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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딸 역할을지나치게 잘 해버렸다-173화 (173/201)

메리사의 몸이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입양딸 역할을 지나치게 잘해버렸다 173화

메리사의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비올라가 차분히 말했다. “걱정 마세요. 사장도 이 자리에 없어요. 이곳에는 공작님과 저, 둘밖에 없어요.”

“여제의 가면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았지?”

“살몬 공작님의 과거에 대해 아는 것은 놀랍지 않으셨나요?”

사실 메리사는 살몬이 어느 정도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중이었 었다. 넬라크와 헤론.

그리고 살몬이 짜고서 약간의 연출을 더한 것이라 판단했다. 그게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이기는 했다.

“메리사 공작님이라면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앙 덥석. 비올라는 에그 타르트를 한 입 깨물어 먹었다.

조금 식기는 했지만 겨울성의 명물은 과연 명물이었다.

‘아, 맛있다.

달콤한 향이 전신으로 짜르르- 퍼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빙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몇 안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따로 독대를 신청한 거고요.”

“여제의 가면에 대해 또 아는 사람은?”

“없어요. 아버지께도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메리사의 몸에 잔뜩 들어간 긴장이 조금 풀렸다. “혹시라도 비밀이 새어 나갔을 시, 책임은 비올라 공녀에게 물으면 되겠군.”

“아마 속으로 저를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하셨겠지요.”

“그게 무슨 뜻이지?”

“마리앙투의 후계자가 되기 위하여 자신을 사랑한 친언니에게 저주를 걸었잖아요.”

메리사의 눈이 차게 식었다.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군. 영애의 배경을 믿는 것인가, 일신의 알량한 무력을 믿는 것인가, 혹은 아직 철이 들지 않은 것인가?”

메리사의 기세는 살벌했으나 비올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여제의 가면은 본래 메리사 공작님의 것이 아니었으나 공작님의 것이 되었어요.”

“.......”

벨라투의 그림자>에서 메리사는 언니인 메를린에게 저주를 걸었다. 북방의 마녀와 비밀리에 만남을 가진 그녀는 메를린의 머리카락과 피를 뽑아 저주를 걸었고, 메를린이 저주 속에 죽어갔다.

「마지막 순간, 메를린은 메리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메리사, 나의 동생. 그래도 너를 사랑했단다.”」

“그래도 너를 사랑했단다.”

메리사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메를린이 죽기 직전 메리사에게 남긴 말이었다.

그래도 너를 사랑했단다. 「“네가 저주를 걸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어.”」

“네가 저주를 걸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어.”

그녀의 몸이 점점 더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니야.”

손에 들고 있던 포크가 땅에 떨어져 내렸다. “부정한다고 해서 존재했던 과거가 사라지지는 않아요, 공작님.”

“너, 정체가 뭐야? 어디서 어떻게 들었어?”

메리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죽여야 해.’

비올라는 너무 위험한 것을 알고 있다. 만약 이러한 사실들이 밖으로 새어 나가면 마리앙투의 ‘정통성’이 크게 위협받게 된다. 원로들은 자신을 ‘가짜 공작’으로 몰아세울 것이고 영지민들은 그녀에게서 등을 돌릴 것이다.

기사들은 그녀를 향한 맹세를 저버릴 것이고 모두가 그녀를 손가락질할 것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저 작은 비올라가 거대해 보였다. 죽여야 하는데 죽일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비올라의 무력도 무력이거니와 타이밍과 장소 다 너무 좋지 않았다.

마치 비올라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비올라가 의외의 말을 했다. “그러나 저는 그 점을 높이 평가해요.”

“뭐?”

“자신을 사랑한 언니마저 죽이고 싶을 만큼의 집요함.”

비올라는 자신의 외모와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다. 지난 6년간 연기를 해왔고 이제는 몸에 완전히 익어버렸다.

“후계자가 되기 위하여 그 정도의 출혈은 당연히 감수해야겠지요. 그것이 왕관을 쓰기 위하여 흘려야 할 피라면.”

“……….”

메리사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까도 거대해 보였던 비올라가 지금은 태산처럼 느껴졌다.

‘숨이 막혀.’

비올라에게서 새어 나오는 진득한 살기는 메리사 공작의 가슴을 옥죄었다. 어린 영애가 내뿜었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농밀한 기운이었다.

‘연기하는 게 아니야.

저런 건 연기할 수 없다.

저 모습은 타고나야 하는 것이다.

메리사의 눈으로 본 비올라는 그랬다.

“수많은 영재를 만나보았지만 영애같은 이는 처음이군.”

비올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을 이었다. “그러나 공작님이 간과하고 있는 것들이 있어요. 공작님의 언니는 공작님을 전혀 사랑하지 않았어요.”

.. 뭐?” 「메를린 마리앙투는 늘 동생인 메리 사를 질투했다.」

“그러나 그녀는 마리앙투의 1공녀로서 질투를 내색할 수 없었다. 동생의 아름다움을 빼앗고 싶었다.”

“……….”

「메를린은 동생이 사라지면 좋겠다고 매일 밤 기도했다.」

“그러나 동생은 사라지지 않아. 죽일 수도 없어. 그러니까 나는 동생이 괴로우면 좋겠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비올라 공녀!”

“착한 언니가 되어주자. 동생을 지극히 사랑하는 언니가 되어주자. 내 동생은 내 후계자의 자리를 탐낼 거야. 욕심이 많은 아이니 언젠가 큰 사고를 치겠지.”

「메를린은 큰 계획을 세웠다. 북방의 마녀에 관한 소문도 넌지시 흘렸다.

머리카락도 일부러 뽑았고, 일부러 상처를 내서 피를 흘렸다.

동생의 욕심을 자극하여 악한 마음을 불어넣었다.

나를 죽여. 내게 저주를 걸어. 그러면 너는 마리앙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을 거야.」

먼저 저주를 사용한 사람은 메리사가 아니라 메를린이었다. 그녀는 메리사의 향상심을 이용하여 메리사를 유혹했다.

“나는 저주를 받아 죽겠지만, 너는 영원한 고통에 시달릴 거야, 내 동생, 메리사.”

“그만!”

메리사가 소리쳤다. “허무맹랑한 소리는 그쯤 하지.”

“정말로 그녀가 공작님을 사랑했다면, 왜 유언을 그렇게 남겼을까요?”

「“네가 저주를 걸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어.”」

비올라가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정말로 동생을 사랑했다면, 저는 그따위 유언은 안 남겼어요.

그건 사랑의 표현이 아니라 저주였으니까.”

메리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벌써 20년 가까이 된 일인데.”

그런데 비올라는 모든 것을 눈으로 읽어낸 것처럼 생생히 말을 했다. ‘비올라의 말이 맞아.’

몸의 떨림이 진정되었다. 살몬과 똑같았다.

살몬도 처음에는 경악했고 이내 차분해졌었다.

‘살몬 공작의 마음을 잘 알겠어.’

부정할 수 없었다. 비올라는 분명 ‘신의 뜻을 읽은 아이였다.

“그러나 메리사 공작님은 보다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할 거예요.”

살몬은 말로만 해도 충분했지만 메리사는 아니었다. 증거를 내보일 필요가 있었다.

“그녀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어요.”

“딸이……… 있었다고?”

메리사조차 모르는 이야기였다. 그녀의 언니였던 메를린은 혼인하지 않았었다.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악마의 아이를 잉태했거든요. 그 아이는 제 어머니의 몸을 잡아먹고, 이모의 저주를 받아들여 증오와 분노만이 가득한 아이로 태어났어요.”

비올라는 힐끗 눈치를 살폈다. 소설을 완독한 그녀의 눈에는 메리 사가 동요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 언니를 지독히도 닮은 소녀를 이미 발견하셨을 거라 짐작이 돼요. 어쩌면 정체 모를 불길함을 느끼셨을지도 몰라요.”

“……….”

메리사의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비올라의 말이 맞았다.

언니의 어린 시절과 지독히 닮은 아이를 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아이였다.

“그녀의 이름은 하이다.”

본래 ‘피의 정령왕’이 되었을 켈베론(퐁퐁이)의 계약자. 작품 후반부에 등장하는 잔악무도한 악녀 하이다.

그 악역은 그렇게 탄생했었다. “이래도 제 이야기가 모두 허구이고 소설인가요?”

비올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메리사 공작님께서는 현명하시니 제 이야기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시리라 믿어요.”

*** 넬라크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헤론, 너마저도 이토록 적극적으로 참여할 줄은 몰랐는데?”

“나도 몰랐습니다.”

“제발 말투 좀 통일해 줄 수 없나?”

“나도 몰랐다.”

“이왕이면 존대가 좋은데.”

“사양하지.”

“쳇.”

넬라크는 다시금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헤론의 예전 모습이 자꾸만 보이는 듯했다.

“원래는 인류를 지켜내는 사명 외에는 관심이 전혀 없지 않았나?”

“그랬지.”

“근데 왜?”

“나도 광인이 되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허.”

넬라크는 헛웃음을 지었다. “자식들 간 살육경쟁조차 마다치 않는 네놈이? 무엇을 잃으면 광인이 될 것 같은데? 너는 피도 얼음으로 만들어졌던 것 아니었나?”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그 얼음은 이미 완전히 녹아 없어졌다. “언령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하더군.”

“언령?”

헤론 공작이 ‘언령’이라고 표현할 정도면 그 가치가 무궁무진할 것이다. 넬라크는 그렇게 판단하며 귀를 기울였다.

“뿌빠삐뽀.”

·뭐?” “그 언령이 내 자신감을 소멸시켰다. 나는 광인이 되지 않을 자신이 없어.”

넬라크는 고개를 갸웃했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비올라가 메리사와 독대를 가진 그날 저녁.

3대 공작과 넬라크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넬라크가 황당한 듯 입을 열었다.

“3대 공작가가 힘을 합칠 줄이야.

다들 비협조적이었는데.”

살몬이 민망한 듯 웃었다. “그야, 전 서대륙 침입자들을 막아내느라 정신없으니까.”

헤론은 무덤덤하게 말을 받았다. “겨울성은 늘 방패의 역할을 수행 해야 하니.”

메리사도 가볍게 웃었다. “백룡의 후손은 인세에 크게 관여 하지 않도록 약조가 되어 있잖아요.”

아무튼 3대 공작가가 힘을 합치기로 했다. 황제의 명령으로도 움직일 수 없는 힘들이 움직이기로 약속했다.

그 힘의 중추에는 비올라가 있었다. 3대 공작과 황제가 모인 자리.

그 자리를 주도하는 사람은 놀랍게도 비올라였다. “저는 열풍의 본거지를 알고 있어요.”

소설에 정확히 언급이 된다. “황제 폐하와 공작님들께서도 알고 계신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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