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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딸 역할을지나치게 잘 해버렸다-196화 (196/201)

세계에 빛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입양딸 역할을 지나치게 잘해버렸다 196화

공식적으로 마부인 셰일란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기다렸다.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저 안이 이 세계와 시간의 흐름이 많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란 말인가. 수많은 영웅이 ‘옛 무인들의 성지’에 들어간 지 벌써 6개월이 흘렀다.

다시 말해, 비올라가 ‘옛 무인들의 성지’에 들어간 이후로 도합 1년 6개월이 흘렀다는 얘기였다.

셰일란은 혹시 모를 암습이나 변수에 대비하기 위하여 헤론과 협의하였고 ‘옛 무인들의 성지’ 입구에서 움막을 치고 대기 중이었다.

‘오늘도 허탕인가?’

6개월 내내 이곳에서 먹고 자고 마셨다. 그의 꼴은 말이 아니었으나 그런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늘은 날이 춥지 않았다.

움막 안에서 잘 필요 없이, 그냥 나무에 몸을 기대고 자기로 했다.

새벽 해가 떠올랐다.

어스름한 태양 빛이 셰일란의 얼굴을 간질였고, 셰일란은 문득 눈을 떴다.

‘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군가 온다……!’

‘옛 무인들의 성지’ 안쪽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한 명이 아냐!’

여러 명이었다. 여러 명의 기척이 느껴졌다.

공간이 열렸다.

공간 안의 세계는 밝았다.

밝은 세계로부터, 굉장히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셰일란은 순간적으로 손을 들어 올려 눈을 가렸다.

‘걸어 나오고 있다!’

너무 밝아서 그림자처럼 보였다. 그림자처럼 일렁거리는 검은색 물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 강력한 기운은 헤론 공작!’

헤론을 비롯하여 ‘옛 무인들의 성지’로 향했던 영웅들이 복귀하고 있었다. “비올라는요!”

셰일란은 자신의 꼴도 잊고 헤론을 향해 뛰었다. 다행히 헤론은 ‘진안’을 가지고 있었고, 털북숭이 야인이 되어버린 셰일란이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숨은 쉬고 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얼마나 시간이 흘렀지?”

“6개월이요. 그나저나, 어디 있죠?

내 작고 소중한 제자님은?”

셰일란은 황급히 비올라를 찾았다. 헤론이 뒤쪽을 바라보았다.

셰일란의 시선이 헤론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제르미와 비첸이 나뭇잎을 엮어 만든 들것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그곳에 차갑게 식은 비올라의 몸이 보였다.

비올라는 툰드라와 함께 누워 있었다.

차갑게 식은 비올라를 본 셰일란의 눈빛도 차갑게 식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죠?”

상대가 헤론이라 해도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었다. ‘대답을 잘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내 제자님의 아버지니까.”

아버지가 딸을 살리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 딸이 비올라다? 셰일란은 결코 그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제논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얼렸습니다.”

제논이 냉속성의 마나를 이용하여 급속으로 얼렸다. 딸기 에이드를 만들기 위하여 얼음속성의 마나를 극한으로 훈련했고, 덕분에 비올라와 툰드라를 완벽하게 냉동시킬 수 있었다.

“그러니까, 왜?”

“이게 최선이었으니까요.”

셰일란은 잠시 제논의 말에 귀 기울였다. 대략적인 상황은 들을 수 있었다.

툰드라와 비올라가 ‘마지막’을 찔러냈고, 둘은 함께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수많은 신관이 신성력을 쏟아부어도 둘은 회복되지 않았고, 더 늦기 전에 일단 얼려서 시간을 벌기로 했다고 했다.

“내 제자님은 다시 살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만들 겁니다.”

셰일란은 분노를 가까스로 숨기며 깊게 호흡했다. 공작을 향해 말했다.

“내 제자님은 반드시 살아야 할 겁니다, 공작님.”

평소였다면 헤론은 인상을 찡그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겨울성의 군주를 향해 하는 말치고는 지나치게 예의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헤론은 셰일란의 태도를 문제 삼지 않았다. 셰일란은 비올라를 기다리며 6개월동안 이곳에서 노숙했다.

헤론은 그 점을 높이 샀다.

셰일란의 마음을 알기에, 그를 질책하지 않았다.

대신 약속했다.

“내 딸은 반드시 살 것이다.”

딸이 약속했었다. 금방 돌아오겠다고.

울보 아빠 두고 어디 가지 않겠다.

고,

헤론은 입술을 깨물고서, 속으로 말했다.

‘약속을, 지키거라.’

*** 세계는 급변했다.

황실은 공식적으로 ‘열풍’을 언급하였고, ‘바하카룬’의 소멸은 공표했다.

온 세계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눈이 부는 곳은 더 이상 눈이 불지 않았다. 마물들도 사라졌다.

마물들의 서식처이자 인간이 점령할 수 없던 ‘눈이 부는 곳은 이제 비옥한 토지로 탈바꿈되었다.

겨울성은 이제 더 이상 겨울성이 아니었다.

“또한 황궁은 영예로운 신관들을 신관으로서 대우한다.”

기존 신관들은 새로이 만들어진 신관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셀리나 대신이 묘수를 냈다. 신전 소속의 신관.

황궁 소속의 신관.

두 부류로 나누어 취급하기 시작했다.

평범했던 사람들은 이제 신성력을 가지게 되었고 황궁 소속의 신관이 되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엘바토를 기적의 신관으로 인정하며 그에게 은성 훈장을 수여한다.

엘바토의 시신은 잘 수습되어 국장으로 치러졌다.

황실 차원에서 진중하게 진행된 장례식은 무려 12일 동안 진행되었으며, 조문객이 무려 수천만에 달했다.

역사가 기록된 이래로 최대의 조문객 수였다.

“또한 황실은 이번 원정의 중추였던 철혈 성녀의 업적을 기려 금성훈장을 수여하기로 한다.”

금성 훈장은 본래 없던 것이다. 오로지 비올라를 위하여 새로이 만들었다.

수많은 특권을 가진 은성 훈장보다 더욱 많은 특권을 지녔으며, 황제와 거의 동일한 권력을 가진 징표였다.

사실 황제는 ‘금성 훈장’을 내리는 것에 대하여 조금 주저하기는 했었다. 황제와 거의 동일한 힘을 주는 훈장이라니.

역사적으로도 유례가 없던 일이었다.

황제의 불안함을 달래준 사람이 셀리나 대신이었다.

“그 아이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아이처럼 보이던가요?”

“그렇지 않소.”

“저는 폐하의 눈을 믿어요. 그리고 제 눈도 믿지요. 폐하와 제가 같은 판단을 내렸다면, 더더욱 믿을 수 있어요.”

셀리나가 빙그레 웃었다. “비올라는, 금성 훈장을 받기에 충분한 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5년의 세월이 흘렀다. 비올라가 처음 ‘옛 무인들의 성지’로 향한 이후 벌써 7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버렸다.

수많은 음유시인이 ‘옛 무인들의 성지’의 노래로 전파했다.

사실에 가까운 많은 사건이 제국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이야기에는 많은 주인공이 존재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제1의 주인공은 비올라 벨라투.

철혈 성녀였다. 제국민들이 모두 비올라를 칭송했다.

지금의 평화가 비올라 덕분이라는 여론이 퍼져나갔다.

비올라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비올라의 명성은 황제를 뛰어넘기까지했다.

“나의 명성을 뛰어넘었는데 불안하지 않은 경우는 처음이군.”

“저도요. 만약 비올라가 아니었다.

면 저는 무명 기사단을 그자에게 보내 암살을 시도했을지도 몰라요.”

비올라이기에. 그래서 괜찮았다. 그녀가 보여준 희생정신은 인정받고 경외받아야 마땅했다.

넬라크가 피식 웃었다.

“그러면 세계가 멸망할 것 같던데.”

“하긴. 그건 그렇죠?”

수많은 영웅이 비올라를 위하여 움직였다. 그 전력들은 가히 나라를 뒤집어엎고도 남을 정도의 전력과 힘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백성들의 열렬한 지지와 칭송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럴 생각도 없지만, 혹시 암살자라도 보냈다가는 제국이 멸망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곧 골든 로드도 완성되겠군.”

당시 비올라가 골든 로드의 땅들을 매입했었다. 지금은 그곳의 가치가 수천 배는 상승했다.

비올라는 단순히 부자가 아니라 천문학적인 부자가 되었다.

“그 천문학적인 이익을 바탕으로 헤라 공녀가 테라 상단을 제국 제일의 상단으로 우뚝 세워 올렸죠.”

건설, 유통, 무역, 제작, 보건, 의료, 기타 등등. 테라 상단은 이제 상단이 아니었다.

헤라는 테라 상단을 ‘테라 그룹’이라 표현하였다.

단순히 상단을 벗어나 모든 영역에 손을 뻗쳤다.

테라 그룹을 통하지 않으면 제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비올라가 마음만 먹으면 황제도 가능하겠어.”

깨어난다면 말이죠.” 셀리나가 빙긋 웃었다. “혹시 비올라가 깨어나면 비올라에게 황제를 넘겨주는 건 어때요?”

“그것도 진지하게 고려는 해봤소.”

넬라크와 셀리나는 제국을 위해 살아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비올라라면, 아마 제국을 훨씬 더 번창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한적한 시골에 내려가서 꽁냥꽁냥 하면서 사는 거예요.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는 해요.”

“그렇긴 하다만…….”

이번에는 넬라크가 피식 웃었다. “그럴 수는 없겠지.”

“어째서요?”

“비올라를 둘러싼 인연의 고리가 너무 강력하게 결속되어 있어서.”

일단 헤론은 절대로 비올라를 수도로 보내지 않을 것이다. “비올라 옆에 있고 싶은 자가 너무 많아. 비올라가 그들을 떨쳐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를 것 같지는 않군.

그나저나. 비올라는 깨어날 수 있기는 한 건가?”

“죽지 않은 것은 확실해요.”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감이요.”

“당신답지 않은 말이군.”

비올라가 쓰러진 이후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셀리나는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마탑의 못난이 엘시나가 없었다면 진작에 죽었을지도 몰라요.”

과거, 비올라가 엘시나를 구했었다. 엘시나는 비올라 덕택에 새 생명을 얻었다.

그 엘시나가 비올라를 살렸다. 비올라의 생명을 유지시키고 있는 건, 엘시나가 만들어낸 마도 공학 생명 유지 장치 때문이었으니까.

신성력과 마법을 교묘히 결합한 신문물이었다.

셀리나는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는 왠지, 비올라가 당장 내일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것도, 감인가?”

“감이기도 하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바람이기도 하고요.”

마침, 밤바람이 셀리나의 앞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오늘은 유독 달이 밝은 날이었다.

왠지 모르게 기적이 벌어질 것만 같은 그런 날.

그리고 그날. 기적이 벌어졌다.

기적의 마나를 가진 아이를 통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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