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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딸 역할을지나치게 잘 해버렸다-106화 (106/201)

입양딸 역할을 지나치게 잘해버렸다 106화뭐. 날 호명하거나 하지는 않겠지.’

솔직히 블루 다이아몬드가 탐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저것은 매우 훌륭한 노후자금이 되어줄 것이다.

근데 뭐, 저거 없다고 굶어 죽는 것도 아니고.’

괜히 욕심냈다가는 탈 난다.

오히려 저런 진귀한 보물을 받게 되는 것이 신변에는 더 위험하고 안좋을 게 뻔했다.

‘나는 그냥 중간만 가자, 중간만.

가늘고 길게,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그게 최고였다.

블루 다이아몬드 쪽으로는 시선도안 줬다.

‘ ‘에이, 맛없어. 딸기 에이드는 역시 제논표가 최고네.

모르겠고.

딸기 에이드나 먹자.

비올라는 크게 안심한 상태였다.

셀리나 대신이 자신에게 크게 실망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아버지까지 나타나서는 결투를 운운하며 분위기를 망가뜨렸어.’

물망초 연회는 하이릴스 후작가에서 주관했다.

‘후작가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나를 부를 수는 없겠지.’

이건 이중으로 안전장치를 걸어놓은 격이었다.

벨라투에게 저 선물을 쥐여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이목이 쏠릴 일은 없을 테고.

라이몬 남작가의 자제들과 친분을 쌓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제가 블루 다이아몬드를 선물할 영애는 비올라 벨라투, 벨라투가의 6공녀입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는지 정적이 흘렀다.

그건 비올라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나? 왜?’

시선이 느껴졌다.

수백 명의 시선이 비올라에게 향했다.

그들의 시선에도 의아함이 가득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 나도 이상하니까!’

분명 ‘특별한 사람’을 찾아 그룹을 만들라고 했었다.

그게 셀리나 대신의 주문이었다.

비올라는 그룹을 만들지도 않았고 이렇다 할 친분도 쌓지 않았다.

그저 헤라와 함께 맛있는 디저트를 잔뜩 먹었을 뿐이었다.

‘아니, 아무리 열린 사람이어도, 왜? 왜? 왜 나한테? 벨라투는 물망초 연회의 분위기를 망가뜨렸잖아?’

그럼 위신을 생각해서라도 나한테주면 안 되는 거잖아.

그런데 그때,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우와! 비올라! 축하해!”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제르미였다.

제르미는 늘 배워왔다.

아버지는 늘 힘들 때 슬픔을 나눠주고 위로해 주는 친구보다, 좋은 일이 있을 때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가르쳐 주셨다.

제르미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성실히 이행했다.

“보물을 얻게 되었네. 나도 기뻐!

진짜 기쁘다!”

제르미가 싱글벙글 웃었다.

“아 참. 나도 선물 준비했는데, 이 따 줘도 될까?”

제르미의 예쁜 미소가 비올라에게 향했다.

동시에 수많은 도끼눈이 비올라를 향했다.

비올라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망했다.

이때 비올라의 드레스와 화장술이 빛을 발했다.

드레스는 비올라가 가진 특유의 도도하고 살벌한 분위기를 한껏 증폭시켜 주었고, 거기에 세이반 마르코스의 오묘한 화장기법이 더해졌다.

비올라는 고고한 표정을 넘어 이럴줄 알았다는 듯한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뭐야, 재수 없어.’

‘저 도도하고 올곧은 표정은 뭐지?’

‘우리 착한 제르미 공자가 축하한다는데, 저따위 태도라니!’

비올라는 직감했다.

이 세계의 1세대 아이돌인 제르미의 악개에게 찍혔다.

‘제대로…

찍혔네.’

싱글벙글 웃는 제르미의 얼굴에 주먹이라도 꽂아 넣어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비올라는 제르미의 악개들이 얼마나 끈질기고 끔찍하게 굴었는지 잘 알고 있다.

1세대 아이돌과 스캔들이라도 나는 순간, 온갖 살해 협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실제로 제르미와 스캔들이 났다가 자살한 영애도 있었다.

‘이렇게 나를 엿 먹여?’

쟤는 왜 쓸데없이 잘생겨서는 이 난리냐.

비올라는 제르미 쪽으로는 시선도 두지 않았다.

시선을 안 줘도 욕먹겠고, 줘도 욕먹겠지만, 차라리 안 주고 욕먹는 게 덜 욕먹을 것 같았다.

‘스캔들만큼은 피하자.’

이 세계에서 12살이 넘었으면 자유로운 연애가 가능하다.

실제로 12살~17살 사이의 자제들은 서로를 연애 상대로 보는 경향이 짙었다.

비올라의 나이가 12살에 불과할지라도 스캔들이 충분히 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공녀님?”

제논이 하얀 장갑을 낀 손을 내밀었다.

비올라는 엉겁결에 제논의 에스코트를 받아 단상 쪽으로 향했다.

단상으로 걸어가는 비올라의 마음이 복잡했다.

‘나한테 크게 실망했을 텐데 왜!’

셀리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은 아직 어려요. 그리고 저는 나이에 맞는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랍니다.”

어릴 때는 어릴 때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있다.

그 행복을 놓치지 마라.

내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잊지 마라.

나를 가장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소홀히 여기지 마라.

‘대략 그런 뜻이긴 한데……..

비올라는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렇구나. 여긴 소설 초반부라서 그렇구나.’

셀리나가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것은 소설 후반부다.

비올라는 그때 셀리나의 성격을 토대로 판단했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하기야.

셀리나는 비올라와 시독스의 계략에 넘어가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된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다른 여자와 혼인하라고 강요까지 하게 되는 슬픈운명을 가진 캐릭터였다.

‘그런 경험을 하면서 후반부에 성격이 많이 변한 거야.’

그래. 나라도 성격이 변하겠어.

왜 그걸 생각 못 했지?

지금의 셀리나는 좀 더 따뜻했고, 좀 더 이상을 꿈꾸는 사람인 것 같았다.

“축하해요, 비올라 공녀.”

“감사합니다.”

비올라는 황망함을 감춘 채 블루다이아몬드가 들어 있는 보석함을 받아 들었다.

박수 소리가 들려왔으나 비올라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와. 이 어마어마한 살기 봐.’

살기에 워낙에 예민한 몸이다.

아주 예리한 감각이 느껴졌다.

이름하여 악개표 살기였다.

어떤 의미로는 무인들의 정제된 살기보다 더 무서웠다.

‘반지 덕분인가. 쏟아지는 살기가 크게 불편하지는 않네.”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토록 흉폭한(?) 살기에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 모습이 대단히 여유로워 보여 또 많은 악개를 양산해 냈다는 사실을, 비올라는 알지 못했다.

제논이 빙그레 웃으며 다시 손을 내밀었다.

발밑 조심하세요. 계단은 네 칸이 랍니다.”

비올라를 에스코트하는 제논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늘, 또 역사를 쓰셨어요.’

제논은 오늘의 사건이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셀리나 대신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행동하였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셀리나 대신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했지요.

그런데 비올라는 달랐다.

다른 귀족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조금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런 큰 뜻이 숨어 있을 줄이야.

‘비올라 공녀님만큼은 달랐어요.”

하얀 벨라투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준 것 같았다.

제논의 마음속에 풍성한 만족감이 차올랐다.

‘저는 공녀님이 자랑스럽답니다.

*****

툰드라는 피 묻은 검을 닦아냈다.

그때, 뒤에서 한 남자가 달려들었다.

“죽어라!”

그의 손에는 손도끼가 한 쌍 들려있었다.

툰드라의 머리를 쪼갤 기세로 손도끼를 휘둘렀다.

‘죽인다!’

여태껏 숨어서 기회를 노렸다.

지금이 기회였다.

가족처럼 지냈던 산채 식구들의 복수를 할 때였다.

‘응?’

그런데 이상했다.

갑자기 손이 가벼워졌다.

턱!

도끼가 땅에 떨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도끼를 쥐고 있던 손이 통째로 잘렸다.

남자는 고통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저 얼떨떨하기만 했다.

‘저, 저게 뭐야?’

마나가 형체화된 것을 처음 봤다.

저것은 상급 기사만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일반인들은 꿈에도 못 꿀 영역이었다.

그런데 모양이 조금 이상했다.

‘꼬리?’

꼬리가…… 날 공격한 거야?

마나가 형체화를 이룬 모습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으나 그 형태가 꼬리라는 것이 많이 의아했다.

“그러게. 내가 좋은 말로 했을 때 떠났으면 좋았잖아.”

그제야 산적은 고통에 울부짖었다.

“크아아악!”

툰드라는 산적들을 죽이지는 않았다.

산적들을 한데 모았다.

산적들은 공포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릎을 꿇고 앉았다.

툰드라가 지도를 던졌다.

“우리는 이 라인으로 움직일 거야.

그사이, 귀찮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소문을 내도록 해.”

“왜,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산적의 부두목이 울면서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귀 한쪽이 없었다.

“왜긴.”

비올라에게 보물이 생겼다.

분명 귀찮게 할 산적 놈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꼭 보물이 아니어도, 벨라투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습격하는 머저리들이 존재한다.

“내 주인님께서는 우아한 것을 좋아하시지.”

비올라에게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게 싫었다.

그래서 이 근방에서 규모가 가장 큰 산채를 공격해서 소탕했다.

툰드라의 눈이 번뜩였다.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산적들이 보기에는 그랬다.

“그녀의 예비 된 길에 너희 같은 버러지들은 없어.”

툰드라는 산적들에게 단단히 경고한 뒤 주변의 폭포를 찾았다.

물이 세차다 못해 살벌하게 떨어져 내리는 큰 폭포였다.

‘피 냄새 나면 싫어하시겠지?”

폭포수에서 4시간 동안 몸을 씻어냈다.

비올라가 싫어하는 냄새를 풍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퐁퐁이가 울면서 잔뜩 뿜어냈던 정령수로 몸을 다시 한번 씻어냈다.

‘킁킁.’

코를 벌렁거리면서 맡아봤다.

혈향은 다 씻겨나갔다.

‘좋았어.’

살벌하게 번뜩이던 눈동자는 이제 사라졌다.

주인을 만나러 갈 시간이다.

산적들 앞에서는 사냥개였지만, 비올라 앞에서는 반려견이다.

‘주인님께 가자.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걸음걸이는 안정적이었고 상당히 잘 단련된 무인의 기세가 담겨 있었다.

정규 기사의 기도와 분위기가 느껴졌다.

다만, 그의 뒤로 마나로 이루어진 꼬리가 생성되어 살랑대고 있었다.

***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은 비올라는 착잡한 마음을 감춘채 숙소로 돌아왔다.

사교계에 큰 족적을 남긴 것은 틀림없었으나 너무 많은 악개를 탄생시켰다.

헤라가 킥, 웃음을 터뜨렸다.

“어쩐지. 네 행동이 이상하다고 했어.”

비올라는 보석함을 내밀었다.

“이건 언니 가져.”

“날 줘도 돼? 이거 엄청 비싼 보물인데.”

“그래서 주는 거야. 비싼 거니까.”

헤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비싼 건데, 왜 날 주는 건데?”

“언니. 옛날, 옛날에 마법의 저금통이 있었대.”

“갑자기?”

“들어봐. 마법의 저금통에 100 달리 아를 넣으면 다음 날에 200달리아가 되어 나오는 마법의 저금통이었대.”

헤라가 또 킥,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내가 그 마법의 저금통이다?”

“응. 언니라면 나보다 훨씬 가치 있게 이 블루 다이아몬드를 써줄 거야.”

오늘의 100달리아가 내일의 200달리아가 된다.

오늘의 블루 다이아몬드 1개가 내일의 블루 다이아몬드 2개가 될 것이다.

헤라라면 그렇게 해주겠지.

헤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동행하자는 얘기로 들리네.”

비올라는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오늘은 너무 피곤했다.

너무 많은 적을 만든 것 같아 진이 쪽쪽 빨렸다.

‘졸립다.

비올라는 듣지 못했다.

“네 원대한 꿈에 동행할 수 있어서 기뻐.”

라는 헤라의 혼잣말을 말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비올라는 바깥에서 느껴지는 소란스러움 때문에 눈을 떴다.

“언니?”

헤라는 옆에 없었다.

방에는 비올라 혼자였다.

‘뭐가 이렇게 부산스러워?’

창문 쪽으로 걸어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어 뭔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엥? 저, 저게 뭐야?’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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