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신령님의 시집살이
도란이 백청요의 부탁을 받고 가금산을 떠난 건 고작해야 이틀 정도였지만, 진사해에게는 그 시간이 참으로 길었다.
신혼의 단꿈과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대책 없는 그리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도란이 사라진 후,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던 소야가 슬금슬금 움직임을 개시했기 때문이다.
도란이 없는 틈을 타 소야가 찾아왔을 때, 진사해는 서안 앞에 앉아 곳곳의 가신들이 올린 글을 보고 있었다. 뱀말 같은 일이 또 생길까 하여 주기적으로 맡은 곳을 살피고 글을 올리도록 했는데, 그 양이 꽤 많아 다 읽는 데만 해도 시간이 꽤 걸렸다.
“신령니임.”
말끝을 길게 끌며 나타난 소야에게 큰 관심을 주지 못한 건 그래서였다. 일에 집중하고 있어서 그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 앉거라.”
“많이 바쁘세요?”
“조금.”
흘리듯 대답한 그가 글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폈다. 소야는 얌전히 앉아서 신을 기다렸다. 평소라면 나중에 오겠다고 하고 일어나거나 자신의 용건이 더 급하다고 재잘거리거나 둘 중 하나였을 텐데, 그녀답지 않은 얌전함이었다.
그것이 얌전함이 아니라 사냥을 앞둔 맹수의 도사림이었음을, 진사해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무슨 일이지?”
진사해는 종이를 접으며 한숨을 돌렸다. 맞은편에 없는 것처럼 앉아 있던 소야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요즘 우리 애기 신부님 안색이 안 좋은 것 같아 걱정이 되지 뭐예요.”
“그래?”
“모르셨어요? 왠지 전보다 더 마른 것 같기도 하고.”
“…….”
진사해는 잠시 기억 속 도란의 모습을 더듬었다. 평소처럼 어여쁘고 달빛 받은 연꽃 같을 뿐 야위었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하지만 도란을 오래 보필해 온 소야의 말이니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긴 했다.
“안 그래도 낯선 생활이 힘드실 텐데 돌봐 줄 분은 신령님 하나뿐이잖아요?”
열다섯 살 때부터 지낸 가금산에서의 생활이 왜 낯설며, 돌봐 줄 이가 왜 자신 하나뿐인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이 꽤 많았지만 진사해는 반박하지 못했다. 달리 생각해 보면 낯설 만도 했기 때문이다. 도란이 신의 신부로 지내는 건 처음이 아닌가. 소야의 말대로 그 낯섦 때문에 도란이 조금 파리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내가 무심했구나.”
“남편이 직접 한 음식이 신부에게 그렇게 좋대요. 마음에 말이에요. 위안이 된다나요?”
“음식은 할 줄 모르는데.”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혼인하면 다 배워 가는 거지요.”
“그런가.”
정작 혼인한 도란은 부엌에 발을 들인 적조차 없지만 진사해는 그러려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혼인이 처음이고, 또 소야가 도란이 말라 가는 것 같다 하니 하나하나 토를 달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자신이 소홀했던가 싶어, 만년설산으로 가고 없는 도란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배워야겠구나.”
“계수 님이 알려 주시기로 했어요.”
미리 약속해 뒀다는 듯 대답이 빨랐다. 진사해는 산더미처럼 쌓인 글을 잠시 바라보았다. 소야는 이해한다는 듯 말꼬리를 길게 끌었다.
“하긴, 바쁘시지요? 그래도 일한다고 가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니겠어요.”
“옳은 말이지. 그럼 계수에게 가 볼까.”
진사해는 서안을 간단히 정리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야는 부엌으로 가는 진사해의 뒤를 따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 * *
“어머, 신령님이 오셨네요. 편하게 입고 오시지 않고.”
부엌에서 사람들을 부리며 뭔가를 하느라 바쁘던 계수가 반갑게 외쳤다. 옷차림 이야기에 진사해는 새삼 자기 옷을 살펴보았다. 소매가 긴 겉옷은 확실히 요리에 적합하지 않은 듯했다.
“하는 수 없죠. 간단하게 끈으로 묶어 드릴게요.”
젖은 손을 닦으며 다가온 계수가 어디서 났는지 모를 가죽끈으로 진사해의 소매를 야무지게 묶어 주었다. 그러자 더는 소매가 펄럭거리지 않았다. 진사해는 새로운 차림을 살피느라 소야와 계수 사이에 오가는 눈빛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모름지기 혼인을 했으면 상 정도는 차릴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니까요.”
“그래?”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말이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도 서로를 위해 상을 차리지는 않았다. 약간 의문이 일었지만 계수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말을 쏟아 냈다.
“생각해 보세요. 애기 신부님이 벗들과 신혼 생활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어요?”
“그렇겠지.”
도란의 벗들은 신혼을 배려하여 가금산 방문을 자제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란이 그들을 찾아가든 그들이 도란에게 오든 할 것이다. 다디단 신혼은 본래 신에게든 인간에게든 얘깃거리인 법, 도란과 그녀의 벗이라고 그 얘기를 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때 신령님이 해 준 음식을 먹었다고 자랑하면 애기 신부님 어깨가 얼마나 으쓱하겠어요. 그렇지요?”
“당연하죠. 역시 계수 님은 뭘 아신다니까요.”
소야가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쳤다. 진사해도 얼굴을 발그레하게 물들인 채 벗들에게 자랑하는 도란을 떠올리니 고개를 아니 끄덕일 수 없었다.
“아마 그렇겠지.”
“그럼 이제 배워 보시겠어요?”
소야와 계수는 은근한 시선으로 진사해를 바라보았다. 그가 거절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진사해는 기본적으로 너그러운 신령님이었지만 선을 넘는 일은 용인하지 않았다. 혼인 전, 도란이 진사해의 침실에 드나든다느니 하는 헛소문이 퍼졌을 때만 해도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았는가. 이번 일을 두고도 비슷하게 반응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진사해는 둘의 예상을 깼다.
“어렵지 않은 음식이라면 오늘 안에도 몇 가지 배울 수 있을 듯한데.”
“…….”
“잡채……. 부인이 무척 좋아하는데, 그런 걸 하면 어떨까 싶구나.”
심지어 그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대야에서 물을 떠 손까지 씻었다. 그런 다음 움직이지 않는 소야와 계수,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잡채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없느냐?”
“있다마다요.”
계수가 재빨리 나섰다. 그러면서도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소중한 애기 신부님을 데려갔으니 낯선 일을 하라고 하며 좀 구박하고 싶었던 것인데, 진사해는 요리 수업이라도 들으러 온 사람처럼 진지하기만 했다.
그렇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애기 신부님이 없는 사이에 신령님을 시집살이 시키는 건 가온산맥 모든 가신의 꿈이 아니었던가!
“그럼 한번 ‘정성껏’ 만들어 볼까요?”
계수가 팔을 걷어붙였다. 가신들의 속을 까맣게 모르는 진사해는 알겠다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리고 잠시 후.
“……잘하시네요.”
계수는 떨떠름한 목소리로나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히 진사해는 능숙했다. 모르는 일 앞에서 몸을 사리거나 머뭇거리지 않았다. 기다림에 익숙한 성정답게 다른 이가 하는 것을 주의 깊게 관찰한 후 차례가 올 때까지 복기했고, 재료와 칼과 불이 손에 들어오면 관찰한 행동을 그대로 모방했다.
요리로 경지에 이르려면 창의력이 필요하지만, 처음에는 눈썰미와 참을성만 있으면 뭐든 흉내 낼 수 있다. 진사해는 그 사실을 잡채 하나를 만들며 금세 깨쳤다.
“어렵지 않으니까.”
진사해는 그릇에 예쁘게 담긴 잡채 위에 깨를 조금 뿌리며 덤덤하게 대꾸했다. 정성 운운하며 못된 시어머니처럼 트집을 잡고 심술을 부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완성된 요리를 보며 미소 짓는 진사해의 얼굴이 너무나 따뜻했다.
“부인이 좋아하겠구나.”
이리하여 소야와 계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사실 신들의 세상에서 나고 자란 그들이 인간 세상의 시집살이를 계획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 * *
진사해에게 시부모 같은 마음을 품은 이가 소야와 계수만은 아니었다. 도란은 까맣게 잊었지만, 분화구 화원의 지신 역시 진사해에게 ‘시집살이’를 경험시켜 주겠다고 호언한 적이 있었다.
도란이 백청요에게 가고 없다는 사실을 익히 아는 지신은, 오후가 되자마자 화원에 성난 바람을 불러들였다. 진사해보다는 작은 신이지만 그래도 분화구 화원은 지신이 깃든 곳, 이제 활짝 피어나 생명력을 얻은 이곳에서만큼은 마음껏 심술을 부릴 수 있었다.
“바람이…….”
부엌에서 나와 쌓인 일감 앞으로 돌아가던 진사해는 지신의 의도대로 화원의 소란을 알아차렸다. 도란이 없는 동안 지신이 화원을 잘 돌보리라 여겼는데, 그곳에만 돌풍이 몰아치고 있는 걸 보니 이상했다.
지신의 변덕이라면 다행이지만 혹시 삿된 기운이 틈탄 것일지도 몰랐다. 자신이 이곳에 있고 또 지신도 있으니 그럴 확률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성실한 신은 자신의 땅과 그곳에 깃든 지신을 돌보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휘이이…….
화원의 경계를 밟자마자 거센 돌풍이 휘몰아쳤다. 옷자락이 심하게 펄럭거리고 머리가 마구잡이로 날려 헝클어졌다.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울 정도의 돌개바람이었다. 그렇지만 그저 바람일 뿐이었다. 저주나 원한 같은 나쁜 기운이 몰고 온 이상 현상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신의 짓인데, 도란이 화원을 아끼는 줄 알면서 왜 이러는 것일까.
“부인은 지금 만년설산에 가고 없습니다.”
몰라서 이러는 줄 아냐는 듯 바람이 더욱 거세어졌다가 잦아들었다. 진사해는 한 걸음씩 화원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도란이 피어난, 물 없는 땅에 피는 연꽃 아래 이를 때까지. 몹시 아름다운 이 연꽃은 지신의 힘 덕분에 사시사철 지지 않아 화원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바람 때문에 줄기가 꺾일 듯 휘청거렸다.
“이러면 화원이 엉망이 될 텐데요.”
도란이 정성 들여 가꾼 봄꽃들은 이미 바람에 뜯겨 휘돌고 있었다. 저 꽃잎들을 다 주워 다시 심는다 해도 죽은 꽃이 살아나는 건 아니었다. 도란이 와서 보면 속상해할 것이다.
“부인에게 뭐라고 얘기하려 이러십니까.”
또 자신에게 무언가 화가 나서 이러나 싶어 최대한 부드럽게 얼러 보았다. 해범 같은 충직한 가신들은 진사해가 지신을 공대하고 높여 주는 것을 의아하게 여겼지만, 그는 얼굴도 안 보이는 지신 앞에서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터였다. 어쨌든 지신은 도란의 첫 번째 벗이었고, 도란이 사랑하는 화원의 본래 주인이었다.
도란 이야기를 꺼내자 지신의 기세도 수그러들었다. 아니면, 애초부터 진사해를 불러들이는 것이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진사해는 바람이 잦아든 화원 곳곳을 느리게 둘러보았다.
어찌나 작정하고 성질을 부렸는지 많은 화초가 뿌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운이 좋았던 건지 적당히 조절한 건지 연꽃은 하나도 상하지 않았지만, 나머지는 전부 엉망이 되었다 해도 옳았다. 도란이 정성껏 설계한 길도 흙에 덮였고,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의자에도 뿌연 흙먼지가 앉았다.
그것이, 진사해는 몹시 속상했다.
“부인이 오늘 여기 없어 다행입니다. 아니, 부인이 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까요.”
지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도란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닿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긴 했다.
진사해는 더 말하지 않고 순순히 몸을 굽혀 자세를 낮추었다. 그리고 뿌리가 드러난 식물들 위에 흙을 덮어 주기 시작했다. 젖은 흙이 닿자 손이 금세 축축해졌고, 높이 뜬 해 때문에 땀이 맺혔다. 지신의 의도가 무엇이든 진사해는 지신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화원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그는 몸을 사리지 않고 해야 할 일들을 해 나갔다. 흙을 만지며 옷을 더럽히고, 허리를 굽혀 조약돌을 정돈하는 일을 쉬지 않고 했다는 뜻이다.
그 순간, 지신은 진사해 옆에 우뚝 서서 뭔가 완패한 듯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젠장.’
진사해가 화원을 정리하면서 불평을 늘어놓거나 못마땅한 기색이라도 비쳤다면 이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묵묵히 주위를 정돈하는 진사해를 보고 있으니 패배감이 밀려왔다. 계란으로 바위를 친 이의 심정이 이러할까.
‘기분 나쁜 놈 같으니!’
지신은 하는 수 없이 자기도 나서서 화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주위의 기류가 바뀌었음을 안 진사해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 선량한 얼굴을 보니 왠지 더욱 심술이 났다. 지신은 꽃대궁을 꽉 움켜쥐며 이걸로 그를 두들겨 줄까 말까 고민했다. 그렇지만 결국은 큰 한숨과 함께 정리를 이어 갔다.
“신령님?”
뒤에서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진사해가 쪼그려 앉은 채로 뒤를 돌아보았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해범이 우뚝 서 있었다.
“해범아.”
그렇게만 말한 진사해는 다시 하던 일로 눈을 돌렸다. 그러니까, 까만 흙으로 드러난 뿌리를 덮어 주고 꺾인 줄기를 바로잡아 주는 번거로운 작업을 계속했다는 뜻이다. 해범은 하루 사이에 엉망이 된 화원을 둘러보고, 그 난장판을 수습하는 신령님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옆에 자리를 잡았다.
“무슨 일로 왔느냐.”
“말씀드릴 일이 있어 왔는데……. 저도 돕겠습니다. 왜 갑자기 이렇게 되었습니까?”
“잘 모르겠구나. 지신의 마음이 편치 않았던 모양인데.”
해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오늘은 이상한 일이 참 많다고 생각했다. 여기 오는 길에 난데없는 잡채 한 그릇을 노려보는 소야와 계수를 보았던 것이다. 음식을 했으면서 먹지도 않고 왜 그러고 있나 말을 걸었는데, 소야는 신령님이 만든 잡채라고 대답하면서 툴툴거렸다. 그때도 영문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쑥대밭이 된 화원의 모습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
“……또 지신에게 미움을 받으셨습니까?”
“글쎄…….”
진사해는 이번에도 모호하게 대답하며 선선히 웃었다.
그가 소야와 계수, 지신의 의도를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어머니인 백청요조차 판단하지 못할 터였다. 그러니 우직한 해범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두 사내는 해가 저물도록 화원에 머무르며 묵묵히 일했다.
* * *
다음 날 아침 백학을 탄 도란이 가금산에 다다랐다. 그녀는 마중을 나온 진사해와 가신들, 지신을 향해 나풀나풀 다가갔다.
“여보!”
소야와 계수, 지신은 도란을 품에 안고 웃는 진사해의 얼굴을 남몰래 쏘아보았다. 모두와 인사를 마친 도란의 손을 꼭 잡은 진사해가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몸이 찬 것 같은데. 부인이 어제 고생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아니에요, 만년설산 신령님이 얼마나 잘 챙겨 주셨는데요.”
“그런가요.”
“네, 아침에는 차도 손수 우려 주시고요.”
진사해는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목도리를 풀어 주었다. 만년설산에서는 필요했겠지만 온화한 가금산에서는 거추장스러울 게 분명했다.
“할 말이 많은 얼굴이네요.”
“맞아요. 생각할 것도 많았고요.”
진사해는 도란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만년설산에서 무슨 일이 있기는 했던 것인지, 천진하던 얼굴에 그늘이 있었다.
“저도 많은 일이 있었는데, 오늘은 오래 얘기하면 좋겠네요.”
“하루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고요?”
“네, 그랬죠.”
뜻 모를 미소와 함께 진사해가 도란과 손을 겹쳤다. 소야와 계수가 묘하게 그의 시선을 피했다. 자기가 없는 사이에 진사해가 구박 아닌 구박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도란은, 고개만 갸웃거리며 그의 곁을 따랐다.
소야와 계수, 지신은 내심 마음을 졸였지만 진사해는 무엇도 고자질하지 않았다. 깨를 톡톡 뿌린 잡채를 한 그릇 만들어 줬을 뿐이다.