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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딸 역할을지나치게 잘 해버렸다-157화 (157/201)

가이아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입양딸 역할을 지나치게 잘해버렸다 157화

비올라가 물었다.

“원하는 게 돈인가요, 아니면 정보 인가요?”

“이해가 굉장히 빠르시네요.”

정보를 살 수 있는 수단은 두 가지다. 돈 혹은 정보,

“제가 한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지금 나비는 위독한 상태랍니다.”

“나도 알고 있어요.”

“마법으로 손쓸 수 있는 수준은 이미 지났고 신관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런데 여기서 딜레마가 생기죠.” 비올라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아무리 얼려놓았다지만 이것이 만능은 아니었다.

비올라가 말을 가로챘다.

“이 정도 깊은 상처를 입은 나비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신성력이 대단히 높은 고위 신관이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그 정도 실력이 있는 신관은 사람을 치료하기에도 신성력이 모자 랄 테고, 더군다나 그리고 그들은 돈으로도 움직이지 않지요.”

그들은 신성력이 채워질 때마다 위험한 사람들을 살리는 데 그 힘을 모두 소모했다. 그들의 힘을 고양이를 살리는 데 사용한다? 누군가에게는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고양이를 살리는 데 소모될 신성력이 있으면 사람을 살리는 데 써야 한다.

제국의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실제 신전의 방침도 그러했다.

“그런데 돈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실력이 떨어지는 신관들은 지금의 나비를 살릴 수 없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 아닌가요?”

“흐음.”

가이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메데이아 공녀님의 인정을 받고 셀리나 대신께서 그토록 탐을 내실만 하네.”

이쯤 되면 비올라가 정말 열세 살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역시 똑똑하시네요.”

“내가 당신을 찾아온 건 그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야.”

“그 똑똑한 하얀 벨라투께서도 방법을 모르시는데, 제가 어찌 그 방법을 알 수 있을까요?”

“알고 있어야 할 거야.”

비올라의 말이 자연스레 하대로 바뀌었다. 가이아의 눈썹이 움찔했다.

그렇지만 기분 나쁜 티를 내지는 않았다. “협박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제 착각인가요?”

“황궁의 무명 기사단이 어떻게 만들어지더라.”

정보에는 정보로 싸워야 한다. 그것이 가이아를 상대하는 법이었다. 처음에는 이곳이 ‘밤 고양이인 줄 몰랐다.

‘처음에 느껴진 죽음의 냄새. 「밤 고양이’에는 늘 죽음의 냄새가 감돌았다. 밤 고양이의 수장 가이아를 불러내기 위하여 적지 않은 피가 필요 했기 때문이다.」

‘첸타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술집.’

「밤 고양이’의 모나크 수도 지부는 첸타 거리의 한복판에 있었다.」

‘테이블 위를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는 검은 고양이.’

「‘밤 고양이의 마스코트는 말 그대로 검은 털을 가진 고양이였다. 이름은 네로, 네로는 밤 고양이의 수장 가이아의 반려묘이기도 했다.」

가이아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시치미를 뗐다. “무명 기사단이 무엇인가요?”

“황궁에는 무명 기사단이 존재해.

이름도, 존재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집단. 당신이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그런 허황된 소문을 믿고 계신 건가요?”

“허황되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가이아가 빙그레 웃었다. “근거가 무엇이죠?”

“당신의 이름이 가이아니까.”

그제야 가이아의 표정이 변했다. 가이아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 적이 없었다.

“밤 고양이의 수장이자 무명 기사단의 ‘어머니’니까.”

셀리나가 밤 고양이를 묵인하는 이유는 가이아가 무명 기사단의 ‘어머니’이기 때문이었다. 무명 기사단은 제국에서도 철저히 관리하는 극비 집단이다.

무명 기사단의 단원은 대륙 각지에서 차출되며, 그들은 대부분 뛰어난 재능을 가진 고아들이다.

그들을 모집하고 일정 수준까지 비밀리에 키워내는 사람이 바로 가이 아였다. “셀리나 대신께서 밤 고양이를 눈감아주고 있는 것도 그 이유겠지.”

가이아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런 일은 없을 줄 알았다. 내가 비올라 공녀의 페이스에 말렸어?’

이런 정보는 도대체 어디서 얻는단 말인가. 비올라가 대단한 것은 알겠지만, 해당 내용은 황궁 내에서도 아는 자가 극히 적었다.

심지어 메데이아 공녀나 헤론 공작도 모르는 내용이었다.

“비올라 공녀님. 당신의 정체가 무엇인가요?”

비올라는 급한 마음을 숨기고 가볍게 웃었다.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당신의 역할 아닐까?”

“.......”

가이아는 또다시 비올라의 페이스에 휘말렸다. 비올라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꺼내면서 모든 값을 치렀다.

새로운 숙제까지 심어줬다.

비올라가 의도한 대로 상황이 이어졌다.

‘머릿속이 엄청 복잡할 거야.’

가이아는 똑똑한 캐릭터이고, 그렇기에 더 많은 것을 고려하고 생각 수밖에 없었다. ‘빙의’ 같은 건 생각조차 하지 못할 테고, 당연히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할 터. ‘어차피 답은 나오지 않을 거고, 결국 내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열세 살 영애에게 이렇게 휘둘릴 줄은 몰랐어요. 저에게 새로운 도전을 심어 주시네요.”

“나에 대해 파악하는 것을 허락할게. 그러니 내게 필요를 채워.”

비올라가 가이아를 바라보았다. 가이아는 저 눈빛이 한없이 오만하게 느껴졌으나, 그것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확실히, 지배자의 운명을 타고난 아이로구나.’

지배자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비올라는 지배자로서 타고났다.

가이아는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나비는 제게 맡겨주세요. 3일 내로 최소한의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

“별말씀을.”

가이아는 조심스레 나비를 받아 들었다. 사실 그녀는 처음부터 비올라를 위해 움직일 생각이었다. ‘어떤 후레자식이 아가를 이렇게 만들어 놨어?’

반려묘를 키우고 있는 가이아 역시 나비를 꼭 살려주고 싶었다. ‘아이고, 몸이 많이도 상했네.’

나비를 받아 들자 즉시 알 수 있었다. ‘퀼튼가의 힘이야.’

상당히 정교하고 예민한 힘이었다. 퀼튼가의 가주 퀘이사나 겨울성의 안주인 이사벨라쯤 되어야 다룰 수 있는 기이한 힘.

‘퀘이사는 아니고.’

퀘이사가 이런 짓을 할 리 없다. 결국 이사벨라였다.

‘이사벨라 부인이 왜?”

더군다나 자신의 흔적을 감추지 않고 이렇게 티 나게 행동했다. ‘뭔가 있어!’

가이아는 직감했다. 단순히 이사벨라의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나비는 힉슨 경의 반려묘나 다름없지요?”

“맞아.”

“이사벨라 공작 부인께서는 힉슨경마저 적으로 돌리신 거네요?”

“그렇겠지.”

“그것참 이상한 일이군요. 이사벨라 공작 부인답지 않은 행동이에요.

너무 극단적인데. 비올라 공녀님이 싫다고 해서 힉슨 경까지 적으로 돌릴 사람은 아니거든요. 게다가 최근에는 비올라 공녀를 퀼튼가의 전력으로 삼고 싶어 하지 않았나요?”

가이아는 이 먼 곳 제국 수도에서 많은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과연 밤 고양이의 수장다웠다.

퀘이사 퀼튼이 비올라를 며느리 삼고 싶어 했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영 께름칙한 기분이 드네요.”

비올라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뭘 꾸미고 있는 거지?’

***** 숙소로 돌아온 비올라는 복잡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나비를 살리기 위해 열심을 다했고 결과는 좋았다.

비올라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었다.

그 정도 실력을 지닌 신관이라면……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텐데.’ 나비를 치료하느라 시간을 놓친 누군가는 죽을지도 모른다. 현대사회처럼 누구나가 병원에 갈수 있는 세상은 아니었다.

신관은 적고 아픈 사람은 많았다.

그것도 마음에 걸렸고.

‘무명 기사단은 왜 있어야 하는 거며.’

대부분 재능이 출중한 고아들이다. 그들은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고 황실을 위한 비밀병기로 키워진다. 인간적인 감정은 거의 거세되고, 황실의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가 되어버린다.

‘수많은 사람이 배고프고 아파.’

현대사회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찬란한 마도 문명이 존재하지만, 그 문명을 누리고 살아가는 건 소수였다.

이곳은 엄연히 신분이 존재하는 세상이었고 귀족과 귀족이 아닌 자로 나누어져 있었다.

지금도 대다수의 사람은 마물이 득실거리는 위험한 곳에서 살아간다.

‘나처럼 힘과 집안을 모두 타고난 사람이 꿈꾸는 것이 그냥 소소한 독립이어도 괜찮은 걸까?’

비올라는 온갖 재능을 타고났다. 이 세상에 대한 수많은 지식도 가지고 있고,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알고 있다. ‘그냥 나 혼자만 잘 먹고 잘살면 되는 걸까?’

주변 인물들이 변하면서 무언가 난장판처럼 변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곳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었고, 나름 따뜻한 가족들이 숨 쉬는 세계였다. ‘그게 옳은 걸까?’

“뭐가 옳은 건지 모르겠어.”

테이블 앞에는 툰드라가 앉아 있었다. 툰드라는 비올라의 말을 잠자코 듣다가 한마디를 내뱉었다.

“중요한 건……….”

이제 툰드라는 비올라를 주인님이나 공녀님이라 부르지 않았다. 비올라가 진정으로 원하는 호칭은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비올라에게는 비올라가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는 거겠지요.”

툰드라는 강한 믿음과 신뢰를 담아 비올라를 바라보았다. 툰드라는 비올라가 왜 이렇게 심란 해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나 때문에 순서를 빼앗긴 누군가가 괜히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

그렇게 따뜻한 생각을 하고 계실거야. “옳은 건 없어요. 비올라의 삶을 살면 돼요. 제가 옆에 있을게요.”

옛날과 똑같았다. ‘내가 옆에 있어줄게.’

별거 아닌 그 말이 마치 마법처럼 다가왔다. 비올라는 잠자코 따뜻한 코코아를 갑자기 메데이아가 왜 나타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메데이아 뒤에 예상치 못했던 사람이 서 있었다.

‘가이아는 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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