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부채질은 그치지 않고 (3)
김해와 밀양 사이에는 삼랑진(三浪津)이라는 곳이 있으니, 밀양에서 흘러나오는 응천(凝川, 밀양강)과 영남을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이 만나고, 물때에 따라 바닷물도 역류하여 올라오기에 세 물결이 하나로 합쳐진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즉 강을 오가는 배와 바다 오가는 배가 출항하거나 멈추는 곳이라, 예로부터 절로 포구와 마을이 생겨나 흥성하였다.
그런 삼랑진이 오늘따라 부쩍 부산하니, 이유인즉 임 당수와 그 무리가 이곳에서 배 타고 건너편 밀양으로 넘어가기 때문이었다.
김해 읍내에서 그렇게 볼만한 놀이마당을 한 판 벌이고 떠나가니, 그것을 재수 없게 놓친 이들이 임 당수 행렬 구경이나 하겠다며 따라오기도 하고, 미련 남은 김해 읍내 사람들이 또 임 당수 뒤를 졸졸 쫓기도 했다.
“무전(武田, 다케다) 서방, 저기 언덕 위로 가요.”
“아이고, 물론입죠, 도련님.”
올해로 나이가 여덟인 곽재우는 곽월의 여러 아들 중에서도 성품이 유별났는데, 아버지 말씀은 더없이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아버지가 말씀하시지 않는 것을 용케도 찾아내 말썽을 부리곤 했다.
당장 지금도 아버지가 김해 노론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의 일 – 정확히는 임거정이 벌이고 간 난장판의 뒤처리 – 논의하는 사이를 틈타 달구지 타고 구경을 나왔으면서도, 아버지 가르침 따라 집안 머슴들에게 공대하는 말을 쓰고 있지 않던가.
지난 몇 년 사이 대로가 잘 닦이면서, 이제 고을 인근에서는 짧은 거리나마 수레를 종종 쓰게 되었다. 그러니 딱 보아도 양반댁 도련님 같은 어린아이가 딱 보아도 왜인 같은 이가 모는 달구지 위에서 구경하는 것은, 이제 막 강을 건너고 있는 임 당수의 무리에 비하면 범상한 축에 드는 모습이었다.
헌데 어린 재우가 수레 위에서 살펴보니, 저의 옆에 서 있는 자들은 구경은 관두고 저들끼리 뭉쳐서 뭔가 숙덕대고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보니, 다 아버지 아래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 그러니까 우리도 이 기회에 뭔가 해보아야 한다, 그런 말일세. 그 오복 중에 유호덕 있는 것 못 들었는가? 한양의 그 공회에 나가는 사람도 우리 손으로 뽑는데, 이대로 우리가 차곡차곡 사람 모아서 무리를 이루면 나중에는 아예 사또도 우리 손으로 뽑고, 감사또도 우리 손으로 뽑고, 어쩌면 정승 판서도 우리가 뽑든 우리 눈치 보아가며 뽑든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말이야.”
“아니, 이 사람아. 큰일 날 소리 하지 말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몇몇은 열띠게 떠들고, 몇몇은 애써 말리려 하고, 몇몇은 시큰둥한 척을 하면서도 슬쩍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신기한 구경도 제쳐놓고 이렇게 떠들고 있으니, 그들 등 뒤에 훔쳐 듣는 말썽꾸러기 하나 있음은 다들 알지 못했다.
“엊그제 열심히 양반님네들 욕할 때는 신나서 거들더니, 이제 와서 무슨 큰일 타령인가? 그리고 우리가 죄다 하나로 뭉치면, 어디 나라가 뒤집히든 말든 누가 우릴 건드리겠는가? 헌법 운운하는 것 가지고 죄를 줄 것 같으면 나라의 백성이 남아나지 않을 텐데.”
“박 서방 말이 옳으이. 임 당수도 그러지 않았는가. 남의 말만 믿을 게 아니라 뉘 손을 잡을지 우리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고.”
“우리끼리 백날 궁리해보았자 무슨 효험이 있다고.”
“이래 봬도 다들 학당 문턱은 밟지 않았는가? 우리 솔직히 말해보세. 우리네 상전 어르신이야 개명(開明)하신 분이니 그렇다 쳐도, 나머지 양반 나리들은 공자왈 맹자왈이나 알지, 요즘 세상 변하는 데는 깜깜이인 사람이 태반 아닌가? 그런 이들이 나랏일 조금 안다고 도리가 어쩌고 헌법이 저쩌고 할 지경인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냐고.”
“학당은 개뿔. 고작해야 진서 몇 글자에 국문 배우고, 거기에 잡다한 재주나 조금 익혔을 뿐 아닌가.”
“그 잡다한 재주를 배운 덕에 우리가 나름대로 우리 계(契)에서 대접받는 것 아닌가? 요즘 세상에는 하다못해 계명구도(鷄鳴狗盜)라도 잘만 하면 다 밥벌이 하고 사는데.”
계라는 것은, 요새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는 사업하는 모임의 총칭이었다. 개중에는 농계나 곽월의 벽해상전계(碧海桑田契)처럼 뚜렷한 우두머리가 있는 경우도 제법 있었고, 이 자리에 모인 자들은 나름 학당에서 재주를 배운 덕에 그 벽해상전계에서 둑 쌓는 일을 감독하는 오장(伍長)쯤 되는 이들이었다.
“맞아. 맞아. 공보에도 실리지 않았는가? 그 재조론 위세가 높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민주당 쪽과 비등비등하다던데. 백 중에서 쉰하나로 이기든, 아흔아홉으로 이기든, 이기는 것은 마찬가지겠지. 실리로 보나 명분으로 보나 오복헌법에 권점하는 것이 상책일세.”
오복헌법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모든 사람들이 재주껏 복된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는 그 요지만은 다들 알아들었다. 그리고 학당에서 글을 배우고 공보를 읽는 시늉이라도 할 줄 아는 자들은, 스스로 재주꾼이라 여기고들 있었다.
알량할지언정 아예 없지는 않은 배움. 견식 없는 사람도 어디 가서 나라가 이러쿵 법도가 저러쿵 할 수 있게는 해 주는 공보. 그리고 지난 수 년간 쌓인 ‘요즘 세상’에 대한 생각과 경험.
그 모든 장작 위에서 조금씩 타오르던 불꽃이, 부채질 몇 번에 마침내 불길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궁시렁거리는 이들도, 그것을 뭣이 재밌다고 궁금함에 가득 차 훔쳐 듣는 곽재우도, 그리고 곽월이나 김해부사는커녕 경상도관찰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리고 저들도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이지만, 이렇게 나라의 정사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것은 그 어떤 잡담보다도 더 재미있어 도저히 끊을 수 없었다.)
그때, 하필 찬바람이 강 따라 불어와 몇몇 사람의 코를 간질였고, 끝내 못이기고 기침하는 이가 나왔다. 그리고 쿨럭대던 도중, 그들 어깨 너머로 쏙 솟아 있는 어린놈 머리통을 마침내 보게 되었다.
“헉! 도련님?”
“그, 이것은 결코 우리 계주(契主, 사장) 어르신께 해코지하려는 말이 아니고...”
엊그제 곽월도 임꺽정으로 말미암아 곤욕 치루었던 것을 – 그리고 그 곤욕에 저들도 약간씩은 거들었던 것을 – 기억하는 이들이 제 발 저려 변명을 주워섬겼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헌법이니 무어니 거창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인데, 그런 사람들이 먼저 시비 걸기 전에는 저도 시비 걸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코흘리개 겨우 면한 여덟 살 어린아이가 헌법에 대해 무엇을 알겠냐만, 적어도 아버지 말씀은 항상 따르는 곽재우였다.
“그, 그러면...”
“흠흠. 따지고 보면 계주님도 세간에서는 소론 소리 들으시니, 우리가 오복이니 민주당이니 떠들어도 하등 해가 아니 되지 않겠는가?”
“그렇지. 흠흠.”
멋쩍게 헛기침 몇 번 한 사내들 중, 맨 처음 이 얘기 꺼낼 만큼 열의 넘치는 사내 하나가 갑자기 다른 사람을 끌고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무전 서방도 왔네그려. 자네도 이제 조선국에서 밥벌이하는 처지인데, 어디 우리네 헌법 이야기 좀 들어보겠는가?”
“아이고, 소인이 어찌...”
“국외인이라고 권점 못 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학당의 학적에 이름 올리기만 하면 향안에 이름 올린 사람과 마찬가지로 권점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데, 자네도 학당 문턱은 밟지 않았는가.”
무전, 그러니까 ‘다케다 서방’은 사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에서도 가장 지체 높은 집안 출신이었으니, 바로 거의 이십 년 전 멸문당한 아키(安藝) 다케다 씨의 말예였다.
가신들 덕에 용케 도망친 그는 안고쿠지(安国寺)에서 출가해 승려가 되었고, 이후 도호쿠지(東福寺)에서 에케이(恵瓊)라는 법명도 받았는데, 암만 생각해도 무가(武家) 다음으로 승가(僧家)가 출세에 이롭던 시절은 지나가고, 상인들, 그 중에서도 바다 건너 여러 나라와 연 있는 상인들이 다이묘 버금가는 위세를 부리게 될 것 같았으므로 끝내 절을 뛰쳐나왔다.
영민들이 간혹 몰래, 또는 뇌물을 바치고 류큐나 히라도, 사카이 등지로 도망치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으므로, 에케이 역시 떠돌이 여럿을 꼬셔 ‘가신’으로 삼은 뒤 조선으로 수월하게 넘어왔다..
허나 그 뒤가 문제였다. 하다못해 이름난 가네야마 공방이나 라이센(萊船, 내선) 선소(조선소)에서라도 일자리 얻을 수 있으리라 여겼건만, 조선에도 사람이 넘쳐나는 판에 굳이 국외인, 그것도 어째 미심쩍은 왜인 무리를 쓰려는 이는 없었다.
다행히 신불(神佛)이 무심치 아니하여, 강 건너 김해 고을에서 곽월이라는 이가 일손 구한다는 말을 듣고 그 아래에 들어가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이 사람아, 이제는 꼬드길 사람이 없어서 국외인을 다 꼬드기는가?”
“아니, 공보도 아니 보았어? 우리네 헌법이 그렇게 강남에서도 그렇고 왜국에서도 그렇고 사람들 이목을 끈다는데. 혹시 아는가. 무전 이 사람이 여기서 출세하여 향안에 이름이라도 올린 다음 돌아가면 그들 나라에서도 귀한 대접 받을지.”
‘조선국 김해 좌수(座首)’라면 멋모르는 이들은 대충 슈고다이(守護代)쯤 된다고 여길지도 모르고, 또 조선 사정에 밝은 상인들도 나름 저를 존중하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문득, 한때 에케이로 불렸던 ‘무전 서방’의 머릿속을 간질였다.
꼭 헌법이 아니더라도, 공보와 정론보를 통해 퍼지는 온갖 해괴한 논변은 왜국의 상인부터 명국의 신사까지 꽤 많은 이들을 솔깃하게 꼬시고 있었다. 그러니 다케다 한 사람이 유독 망령된 생각 품는다 탓할 것도 없었다.
그때, 멀찍이서 황급히 달려오는 이 하나가 보였다. 부리나케 뛰쳐와서는, 구경꾼들 서 있는 언덕을 지나쳐 나루 쪽으로 내려가는데, 그런 보람도 없이 이미 길게 선 줄에 막혔다.
“사람 좀 지나갑시다!”
“거 급하기는. 지금 줄 선 것 아니 보이시오? 임 당수 건너가시기만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
조선 사람들이 예의를 알아서 줄을 잘 서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 논리대로라면, 십여 년 전의 조선에서는 이렇게 줄 서는 풍속이 드물었으니, 예의라곤 모르는 금수의 나라였으리라.
사람들이 줄을 서게 된 –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새치기’라는 것이 생기게 된 – 데는, 예의보다는 돈맛을 알게 된 것이 더 컸다. 사업당 사람들로부터 시작해 점점 각지 향리와 여타 사업하는 사람들 사이에 퍼지는 말로, 시분(時分, 시간)은 곧 은이었다. 그러니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배를 타는 것 역시 하나의 상품이 되었던 것이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줄을 서야 했고, 그것을 원치 않는 이들은 뱃사공 마음에 들 만큼 후한 삯을 내밀거나, 아니면 알아서 헤엄쳐 건너거나 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 막 달려온 자의 행색은 얼추 보아도 줄을 아니 서는 호사를 감당하기 어려울 듯하였다.
“엥, 저 사람 저거, 경문쟁이 김가 아닌가?”
곽재우 곁에 있던 이들 중 하나가 그자를 알아보았다.
“그냥 비슷하게 생긴 것 아닌가? 옷이 다른데...”
“생긴 건 똑같지 않습니까. 딱 하나... 눈 뜨고 있는 것 빼고요.”
남해 바닷가 풍속에 박수무당이 두 눈 뜨고 다니면 양중이라 부르고, 청맹과니나 소경이면 경문쟁이 또는 문복쟁이라 부르곤 하였다.
헌데 저 김가 녀석은 명색이 경문쟁이인데도 두 눈 뜨고서 나루터까지 저렇게 달려갔던 것이다.
“형님, 저거 저놈 붙잡읍시다. 저놈이 영검스런 문복쟁이랍시고 복채를 호되게 받았는데, 눈 뜨고 멀쩡히 뛰어다니고 있지 않습니까?”
“암, 그러면 우리가 배운 사람으로서 가만 있을 수 없지. 도련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방금 전까지 오복헌법이 얼마나 저들의 삶과 부귀영화에 직결되는 문제인지를 (순 엉터리로) 떠들던 박 서방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김해 앞바다를 메워 옥답으로 만드는 일을 하며, 거의 어지간한 관군에 맞먹을 만큼 저들끼리 합을 맞춘 일꾼들이다. 박 서방을 필두로 우르르 내려간 사내들이 곧 가짜 경문쟁이 김가를 붙잡아왔다.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 잘못 보셨소’하고 잡아떼던 경문쟁이 김가였는데, 억지부리는 데는 도통하였던 박 서방이 정 그리 떳떳하면 나중에 보상해줄 테니 같이 관아로 가서 대질해보자고 윽박지르자 결국 저의 정체를 실토하고야 말았다.
어차피 떠돌이 경문쟁이 신세. 여기서 오래 붙잡혀 있느니 얼른 털고 밀양으로 가서, 그들 사이에서 숭앙받는 우사(羽士. 도사) 전우치의 눈에 들어 심법을 전수받는 쪽이 훨씬 더 나을 터였다. 애초에 그가 소문 듣고 이렇게 무리해서라도 남보다 빨리 밀양으로 향하려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적당히 죄송하다 둘러대고, 저의 장기인 말주변으로 어떻게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는데, 웬 어린아이 하나가 꼬치꼬치 묻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그러셨어요?”
“예?”
“도련님께서 왜 그랬냐고 물으시잖느냐? 이놈을 확 그냥...”
경문쟁이 김가는 의외의 물음에 답을 찾지 못하였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하는가? 정말 궁금하여 물어보는 이, 저를 하찮게 보지도, 터무니없는 기대를 품으며 저의 마음에 맞는 말 해주기를 바라지도 않고, 저토록 순수하게 묻는 이는 처음이었다.
“그... 편하게 살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고민 끝에, 이왕 빨리 실토하고 빨리 도망치기로 마음 먹은 김에 정직하게 털어놓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면 다른 사람처럼 정직하게 일을 하면 되지요.”
“하지만 재주라고는 그저, 구름이나 별자리 조금 볼 줄 아는 게 전부입니다.”
경문쟁이 김가가 눈도 안 보이는 주제에 날씨며 천기(天氣)를 제법 잘 헤아린다는 알량한 명성이 있던 것은, 실제로는 저의 멀쩡한 눈으로 하늘을 몰래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재주로는 먹고살 수 없나요?”
“도련님, 애초에 싹수가 노란 놈입니다. 그나마 이렇게 비실비실한 놈이라서 복채나 받아먹고 살지, 만약 이 되먹지 못한 성질머리로 힘까지 좋았으면 천생 도적이 되었을 겝니다.”
“그런데 박 서방이 방금 전, 요즘 세상에서 어떤 재주든 잘만 갈고 닦으면 밥벌이할 수 있다 하지 않았던가요?”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 말을 듣고 있던 김가는 머릿속이 번쩍하는 듯했다.
별 재주도 없이 먹고살려면 남들이 무슨 생각을 품고 사는지는 늘 알고 있어야 했다.
그런 그였으므로, 요즘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지 않았다.
하찮은 광대들조차 패를 이루어, 고을 한복판에서 양반을 비꼬고 놀리는 마당놀이를 벌여도 멀쩡한 세상. 그런 세상에서 점쟁이들과 도사들, 소위 혹세무민하는 무리들이라고 저들의 자리 얻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잖은가?
그들 또한 사람인즉, 그러한 의권은 있었다.
물론 아직껏 저처럼 장터나 대갓집 전전하며 얼마 되지도 않는 복채 받는 이들은, 그 두리손인가 하는 이의 아래로 들어갈 만큼 간이 크지도 못한 자들이니 지금껏 그저 숨죽이고 살 뿐이었다. 허나 마침 그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밀양으로 모이게 되지 않았던가.
그리고 눈앞의 사람들에게는 그 이름을 함부로 누설할 수 없으나, 바로 그 전우치가 돌아왔다고 하지 않던가. 우사(羽士)들 중의 우사. 가짜들 중의 진짜. 그 전우치라면, 소문의 십분지일만이라도 참이라면, 반드시 방도를 마련해 줄 것이다.
“아이고, 도련님! 도련님 덕분에 제가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복 받으실 겝니다. 복 받으실 거에요!”
“이놈아, 아부한다고 풀려날 수 있을 것 같으냐?”
“아부가 아닙니다. 들어보십쇼!”
백정들조차 허리 펴고 사는 세상에, 삶의 양달에서 밀려나 그림자 전전하는 무리들도 뭉쳐서 무언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김가는 저의 말주변을, 이 업을 택한 이래 처음으로 정직한 데 쓰게 되었다.
“... 하여, 그 모임에 찾아가기 위해 이렇게 배를 기다리고 있던 것입니다. 먼저 찾아가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할 것 같아서요.”
통사정 마친 김가가 조심스레 주변을 살폈다.
“박 서방. 놓아주는 게 어떨까요?”
계주댁 셋째아들이 비록 꼬마에 불과하지만, 결코 범상한 아이 아님을 아는 박 서방이 저의 동무들을 살폈다.
김가의 언변에 마음 움직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구사일생으로 풀려나, 이제는 정말 정직하게 살아야겠다고, 이번에야말로 뭔가 저의 팔자 고칠 길을 찾겠노라고 다짐하며 낙동강을 건넌 경문쟁이 김가가 자신이 뭔가 큰 착각을 했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조선 팔도의 무당, 땡중, 소경[誦經], 도사 등등. 신통하고 영험하다 자처하는 자들은 많지만 그중 진짜 신통한 자는 거의 없었다.
특히 개중 도술에 능하다는 자들은, 눈치가 재빠르고 또 잔머리와 손재주가 그것을 뒷받침하여, 교묘하게남들 눈속임을 할 수 있는 것뿐이었다.
허나 그마저도 못 되는 자들, 도적질을 하자니 힘이나 담이 감당을 못하고 정직한 벌이를 얻자니 그것은 귀찮아, 남을 속여 먹고살고자 할 뿐인 자들에게는 그런 눈속임도 어려웠다.
그저 동리의 은밀한 이야기들, 뜬소문들, 험담과 추문. 그런 것들을 동네 거지들에게서든 귀동냥으로든 듣고, 남 앞에서 그것을 그럴듯하게 짜맞춰 주워섬길 뿐. 그렇게 남을 현혹하여 마음을 뒤흔들면, 그 뒤로는 그나마 수월하였다.
그러므로 다들 안 그런 척 하면서도 항상 귀를 열어두고 있었는데, 덕분에 밀양 한 고을은 물론이요 주변의 어지간한 곳에서 온갖 무리가 몰려들었다. 영남의 ‘후학’들 모두 모이라 했던 병해 본인도 살짝 놀랄 정도였다.
“이렇게 며칠만에 다들 부름에 응하여 모였으니 실로 속인(俗人)과 같지 않군요. 과연 축지법 정도는 모두들 익힌 모양입니다.”
밀양 재약산에 있는 영정사(靈井寺)를 빌려 한때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을 모조리 불러모은 병해가 나직하니, 그러나 비웃는 말투 거두지 않은 채로 말했다.
그리고 어떤 대꾸도 돌아오지 않았다.
“송구하오나, 저희는 모두 전우치 선생께서 부르셨다 듣고 찾아왔습니다. 그분께서는 어디 계신지요?”
개중 제법 의기 높은 듯한 땡중 하나가 좌중 앞으로 나와 물었다. 그와 더불어 모든 이들의 눈이 병해에게 쏠렸다.
전우치가 속세에서 사라진 지 수십 년. 그가 이야기 속 인물 아님을 기억하는 것은 실제로 전우치를 만나본 이들 몇몇을 제외하면 그와 같은 일을 업으로 삼던 자들뿐이었다.
그러므로 전우치가 살아 돌아와서는 그들을 부른다는 말을 의심하지 않고 모여들었다. 만약 그가 실존하였음을 아는 이라면, 결코 그 이름으로 장난을 치며 도사며 소경이며 하는 무리들을 함부로 모으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그리고 앞에서 두 번째 줄 쯤에서 고개 내밀고 있는 경문쟁이 김가처럼, 희망을 품고 찾아온 이도 있었다. 민주당이 일어선 이래 길흉화복 중 사람의 손으로 직접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 차곡차곡 늘어나면서, 혹세무민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설 자리는 그만큼 줄어들고 있었다.
‘전우치 선생이라면 길을 알고 계시리라.’
그러나 곧이어 나온 병해의 말 한 마디에 모든 기대가 배신당했다.
“그분은 우화등선하신지 오래입니다. 소승이 속세에 머물던 전 공과 연이 조금 있어, 잠시 그 이름을 훔쳤을 뿐이지요.”
“무어라!”
“아니, 어찌 그분의 이름을 걸고 속일 수 있는가!”
“명색이 생불 스님이라 이름 높으신 고승께서, 그런 하찮은 거짓으로 사람을 속이다니, 이 무슨 짓입니까!”
“하하, 우습군요. 다들 중생들 앞에서는 스스로 영험하다 자처하지 않으시는지? 그 신통력으로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아차렸더라면 지금 그렇게 당황할 일도 없었을 텐데요. 자, 들어오십시오!”
그 말 떨어지기 무섭게, 무서운 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흑의군은 흑의군대로, 주술쟁이를 살려두지 말라는 성경 말씀을 실천할 기세인 에스파냐 용병들은 용병대로 기세 험악하였다.
허나 뚜벅뚜벅 걸음 옮길 때마다 마루가 울리는 듯한 임꺽정에 비하면 그들은 마치 호랑이 옆의 오소리나 너구리 정도로 보일 뿐이었다.
병해 옆에 선 임꺽정이, 거의 기둥에 가깝게 생긴 몽둥이를 들어보였다.
“이것은 도깨비 방망이요. 내가 이것을 들어 휘두르면 모두들 아는 대로 고하게 되니 어찌 신령스럽다 아니 하겠소?”
그리고 당황함에 제 자리에 앉는 것조차 깜빡한 맨 앞 땡중 바로 옆 마루를 노리며, 벼락처럼 그 몽둥이를 휘둘렀다.
“아는 대로 불어라, 뚝딱!”
곧 그대로 되었으니, 도사들의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 주문대로 이루어졌다.
하나씩 나아와, 각자 아는 영남 고을의 속사정, 예컨대 모 고을 아무개 진사가 며느리와 통정한 사연부터, 평판 아니 좋은 모 생원이 실제로는 저의 아비 잘못을 대신 짊어진 효자라는 사연까지. 이야기책으로 엮으면 제법 잘 팔릴 만한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흑의군 녀석들도 다들 국문은 쓸 줄 알았으므로, 그것을 열심히 받아적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앞날 근심과 당장의 근심에 가득 차 그저 수심어린 얼굴 하고 있는 자들과, 저의 차례 돌아와 흑의군 앞에서 열심히 중얼대며 들은바 소문 주워섬기는 자들 사이에 배 곯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것 들은 꺽정이가 또 한 번 엄포를 놓았다.
“다 불고 나면 내가 이 방망이를 또 휘두를 것이오. 그렇게 했을 때 임자들 먹을 저녁밥이 나오느냐, 아니면 임자들 중 재수 없는 놈 머리통이 깨지느냐. 이것은 오로지 그대들 마음에 달렸다오. 이게 아마 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인가 뭔가 하는 것일 테지.”
“이놈아, 어디 감히 부처님 모시는 곳에서 그런 불경스러운 말을 하느냐.”
“뭐, 어떻소? 서쪽에서는 이것보다 더한 불경도 저지르고는 모조리 사면받은 몸이오.”
그러나 이 자리에 속아서 몰려든 잡다한 무리 중 저 재담 오가는 것을 듣고 웃는 자는 없었다.
“임 당수,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분명 할 말을 품고 왔건만, 기세에 눌려 그간 입을 열지 못하였던 가짜 소경 김가가 손을 들었다.
“뭣하는 사람이오, 그대는?”
“경문쟁이 김가라 하면 밀양과 김해 일대에서는 다들 저를 압니다. 허나 실지로는 그저 종놈의 자식이고, 이름은 돌손(乭孫)입니다.”
“그것을 그리 공공연히 떠벌리는 걸 보니 나름 작정하고 말하는 모양이로군.”
“그렇습니다. 저희 밑천을 모두 까발렸으니, 가짜 경문쟁이 노릇도 이제는 다 글러먹었지요.”
반가의 은밀한 소문이 모두 들통나게 되면, 거기에 당한 양반들이 알아서 가솔들을 엄히 단속할 테니 적어도 몇 해 동안은 그럴듯한 소문이 시중에 떠돌지는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먹고살기 어려워지는 판이었으니, 이대로라면 어디 공방에서 날품팔이라도 해야 하리라.
“저는 처음에는, 이곳에 모두 저와 같은 이들이 모일 테니 함께 살길을 강구할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되었지만요.”
모든 이들의 이목이 김가, 아니, 돌손이에게 모였다.
“전우치 선생께, 어떻게든 저희 살 길 찾아달라 청할 생각이었습니다. 저희 재주가 어떻게 세상에 쓰일 길 없겠느냐 여쭙고, 그로써 남들처럼 정직하게 벌이할 방도를 구하려 했지요.
당수께서는 온갖 천한 사람들을 위해 많은 것을 베풀고 또 부수어 주셨습니다. 저희가 비록 속아서 모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쨌든 당수의 하시는 일에 도움을 드리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어떻게든 보상을 해 달라?”
“그, 그렇습니다.”
그 섬뜩한 ‘도깨비 방망이’가 저에게 날아오는 것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돌손은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러나 ‘쿵’ 소리는 났지만 그의 머리는 멀쩡하였다.
“뭐, 다들 제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세상 만들겠다 했으니, 한 번 고민은 해 봐야겠지. 이보쇼들! 남 속여먹는 것 말고 다른 재주는 없소?”
“날씨를 조금 볼 줄 압니다.”
“귀동냥으로 별자리 이름이랑 보는 법은 조금 익혔습니다.”
“풍흉 점칠 때 쓰는 수법입니다만...”
다들 재주라 하기에도 무엇한 것을 하나둘씩 조심스레 꺼냈다.
“야, 진짜 별 쓸데없는 것들만 골라서 익혔네.”
“그래도 제대로 익히면 세상에 도움은 되지 않겠느냐.”
어느새 꺽정이 곁에 다가온 병해가, 진짜 전우치로서 한 마디 하였다.
“그렇소?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저것 중 그 어떤 것도 밥벌이는 못 될 것이다. 허나 그리 따지면 선비들의 소위 배움이라는 것도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겠느냐. 잠깐 나와보거라.”
꺽정이 어깨를 잡아끄는 병해였다.
“그 옛날 광통교에서 하늘 날 때부터 조금씩 느꼈던 것이지만, 내가 죽으면 그 재주를 따로 남길 수 없음을 안타깝게 여겼다. 허나 스승님과의 약조도 약조거니와, 암만 그 뒤에 무언가 배움이 있다 할지라도 결국 남의 눈 속이는 것에 불과하니, 떳떳하게 남을 가르치거나 익힌 바를 전할 수 없었다.
헌데 지금 저이의 말을 들으니, 어쩌면 내 도(道)를 하나 만들어 전할 수 있겠다 싶구나. 나는 가르치고자 하는 바가 있고, 어떻게든 그것을 배우려 하는 자도 있으니.”
“가르치신다고?”
“그래. 농사짓는 것도 배움이 되고 장사도 배움이 되는데,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배움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 유학의 그런 배움 말고, 진짜로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도르래의 원리는 무엇인지, 천하 만물이 정확히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그런 것 말이다.
어차피 저기 저놈은 정직한 밥벌이를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고, 나도 깨우쳤지만 미처 배움으로 정리하지 못한 바가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격물법이 있지.”
선비라면 쉽게 하지 못할 생각. 그리고 선비 아니지만 배우고 느끼는 바 있던 자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멀리 에우로파에서는, 병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자연철학이라 부르곤 하였는데, 이는 나중에 이이를 통해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리하여 돌손은 병해 대사의 속세 제자가 되고, 그가 말하는 ‘도’가 어째 모조리 자신이 밤 새워가며 해야 할 무언가일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에우로파의 대학가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곤 한다는 것도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그의 말에 공감한 이들, 그러니까 이 절에 모인 이들의 대략 절반쯤이 그 뒤를 따르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그가 처음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돌손은 꺽정이를 찾아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말할 것을 다 말하고, 정처없이 하나둘씩 흩어지는 저의 옛 ‘동도’들을 바라보며, 돌손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실은... 미처 말하지 못한 바가 있었습니다.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도리가 있으니 마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만약에 대비한 밑천이랍시고 나름 말하지 않은 것이 꽤 있던 모양이었다.
“경주 자옥산 자락에 노선비 한 분이 계시는데, 듣기로 몇 년 전 세상 법도가 마땅치 않다 여기시어 낙향하셨다고 하였습니다. 그분 존함이 무엇인지 저희 같은 자들은 알지 못하지만, 종종 제자인 듯한 자들이 오고 나간다 하였습니다. 그 제자들 면면이 범상한 서생과 같지 않으므로, 아마 저 화담 선생과 같은 기인이사(奇人異士)일 것이라 하더군요.”
“그런데 그것이 무슨 상관이오?”
“얼마 전부터 그분 계시는 초당에 양반댁 규수인 것도 같고 기생처럼 꾸민 것도 같은 여인들이 종종 오간다 하였습니다. 초목과 같은 선비도 결국 운우지정을 잊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분과 연 있는 문중에서 들을까 무서워서, 그것을 보았다는 숯쟁이에게는 입단속 단단히 하라고 하였지만요.”
꺽정이 머릿속에서 무언가 짜맞추어졌다.
“아무래도 이 다음으로는 경주로 가야 하겠군.”
“그 무슨 말씀이신지요?”
“알 것 없소.”
물론 지금껏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진짜 기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그것보다는, 낙향했다는 소문만 있을 뿐 그 거처는 몇몇 사람들만 알고 있는, 그리고 꺽정이와도 연이 적잖이 있는 노유(老儒)일 공산이 더 컸다.
경주 자옥산 자락에 사는, 몇 년 전에 세상 돌아가는 이치 싫어하여 낙향한 선비. 제자라고는 영 선비같지 않은 험상궂은 무리뿐. 사 년 전에 낙향하여 두리손을 제자로 들인 이언적이 바로 그이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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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우네 집에서 머슴살이하는 ‘다케다 서방’은 원 역사에서는 수십 년 뒤 정암진 전투에서 곽재우의 의병에게 패배한 안코쿠지 에케이입니다. 다케다 집안의 방계인 아키 다케다 씨의 후예로 추정되는데, 모리 씨에게 아키 다케다 씨가 멸망하자 도망쳐 아키의 안고쿠지에서 출가하게 됩니다. 이때 받은 법명이 에케이로, ‘안고쿠지 에케이’는 곧 우리말로 치면 ‘안국사 혜경 스님’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집안의 원수인 모리 씨의 가신이 되어, 주로 내정과 외교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외교를 담당하며 이곳저곳 돌아다닌 것이 화근이 되어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모리 씨가 패배하자 서군의 중심 인물로 – 안코쿠지 본인이 그 정도의 거물은 아니었기 때문에, 모리 씨가 희생양으로 내세웠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 꼽혀 참수당하게 되지요.
작중 등장한 밀양 영정사는 곧 지금의 표충사(表忠寺)입니다. 본디 임진왜란 당시 활약한 사명당 유정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 있었는데, 경신대기근 중 절이 폐사 지경에 이르게 되자 숙종 연간에 관에서 승려들을 불러모아 새로 절을 세우게 되었지요. 조선의 숭유억불 기조를 감안했을 때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내력은, 곧 사명당의 충훈이 지역사회에 얼마나 널리 알려졌는지를 방증합니다.
도깨비 방망이 설화는 북송 연간의 유서(類書, 일종의 백과사전) <태평어람>에도 신라의 민담으로 수록된, 매우 유서 깊은 이야기입니다. 이때 이미 이야기의 얼개가 오늘날과 가까운 형태로 수록된 것을 감안하면, 꺽정이가 ‘도깨비 방망이’ 운운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