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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딸 역할을지나치게 잘 해버렸다-149화 (149/201)

그의 검이 퀘이사의 목을 찔렀다. 입양딸 역할을 지나치게 잘해버렸다 149화

툰드라는 머리로 생각하지 않았다.

퀘이사가 비올라를 덮치는 순간, 그의 사고는 정지했고 비올라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만이 온몸을 지배했다.

툰드라의 발검은 빨랐고 그의 의지와 반응하여 마나가 절로 움직였다.

쉬익!

예리한 파공성과 함께, 툰드라의 묵검 ‘올테가’가 퀘이사의 목에 닿았다.

퀘이사의 목을 찌르는 것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러나 이건 툰드라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분명 퀘이사의 목을 꿰뚫으려고 했었다. 그의 공격이 실패했던 건 제논 때문이었다. 제논이 중간에 끼어들어 툰드라의 검로를 살짝 튕겨냈다.

툰드라가 싸늘하게 식은 눈동자로 제논을 바라보았다.

“제논, 뭐 하는 짓이지?”

“보십시오.”

제논이 빙그레 웃으며 퀘이사를 바라보았다. “퀘이사 경은 공녀님을 안아주었을 뿐입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퀘이사는 비올라를 안기만 했을 뿐 별다른 위해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다.

퀘이사가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진짜로 찔렀네? 넌 진짜구나.

퀘이사는 툰드라를 시험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 무겁다는 약속의 절실함이 어느 정도인지. 그래서 일부러 비올라를 껴안았고, 툰드라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고 했단다. ‘그렇다고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잖아요, 이 정신 나간 이모야!’ 비올라는 소리치고 싶었다.

역시 이 세계에서 상식적인 사고방식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흐응, 좋네. 우리 조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가득해.”

“놔주세요. 숨 막혀요.”

“어맛?”

퀘이사는 비올라를 놔주었다. “아무튼, 제논이 없었으면 진짜로 위험했겠어. 고마워, 제논.”

툰드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올테가를 갈무리했다. 그는 지금 미묘한 패배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성급했다.

보아하니 퀘이사와 제논은 툰드라 자신이 이렇게 움직일 거라는 사실을 예측하는 것 같았다.

단순히 무력만 놓고 보자면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경험이 달라.’ 제논과 퀘이사는 같은 것을 보았다. 툰드라는 둘의 안목을 아직 따라가지 못했다.

그것은 툰드라가 겸손하도록 만들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구나.’

퀘이사가 씨익 웃었다.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해진 모양인데, 반려검 씨?”

그러고서 툰드라의 어깨를 탁! 탁! 두드렸다.

“괜찮아. 그렇게 성장하는 거야.”

퀘이사는 툰드라가 마음에 들었다. 퀘이사가 본 툰드라의 행동은 지극히 옳았다.

툰드라가 말하는 약속의 무게가 정말 무겁다는 것도 이해했다.

저렇게 좋은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건, 비올라가 그만큼 좋은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카, 사교계에 입문했다고 했지?”

“네, 물망초 연회에 참석했어요.”

“사내아이들에게 관심이 좀 생겼니?”

아뇨. 지금은 제 한 몸 건사하기도 바빠 서요.

그 말은 이렇게 포장되었다. “지금은 앞만 보고 달려갈 때여서요.”

내 소소하고 행복한 독립과 노후 생활을 위해, “하긴, 벨라투로서의 입지를 다지기에 일분일초가 아쉬울 때니까.”

“.......”

“그나저나 나는 조카가 마음에 들었는데. 어때? 내 아들 꽤 잘생겼다?”

비올라는 순간 어지러움을 느꼈다. 본의 아니게 퀘이사의 마음에 쏙 들어버린 것 같았다.

벨라투의 그림자) 세계에서는 4촌 간의 결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곳.

더군다나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비올라와 키라엘의 만남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게다가 키라엘은 미공자 제르미와 비견되는 미인으로 설정된 캐릭터였다. ‘근데 사이코패스잖아.’

겉으로는 더없는 완벽을 연기하지만 실상은 사이코패스 캐릭터. 비올라는 절대로 그런 캐릭터와 엮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기회가 되면 만나도록 할게요.”

“만나야만 할걸?”

퀘이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왜냐하면 내가 널 며느리로 점찍었어.”

거부하면 널 죽일 거야.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

“전 열세 살인데요.”

“열네 살부터 결혼하는데 뭐.”

“거부한다면요?”

“그럼 내가 살해 의뢰를 포기할 명분이 없어지는걸?”

비올라가 마음에 들었다. 며느리 삼기 위해 살려둔다.

퀘이사는 언니인 이사벨라에게 그렇게 둘러댈 요량이었다.

“아무튼 나는 언니한테 그렇게 말할 거야.”

“저는 받아들인 적 없어요.”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지.”

퀘이사가 오호호! 웃음을 터뜨리며 비올라의 속을 긁었다. “네가 너무 매력적인 것이 잘못이란다.”

*** 퀘이사는 꽤 수다스러운 여인이었다.

마차 안에서도 쉴 새 없이 입을 놀리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흑마법사가 아공간에 처박혀 있다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흐응, 제국법 따위는 똥통에다 체박은 거니?”

사실 비올라도 몰랐다. 아니. 왜 그런 짓을 하냐고요, 셰일란!! 겁쟁이면 겁쟁이답게 굴어야지, 왜 시키지도 않은 불법을 저지르냔 말이에요.

사실 셰일란의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비올라는 겉으로 내색할 수 없었다. “살인 청부도 불법이에요, 이모.”

“하긴, 그건 그렇네.”

퀘이사는 쉽게 납득했다. “언제까지 저희와 함께하실 생각이 죠?”

“겨울성까지.”

“같이 가시게요?”

“언니한테 잘 둘러대야 하잖아. 얼굴 보고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며느리 얘기도 하실 건가요?”

“당연하지.”

비올라는 당장에라도 퀘이사를 쫓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퀘이사는 이미 마음을 굳힌 모양이었다. “너도 잘 생각해 보렴. 그리 나쁘지 않을걸? 퀼튼가가 너를 후원하는 가문이 되어줄 수 있잖니?”

“저는 후원받는 자가 아니라 후원하는 자여서요.”

최대한 오만하게 굴었으나 퀘이사의 눈에 낀 콩깍지는 도통 벗겨지지 않았다. “흐응, 역시 마음에 든단 말이야.”

퀘이사의 눈에 욕심이 잔뜩 끼었다. 비올라가 어지간히도 마음에는 모양이었다.

“조카는 이모를 쫓아내고 싶은 모양이네.”

“쉬고 싶어요.”

“에이, 야박하게 군다.”

이번에는 셀빈에게 말했다. “셀빈, 너는 내가 함께 있어서 좋지?”

퀘이사는 매우 뛰어난 사냥꾼이었고, 바비큐의 달인이었다. 셀빈은 살면서 이토록 맛 좋은 바비큐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셀빈의 대답은 무척이나 빨랐다.

“네!”

“거봐. 얘도 마음에 든다 하고, 제 논은 어때?”

“저는 단순히 집사일 뿐입니다. 제 선택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되지 못합니다만, 퀘이사 경께서 함께하시면 그 어떤 암살자도 감히 암살 시도를 하지는 못할 것 같네요.

퀘이사는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반려검, 넌?”

“매일 밤, 내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공녀님의 뜻이 우선이야.”

밤마다 툰드라는 퀘이사와 대련을 치르는 중이었다. 그 대련은 숲속에서 이루어졌는데, 퀘이사가 숲에서 은밀히 기습하고 툰드라가 막아내는 훈련이었다. 툰드라는 그 훈련이 꽤 마음에 들었다.

비올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종류의 암습에도 대비해야 했으니까.

결국 퀘이사는 비올라와 겨울성까지 함께 가게 되었다.

중간 지점에서 셀빈은 마차에서 내렸다.

“비올라 언니! 담에 또 봐여!”

셀빈은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가, 총총걸음으로 다시 돌아왔다. “언니! 안아쥬세여!”

며칠 전, 퀘이사가 비올라를 꽉 안았던 것이 못내 부러웠다. 그래서 셀빈도 비올라를 꼭 안았다. 히히히, 우상과 포옹에 성공한 셀빈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꼭 언니처럼 강해져 이쓸께여!”

발뒤꿈치를 들었다. 비올라를 향한 애정과 존경을 드러내며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

“저는 꼭 강해질 거예여!”

셀빈은 다짐했다. 꼭 비올라처럼 강해지고 말겠다고.

“아참, 언니, 나 선물 하나만 주면 안 대여?”

“선물?”

“언니를 기념하면서 자극받고 싶어 서여.”

비올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마나를 운용하여 반지에 담긴 마거리트 꽃 몇 송이를 끄집어냈다. “자.”

“헤헤, 꽃이다! 예뽀요!”

셀빈은 꽃을 받아 들고서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다. “진짜 가요! 다음에 봐여!”

어딘지 모르게 작별인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비올라와 멀어진 셀빈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흑색 신전에서는 아무것도 못 하고 보호만 받았어.’

비올라 앞에서의 해맑은 모습은 온 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툰드라 오빠가 성장한 곳으로 가야 해.”

툰드라에게 큰 충격과 자극을 받았다. ‘옛 무인들의 성지’에서 수련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그녀의 얼굴에 다시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엄마, 아빠, 미안요.”

서쪽을 향해 절을 올렸다. 빨리 안 가면 브란디아의 추격자(?)들이 붙을 거다.

“슬슬 편지가 도착했겠지?”

여유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마차에서 내렸다. 더 빨리 뛰어가기 위해서.

“나도 갔다 올게요. 눈이 부는 곳.”

브란디아의 막내딸 셀빈은 가출을 감행하여 옛 무인들의 성지’로 향했다. 소설 속에서는 없던 내용이었다.

*

겨울성의 남문.

퀘이사 퀼튼은 거기서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엄청나게 거대한 덩치.

왕방울만 한 눈에 각진 턱.

굉장히 험상궂은 외모를 가진 남자의 이름은 카이저.

용병왕으로 이름 높은 자였으며, 퀘이사의 옛 친구이자 어린 시절 연인이기도 했다.

“소식지 안 읽냐?”

옛 연인의 동향을 굳이 알고 싶지 않아 안 읽었어. 이 대답은 하지 않고 되물었다. “그래서 지금 뭐 하는 건데?”

“뭐 하긴, 남문 수비대장 하고 있잖아.”

“용병왕이? 겨우 수비대장을 한다고?”

겨울성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퀘이사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용병왕을 수비대장으로 쓸 수 있는 겨울성의 저력에 깜짝 놀랐다.

“난 이제 용병왕 아냐.”

“그럼?”

카이저가 음하핫!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단순히 웃었을 뿐인데 성벽이 바르르 떨렸다.

두툼한 손가락으로 비올라를 가리켰다.

“비올라의 좋은 친구지.

“그게 직업이야?”

“숭고하지?”

카이저는 퀘이사의 대답을 딱히 기다리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 그 모습에 퀘이사는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도 한때 나한테 미쳐 있었잖아.”

“그건 코흘리개 시절에나 그랬지.”

지금은 아무런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카이저는 온통 다른 것에만 신경이 쏠려 있었다.

아공간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마치 신생아를 다루는 것처럼 아주 조심스럽고 세심한 모양새였다.

퀘이사가 심드렁하니 물었다.

“그게 뭔데?”

“비올라 거.”

카이저의 거대한 손바닥 위에는, 퀘이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물체들이 올려져 있었다. “에그타르트?”

“줄 서서 사 온 거야.”

카이저는 후후, 웃으며 비올라를 바라보았다. 마치 나 잘했지? 라고 묻는 듯한 모양새였다.

“아참, 이것도 있다.

에그타르트를 꺼낼 때는 한없이 진중했지만 또 다른 하나를 꺼낼 때는 대충 꺼냈다.

“네가 도착하는 즉시 바로 전해주라고 해서.”

그의 손에는 서신 하나가 들려 있었다. 종이 자체에 황금실로 만들어진 정교한 장식이 새겨져 있었다.

척 봐도 범상치 않은 서신이었다.

내용을 살피기도 전에, 왠지 모르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황제가 보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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