가 치쿠아미의 멱살을 잡았다.
“아비가 스님들께 빚을 조금 져서...”
창칼 내지르며 백성 핍박하는 스님도, 사람 모아 반란 일으키는 스님도 들어보았지만, 돈놀이 하는 스님은 금시초문이었다.
헌데 그런 일을, 오와리 국의 일향종 중들은 하고 있었다. 치쿠아미도, 도키치로네 마을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정이었지만, 그들은 백성을 꼬시든 속이든 하여 류큐 쪽으로 넘기고 있었다. 류큐 쪽에는 전란을 피하려 하는 가련한 중생들이라 하면서, 그들에게 주기로 한 밑천을 슬그머니 빼돌리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놈들...”
조선 사람, 그중에서도 하필 꺽정이와 흑의군들과 상종하면서 일본 사람 답지 않게 입이 많이 걸어진 도키치로 입에서, ‘빌어먹을’을 필두로 온갖 욕이 쏟아져나왔다.
“후... 내 구해 오겠소.”
“어, 어찌할 심산이냐?”
“그게 치쿠아미 그대가 알 바요?”
“뭣?”
“나는 애비 없는 놈 될 테니 그런 줄 아시오. 술 끊고, 새장가나 들 채비 하시구려.”
일말의 미련 없이, 문앞에 드리운 거적을 찢어버리듯 밀치며 도키치로는 등을 돌렸다.
오와리 국은 땅이 비옥하고 인구는 많지만, 그리 넓지는 않다. 아직 그리 멀어지지 않은 고니시 집안의상인들을 따라잡아 말을 빌리니, 기요스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다 왔다 싶어, 길 한 가운데서 도키치로는 내렸다.
‘임 당수라면 어떻게 할까. 임 당수라면...’
자못 당당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속에는 여전히 떨쳐내지 못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남았다.
‘아니, 애초에 이곳에 선 시점부터, 임 당수스러운 짓을 하는 셈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제 와서 어찌 물릴까.’
스스로 다짐하며 두려움을 억누르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들이마신 만큼 배가 늘어나니, 배포도 커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어서 토하듯 쩌렁쩌렁 외쳤다.
“야! 오와리 얼간이 오다 놈아! 당장 튀어나와라! 민주당 하야시 쇼군의 가신인 나 도키치로가 왔다!”
오다 씨의 거성인 기요스 성 바로 앞에서, 비단옷 차려입은 다부진 늙은이 하나가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다는 보고가 곧 노부나가에게까지 전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은 늙은이가 아니라 유별나게 못생긴 젊은이라는 수정된 보고가 올라갔다.
나아가는 자는 극락왕생, 물러나는 자는 무간지옥. 일향종 승려들이 저들을 따르는 자들을 내세워 거병할 때면 세우는 깃발이기도 했다. 잇키(一揆)가 일어날 때면 가장 먼저 나아가는 것은 극락왕생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는 어리석은 신도들이요, 항상 살아서 물러나는 자는 그 극락을 설법하였던 승려들이라.
“... 그러니 그놈들에게는 지옥이 어울리지. 그런 놈들이 내가 절 몇 곳 불태우고 백성 좀 빼앗았다고 나를 제육천마왕(第六天魔王)이라 하고 있으니, 죽어서 또 상봉하지 않겠느냐. 하하하!”
“그렇습니까.”
오다 노부나가. 도키치로가 몇 년 전만 해도 똑바로 쳐다보기는커녕 그 이름을 그대로 부르는 것조차 두려워했을 이다.
그러나 이미 눈에 불이 붙은 지금은, 뻔히 쳐다보아도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았다. 조금 잘생기고, 제법 빤질거리는 사람. 그뿐이었다.
“지금 네가 한 말처럼 일향종 놈들이 내 영민들을 꾀어 팔고 있다면, 좌시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가 장난이고, 어디서부터가 진심인가. 말투는 제법 진지해졌으나, 그 얼굴은 그대로였다. 주변의 가신들을 곁눈으로 흩어보니, 그들의 주군의 이 대화법은 어제오늘 사이에 창안된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데 말해보거라. 내가 왜 네놈 말을 믿어주어야 하지?
내 가신들은 네놈이 그저 조선 천하인의 이름을 대는 사기꾼 아니면 미치광이라고 하던데, 그놈들이 눈알을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네 말마따나 내가 얼간이라서 너를 이렇게 성 안에 들였는지, 한 번 네 입으로 밝혀 보아라.”
도키치로가 네 살 때였던가. 왜 무사들이 지나갈 때 다들 논두렁에 엎드려 절하느냐 물으니, 어머니께서는 무사님들의 얼굴을 함부로 쳐다보았다가는 벼락을 맞아 죽는다고 하셨다.
‘벼락은 개뿔.’
원숭이 도키치로는 세계의 우환이자 그 어떤 임금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임 당수와 함께 온갖 못된 짓과 해괴한 짓을 함께 하였다. 그리고 도키치로 그는 천하를 보았다. 반면 눈앞의 사람들은 이 나라 예순여섯 주가 천하의 전부라 여긴다.
애써 마음 속에 뿌리박힌 두려움을 뽑아낸다.
“왜 제가 제 입으로 스스로 신원을 밝혀야 합니까?”
“뭐라? 하하하하!”
한 사람은 박장대소하고, 가신들은 모두 눈으로든 손으로든 칼을 뽑는다.
“그러면 네가 네 입으로 밝혀야지, 누가 밝히느냐?”
“나는 임 당수의 가신입니다. 이 손으로 인천 만재루에서 이 오와리에서 전쟁 한 번 벌일 만한 만큼의 재물을 만졌습니다. 이 손으로 목책을 세워 세계의 황제 카를로스를 막아냈습니다. 이 손으로 빛의 도시 파리에서 가장 삼엄하게 경비되는 궁궐의 담장을 넘었습니다.”
꿀릴 것은 없다. 두려워할 것도 없다. 영주라 한들, 무사라 한들 그와 같은 사람이다. 사람 위에 사람 있노라, 그렇게 스스로, 또 남을 그럴듯하게 속여왔고, 그리하여 거짓이 층층이 쌓였을 뿐. 단번에 쓸어 없애고 나면 서로 같아진다. 임 당수는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서도 가르쳤고, 뜻하지 않으면서도 보여주었다.
“그러니 말씀해주시지요.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잘못 아닙니까?”
무거운 정적. 들려오는 것은 오로지 작은 몸 가운데서 뛰는 염통의 소리뿐.
“좋아, 마음에 들었다.”
오다 노부나가가 마침내 그 정적을 깬다.
“이봐, 너희들 모두 들어라.”
“예, 주군!”
“네놈들 중 가장 성질머리 더러운 놈이 알아서 일향종 땡중들에게 글을 한 통 보내라. 그간 사람 팔아먹는 것으로 재미 좀 보았으니, 이제 값을 치르라고 말이야.”
“값이라 하시면...”
스스로 성질머리 더럽다고, 저도 모르게 자인하게 된 가신 하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애초에 중이라는 것들이 속세의 재물 따위에 연연해서야 되겠느냐? 그간 훔쳐간 가네야마와 영민들을 모조리 바치고, 그사이 벌어들인 은도 남김없이 넘기라고 해라. 그러지 않는다면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붙잡아서 류큐나 이와미로 보내버릴 테니.”
그리고 가신들이 다 알아들었으리라 제멋대로 단정한 듯, 외쳤다.
“다 들었지? 그럼 흩어져라! 일향종 놈들이 가만 있지는 않을 테고, 설령 가만 있다 한들 또 쪼잔하게 불만들 품고 수근댈 테니, 조만간 또 한 번 거하게 불장난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줄 알고 준비해라!”
그렇게 가신들 중 경호하는 무사 몇몇을 제한 이들이 일제히 일어나 나갔다. 다다미 깔린 방에 남은 사람은, 그러니까 저의 귀와 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는 이제 노부나가와 도키치로 둘 뿐이었다.
“뭐, 더 할 말이 있느냐?
내가 아는 한, 아직 일향종 놈들이 부리는 배들이 사카이나 그 너머로 떠나지는 않았다. 네 녀석 가족들은 아직 이 오와리 국 어딘가에 있을 테니 걱정은 말거라. 가뜩이나 못난 얼굴이 더 일그러지면 보는 사람이나 너 본인이나 곤란하지 않겠느냐.”
그러나 도키치로는 우거지상을 풀지 않았다. 방금 전부터 노부나가가 하는 말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일향종에 대해서도, 또 그치들이 벌이는 악독한 장사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었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래서 눈치 빠른 놈들은 싫으면서도 또 재밌다니까.”
“어째서 알면서도 가만히 계셨습니까? 일향종은 분명 영주님의 적일 텐데요.”
‘그리고 분명 당신이 보호해야 할 영민들을 눈 아래에서 빼돌려 왔다.’ 그런 말이 입술 밖으로 튀어나가려다 막혔다. 무사라는 자는 애초에 백성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임금이라는 것이 백성들에 의해 세워진다면, 무사라 한들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좋다. 네가 나를 즐겁게 해주었으니 알려주마. 대신 얘기가 끝나면 내 물음에도 답해야 한다.”
“어떤 물음입니까?”
“걱정은 관둬라. 남의 가신을 함부로 훔치는 취미는 없어. 그냥 순수하게 하야시 쇼군 행보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을 뿐이다.”
“좋습니다. 그러면 말씀을 듣겠습니다.”
“일향종 놈들은 나를 싫어한다. 그리고 나는 일향종을 싫어하지. 나는 내가 아닌 놈이 감히 오와리 국에서, 아니, 이 일본 안에서 목소리 내는 걸 싫어하거든. 그래서 놈들에게 가네야마를 몰래 팔았다. 놈들은 아직 나한테 짓밟히지 않은, 내게 역심 품은 가신이 빼돌리는 줄 알면서, 좋다고 은을 내게 넘기고 있지.
그놈들은 영민을 몰래 팔아 은을 모으고, 그 은은 그대로 내게 들어오는 것이다. 놈들 손에 넘어간 가네야마야, 내가 그대로 빼앗으면 그만이다. 애초에 이 나라 히노모토(일본의 별칭)에서 조총을 제대로 쓸 줄 아는 놈은 드물거든.”
세간 사람들은 오케하자마에서 남만 용병들이 보인 활약과 가네야마가 보인 위력만 볼 뿐이었다. 그들이 활약할 수 있게끔 한 진정한 힘, 무사와 농민이 하나의 대열 이루어 총을 들고 밀집해 일제히 쏘게끔 하는 것. 그 파격이야말로 승리의 비결, 다들 보았으나 보지 못한 것이었다.
오로지 오다 본인만이, 한양에서 하야시 쇼군의 사람들과 그들이 북쪽 여진 사람들 땅에서 벌인 싸움에 대해 들으면서 그 비결을 깨우쳤다. 적어도 일본에서는 그러하였고, 같은 이치를 깨우친 남만 군사들은 모조리 노부나가에게 고용되어 있었으므로 한동안 누설될 우려는 없었다. 설령 누설되더라도, 어리석은 무사들 – 그러니까 이 나라의 무사 대부분 - 은 함부로 그런 전법을 택하지 못하리라.
“자, 답이 되었느냐?”
“대체 어째서 그런 짓을 하셨습니까?”
“아직은 그런 잔머리를 써서라도 내 세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서. 더구나 일향종 그놈들 속내 시커먼 것을 까발리기에도 좋지 않으냐?”
“하지만... 영민들은요? 이미 팔려나간 영민들은...”
“아, 그래. 그거. 내가 우리 이웃 하야시 쇼군을 좋아하고 그 일거수일투족을 귀 기울여 들으면서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내친 김에 묻자꾸나.”
어찌하여 백성 따위를 신경쓰는가? 오다 노부나가가 항상 궁금하게 여겼던 것이었다.
노부나가가 생각하기에, 자신과 임 당수는 닮은 점이 많았다.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내키는 대로 세상을 마음대로 뒤엎는 성미. 못된 짓도 서슴지 않는 그 심보. 그 전에 오고 간 사람들이 무어라 말하든, 오로지 스스로 생각하며 판단하려는 그 마음가짐.
그러나 닮지 않은 점도 많았다. 대체 왜 그는 누가 보아도 틀림없는 조선의 천하인이거늘, 천하인답게 행동하지 않는가? 왜 굳이 헌법인가 뭔가 하는 것을 만들려 하는가? 아니, 애초에 그 전부터, 조선을 완전히 저의 것으로 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리하지 않았는가? (노부나가는 임꺽정 이전의 권신 윤원형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노부나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찌하여 백성이니 의권이니, 그러한 겉치레 명분을 오히려 본질로 삼는가?
“어차피 세상에는 못난 놈도, 잘난 놈도 있기 마련이고, 개중 누군가는 남들 위에 올라서서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지. 그러면 개중 가장 잘난 놈이 맨 위로 올라가는 게 맞지 않겠느냐? 그리고 잘난 놈이 잘난 방식으로 세상을 다스리게끔 하는 쪽이 모두에게도 더 이로울 테니, 그것을 위해 몇 놈쯤 중간에서 피 좀 봐도 괜찮지 않겠느냐?
하야시 쇼군은 몰라도, 그 주변 사람들은 그런 이치를 모르지 않을 것 같거든. 그런데도 그들이 하야시 쇼군을 진짜 쇼군으로 만들지 않는 것은, 쇼군 본인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그러면 대체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야시 쇼군의 가신 나으리께서는 궁금하지 않으냐?”
임꺽정이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 아니, 애초에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는 사는지 – 도키치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이제는 잘 안다. 그는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도키치로가 죽은 뒤에도 그런 사람 있었노라며, 기억해주고 슬퍼하며 그 이야기를 어린아이와 어른들이 모두 재밌게 입에 담았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어쩌면, 예컨대 자신이 임 당수를 만나는 대신 이 오다 노부나가 아래에 들어가, 그로부터 배웠더라면, 다른 생각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처럼 천한 사람이 위로 올라온 것은 필시 무슨 운명이리라 여기며, 천하를 정복하려 했을 것이다. 잘난 사람의 숙명은 정복이요, 오다 노부나가보다도 더 낮은 곳에서 올라온 자신은 노부나가보다 잘난 사람일 테니.
“당수께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알겠군요.”
“뭣이냐?”
“설령 당수 본인이 이곳에 와 있다 한들, 마음 속 품은 바를 모두 여기서 게워내신다 한들, 오다 공께서는 이해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러게. 인생 오십 년. 그 짧은 세월 동안 천하를 정복하는 것보다 더 값진 일이 대체 무엇인지, 나로서는 모를 일이다.”
“천하라, 하! 고작해야 일본 예순여섯 나라 따위를 천하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일본에 조선, 명국, 아니, 천축까지 다 정복해본들 천하의 삼분의 일이 채 안 될 겁니다. 그것보다 훨씬 값지고도 쉬운 일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요?”
“정말 재밌는 놈이구나, 너. 하하! 더 물을 것은 없다. 그러니 이제 네놈도 꺼져라.”
무릎 한 번 탁 치고, 노부나가도 몸을 일으켰다. 엉거주춤 따라 일어나는 도키치로 손을 노부나가가 잡아 일으켜주었다.
“아무튼 귀한 분이 우리 오와리 국에 금의환향을 하였으니, 모쪼록 잘 지내다 가길 바란다.”
방금 전까지 제법 날선 말 오갔다고 믿기 어려운, 범상한 말투였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물러나려는데, 갑자기 노부나가가 한 마디 덧붙였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이래 봬도 이 일본에선 제법 머리 잘 돌아가는 놈이라고 보거든? 이 내가 이해를 못 한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세상의 다른 자들, 온갖 위정자들 중에도 이해 못하는 놈이 많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많이 겪어봐서 아는 건데, 사람은 원래 자신이 이해 못하는 것은 미워하고 보더라고.”
“위협입니까?”
“아니, 그냥 해본 말인데. 뭐, 솔직히 아직 내가 임꺽정 그분을 위협할 만한 덩치도 아니고. 세상 일 모르는 것이니, 몇 년 더 지나면 또 얘기가 달라질 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도로 쏙 들어가는 노부나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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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시 류사는 고니시 유키나가의 아버지로, 아들처럼 독실한 천주교인으로서 루이스 프로이스 신부의 선교를 후원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들 유키나가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이 되면서 본인도 출세하게 되었는데, 그의 행적을 기록한 프로이스에 따르면 그 이후로도 자선병원을 세우는 등 많은 선행을 베풀었다고 합니다.
원 역사에서도 오다 집안은 오와리를 바탕으로 큰 세력을 일구었고, 내전 끝에 오와리 전역을 확보한 오다 노부나가는 곧 더 큰 적들을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특히 이미 그 무렵 오와리 동쪽의 미카와를 사실상 속령으로 만든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가장 큰 위협이 되었지요. 이미 미카와를 두고 그 선대부터 대립하던 사이였던 이마가와 씨는, 북쪽의 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켄신이 다투는 틈을 타 대군을 일으켜 오와리를 침공합니다. 그리고 오케하자마 전투에서 우연에 우연이 겹쳐 오다 노부나가의 ‘모 아니면 도’ 식 기습은 대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요시모토가 이 전투에서 전사하고, 아버지보다 훨씬 기량이 뒤떨어지던 그 아들 우지자네가 뒤를 잇게 되면서 이마가와 씨는 바로 무너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간 이마가와 아래에서 때를 기다리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오다 가문과 동맹을 맺으면서 이마가와 집안을 배신하고 미카와 전역을 확보하게 되지요.
작중 언급된 일향종(정토진종)은 센고쿠 시대에 이르러 평민들 사이에 급격히 영향력을 확보하며 다이묘들에게까지 위협적일 만큼의 교세를 확보합니다. 그 결과 15세기부터 잇코 잇키라 불리는, 일향종 세력과 다이묘들 사이의 무력분쟁이 빈번히 일어나게 됩니다. 오다 노부나가 역시 자신의 영지에서 벌어지는 일향종 세력의 봉기로 인해 여러 차례 곤란함을 겪은 바 있지요.
원 역사의 히데요시는 10대 중반부터 하급 무사의 길을 걸으며 빠르게 신분이 상승했고, 비록 변변치 못한 집안이지만 평민과 다름없던 히데요시에 비하면 지체 높은 집안 출신인 네네(코다이인, 키타노만도코로)와 결혼하게 됩니다. 코다이인과 히데요시의 배다른 동생 히데나가는 능력과 인망이 모두 출중한 인물이었고, 이들의 도움 덕에 히데요시의 가뜩이나 빠른 출세가도는 더욱 탄탄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