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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딸 역할을지나치게 잘 해버렸다-101화 (101/201)

입양딸 역할을 지나치게 잘해버렸다 101화소설 속에 등장하는 범제국 테러단체 ‘열풍’은 인간을 매개체로 하여 자살 폭탄 테러를 종종 일으켜왔다.

「뜨거운 바람이 사막으로부터 불어오리라.」

그것은 ‘열풍’의 학살 마법이 시작되는 주문이었다.

다시 말해 이곳에 곧 인간을 매개체로 한 폭발 마법이 실현된다는 소리였다.

‘그게 터지면 여긴 다 죽어.

비올라가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왜! 열풍이 왜?’

물망초 연회가 이렇게 사이즈가 큰 에피소드였던가.

‘아니. 애초에 사이즈를 논할 건 아니지.’

제르미가 튀어나왔고 셀리나가 등장했다.

이미 원작 속 ‘물망초 연회’의 사이즈를 한참 벗어났다.

그런데 열풍까지 나타나다니.

열풍은 소설 진행 내내 떡밥만 줄기차게 던져지다가, 후반부에 가서야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는 테러 단체다.

소설 초반부인 ‘물망초 연회’에피소드에서 열풍이 대놓고 나타날 줄이야.

‘찾아야 돼.’

이곳의 누군가는 마법 생체 폭탄으로 개조된 상태다.

그 폭발력은 가히 왕궁 하나를 날려 버릴 정도라고 했다.

‘누구지?’

자제들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비올라처럼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뜨거운 바람이 사막으로부터 불어오리라’라는 노래를 누가 부르고 있는 건지는 궁금한 듯했다.

「전조 증상을 찾아보기 어렵고 폭발마법이 완성되기 전까지 누가 폭발의 매개체인지 찾아내기란 매우 까다로워 제국으로서도 대응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다.」

비올라로서는 대응 방법을 떠올릴 수 없었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언니. 잠시만 기다려.”

헤라를 잠시 내버려 둔 채, 비올라는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에이씨!

삼삼오오 모여 있는 귀족가의 자제를 물고기처럼 요리조리 잽싸게 피해 달려간 곳은 연회장 주최자의 단상 쪽.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셀리나 대신이 있는 곳이었다.

셀리나를 지키는 수호 기사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호신용 목검을 꺼냈다.

“멈추십시오.”

비올라는 본능적으로 그 목검을 피해내고 셀리나 앞에 가까이 다가가 거친 호흡을 몰아쉬었다.

“대신님께 말씀드릴 것이 있어요.”

“무엇인가요?”

셀리나는 이런저런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녀 역시 ‘뜨거운 바람이 사막으로부터 불어오리라’ 라는 주문 비슷한 노랫소리를 들었고, 그것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비올라가 아무래도 저 노래를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법 폭탄 테러가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수호 기사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셀리나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샘. 표정을 관리해요. 이쪽으로 이 목이 집중되었으니. 그대의 표정이 연회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요.”

셀리나는 과연 제국의 대신다웠다.

충격적인 제보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고 안정적이었다.

셀리나의 말을 듣고 나서야 수호 기사 샘은 표정을 관리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 죠?”

“저는 이 마법 주문에 대해 알고 있어요.”

“아까 들렸던 노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노래가 아니라 노래의 형태를 하고 있는 마법 영창이에요. 이 마법영창은 인간을 매개체로 하여 강력한 폭발을 일으켜요.”

“이곳은 하이릴스 후작가의 후작저예요. 사특한 흑마법사를 막아내는 결계가 이중, 삼중으로 둘러져 있으며 철통같은 보안이 유지된답니다.”

셀리나 입장에서 비올라의 말은 무례한 말이었다.

결과적으로는 하이릴스 후작가의 보안과 능력을 무시하는 말이었으니까.

보통의 대귀족들은 이런 경우 화를 냈다.

정말로 화가 나서라기보다는 가문의 명예와 가문을 지키는 수호 기사들, 수호 마법사들의 체면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

그러나 셀리나는 조금 달랐다.

“그러한 사실들을 비올라 공녀가 모를 리 없겠지요. 일단 공녀를 믿겠어요.”

셀리나는 자신의 체면과 가문의 명예보다는 안전을 먼저 선택했다.

자세한 설명을 듣기 전에 먼저 행동했다.

“상한 음식이 발견되었어요. 제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실수가 발생했네요. 집단 식중독의 위험이 있으니 오늘의 연회는 여기서 끝마치도록 할게요. 숙소로 돌아가셔서 기다리면 하이릴스 후작가 소속 치유 마법사들과 신관들을 파견하도록 하겠습니다.”

셀리나는 이런 재난 상황을 여러번 겪기라도 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상황을 통제했고, 아무도 다치지 않고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

검의 황제 넬라크는 천장에 은신하여 셀리나를 훔쳐보았다.

‘여전히 아름답군.

오늘을 위해 평소 익히지 않았던 은신술까지 익혔다.

은신술의 대가라고 알려진 시아도우 가문의 가주에게 직접 배운 은신 술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리라 자신했다.

셀리나조차 자신의 은신을 눈치채지 못하리라.

“뜨거운 바람이 사막으로부터 불어 오리라.”

천장에 은신하여 숨어 있는 넬라크에게도 그 주문이 들려왔다.

평범한 노랫소리가 아니라는 사실도 눈치챘다.

‘뭐지?’

그는 이 노랫소리가 누구의 입에서 흘러나왔는지를 추적했다.

추적하기가 매우 어려웠으나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금발의 소년이었다.

그런데 소년은 자신이 그 이상한 노랫소리를 내었다는 자각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이상한 일이군.

뭔가 이상하기는 했으나 구체적으로 무엇이 이상한지는 알 수 없었다.

정말 이상한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언니. 잠시만 기다려.”

비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검의 황제 넬라크이자 마나를 다루는 능력이 하늘에 닿아 있다.

알려진 무인이어도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이렇게 또렷하게 듣지는 못한다.

이곳에는 적어도 수백 이상의 귀족자제와 관현악단이 내는 소음으로 뒤범벅되어 있었으니까.

‘마나를 사용한 게 아닌데?’

그냥 목소리였다.

저토록 힘이 있는 목소리를 느껴본적은 별로 없었다.

마치 헤론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넬라크가 눈을 크게 떴다.

‘저 움직임은…

셀리나가 비올라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안 이후, 넬라크는 넬라크나름대로 비올라에 대해 조사를 했었다.

혹시 셀리나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 칭찬을 들을 수 있을까 싶어-자체적으로 진행한 조사였다.

‘벨라투다.

단순히 뛰는 것이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빈틈을 파고들고 셀리 나에게 다가갈 수 있는 최적의 동선과 최고의 효율로 움직였다.

그 움직임이 굉장히 부드럽고 빨랐다.

‘대단한데.’

마치 어린 시절의 메데이아를 보는 것 같았다.

‘아니. 그때의 메데이아보다 더 빠르고 더 유연해.’

아무래도 연회 중이라는 특성상, 당시의 메데이아보다 체구가 훨씬 작은 비올라가 더 유리한 상황이기는 했다.

어쨌든 비올라의 움직임은 하늘이 내려준 무재(武材)의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다음에 벌어졌다.

‘수호 기사의 목검을 피했어?”

셀리나의 수호 기사는 무려 3급기사다.

넬라크의 마음 같아서는 사실 ‘성(星)‘을 부여받은 기사를 붙여주고 싶었으나 셀리나가 거절했다.

연회장에 그토록 강하고 유명한 기사가 붙는 것 자체가 묘한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 정도 위치의 기사들은 각자 역할이 있고 모든 바쁜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그래도 3급 기사인데.’

물론 3급 기사 샘이 전력을 다해 휘두르지는 않았다.

비올라를 공격하려던 게 아니라 제지하기 위해서 휘두른 일격이었을 뿐이다.

넬라크는 3급 기사 샘과도 대련을 여러 번 해본 적이 있다.

직접 그 실력을 검증했었다.

셀리나의 수호 기사 중 한 명인데, 허투루 뽑지 않았다.

샘은 절대로 약한 무인이 아니었다.

‘미치겠군.”

분명히 검은 벨라투가 아니라 하얀 벨라투라고 했는데.

어떻게 저런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최정상의 무인이 될 자질을 갖춘 아이다.

비올라의 저 움직임은 적어도 어린 시절의 메데이아와 비슷하거나 그를 능가하는 구석이 있었다.

무시무시한 재능을 가졌다.

그 이후 연회는 종료되었고, 천장위에서 비올라의 말을 들은 넬라크는 마나를 흩뿌려 기감을 퍼뜨렸다.

‘아까 그 소년. 그 소년은 어디 있지?’

눈을 감고 상황을 떠올렸다.

절정의 무인인 그는 무의식으로 보았던 모든 세계를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연회장 속 상황이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지 않았고 의식하지 않았으나 그의 천재적인 두뇌는 아까의 모든 상황을 기억해 냈다.

기억 속에서 그는 금발 소년을 찾았다.

‘움직이는데..

바깥으로 움직였다.

‘이상해.’

확실히 이상했다.

비올라의 제보가 아주 틀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샘도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는 걸 보면.

3급 기사의 기감으로는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의 미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소년의 심장에 마나가 꿈틀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단 제압한다.

은신술과 보법을 펼쳐 소년을 낚아채서 기절시켰다.

‘아무도 못 봤겠지?’

물론 이 정도로 실력 행사를 했으면 몇몇은 알아보았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비올라의 집사인 제논이나 헤라의 집사인 에르사 정도 되는 무인이라면 자신의 움직임을 읽어냈을 것이다.

그래도 대부분은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천장 위로 대피한 그는 검을 뽑아들었다.

‘벤다.

순식간에 마나를 끌어올렸다.

검과 하나가 된 기분으로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단 한 번의 일격으로 무엇인가를 잘라냈다.

‘소년은……….’

다행히 소년은 죽지 않았다.

다행히 잘 잘라냈어.

검의 황제 넬라크는 소년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폭발을 잘라냈다.

폭발을 잘라낸다는 개념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으나 검제 넬라크에게는 충분히 일상적인 일이었다.

폭발을 일으키는 촘촘한 마나의 흐름과 구성 자체를 난도질해 버렸다.

검을 휘두른 것은 한 번이었으나 그 짧은 순간에 수만 가닥의 검기를 흩뿌렸다.

덕!

넬라크가 천장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금발 소년을 땅에 내려놓았다.

“설명이 좀 필요하겠는데, 비올라 영애.”

셀리나 앞에서야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모르는 남자였지만 비올라 앞에서는 달랐다.

비올라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검제 넬라크.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저 미남자는 검의 황제 넬라크가 틀림없었다.

검제 넬라크가 내뿜는 기세는 일반인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나마 아버지인 헤론 공작을 여러번 경험했기에 이 묵직한 중압감을 버텨내며 숨을 쉴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주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고, 폭발이 일어날 것은 어떻게 예견했지?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던데.”

비올라는 다시 한번 침을 꿀꺽 삼켰다.

사람들을 살려야 해서 일단 움직이기는 했는데 이런 상황이 펼쳐질 줄이야.

모나크 황궁에 있어야 할 황제는 또 왜 여기 있단 말인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넬라크의 싸늘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답 여하에 따라, 대답의 신빙성에 따라, 영애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으니 신중히 생각하고 대답하도록. 나는 지금 영애를 매우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으니.”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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