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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딸 역할을지나치게 잘 해버렸다-185화 (185/201)

입양딸 역할을 지나치게 잘해버렸다 185화 겨울성에 정착한 마탑의 거지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엘시나를 쳐다봤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요.”

엘시나는 거지들의 배웅을 받으며 6마탑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자신의 스승인 시르송이 있었다.

‘저는 당신을 배신하겠습니다. 비올라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6마탑은 ‘열풍’의 외부 세력이었다.

열풍의 본신이라 할 수 있는 ‘옛 무인들의 성지’를 유지시켜 주는 외부의 힘.

설령 비올라 공녀의 말이 틀렸다고 할지라도. 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는 거지 패가 보였다.

아니, 이제는 거지 패가 아니라 명백히 겨울성의 백성들이다. ‘그래도 나는 당신을 배신할 것입니다.”

6마탑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외부인(?)이 바로 엘시나였다. 그래서 이번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비록 당신이 누명을 쓴 것일지라할지라도.

그래도 상관없었다. ‘비올라 공녀가 보여준 세상이 내게는 옳은 세상이었으니까.

엘시나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왕초 케이타룬은 사지로 가족을 보내는 사람처럼 펑펑 울기도 했다.

‘시르송, 당신의 세상에서 저들은 웃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비올라를 돕기로 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꽤 사랑받는 언니네요?”

백금발을 가진 미녀였다. 흔치 않은 백금발에 회색 눈동자를 가진 여인은 무척 아름다웠다.

따로 무기를 휴대하지는 않았으나 엘시나는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기척이 안 느껴져.’

이 여인은 무인이었다. 그것도 고도로 훈련된.

엘시나 자신을 ‘언니’라 부르고는 있으나, 자신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였다.

‘겉모습으로 나이를 판단하기가 힘들어.”

높은 성취를 이룬 무인은 잘 늙지 않으니까. 헤론 공작만 하더라도 삼십 대 초중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녀가 물었다.

“이쪽으로 가면 6마탑이 맞죠?”

“맞아요.”

“고마워요.”

“혹시 언니도 6마탑으로 가고 있어요?”

“네, 6마탑에요. 볼일이 있어서.”

“저도 6마탑에 볼일이 있는데. 제가 길을 잘 몰라서 그런데, 동행 좀 해줄래요?”

엘시나는 약간 의심스러운 눈으로 여인을 쳐다봤다. “걱정 마요. 수상한 사람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는 게 더 수상해 보여요.”

“그런가요?”

그녀는 티 없이 맑은 표정으로 웃었다. “제 애기가 그쪽에 있는데 찾으러 왔어요.”

“애기가요?”

엘시나는 표정을 굳혔다. 애기가 그곳에 있으면 안 된다.

겨울성의 전사들과 브란디아 공작.

카이저와 아기 사슴 용병대가 힘을 합쳐 6마탑을 공격할 것이고, 6마탑은 마도 병기를 동원하여 주변을 폭격할 것이다.

“마법사 지망생인가 보지요?”

엘시나의 마음이 급해졌다. “서둘러야 해요.”

“어째서요?”

그곳에 전쟁이 벌어진다. 그곳은 아기에게 지나치게 위험한 곳이었다.

“자세히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위험한 일이 벌어질 거예요.”

“흐음, 언니는 왜 진심이에요? 제 애기지, 언니 애기는 아니잖아요.”

“그래도 아이는 보호받아야 하니까요.”

엘시나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제가 안내할게요.”

“언니, 좋은 사람이구나.”

둘은 6마탑을 향해 걸었다. 엘시나는 아예 비행 마법을 사용했다.

이러면 마나가 소모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얼른 아이를 구출해야 했으니까.

“언니 마법사였어?”

“네.”

여인은 잠시 턱을 매만졌다. 그녀는 엘시나의 마나에 몸을 맡겼고, 허공을 가르면서 태연히 말했다.

“언니는 안 죽여야겠다.”

마법에 집중하고 있던 엘시나는 그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마 후, 땅에 발을 딛고 선 여인이 말했다.

저만치 멀리, 6마탑의 성벽이 보였다.

“언니는 안 죽일 테니까 6마탑에는 얼씬하지 않도록 해요.”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실없는 농담을 할 때가 아니에요.”

“왜요?”

“지금 겨울성의 전사들과 브란디아공작님. 그리고 용병들이 마탑을 공격할 거예요.”

“마탑 도와주러 온 거 아니에요?”

“그렇다면 제가 겨울성에서 왔을 리 없겠죠!”

“아, 거기가 겨울성이었어요?”

엘시나는 여인이 장난을 치고 있다. 고 생각했다.

겨울성을 모르는 대륙인이 어디 있단 말인가.

“미안해요. 내가 이 대륙 출신이 아니라서 잘 몰랐어요. 브란디아를 벗어난 적이 없거든요.”

“...…네?”

정신을 차려보니, 여인은 그 자리에 없었다. 여인의 이름은 아셀다.

살몬 브란디아 공작을 아내로 둔 사람이었다.

온몸에서 뇌전을 뿜어내며 벼락을 불러오는 여인을 보며 총집사 칼튼은 혀를 내둘렀다.

“저게 인간이야, 벼락이야.”

그간 숱한 강자들을 만나왔지만 아셀다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그녀가 청뢰(靑)를 뿌려댈 때마다 온갖 마법진이 새겨진 성벽이 박살 났다.

아셀다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누가 우리 애기 괴롭혔어?”

그 애기는 현재 용암 거인화를 사용한 브란디아 공작을 뜻하는 것이었다. 브란디아는 거인화를 끝내고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의 오른뺨에 미세한 상처가 있었다. “누가 내 새끼 잘생긴 얼굴에 상처를 낸 거지?”

아셀다를 막을 수 있는 마도 병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수천, 수만 가닥의 뇌전이 쏟아지며 마탑의 성벽을 뒤덮었다.

총집사 칼튼은 두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저기서 애기랑, 내 새끼는 살몬브란디아 공작을 뜻하는 거겠지요?”

헤론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 수 없겠지만 그랬다.

브란디아 공작은 아셀다에게 애기고 내 새끼였다.

“공작님이랑 창천무후가 격돌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건 총집사이기 전에 무인으로서의 호기심이었다. 헤론은 잠시 생각했다.

“일대일로 겨룬다면 질 것 같지는 않군.”

칼튼은 저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이긴다’ 라고 표현하지 않고, ‘질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어찌 됐든 이긴다는 뜻이기는 했으나, 헤론 공작도 저 여인을 압도하지는 못한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 “일대일이 아니라면…

“그럼 이기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군.”

칼튼이 아는 한 대륙에서 가장 강한 무인은 헤론이었다. 검제 넬라크마저도 헤론 앞에서는 한 수, 아니, 두 수는 접어야 했다.

헤론이 이끄는 겨울성의 전사들은 그 누구에게도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건 상대가 검제와 태양 기사단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창천무후, 실로 대단한 자다.

저토록 광역적인 뇌전을 퍼부을 수 있는 자가 존재한다니..

소문으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니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이제 슬슬, 무명 기사단이 움직이고 있겠지요?”

이목은 충분히 끌었다. 마탑은 전력을 다하여 이쪽을 공격을 막아내고 있을 거다.

이제 황실의 비밀 기사단인 무명기사단이 움직여 시르송을 나포하고 열풍과 관련된 단서들을 찾아낼 것이었다.

한편, 먼발치서 상황을 지켜보던 가이아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황실과 3대 공작가. 용병왕과 창천무후까지. 역사가 기록된 이래로 가장 웅장한 조합이군요.”

그녀는 정보단체 밤 고양이의 수장임과 동시에 무명 기사단의 ‘어머니’ 이기도 했다. “이제 너희가 움직일 차례다.”

역사에 다시 없을 저 조합을 만들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철혈 성녀비올라. 그녀가 모든 것을 그려주었다.

“철혈 성녀의 뜻에, 우리도 함께한다.”

무명 기사단을 움직이는, 약속된 명령어를 읊었다. “스며들어라, 무명 기사단.”

이제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 * *

툰드라는 칫, 하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퐁퐁이가 또다시 비올라를 안은 뒤 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때, 이제 위험한 상태니까 이래도 되지?”

“……그래.”

툰드라는 눈보라 너머로 다가오는 군대를 느꼈다. 그들은 사람과는 느낌이 달랐다. ‘마치 유령 같군.”

반쯤은 사실이었다. 저들은 유령이 맞았다.

비올라가 말했다.

“툰드라, 조심해.”

눈보라 사이사이로, 각종 병장기를 손에 든 무인들이 보였다. 그들의 눈동자는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죽…… 여.”

“죽인…… 다.”

그들은 주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죽인다’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진득한 살기가 느껴졌다. 살성을 지닌 비올라의 몸이 바르르떨렸다.

‘예상은 했지만……… 장난 아니네.’

저들은 ‘옛 무인들의 성지’를 찾았던 무인들이다. 세월이 축적되면서 옛 무인들의 성지’는 수많은 무인을 잡아먹었고, 그들을 군대화하였다.

“최소 ‘옛 무인들의 성지’를 찾을 정도의 무인들이야.”

숫자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일천이상이었다. “그러니 툰드라, 절대 무리하지 마.

나는 신경 쓰지 마. 나한테는 퐁퐁이가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툰드라는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복잡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더없이 믿음직한 동료인 퐁퐁이가 있는 것이 안심되기도 했으나, 비올라에게 직접 신경 써줄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퐁퐁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쏟아지는 무인들의 물결을 막아내는 것에 집중해야 했다. “방어에 집중해. 우리 셋이서 저들을 모조리 토벌할 수는 없어.”

“알겠습니다.”

‘옛 무인들의 성지’는 영원하지 않다. 저들이 움직이면 ‘옛 무인들의 성지가 보존하고 있던 수많은 힘이 사라진다.

‘지금쯤 6마탑도 함락되었겠지.’

외부에서 힘을 공수해 올 수도 없다. 외부의 지원도 끊긴 상태에서, ‘옛 무인들의 성지’는 많은 힘을 소모하게 될 것이다.

‘버티기만 하면 돼.’

어느덧 ‘옛 무인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퐁퐁이 너도, 죽이고 싶지 않다면 죽이지 않아도 돼.”

버티는 것이 목표였다. 가장 먼저 다가온 자는 쌍도끼를 들고 있는 왜소한 남자였다.

그는 비올라를 향해 쌍도끼를 휘둘렀으나, 그 공격은 물의 장막을 뚫지 못했다. 비올라의 다리가 호달달 떨렸다.

‘미치겠다. 너무 무서워.

퐁퐁이를 믿고 있기는 하지만, 이 수많은 무인에 둘러싸이게 되니 평온할 수는 없었다.

개중에는 피범벅이 된 자들도 있었고 눈알이 빠진 자도 있었다.

‘으으.’

어쨌든 퐁퐁이의 ‘물의 장막’은 확실히 비올라의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툰드라는 체력을 최대한 아끼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수많은 무인을 베어냈다.

툰드라에게 조금씩 빈틈이 생길 때면 비올라가 초검으로 도왔다.

셋의 조합은 막강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수천의 무인에 둘러싸여서도 그들은 상당히 오래 버틸 수 있었다.

“툰드라, 더 버틸 수 있겠어?”

“물론입니다.”

툰드라의 호흡이 조금 거칠기는 했다. 그 강한 툰드라조차도 많이 지쳤다. ‘아직까진 괜찮아.’

여기까지는 비올라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퐁퐁는?”

“나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 책헥.”

툰드라와 퐁퐁이가 많이 지치기는 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오차범위 내였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변수가 발생했다.

“어중이떠중이 여럿으로는 안 되겠네.”

무인들이 연기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강한 하나가 낫겠어.”

어느덧, 눈보라가 그쳤다. 무인들의 군단은 완전히 사라졌고 대신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올라가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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