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꺽정은 살아있다-246화 (245/259)

74. 임금의 존귀함 (2)

그 옛날 오와리의 얼간이 시절, 차야 시로타로라는 가명을 쓰며 강 거슬러 올라왔던 기억을 되새기며, 오다 노부나가는 점점 다가오는 한양을 뱃전에 서서 바라보았다.

그러나 총명한 만큼이나 급한 노부나가 성미에, 감상에 오래 젖어 있는 것은 어울리지 않았다. 금방 고개를 돌리고, 주변에 재차 당부하였다.

“잊지들 마라. 지금 우리가 언뜻 대군을 거느린 것 같지만, 한양 저자 안에 들어서게 되면 비와 호에 개울 하나 흘러들어가는 것만도 못하게 될 것이다.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그르치게 되니 이를 명심하도록.”

“예, 주군.”

함께 배에 타고 있던 니와 나가히데가 고개를 끄덕이고, 

“각하의 지시는 이미 잘 전달해 두었습니다. 모두가 티엔진(천진)의 원한을 갚고자 잔뜩 달아 있지요.”

에스파냐 부대의 지휘를 맡은 노련한 장교 기도 데 라베사리스(Guido de Lavezaris) 또한 통역을 거쳐 답했다. 허나 나가히데와는 달리 어째 미련이 남은 눈치였다.

“다만, 아시다시피 제 부하들은 전리품을 얻을 수 있는 전투를 더 선호합니다. 디오시온 국왕을 생포하여 몸값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단호한 거절.

“누차 강조한 것처럼, 조선왕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사로잡는 것이 좋겠지만 거기에 눈이 멀어서는 안 된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던 오와리 천둥벌거숭이 시절이라면, 어째서 그런 이치도 모르느냐며, 에스파냐의 무사라는 작자들이 이 모양이니 에우로파에서도 헛발질만 하는 것 아니냐 쏘아붙였을 것이다.

허나 숱한 전장을 누비며 제 몫의 좌절을 다 겪은 노부나가는 옛날의 그가 아니었다.

“우리의 목표는 무엇보다 한양 그 자체고, 어떤 일이 있어도 조선왕이 불타는 저의 도성과 운명을 같이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노부나가가 천진에서 포구의 창고를 모조리 불태워, 아직 멀쩡히 남아 있던 에스파냐 갈레온들을 감추는 데 성공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뒤, 장거정이 발의한 것은 바로 곧장 한양에 들이닥쳐 조선왕을 붙잡고 황태자를 구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부나가는 그 자리에서 곧장, 장거정의 제안은 허무맹랑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작은 배에 군사를 가득 채워 바다를 건너려면 기병은 보내기 어렵다. 더구나 아무리 나라 안의 군사를 긁어모아 요동에 보냈다 한들, 지난 이십 년 사이 한양을 두고 두 번이나 공방전을 겪었던 조선이 경기 일원을 비워두었을 리도 없었다.

그러니 살아서 북경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고작해야 한양을 하루이틀 점령하고, 전열을 정비한 적이 반격해오기 전 후퇴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조선왕이 황태자를 데리고 도망친다 한들, 그 뒤를 쫓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전국의 크고 작은 배를 끌어모으고, 개중 돛만 달린 배에는 노를 덧붙이는 등 여러 준비를 마치는 동안 노부나가는 장거정을 꾸준히 설득했고, 마침내 저의 뜻을 관철시켰다. 적의 가장 강고한 병기는 바로 그 믿음이라는 척계광의 비밀스러운 보고가 특히 큰 도움이 되었다. 

“조선의 모든 것은 한양에 있다. 

그대도 종군한 지 여러 해가 되었으니, 오늘날의 전쟁이란 들판과 성에서 벌이는 싸움만큼이나 방 안에 앉아 서류로써 벌이는 싸움 역시 중하다는 것을 알 터. 저들의 사업당과 중추부를 불태우고 미처 도망치지 못한 서리를 모조리 죽이거나 붙잡는다면 저들의 수만 군사를 물리치는 것만큼의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어.

그러나 그뿐이 아니다. 조선왕이 살아 있어야만 우리가 한양을 노리는 참된 목적을 이룰 수 있단 말이다.” 

이 전쟁에서 별다른 희생 없이 이길 수 있으리라는 믿음. 나라가 그들의 귀한 자식과 아주 약간 덜 귀한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으리라는 믿음.

조선의 모든 곳이 모인 한양이 불타고, 국왕과 그 신료들이 도망쳤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믿음에도 금이 아니 갈 수 없으리라.

굳이 소문을 낼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양은 잿더미가 되었는데 임금의 재가 그 속에 있지 않다면 모두가 무슨 곡절이 있었는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을 테니.

“만약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지금이라도 하나하나 내게 묻도록. 지금 이때가 지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테니.”

다행히 라베사리스에게는 노부나가의 인내심이 천성이 아닌 학습의 산물임을 꿰뚫어 볼 만큼의 통찰력은 있었다. 그러므로 굳이 더 캐묻거나 전리품에 대해 떠보는 대신, 조용히 입을 닫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배는 시의적절하게 부는 서풍을 맞으며, 거대한 벼락부자 도시 한양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의민당의 반란 아닌 반란이 끝난 뒤, 영상의 자리에 오른 이준경은 조선의 군제를 뜯어고쳤다. 예로부터 심도(沁都, 강화도)는 전란이 닥칠 때 능히 의지할 수 있는 요해였으므로, 그 섬을 지키는 데 적격인 교동도에 경기수영을 두고, 만에 하나 임거정이 딴마음 품을 때에 대비해 흑의영은 흥인지문 바깥에 두었다.

허나 반대로 서쪽에서부터 적이 밀고 들어와 사직을 위태롭게 하게 될 줄 뉘 알았겠는가.

“아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오. 속히 주상 전하께 몽진을 청하여야 할 것이외다.”

임금은 창덕궁에 머물고 있었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이럴 때조차 국가의 대사를 임금 없이 논의할 만한 대신들은 아니었으므로, 누가 딱히 연통을 돌리지도 않았건만 다들 알아서 아수라장이 펼쳐진 한양 저자를 뚫고 선정전(宣政殿)으로 모여들었다.

일시나마 그냥 도망쳐서 명을 부지하는 게 낫지 않을까, 사람인 이상 피할 수 없는 그런 생각을 품었던 대신 몇몇은, 선정전에 임거정과 이지함도 와 있는 것을 알아차린 뒤에야 부끄러움을 느끼고 전의를 다졌다.

(또한 이때를 못 참고 남의 탓을 하려던 이들도 임거정 주먹을 한 번 슥 보고는 단념하였다.)

“벌써 몽진을 논하여야 할 지경이오?”

군무에 어두운 누군가 입을 열자, 곧장 그 말문을 ‘쾅’ 닫는 꺽정이였다.

“아니, 속고만 살았나. 내 보기로 두어 각 안으로 놈들의 선봉이 마포 나루에 닿을 것 같습디다. 저 바깥 저자에 피난 가는 사람 가득한 것 못 보셨소?”

때마침 주상 전하 납심을 알리는 내관 소리에 꺽정이 잔소리도 끊어졌다.

“적이 지척에 닿았다니, 촌각을 다투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오.”

하다못해 그 연산주(연산군)도 한양이 뒤집히는 난리는 딱 한 번 겪고 말았는데, 어찌하여 저는 이번이 세 번째인가 은근히 한탄하며 임금이 대신들을 채근하였다.

그나마 세 번째 겪는 난리이니, 손은 떨릴지언정 말투는 차분하였다. 무슨 해괴망측한 수를 써서든 제게 도움을 줄 듯한 꺽정이가 있는 덕택이기도 할 테다.

“경군 오군영이 비록 적잖은 수를 북변으로 차출하였다고는 하나 그 수효가 아직 적지 않다고 알고 있소.”

“상께서 이르신 대로이옵나이다.”

이지함과 이준경은 고개 조아리며 답하였다.

“그러니 군령을 속히 가지런히 내려, 우리 군사들이 힘써 막는다면 능히 물리칠 수 있을 것이오. 그렇지 않소?”

임금이 희망 가득 담아 물었는데, 어째 좌중의 기색이 심상치 않았다. 꺽정이가 앞장서서 비보를 전했다.

“임금님, 내 그사이 우리 사형과 같이 담장이랑 벽 타고 달려서 바깥 형세를 백리안으로 살피고 왔소. 오군영에 남은 군사가 꽤 되지 않소? 내 그사이 언뜻 놈들 강 거슬러 올라오는 것 보고 왔는데, 얼추 막아볼 만할 것 같긴 하였소.

허나 막아내는 게 전부일 것이오. 내가 얼추 보니 배는 명나라 배지만, 실려 있는 건 독기 잔뜩 오른 일본이랑 에스파냐 놈들입니다. 다들 만만치 않은 상대지.” 

꺽정이 말버릇에 경악하거나 꾸짖을 겨를도 없이 이지함이 곧장 말을 이어받았다.

“도원수의 진언한 바가 틀리지 않사옵나이다, 전하.”

“하, 하면 어찌해야 하겠소?”

“그사이 신 등이 모여 논의한 방책은 크게 둘이옵나이다.”

하나, 잠시 한양을 버린다. 오군영의 남은 군사를 모두 모아도 지금 들이닥치고 있는 적보다 수가 많지 않고, 조선 군사가 아무리 근년 사이 정예해졌다 한들 에스파냐나 일본 무사에 비하면 아직은 한두 치쯤은 못한 바가 있었다.

그러나 저들이 이렇게 조선의 허를 찌를 수 있던 것은, 그만큼 저들이 보급이나 한양 함락 이후의 일을 염두에 두지 않고 무작정 쳐들어왔기 때문. 그러므로 저들이 한양의 규모 그 자체에 발목이 잡혀 있는 동안 경기와 충청, 황해, 강원 군사를 속히 모아 들이친다.

“... 또 다른 하나는, 이곳 도성에서 적을 힘써 막는 것입니다. 당장 성벽 위로 올릴 수 있는 군사는 모두 올리고, 뒤따라 성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군사는 모두 들이며, 모두 어려운 자들은 각각 군영 주변의 골목을 막으며 적의 진격을 방해토록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강한 쇠뇌로 화살을 쏘더라도, 여러 겹 비단을 뚫고 또 뚫다 보면 끝내는 힘이 다하기 마련. 그러나 그만큼 비단도 상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 적을 물리친다 한들 그 대가는 값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임시변통으로 고작 한 각도 되지 않는 사이에 마련한 두 계책을 진달받은 임금의 이마에, 한참 늦게 진땀이 서렸다.

어느 쪽 계책이든, 필시 후과가 따를 터. 

갑자기 들이닥친 이 어려운 결정 앞에서, 임금은 숨이 턱 막혀옴을 느꼈다.

“어영청과 의금부, 형조의 모든 교졸(校卒)을 풀어, 성 밖으로 피난하는 백성들을 성문 바깥으로 이끌고 있나이다. 또한 오군영 중 경군전영의 군사를 우선 풀어, 나루터 주변의 길을 수레 따위로 막도록 하였나이다...”

그사이 이준경은 그 윤원형 서슬 파랗던 시절부터 벼슬살이하던 저의 경력을 살려, 할 일을 마저 하였다. 임금이 마땅히 재가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임금의 재가를 받지 않을 수는 없는 일들만을 읊어 내려가니, 옥음의 부재가 곧 윤허라.

중간중간 ‘그리 하시오’ 답하던 임금이 느닷없이 손을 들었다.

“결국 가장 중한 것은 수산이 말한 두 가지 계책 중 하나를 택하는 데 있을 것이오. 바라건대 경들은 내게 잠시만 겨를을 주시오.”

뉘 앞이라고 함부로 ‘아니 된다’ 하랴. 이준경과 이지함 두 사람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임금이 나가기를 기다려 소매에서 시계를 꺼내고는 반 각(약 7~8분)을 헤아리기 시작했다.. 신하된 도리일지라도, 지금의 상황은 촌각을 다투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바깥으로 나온 임금은 곧장 옷고름을 풀어헤쳤다. 겨우 숨이 통하는 듯하여, 크게 한숨을 들이쉬고 또 내쉬었다.

처음 한양에 임꺽정이가 들이닥쳤을 때는, 애초에 자신이 무언가 나서서 뜻을 관철시킬 겨를도 없었다.

두 번째, 두리손이라는 자가 난리를 일으켰을 때는, 바깥에서 원군이 오기를 기다린다는 것 외에 역시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흥인지문 쪽으로 달려가는 피난민들, 개중 안타깝게 부르고 찾는 애통한 목소리. ‘이쪽으로 오시오’ 힘껏 외치며, 그간 받아온 나라의 은혜를 갚는 어영청 군관들의 소리.

그 아련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귀에 닿을 때마다, 임금의 어깨 또한 무거워졌다.

“임금님이 이리도 깊게 생각하는 것은 처음 보는 듯하오.”

퍽 태연하게도 내뱉는 무엄한 말. 그 목소리 주인은 굳이 추측할 것도 없었다.

“꺽정아, 누가 따라오라 하였느냐?”

“혼자 고민하느니 나 같은 놈이라도 곁에 두고 고심하는 쪽이 낫지 않겠소? 어차피 저 안의 대감이랑 우리 사형 같은 분들 논의하는 자리에 나는 딱히 쓸모가 없기도 하고.”

어쩌면 저리도 평소와 같다는 말인가. 임금이 마치 사라진 지 삼추(三秋)는 지난 듯한 웃음을 피식하며 지었다.

“마음을 어찌 정하시든, 누구도 임금님께 책임을 돌리진 않을 게요. 아예 ‘잘 모르겠으니 경들이 알아서 하라’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것이고.”

애초에 이준경과 이지함이 임금의 의중을 여쭌 것도, 한양이 전화에 휩싸이는 상황 속에서 임금의 윤허를 받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일 뿐, 딱히 임금에게 어떤 명안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뭐 고민할 게 있겠소? 임금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시면 될 것을. 어느 쪽으로 택하든 후딱 정하시고, 얼른 도망, 아차, 몽진을 하셔야지 않겠소? 임금님까지 이 싸움에 휘말릴 것은 없단 말이오.”

그 말이 무언가 임금의 심금이라도 울린 것일까.

“아니, 꺽정아, 네가 틀렸다.”

단호하게 꺽정이 말을 끊는 임금이었다.

“내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누가 지겠느냐? 애시당초 국사 돌보는 일을 모두 나누어 맡긴 뒤에도 나를 임금으로 다들 모시고, 심지어 그 전보다도 더 나를 받들어 모시는 백성들이 있지 않으냐?”

“그 말씀, 진심이시오?”

“그렇다. 꺽정이 네놈이 나를 임금으로 섬겨준 것처럼 저들도 나를 섬기기로 하였으니, 어찌 이제 와서 임금 된 자가 책임을 두려워할까. 아니, 목숨까지도 아깝지 않다.”

정작 목숨 아까워질 때가 되면 다른 생각도 들겠지만, 그럼에도 임금의 뜻은 확고하였다.

“목숨까지도?”

잠깐 뜸을 들인 임금은,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눈 한 번 질끈 감았다 뜨고는 대꾸했다.

“그래, 목숨까지도.”

벌벌 떠는 손은 가라앉을 기미가 없어 옥수(玉手)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았고, 본디 위엄이 없던 용안(龍顔) 또한 두려움에 떠는 범속한 사내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짜낸 결의 한 방울 하나는 한강수 전체에 견주어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꺽정이 너도 여전히 네놈답게 굴고 있지만, 한양 벗어나서 저기 북변이든 일본이든 가서는 네놈 믿는 바를 위하여 목숨 내걸고 싸우지 않았느냐. 지금도 저 멀리 요동에 있는 우리 국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러니 내가 임금으로서 체통이 있지, 어찌 남들 버려두고 나 혼자 달아날까.”

“그러다가 큰일 날 수도 있소. 아까 우리 사형이 얘기하지 않았소. 어떤 계책을 택하든 한양에 화가 닥치는 것은 면할 수 없다고.”

“세자가 이미 장성하지 않았느냐? 처음 변이 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미 세자에게 일러두어 몸을 피하도록 하였다.”

세자가 부왕 없이 어찌 도성을 벗어나겠느냐며 한사코 아니 된다 하는 것을, 난생 처음으로 손찌검까지 하며 먼저 보낸 임금이었다.

“그러니 내 이 결의가 흔들리기 전에 말해다오. 내가 이 나라 국인의 우두머리로 섬김 받는 사람으로서, 그 국인 앞에 가장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계책이 무엇이겠느냐?”

“허...”

“이놈아, 임금 앞에서 ‘허’가 무어냐.”

“정말, 진짜, 제대로 진심이시구려.”

“그러면 거짓 진심도 있느냐?”

“좋소. 그러면 내 임금님 위해 뭐라도 해 보겠소. 다만 나한테 물어보았으니 멀쩡한 계책 나올 것이라 기대하진 마시오.”

가뜩이나 흔들리기 쉬운 임금의 마음을 더 흔드는 말이었으나, 갈대와도 같은 어심에 세운 결의는 그 역시 갈대를 닮아 흔들릴지언정 꺾이지는 않았다.

반 각이 채 되기도 전, 마침내 임금이 선정전 안에 다시 들었다.

명하기를, 

“적을 격멸하되, 무고한 백성이 다치는 일은 힘 닿는 한 줄여야 할 것이오. 차마 피난치 못한 이들이 적의 손에 고초를 당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오.

경들의 계책은 이에 맞추어야 할 것이오.”

하였으니, 그와 같이 이루어졌다.

마침내 마포에 적의 선봉이 닿았다. 그간 갖은 힘을 다해 적의 앞길을 막으려 애썼던 경군전영 군사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에스파냐와 일본 병사들은 그저 배에서 내리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목책을 때려부수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왔다.

조금이라도 그 발걸음 늦춰보고자, 민가 곳곳에 숨은 경군 병사들이 조총 한두 방씩 쏘고는 달아나곤 했는데, 이 역시 고작해야 성기게 내리는 가을비와 같았다. 여기저기서 한둘쯤 쓰러뜨리는 정도로는 저들을 막을 수 없이 곧 명백해졌다.

그렇게 앞으로 진격하는 이들 뒤로, 계속 작은 배들이 닿아 끊임없이 군사를 내려놓았다.

잊을 만하면 들리는 총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늦춰지는 기미 없는 강철 갑주의 행렬.

이미 저들 세상 된 것처럼, 도깨비탈 같은 면갑을 뒤집어쓰고 날뛰는 일본 무사들.

숭례문 위에 오른 임금은 그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그의 썩 명민하지 않은 머리로 셈해보아도, 이제 반 각이면 저들 중 누군가가 문루 위에 비범한 행색의 사람 서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거기서 다시 한 각쯤 지나면, 그 비범한 사람이 바로 조선의 국왕이자, 여러모로 나라 세워진 이래 처음인 짓을 많이 하는 이환이라는 사내임을 깨닫고서 그들 가운데 우두머리가 나아와 저에게 감히 수작을 걸고자 할 것이다.

“경도 그러니 슬슬 몸을 피하도록 하시오.”

임금이 저의 곁을 지키는 이지함에게 말했다.

“영상이 이미 궁을 지키고 있나이다, 전하. 신은 엄연히 품계 없는 일개 서생인즉, 어찌 성상의 곁에 서는 것을 마다하겠나이까.” 

“다른 건 몰라도, 그 고집만은 그대의 사제와 다름없구려.”

떨리는 가슴을 어떻게든 가라앉히고자, 쓸데없는 농지거리를 던지고서 짐짓 재밌는 양 웃음 짓는 임금이었다.

그리고 내려오는 정적. 그 정적을 어떻게든 피하고자 다른 화제를 꺼냈다.

“출궁하기 전에 보낸 선전관들이 그 소임을 다했는지 모르겠구려.”

마침내 정해진 방침은 이러하였다.

큰 틀은 이지함이 올린 두 번째 계책대로였다. 경군전영이 모두 물러나면 그때는 성벽 위에 올라와 있는 경군중영이 마저 적을 상대할 것이요, 마침내 적이 성벽을 넘게 되면 그때는 경군후영이 성내에서, 경군좌영과 우영이 성저십리 양측에서 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힘써 적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동안, 이십만에 달하는 한양 백성들 중 피난하기를 원하는 자들은 모두 동쪽과 서쪽으로 달아날 수 있을 테다.

거기에 더불어, 꺽정이 녀석이 역시 임금을 실망시키지 않아 적의 발목을 더 오래 잡을 기책을 마련한바 임금은 이곳 숭례문 문루에 서 있었다.

“저자가 혼란한바 부득불 글이나 말로써 뜻을 전하지 못하고, 대신 불화살로써 신호하기로 약조하였습니다. 방금 전 그 신호가 올라왔다 하니, 이는 전교하신 대로 모두 이루어졌음을 뜻합니다.”

잠시 주변에 물은 이지함이 상답(上答)하니 임금도 한시름 놓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조금 늦어지는 듯하여 일시 염려하였는데, 천행이 아닐 수 없구려.” 

세자와 명국 황태자 주익균, 연로할지언정 아직 명은 멀쩡히 붙어 있는 대왕대비, 그리고 종묘에 모셔진 열성조의 신위(神位)까지. 임금 한 사람을 제하고 조금 귀하다 싶은 이들은 모두 선전관의 인도를 받아 숙정문(肅靖門) 쪽으로 피신토록 하였다.

그 아비가 비명횡사한 이래 임금이 각별히 생각하며 나름 챙겨주곤 하던 덕흥군의 자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헌데 하원군과 하릉군 모두 무사히 선전관과 함께 피신한 반면, 형제 중 (유일하게) 영특하다는 평 듣는 하성군은 사라진 지 오래였기에 불운한 선전관을 당혹케 하였다. 다행히도(?) 저의 노복 몇몇은 가산을 지키라며 남겨두고 갔기에, 행랑채에 숨은 노복들을 겨우 찾아낸 선전관은 하성군이 처음 난리 소식을 듣자마자 민첩하기 그지없는 솜씨로 먼저 몸을 피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챌 수 있었다.

“이만하면 임금으로서 할 일은 다 한 셈이오. 그렇지 않소?”

“실로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전하.”

그제야 두 사람은, 성 아래서 간간이 울리던 총성이 다 멎었음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여기저기 숨어서 저들을 조금이라도 막아보려 용쓰던 경군전영 군사들이 모두 도망치든 목숨을 잃든 한 것이리라.

그 숙연함 가운데서 문득 이지함이 말했다.

“전하, 앞서 신이 사사로이 신의 동문이 되는 임거정과 성정 비슷한 바 있다 하셨습니다. 이때를 맞이하여, 잠시 거정처럼 완악하고도 무엄한 말씀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그리하시오.”

“성상 전하께서도 아시겠지만, 나라의 많은 선비들은 선대왕(인종)께옵서 훙서하셨을 때 크게 비탄에 빠졌습니다. 이는 선대왕을 애도하였기 때문이요, 더불어 선대왕에 비하여 전하의 성품이 어떠한지, 대윤과 소윤으로 국론이 갈려 서로 헐뜯는 와중에 여염에서도 족히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장 이지함 그의 형 이지번이 잠시 출사의 마음을 품었다가 곧장 단념하고 평생 초야를 벗어나지 않은 계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신 또한 그런 이들 중 하나였습니다. 비루한 선비의 그릇되고도 비좁은 식견이 대개 그와 같았으니, 어찌 지금이나마 감히 사죄의 말씀을 올리지 않겠습니까.”

오늘의 일로써 비로소, ‘경원대군은 왕재가 아니라’ 말하던 이들은 모두 뉘우치게 되리라. 

오늘의 결단은, 임금의 주변에서 집정하던 이들도, 그 집정하던 이들을 때로는 때려잡고 때로는 손목 비틀던 임꺽정도 아니요, 오로지 임금 한 사람에게서 말미암은 것이었으므로.

“임금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하기에 지금만한 때도 없을 것 같구려.”

“감히 말씀 올리건대, 임거정과 성정이 비슷하게 된 이가 비단 신뿐은 아닌 듯합니다.”

임금이 신하의 나름 진지한 말을 농지거리로 받으니, 신하 역시 그리하였다. 

그리고 그 사이 어느새 매정하게 성벽을 향해 나아오는 적의 군세는 숭례문 코앞에 닿았다.

당초 예상한 대로 저들 사이에서 에스파냐 말과 일본 말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몇 번 오가더니, 곧 꺽정이와 검손당 이씨, 히데요시 – 아마 지금쯤이면 일본군을 이끌고 요양 앞까지 갔을 터였다 – 등에게서 들었던 것과 비슷한 용모의 사내 하나가 나왔다.

“저자가 그 가다라는 자요?”

“‘오다’입니다, 전하.”

“이름부터 왜 그 모양이람. 얼른 떠났으면 좋겠구려.”

허세 가득한 농담을 마지막으로, 임금은 숨 크게 들이쉬곤 외쳤다.

“너 오다는 들어라!”

‘조선왕께서는 들으시오! 즉시 문을 열고 항복한다면...’ 으로 시작하는 나름 기세등등한 말을 노부나가가 외칠 틈도 주지 않고 임금이 선수를 쳤다.

통변하는 역관은 주변에 없었으나, 어차피 그것이 중하지는 않았다.

“이곳 한양은 태조께서 창업하신 이래 대대로 지켜왔으니, 우리 조선 국인 모두가 아끼고 가꾸는 수선지구(首善之區)요, 이십만 백성이 삶의 터전으로 삼는 고을이요, 팔도 군현 모두의 뜻이 모이는 도성이니라!

너희가 삼사만이 아니라 삼십만, 사십만을 데려온다 한들, 어찌 임금으로 모심을 받는 내가 도성을 함부로 버리겠느냐? 후사(後嗣)는 튼튼하고 성벽 또한 강고하며, 군사는 충용하고 백성은 돈후(敦厚)하다!”

가뜩이나 갸냘픈 데다가 벌벌 떨리기까지 하는 음성. 그러나 성벽 위의 그 누구도, 임금이 뻣뻣하게 굳은 목으로 숭례문 아래쪽만 보느라 미처 돌아보지 못한 성벽 위에 의병 자처하며 올라와 있던 한양 백성들도, 감히 그 옥음이 옥음 아니라 여기지는 않았다.

“그러니 너, 머리 벗겨진 섬나라 얼간이, 뭐라도 되는 줄 알고 날뛰다가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한 떠돌이 칼잡이, 도망쳐서 의탁한다는 것조차 반편이 같은 놈에게 붙은 머저리는, 이제라도 부끄러움을 알고 물러갈지어다!”

그리고 그때,

한 줄기 총성이 울리고, 

“으억!”

임금은 쓰러지고,

“저, 전하!”

“전하!”

문루 위는 발칵 뒤집히고,

“대체 어떤 놈이냐!”

오다 노부나가 또한 격노하였다.

“저쪽 지붕 위입니다!”

“잡아! 당장 잡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뭔가 지시를 내리기도 전, 성벽 위가 들끓기 시작했다.

“이, 이놈들! 이 천인공노할 왜놈들!”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놈들!”

그리고 그때, 

“하하하! 이것도 총이라고 쏘았느냐? 무도한 놈들은 총조차 참 무도하게 쏘는구나! 얼마나 형편없는 군기를 쓰기에, 곤룡포 한 겹도 뚫지 못한다는 말인가!”

기실 총이 처음부터 임금 대신 옆의 나무 기둥을 노렸기 때문이었지만, 여하간 임금은 멀쩡히 일어나 비웃었다.

재수없게 나무 조각 두엇이 용안을 스치는 바람에 귀한 피가 한 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는데, 오히려 멀리서 보는 사람은 그것으로 인해 정말로 성상께서 오랑캐 탄환에 맞았다가 금방 벌떡 일어나셨다고 여기게 되었다.

“오냐! 그리도 날뛰기를 바란다면 어디 날뛰어 보거라! 나는 하늘이 무너져도 한양 도성의 백성들과 명을 같이할 것이니, 너희가 정녕 이를 시험코자 한다면 창덕궁으로 오거라!”

그 말을 끝으로 임금은 문루에서 내려갔고, 성벽 위는 환호로 가득 찼다.

용기백배한 군민(軍民)이 하나되어 성벽을 지켰으나, 예나 지금이나 도성의 성벽은 대군을 막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옛날 두리손의 병란 때보다도 더 농성 준비가 부족하였으니, 반나절이라도 시간을 끈 것이 오히려 용할 지경이었다.

그것마저도 끝까지 승리의 쾌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양, 마지막 한 사람까지 싸우다 죽는 대신 성 안쪽에서 모종의 신호가 전해지자 일제히 물러난 것이었기에, 기어이 숭례문 문루 위에 오른 오다 노부나가의 입 안은 영 개운하지 못하였다.

“그때 조선왕에게 총을 쏜 놈만 아니었더라도, 족히 한 시(2시간)는 아낄 수 있었다. 잘하면 오늘 안으로 모든 일을 마치고 물러날 수 있었단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불 같은 성정이 터져나오니, 평소라면 어디 가서 겸손하다는 말은 죽어도 못 듣는 라베사리스조차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누구였나? 잡히는 즉시 그놈의 오금을 베어내고 이곳 한양 저자에 버려놓고 갈 것이다.”

“그, 그것이...”

하필 총성 울린 쪽에는 에스파냐 군사들이 여럿 있었는데, 대경실색한 라베사리스가 즉시 모두를 끌어내 범인을 색출하려 하였건만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저, 그 총성이 울린 뒤에 무슨 곰 같은 괴물이 지붕 위로 스치듯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는, 주정뱅이 헛소리 같은 증언만 있을 뿐이었다.

“빌어먹을. 또 하야시 쇼군이로군.”

그런데 그 헛소리와 일가붙이인 듯한 증언을 듣자마자 오히려 노부나가의 안색이 (그나마) 멀쩡해지고, 니와 나가히데 역시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주군,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나가히데, 너는 군사를 이끌고 사업당을 불태워라. 에스파냐 군사들은 이번 일의 책임을 지고, 그토록 원하던 대로 조선왕을 사로잡도록. 저기, 저쪽이 바로 왕이 말한 창덕궁이다.”

이미 차야 시로타로로 행세하며 사업당과 거래하러 왔을 때, 언제고 쓸모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한양의 지리는 눈대중으로나마 익혀두었다.

그러므로 물결처럼 이어지는 기와지붕 사이 어떤 곳이 바로 궁궐인지, 노부나가는 얼추 짚을 수 있었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숭례문에서 창덕궁까지, 방금 전 저들의 국왕이 보인 그 결의를 듣거나 목도한 이들이 골목마다 무기를 들고 지키고 있을 것이었다. 

전쟁과는 연이 없던 백성이 그저 무슨 거창한 대의에 공감하여 들고 일어났다고 한다면, 옛날의 노부나가는 깔깔 웃고 말았겠지만, 그 위력으로 인해 일본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던 지금은 결코 그럴 리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결코 쉬운 싸움은 아닐 것이야. 하지만 이것은 기회이기도 하다.

조선왕이 그런 해괴한 장난질까지 벌여가며 한껏 놈들의 전의를 드높였으니, 저의 말이 지닌 무게에 짓눌려서라도 함부로 도망치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정말 한양이 불타기 전까지 간다면야 어쩔 수 없겠지만, 그전까지는 주저할 수밖에 없겠지.

그 틈을 노려라.”

후퇴한 조선군이 전열을 정비하고 한양으로 쇄도해 올 때까지, 길어야 하루.

내일 점심께가 되기 전에 결판을 내야 할 것이었다.

--- *** ---

원 역사의 경기수영은 여말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던 것의 제도적 관성이 남아 한양에서 한참 남쪽인 남양도호부(現 화성시 일부)에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수도가 몇 번 털려본 뒤인 17세기 중반에 이르러, 강화도를 중심으로 한 한양 방위계획이 정비되면서 교동도로 옮기게 된 것이지요. 작중에서는 북쪽에서 내려온 무리에게 한양이 조금 일찍 털린 전훈 덕에 경기수영의 이전이 더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고작 즉위 8개월만에 요절하여 조선 역대 군주 중 가장 재위 기간이 짧은 이로 기록된 인종은, 야사 속에서는 비슷하게 재위 기간이 짧은 다른 왕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내곤 합니다. 이는 그만큼 그가 뛰어난 왕재였음을 입증한다기보다는 – 물론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 그만큼 인종에 대해 당시 사림 세력이 걸었던 엄청난 기대감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인종이 요절한 후 낙담하며 초야에 묻히기를 자처했다는 것은, ‘윤원형에게 밀려나 은거하게 되었다’는 것보다 여러모로 편하고도 멋들어진 변명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기도 데 라베사리스는 실존인물로, 미겔 데 레가스피의 뒤를 이어 필리핀 도독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1575년 에스파냐 수도사 마르틴 데 라다가 펠리페 2세에게 그의 독직행위를 고발함으로써 면직당하게 되지요.

지나가듯 등장한 하성군은 원 역사대로라면 이미 임금으로 즉위한 지 꽤 되어 있을 시점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덕흥군의 삼남인 그는 즉위하기 전부터 명종의 총애를 받았습니다. 그의 아버지 덕흥군과 명종의 아들 순회세자 모두 요절했기에, 명종은 종종 하성군네 삼형제를 궁으로 불러 담소를 나누는 등 이들에게 정을 붙였고 그중 으뜸은 바로 하성군이었습니다. 그러나 명종 본인은 이렇게 하성군을 총애하면서도 정작 하성군을 양자로 들이려는 움직임은 딱히 적극적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당시 명종이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아 언제든 새로 후사를 얻을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허나 그러면서도 명종의 하성군에 대한 총애는, 당시 신료들뿐 아니라 명종의 왕비인 인순왕후 심씨에게까지도 유사시에 그를 후계자로 들이는 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1567년 명종이 갑작스럽게 승하하였을 때, 이준경이 영 석연찮은 과정(의식이 희미한 명종이 희미하게 남긴 유언)을 통해 하성군의 왕위 계승을 이끈 것도, 그리고 그런 야사가 공공연히 남았음에도 후대에 뒷말이 나오지 않은 것은 이런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작중에서는 모두 벌어질 리 없는 일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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